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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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482g | 153*224*20mm |
ISBN13 | 9788936460341 |
ISBN10 | 893646034X |
발행일 | 2015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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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482g | 153*224*20mm |
ISBN13 | 9788936460341 |
ISBN10 | 893646034X |
순이 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순이 삼촌 소드방놀이 . 순이 삼촌 . 도령마루의 까마귀 . 해룡 이야기 . 아내와 개오동 . 꽃샘바람 . 초혼굿 . 동냥꾼 . 겨울 앞에서 . 아버지 |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 2022년 11월, 제주 4.3을 찾아서 작가의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된 현장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만이 그곳에...
4.3은 하얀 눈 밭에 떨어진 붉은 동백의 형상일까?,
작가는 순이 삼촌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논두렁에서 죽은 지 이십 여일만에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 기억 저편에 있는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을...
삼십 전 군 소개 작전에 따라 소각된 잿더미 모습 그대로... 그러니 70년대 말이다. 삼촌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1948년 제주, 대토벌의 그 날, 오누이를 한꺼번에 잃은 그날, 뱃속에 아기가 유일한 씨앗이었다.... 삼촌은 찾아갈 사람이 없어 그대로 방치됐던 시체 둘을 큰아버지의 손을 빌려 치운다음, 고구마를 심었다.
더운 여름날 삼촌은 그 고구마 밭에 아기구덕을 지고 가 김을 매었다. 옴팡진 밭, 오누이가 묻혀있던 그곳 돌담 그늘에는 구덕에 아기가 자고 있었다. 호미 끝에 때때로 흰 잔뼈가 튕겨나오고 녹슨 납탄환이 부딪쳤다. 조용한 대낮일수록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들린다. 환청이 들린다. 순이 삼촌은 삼십 년도 동안 떠나질 못했다. 삼촌은 이미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 죽었다. 그 옴팡밭에서 삼십년의 우여곡절의 유예를 보내던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당신의 가슴 한 복판을 꿰 뚫었을 뿐이다.
음력 열여드레 달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고, 마당에 깔린 싸락눈이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고...지나가는 사람의 기척은 아마 두어집쩨 제사를 끝내고 마지막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렸다.
1948년 겨울, 하얀 눈 위로 떨어진 피보다 붉은 동백꽃, 4.3 기념 배지, 제주도의 모습과 동백..
4.3 그날의 기억은 기념 공원에 자리하고, 주인 없는 무덤 묘비에는 이름만 남아... 하나 둘 늘어가는 묘비들, 옴팡밭을 파헤칠 때마다 튀어 나오던 흰뼈들이, 지금도...
순이 삼촌의 옴팡밭은 여전히 그렇게 거기에,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 비가 없었더라면 그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길이 없다. 관광객의 발길은 무심코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데...
“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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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인용문은 2018년 4월 3일, 문 이장의 70주년 4.3희생자 추도사 일부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참석하여 국가 원수로서는 두 번째의 사과였다. ‘가만히 있어야 했던 섬’ ‘기억을 지워야 했던 섬’ 제주도를 예술인들이 끊임없이 들춰내었는데, 추도사의 사례로 든 작품의 처음이 바로 이 ‘순이 삼촌’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역사 바로 세우기’는 오늘에 이르러 국가추념일이 되었고 희생자증, 유가족증을 발급하기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4.3은 금기의 역사였다. ‘공산폭동’이었다. 실제 우리가 부르는 4.3이라는 숫자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날짜는 1948년 4월 3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유래되는데, 이날 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무장대를 조직, 경찰서 기습을 감행했던 날이 기준이다. 이후 제주는 반란의 섬, 붉은 섬이 되었다.
[화석]
학살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남편과 자식을 잃은 ‘순이 삼촌’은 한평생 피해의식과 고통 속에 살다가 종국엔 그녀가 살아 돌아온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 말 못 할 고통 속에서 돌연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버린 ‘순이삼촌’을 통해 작품은 현재의 고통을 되살린다. 어린 시절 학살을 기억하는 주인공과 살아남은 그의 가족, 그리고 ‘순이 삼촌’.
실제 ‘공산폭동’이라는 4.3사건의 종료는 1954년 9월 21일이 기준이다. 이 종료된 54년 9월 21일은 공식적으로 한라산의 ‘금족 구역(출입금지)’이 해제된 날을 기준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폭동 진압의 공식적 종료일 뿐이었다. 심지어 한 마을 민간인 전체를 몰살하기까지 했던 이 국가 폭력은 공식 종료 이후에도 생존을 위해 산에서 내려온 많은 민간인을 ‘산 폭도’, ‘귀순자’라 하여 처형했으며, 첨예한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감추고 숨기고 고립시켰다. 제주의 4.3은 학살을 묻은 그 옴팡밭처럼, 그리고 살아남아 그 밭에서 출토되는 총알과 흰 뼈처럼, 고통을 화석처럼 묻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발굴]
고향이 제주인 저자는 작품 속에 있다. 서울을 살던 주인공 ‘나’는 8년 만에 고향 제주를 찾는다. 제사를 위해서. 김포공항에서 단 50분 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 ‘나’가 소환하는 물음. 한 마을 전체가, 이 마을, 저 마을 날짜를 달리하여 제사를 지내며 곡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주인공이 다시 찾은 고향 제주와 이 곡소리의 소환이, 어쩌면 지난날 국가가 묻었던‘공산 폭동'의 흙을 걷어내고 ’국가 폭력에 의한 4.3’으로 씻어냄이 아닐런지...... 화석이 된 고통의 역사를 발굴하는 그것.
[그리고, 그 깨움 ]
쉬쉬해야만 했던 4.3의 진상을 공식적인 문서로 처음 기록한 것이 이 ‘순이 삼촌’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많은 문예인이 4.3을 소환했다. 국가는 묻었지만, 끊임없이 저자와 같은 민간 문예 인들이 이 깨움의 활동을 한 것이다. 나아가 오늘날 문이장은 국가원수로서는 두 번이나 추념식을 찾았고, 군 최고 책임자까지 사과하기 이르렀으며, 그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지금이 되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 끝자락에 자리 잡은 해방 이후 한 줄 ‘반란’의 역사였던 제주 4.3 사건을 이 같은 깨움 활동으로 국가 폭력의 역사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녹색 신호등을 바라보듯 머리에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을 만나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하는 4.3임을 깨닫는다.
그래, 내 가슴에 아직은 온기가 있구나. ‘순이 삼촌’이다.
순이삼촌 -현기영 문학의 좋은점은 시대배경을 잘 알수 있다는게 좋은점인것 같아요. 4.3사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다 읽고 다니까 여운이 많이 남아요. 좋은 책이라서 다들 한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근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동냥꾼이였어요. 친구의 사정이 어떻든 재단하며 마지막 사먹은 만이천원짜리 맥주가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그 작품을 읽은 날은 저녁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다른 책도 관심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