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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 창비 | 2015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26건 | 판매지수 1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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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82g | 153*224*20mm
ISBN13 9788936460341
ISBN10 89364603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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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순이 삼촌

소드방놀이 . 순이 삼촌 . 도령마루의 까마귀 . 해룡 이야기 . 아내와 개오동 . 꽃샘바람 .
초혼굿 . 동냥꾼 . 겨울 앞에서 . 아버지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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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제주의 4월, 그곳에는 ‘순이 삼촌’이 있다
현대사에 빛나는 거장 현기영의 문학인생 40년

탄탄한 구성과 서정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중후한 문체로 제주도 수난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파고들면서 특히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던 현기영의 중단편전집(전3권)이 출간되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아버지」(1975)부터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1978), 단편소설의 백미인 「마지막 테우리」(1994)까지 모두 30편의 중단편 작품(마당극 「일식풀이」와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 포함)을 개정해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비록 과작이기는 하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현기영 소설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맛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명편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문학적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노인이 초원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슬픔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이제 격정은 아니었다. 그 잔잔한 슬픔은 마치 가슴속에 마르지 않는 찬 샘을 갖고 있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마음을 정결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때때로 무서운 격정에 사로잡혀 영각하는 소처럼 들판을 향해 울부짖기도 했다.
초원의 안개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슬픈 영혼으로 무리 지어 떠돌고, 임자 없는 백골들이 아직도 어느 굴헝, 어느 굴속에 뒹굴고, 풀 뜯다가 풀 속에 숨어 있는 녹슨 탄피까지 잘못 먹어 장파열로 죽는 소도 있건만, 세상은 초원의 과거를 더이상 기억하지 않았다. (「마지막 테우리」 25면)

첫째권 『순이 삼촌』에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중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ㆍ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순이 삼촌」,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역사적 현재의 수법으로 절실하게 재현해낸 「도령마루의 까마귀」, ‘4ㆍ3사건’의 비극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적 사건으로 부각시킨 「해룡이야기」 등 초기 3부작이 돋보인다. ‘폭도’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한 등단작 「아버지」 역시 ‘4·3사건’과 맞닿아 있다. 특히 대표작 「순이 삼촌」은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문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작품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아직 떨어져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이었다. (「순이 삼촌」 85-86면)

이밖에 지식인의 고뇌와 개인의 무력감을 섬세하게 그린 「아내와 개오동」, 소시민의식을 역설적으로 비판한 「동냥꾼」 등은 작가의 사회의식이 잘 드러나 있으며, 개인의 의식세계를 미학적으로 파헤친 「꽃샘바람」 「초혼굿」 「겨울 앞에서」 등에서는 초기 소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지배계급의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한 「소드방놀이」는 탁월한 상상력과 상징성으로 오늘의 세태를 정곡으로 찌른다.

어째서 큰 부정은 죄가 안되고 작은 것만 죄가 되나. 부정이란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부정의 탈에서 벗어나는가? 그렇다. 도둑도 좀도둑이 훨씬 도둑답다. 그것이 대담해져서 명화적쯤 되면 이미 도둑의 탈은 벗겨지는 법. 부정이란 것도 좀스럽고 쩨쩨한 구석이 있어야 진짜 부정이지, 쥐가슴 태우며 훔쳐내는 쌀 한톨, 실 한가닥은 부정이지만 환곡미 이백석 횡령은 이미 부정이 아니었다. (…) 그건 이미 부정이 아니라 지체 높은 권세였다. 큰 부정일수록 이렇게 모두 환골하고 탈태하여 나라 경영의 대종을 이루었던 것이다. (「소드방놀이」 27-28면)

둘째권 『아스팔트』에는 ‘4·3소설’에 속하는 「잃어버린 시절」 「아스팔트」 「길」 외에 제주도 출신 영세민의 애환을 그린 「귀환선」, 식민지적 잔재가 온존하는 교육현장을 고발한 「나까무라 씨의 영어」, 마당극 형식을 빌려 선악의 대립을 통해 민중의 각성을 일깨운 「일식풀이」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여기서 수난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여 사건의 폭력성과 참상을 고발하기보다는 화해와 용서를 통해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보여준다. 이전의 작품들이 죽은 자를 위한 진혼의 서사였다면 이 세 작품은 살아남은 자를 위한 위로의 서사라 할 만하다. 특히 「아스팔트」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를 엿보이며 마무리되고, 「길」에서도 분노 대신 4·3사건의 상흔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가 애잔하게 묘사된다.

