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3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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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82g | 153*224*15mm |
ISBN13 | 9788972915812 |
ISBN10 | 8972915815 |
발행일 | 2015년 03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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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82g | 153*224*15mm |
ISBN13 | 9788972915812 |
ISBN10 | 8972915815 |
편집자 노트 제2판 서문 1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 사회와 개인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 진보로서의 역사 6 지평선의 확대 부록 E. H. 카의 자료철에서 : 『역사란 무엇인가』 제2판을 위한 노트 개역판 역자 후기 초판 역자 후기 인명, 서명 색인 |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으면서, ‘역사는 결국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초판은 1961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펼친 6번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엮었으며, 저자의 사후인 1987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의 의미를 진지하게 제기하면서, 역사가의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역사기록이란 역사가에 의해 선택된 사실로 구성되기에, 그 과정에서 승리한 이들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역사가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을 역설한 주장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먼저 ‘역사가와 사실’이라는 제목의 1장에서, ‘완전한 역사의 서술’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역사란 확인된 사실의 집성으로 이루어진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역사가는 사실을 얻어 집에 가지고 가서 조리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식탁에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하게 되며, ‘역사적 사실의 지위는 해석의 문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가의 주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일’이기에, 동일한 사건일지라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이 항목의 말미에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대화’라는 최초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2장의 제목은 ‘사회와 개인’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그 내용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된 개인과 개인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라는 관점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역사 기술이 위인 중심으로 기록되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위인이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면서 대행자이고, 동시에 세계의 양상과 인간의 사상을 바꾸는 사회의 여러 힘의 대표자이며 창조자인 뛰어난 개인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견해는 특정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이른바 ‘위인’이리고 칭해지는 인물들도 결국 그 사회의 전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돌출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물론 그러한 인물들이 당대의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역사에 명암(明暗)을 드리울 수도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역사와 과학과 도덕’이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다른 학문 분야인 과학과 도덕이 역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파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4장에서는 ‘역사에서의 인과관계’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아울러 ‘진보로서의 역사’라는 제목의 5장에서,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는 역사 그 자체에서 방향감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 사회관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관점은 자연스럽게 마지막 6장의 ‘넓어지는 지평선’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낙관주의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논거를 펼치기 위해 인용한 내용들이 기존의 서구 역사를 다루는 문헌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세세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역사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조언을 던지고, 또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역사란 단순한 사건의 연대기의 종합이 아니라, 역사가의 임무가 특정 사건의 의미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절대적이고 완전한 역사라는 것에 의문을 던지면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는 새롭게 해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겠다.(차니)
『역사란 무엇인가(김택현 옮김/까치)2015,What Is History(1961)』는 질문하고 치열하게 답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를 자극하고 깨어있게 만드는 E.H.카의 주요 저서다. 러시아 주재 외교관이기도 했던 카의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저작은 14권 분량의 소련사인 『소비에트 러시아의 역사』로 이 책은 “탁월한 역사적 업적”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69세였던 카가 1961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연을 묶은 책이다. 강연의 이유를 제 2판을 위한 서문에서 “진보에 대한 모든 신념과 인류의 더 나은 진보에 대한 모든 전망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배제해버리는 오늘날의 회의주의와 절망의 조류가 엘리트 주의의 한 형태”(p.12)라 진단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함임을 밝힌다. 전쟁과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 전반기, 진영 간 갈등이 두드러졌던 냉전기를 몸소 경험했던 저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긴밀히 연결함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된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로 시작한다. 사실은 역사가가 허락할 때에만 이야기하며 어떤 사실에 발언권을 주고 순서나 전후관계를 결정하는 사람 역시 역사가(p.21)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여러 학자가 갖고 있는 견해를 소급해 그들이 놓치고 있는 면을 짚기도 한다. 결국 인간과 그의 환경의 관계를 역사가와 그의 연구주제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고 “평등한 관계, 주고받는 관계”로 역사가는 자신의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고 동시에 이와 반대로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드는 끊임없는 과정에 종사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카의 유명한 명제인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2장 “사회와 개인”에서는 역사는 하나의 사회적 과정이며, 개인은 그 과정에 사회적인 존재로서 참여하므로 사회와 개인의 대립을 가정하는 일 자체가 우리의 사고를 혼란시키는 미끼일 뿐이라고 말한다.(p.79) 이를 위해 살펴보는 가정들과 역사 위인설 등 여러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3장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에서는 역사가를 역사적 사실의 수집가와 구별해주는 것을 일반화로 본다. 일반화의 진정한 핵심은 이를 통해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데 있다. 즉.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사건들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p.96)는 인상 깊은 주장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키며 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조망하게끔 이끈다. 역사가와 자연과학자가 동일 선상에 있는 이유와 근거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에서는 역사에서의 우연의 문제를 다루는데 저자의 선명한 주장을 볼 수 있다. 5장 “진보로서의 역사”를 넘어 마지막으로 “지평선의 확대”에서는 세계 중심의 이동을 확인한다. 그는 “나 자신으로 말하면, 나는 여전히 낙관론자이다.”라고 전하며 앞서 살폈던 이론가들의 동의하기 어려운 역사관을 소환하고 결론 내린다.
부록으로 실린 제 ‘2판을 위한 노트’는 방대하고 꼼꼼하게 모은 자료철을 통해 세상에 나오지 못한 판본을 잠시 상상하게 만든다. ‘역사이론에 공헌한 가장 소중한 인물들 중 한 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카는 묻기를 멈추지 않은 학자였고 자신이 먼저 답하고자 한계를 두지 않고 시간의 밀도를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오래 전 읽었을 때 지적 거인의 논리에 감탄해마지 않았는데 마치 초독 같은 재독을 했던 이번에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강연이었던 만큼 더욱 자신의 뜻을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두드러졌다. 즉, 논지를 요약하기 위해 거듭 서수를 사용하면서 사례를 대고 다양한 예시로 설명을 보충하기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다만, 엄청난 분량의 인용이 미덕이자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인용이 매끄러운 자갈길을 걷는 느낌을 주었다. 돌 하나하나를 주워들고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다가는 너무 지체되고 혹시 들어섰던 이 길이 애초에 어디를 향했었는지 놓칠 것 같아 일단은 계속 통과하는 여정이었다. 시대와 조류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면 책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고 이는 독자의 몫인 것 같다. 용이한 독서는 아닐지라도 『역사란 무엇인가』 읽기는 선택보다 필수에 가깝다. 곱씹어 반복해 읽을 필요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나는 역사를 어떻게 정의내리고 시선을 거두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역사의 범위와 초점을 조정했을 때 답은 달라질 것이고 정해진 정답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묻는 일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또렷한 자극으로서도 카의 저서는 멈추지 않고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p.46)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다.(p.96)
(전략)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 때문에 답변을 내놓고자 한다면 쉴 수가 없다. 위대한 역사가-혹은 더 폭넓게 말하자면 위대한 사상가-란 새로운 것들에 관해서 또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다.(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