그러니 그것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사람 몫의 죽음이 아니라 남의 죽음에 덤으로 얹힌 무의미한 죽음이었다. 사람 목숨이 그렇게 우연히 처리되다니! 일순 노여움이 불끈 치미는 것을 간신히 눌러 진정시켰다. 아서라. 휘진의 아버지를 미워해서는 안돼. 평상시 안목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것이 난세의 논리가 아닌가. 흔히 시국 탓이라고들 말하지만, 가해자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발광케 만든 한 시대였다. (「길」 122-123면)

셋째권 『마지막 테우리』에는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염무웅)이라는 평가를 받은 표제작 「마지막 테우리」를 비롯하여 「거룩한 생애」 「목마른 신들」 「쇠와 살」 「고향」 등 ‘4·3사건’ 관련 작품과 자전적 소설 「위기의 사내」, 당대의 현실을 다룬 「야만의 시간」 등 7편의 소설과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를 각색한 희곡 「변방에 우짖는 새」가 실려 있다. 전통적인 소설 문법의 형식을 벗어나 파격적인 형식 실험을 보여준 「쇠와 살」에서 작가는 자못 격정적인 어조로 “개인을 발광케 만든” 야만의 시대를 절규하며 비극의 현장을 들려준다.

아, 너무도 불가사의하다. 믿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전대미문이고 미증유의 대참사이다. 인간이 인간을, 동족이 동족을 그렇게 무참히 파괴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죽음이 아니다. 짐승도 그런 떼죽음은 없다. 가해자들은 ‘사냥’이라고 했다. 그것은 ‘빨갱이 사냥’이라고 했다.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때 죽은 자는 모두 빨갱이다. 빨갱이가 아니면 왜 죽었겠는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너무도 불가사의하다. 떼주검을 휘발유 뿌려 불태울 때 그 냄새가 돼지 타는 냄새와 흡사했다. 그래서 가해자들은 그 구수한 냄새를 맡고 자기가 죽인 것이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라고 새삼 확인했는가. (「쇠와 살」 177면)

작가 현기영의 작품활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4·3사건’을 소설화한 것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4·3’ 이외의 이야기로, 초기 소설에서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회의,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인간의 황폐한 내면 의식의 세계에 대한 탐닉 등에 골몰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교직생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자신을 모델로 한 자기고백적 소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매는 뼈를 피해 살집만 골라 정확히 타격했다. 그의 육체는 활활 타는 불길 속에 내던져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이 고통스러운 육체를 벗어버릴 수만 있다면! 정신을 배반하는 육체, 제 몸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줄이야.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차라리 죽을 수만 있다면! 까무러치기라도 했으면…… (…) 매질이 끝났을 때 그는 교사도 작가도 아닌, 세 아이의 아버지도 한 여자의 남편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팬티에 겁똥을 깔긴 한마리의 사냥감 짐승이었다. (「위기의 사내」 223면)

그럼에도 현기영은 명실공히 제주와 ‘4·3문학’을 대변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되었다. 이것은 4·3문학 전반을 놓고 볼 때 현기영이 가장 독보적이며, 작가 자신에게는 ‘4·3사건’이 문학적 고갱이이자 기반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4·3사건’은 “육지 중앙정부가 돌보지 않던 머나먼 벽지, 귀양을 떠난 적객(謫客)들이 수륙 이천리를 가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던 유배지. 목민(牧民)에는 뜻이 전혀 없고 오로지 국마(國馬)를 살찌우는 목마(牧馬)에만 신경 썼던 (…) 백성을 위한 행정은 없고 말을 위한 행정만이 있던 천더기의 땅. 저주받은 땅, 천형의 땅”(「해룡 이야기」 159면)에서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제주도민의 트라우마이자 작가의 문학인생을 완성하는 삶과 역사의 상징인 것이다. 임규찬의 평가처럼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꾼 사려깊은 문학적 삶”(「해설」)을 견지해온 작가 현기영은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을 살아온 것’이다.

백조일손, 그 얼마나 좋은 말인가. 아무렴, 4·3 조상은 그렇게 모셔야지. 내 조상 네 조상 구별 말고 섬 백성이 모두 한 자손이 되어 모셔야 옳았다. 4·3을 모르고 무슨 사업을 하고 무슨 학문을 하고 무슨 인생을 논하나. 그 모두 다 헛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나같이 천한 심방놈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벌이는 원혼굿이 무슨 효험이 있겠는가. 한날한시에 죽은 원혼을 진혼하려면 온 마을 사람들이, 아니 온 섬 백성이 한 자손 되어 한날한시에 합동으로 공개적으로 큰굿을 벌여야 옳다. 바람길 따라 구름길 따라 무리 지어 흐르는 수만의 군병들, 전대미문의 가장 억울한 죽음이기에 가장 영험 있는 조상신으로서 우리를 보우해줄 것이다. 어허, 백조일손, 얼마나 좋은 말인가. 덩지덩지 덩덩 덩더꿍. (「목마른 신들」 99면)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현기영의 작가적 출발을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으로서 『순이 삼촌』에서 보여준 그의 괄목할 변화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칠십년대 우리 사회의 격동과 대응, 그는 깊이 묻혀 있던 자기 고장의 비극을 새삼 뜨겁게 드러냄으로써 치열한 작가정신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 이호철 (소설가)

현기영의 문학은 지방주의나 복고주의적 민족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그려내는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토속적 세계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에서 제주도 민중이 겪어야 했던 역사로서의 제주도이며, 그래서 제주도의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로 우리 민족 전체의, 나아가 전인류가 당면해온 보편적인 문제로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신승엽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26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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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순이 삼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m****h | 2023.03.2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 2022년 11월, 제주 4.3을 찾아서 작가의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된 현장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만이 그곳에... 4.3은 하얀 눈 밭에 떨어진 붉은 동백의 형상일까?, 작가는 순이 삼촌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논두렁에서 죽은 지 이십 여일만에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 기억 저편에 있는 어린 시절을 소환한;
리뷰제목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 2022년 11월, 제주 4.3을 찾아서 작가의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된 현장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만이 그곳에...

4.3은 하얀 눈 밭에 떨어진 붉은 동백의 형상일까?,

작가는 순이 삼촌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논두렁에서 죽은 지 이십 여일만에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 기억 저편에 있는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을...

삼십 전 군 소개 작전에 따라 소각된 잿더미 모습 그대로... 그러니 70년대 말이다. 삼촌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1948년 제주, 대토벌의 그 날, 오누이를 한꺼번에 잃은 그날, 뱃속에 아기가 유일한 씨앗이었다.... 삼촌은 찾아갈 사람이 없어 그대로 방치됐던 시체 둘을 큰아버지의 손을 빌려 치운다음, 고구마를 심었다.  

 

더운 여름날 삼촌은 그 고구마 밭에 아기구덕을 지고 가 김을 매었다. 옴팡진 밭, 오누이가 묻혀있던 그곳 돌담 그늘에는 구덕에 아기가 자고 있었다. 호미 끝에 때때로 흰 잔뼈가 튕겨나오고 녹슨 납탄환이 부딪쳤다. 조용한 대낮일수록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들린다. 환청이 들린다. 순이 삼촌은 삼십 년도 동안 떠나질 못했다. 삼촌은 이미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 죽었다. 그 옴팡밭에서 삼십년의 우여곡절의 유예를 보내던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당신의 가슴 한 복판을 꿰 뚫었을 뿐이다.

 

음력 열여드레 달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고, 마당에 깔린 싸락눈이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고...지나가는 사람의 기척은 아마 두어집쩨 제사를 끝내고 마지막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렸다.

1948년 겨울, 하얀 눈 위로 떨어진 피보다 붉은 동백꽃, 4.3 기념 배지, 제주도의 모습과 동백.. 

4.3 그날의 기억은 기념 공원에 자리하고, 주인 없는 무덤 묘비에는 이름만 남아... 하나 둘 늘어가는 묘비들, 옴팡밭을 파헤칠 때마다 튀어 나오던 흰뼈들이, 지금도...

순이 삼촌의 옴팡밭은 여전히 그렇게 거기에,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 비가 없었더라면 그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길이 없다. 관광객의 발길은 무심코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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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순이삼촌]아직 온기가 있구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무* | 2021.12.17 | 추천11 | 댓글2 리뷰제목
“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 . .   상기 인용문은 2018년 4월 3일, 문 이장의 70주년 4.3희생자 추도사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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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화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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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인용문은 201843, 문 이장의 70주년 4.3희생자 추도사 일부이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참석하여 국가 원수로서는 두 번째의 사과였다가만히 있어야 했던 섬’ ‘기억을 지워야 했던 섬제주도를 예술인들이 끊임없이 들춰내었는데, 추도사의 사례로 든 작품의 처음이 바로 이 순이 삼촌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역사 바로 세우기는 오늘에 이르러 국가추념일이 되었고 희생자증, 유가족증을 발급하기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4.3은 금기의 역사였다. ‘공산폭동이었다. 실제 우리가 부르는 4.3이라는 숫자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날짜는 194843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유래되는데, 이날 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무장대를 조직, 경찰서 기습을 감행했던 날이 기준이다. 이후 제주는 반란의 섬, 붉은 섬이 되었다.

 

[화석]

학살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남편과 자식을 잃은 순이 삼촌은 한평생 피해의식과 고통 속에 살다가 종국엔 그녀가 살아 돌아온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 말 못 할 고통 속에서 돌연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버린 순이삼촌을 통해 작품은 현재의 고통을 되살린다. 어린 시절 학살을 기억하는 주인공과 살아남은 그의 가족, 그리고 순이 삼촌’.

실제 공산폭동이라는  4.3사건의 종료는 1954921일이 기준이다. 이  종료된 54921일은 공식적으로 한라산의 금족 구역(출입금지)’이 해제된 날을 기준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폭동 진압의 공식적 종료일 뿐이었다. 심지어 한 마을 민간인 전체를 몰살하기까지 했던 이 국가 폭력은 공식 종료 이후에도 생존을 위해 산에서 내려온 많은 민간인을 산 폭도’, ‘귀순자라 하여 처형했으며, 첨예한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감추고 숨기고 고립시켰다. 제주의 4.3은 학살을 묻은 그 옴팡밭처럼, 그리고 살아남아 그 밭에서 출토되는 총알과 흰 뼈처럼, 고통을 화석처럼 묻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발굴]

고향이 제주인 저자는 작품 속에 있다. 서울을 살던 주인공 8년 만에 고향 제주를 찾는다. 제사를 위해서. 김포공항에서 단 50분 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 가 소환하는 물음. 한 마을 전체가, 이 마을, 저 마을 날짜를 달리하여 제사를 지내며 곡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주인공이 다시 찾은 고향 제주와 이 곡소리의 소환이, 어쩌면 지난날 국가가 묻었던공산 폭동'의 흙을 걷어내고 국가 폭력에 의한 4.3으로 씻어냄이 아닐런지...... 화석이 된 고통의 역사를 발굴하는 그것.

 

[그리고, 그 깨움 ]

쉬쉬해야만 했던 4.3의 진상을 공식적인 문서로 처음 기록한 것이 이 순이 삼촌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많은 문예인이 4.3을 소환했다. 국가는 묻었지만, 끊임없이 저자와 같은 민간 문예 인들이 이 깨움의 활동을 한 것이다. 나아가 오늘날 문이장은 국가원수로서는 두 번이나 추념식을 찾았고, 군 최고 책임자까지 사과하기 이르렀으며, 그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지금이 되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 끝자락에 자리 잡은 해방 이후 한 줄 반란의 역사였던 제주 4.3 사건을 이 같은 깨움 활동으로 국가 폭력의 역사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녹색 신호등을 바라보듯 머리에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을 만나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하는 4.3임을 깨닫는다.

그래, 내 가슴에 아직은 온기가 있구나. ‘순이 삼촌이다.

 

 

댓글 2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구매 순이 삼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뀨* | 2021.05.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순이삼촌 -현기영 문학의 좋은점은 시대배경을 잘 알수 있다는게 좋은점인것 같아요. 4.3사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다 읽고 다니까 여운이 많이 남아요. 좋은 책이라서 다들 한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근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동냥꾼이였어요. 친구의 사정이 어떻든 재단하며 마지막 사먹은 만이천원짜리 맥주가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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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문학의 좋은점은 시대배경을 잘 알수 있다는게 좋은점인것 같아요. 4.3사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다 읽고 다니까 여운이 많이 남아요. 좋은 책이라서 다들 한번 쯤은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근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동냥꾼이였어요. 친구의 사정이 어떻든 재단하며 마지막 사먹은 만이천원짜리 맥주가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그 작품을 읽은 날은 저녁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다른 책도 관심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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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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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4.3을 입에 올리지 않던 시대, 순이 삼촌은 조용히 그리고 강력하게 4.3을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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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m****h | 2023.03.22
구매 평점5점
4.3항쟁을 문학을 통해 세상에 알리는 용기 있는 행동과 양심, 아직도 삼촌이 엄연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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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m****h | 2022.11.03
구매 평점5점
4.3 과 제주에 관심이 있다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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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h |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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