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1999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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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7쪽 | 444g | 134*225*30mm |
ISBN13 | 9788937460197 |
ISBN10 | 893746019X |
출간일 | 1999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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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7쪽 | 444g | 134*225*30mm |
ISBN13 | 9788937460197 |
ISBN10 | 893746019X |
비록 장교의 눈에는 소년들의 삶의 투쟁이 재미있는 놀이로 비춰졌을지언정 소위 성인들이 저지른 인간본성의 적나라한 표출은 소년들의 삶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섬 소년들이 장악한 그곳에서 그들 사이의 음모와 권력 그리고 편가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자는 소년들의 벌거벗은 몸뚱이마냥 우리 사회를 그려 넣으려 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
1. 소라의 소리 2. 산정의 봉화 3. 바닷가의 오두막 4. 색칠한 얼굴과 긴 머리카락 5.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 6. 하늘에서 내려온 짐승 7. 그림자와 높다란 나무 8. 어둠에의 선물 9. 어떤 죽음 10. 소라와 안경 11. 성채 바위 12. 몰이꾼과 함성 13. 작품 해설/유종호 14. 윌리엄 골딩의 생애와 문학 15. <파리대왕> 論 |
제목을 읽고 뭐지? 라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무인도에 불시착하게 된 소년들.
꼬마들과 큰 아이들로 분류되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모여 살아가기 위한 협의를 한다. 아이들에 의해 지도자로 추대된 랠프와 그런 그를 시기하는 잭.
랠프는 구조를 위한 봉화와 오두막을 지을 것을 강조하지만 잭은 오로지 사냥에만 관심이 있다. 모여서 규칙을 만들지만 그들이 지키기에는 아직 그들은 너무 어리다.
점점 와해되는 무리. 잭은 다른 무리를 지어서 나가고 그들은 얼굴에 칠을 하면서 자신의 내재된 폭력성을 일깨운다.
그러던 중 소년들은 사이먼을 괴물로 착각하여 살해하고, 뒤이어 돼지를 죽이고...
점점 과격해지고, 추악해지는 인간들.
어린이 아닌 12살 정도의 아이들이 벌이는 모습들이 어쩌면 우리의 모습들과 참 많이 닮아있다.
왜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라는 의문도 가져보았다.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에서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알게 됬다.
<파리대왕>의 작가 윌리암 골딩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교사로 근무하던 중 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복무하면서 참전하였다.작가는 이 시기에 참혹한 전장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이것이 소설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54년)에 잘 드러나 있으며 198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파리대왕>의 원래 영어 제목은 Lord of the Flies이다. 이 말은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예수님이 예로든 바알세불(또는 바알세붑)의 뜻이 ‘파리들의 주님’,’곤충의 왕'정도로 해석된다.윌리암 골딩이 이것을 영어로 표현한 제목이다.이렇게 악마를 가리키는 은유적인 의미를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파리대왕'처럼 어색한 표현이 된다.소설 속에서 파리가 꼬인 죽은 돼지 머리와 소년들 중 한 명인 사이먼이 대화를 나누는 초자연적인 장면이 있는 데,바알세불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이 장면이 이 소설의 전체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돼지 머리에 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파리들…이 파리들은 잭과 그를 따르는 아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결국, 돼지머리는 인간에게 내재된 악마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은 어느 미래의 핵전쟁 상황이다. 전쟁을 피해 피난가던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 섬에 불시착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순수한 10대의 어린 소년들이 문명과 동떨어진 섬에 고립된 후 점점 야만인으로 변해간다.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랄프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소라를 불어 소년들을 소집함으로써 대장으로 선출되는 데 소라는 민주적인 질서를 상징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충동적인 독재자 잭이 권력을 잡게되고 소년들은 그들이 따르던 질서를 버리고 오직 생존을 위해 싸운다. 정체불명의 외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 굶어 죽을 수도 있는 극한의 생존 위기 상황에서 순수해야 할 소년들이 살기 위해 점점 야만인으로 변해간다. 섬은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고 양심이 사라지는 비이성적인 사회가 된다.그래서 이 소설을 해석할 때 랄프를 선으로 잭을 악으로 상징화된 인물로 보면서 선과 악이 대립할 때 인간의 악한 본성이 결국 선한 본성을 이긴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작가 윌리암 골딩은 <파리대왕>의 주제에 대해서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원을 찾아내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소설 속 이런 어린 소년들의 행동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사회의 형태는 훌륭한 문명이나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윤리적 성격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이성과 문명이 극한 상황에서는 얼마나 피상적인지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소년들의 모험담이 아니라 다양한 상징과 우화와 풍자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과 그 사회의 반영이라는 핵심적인 철학적 질문을 하고 있다.안타깝지만 인간은 악마적 본성을 가지고 있고 역설적으로 이런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명이 필요하고 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악마적 본성을 조금이라도 다스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의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123쪽
나도 짐승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발톱이나 그런 걸 가진 짐승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무섬 탈만한 것이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어.돼지는 얘기를 멈췄다. ~ “다만 우리가 사람에 대해서 무섭을 탄다면 문제가 달라진단 말이야.”
214쪽
파리대왕이 자신을 짐승이라 주장하며 “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란 것을,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란 말이야.왜 모든 것이 틀려먹었는가,왜 모든 것이 지금처럼 돼버렸는가 하면 모두 내 탓인 거야.
6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영국 소년들이 격추당한 비행기에서 비상 탈출한 뒤 태평양 무인도에 고립됩니다. 그들은 12세 소년 랠프를 대장으로 삼아 생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지만 얼마 못가 두 패로 갈라지고 맙니다. 랠프는 집단의 규칙을 정하고 봉화를 통한 구조요청을 최우선으로 삼지만, 애초 랠프가 대장이 된 것에 반감을 품고 있던 잭은 멧돼지 사냥을 통해 소년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무인도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이들의 갈등은 점점 심각해지고 끝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야만적인 형태에 이르고 맙니다.
(서평에 앞서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파리대왕’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다른 출판사 혹은 다른 번역가의 작품을 찾거나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길 기다리는 게 낫다는 점입니다. 1999년에 1쇄가 나왔고 제가 읽은 건 2015년의 66쇄인데, 어설픈 직역 혹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번역으로 무려 16년 동안 66쇄까지 찍었다는 게 (출판사의 명성을 감안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소년들이 할아버지 말투로 말하고 있다.”는 한 독자의 비판은 형편없는 번역의 문제를 단적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실은 이보다 심각한 대목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노벨상까지 받은 작품이 한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게 그저 씁쓸할 뿐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뒤늦게 읽게 됐습니다. “무인도에 갇힌 소년들이 괴물이 돼버리고 마는 이야기”라는 어설픈 정보만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설정인데다 명품 고전에 대한 지적 허영심까지 더해져 나름 큰 기대를 가진 작품입니다.
요즘의 6~12세라면 어른 뺨 칠 정도로 알 건 다 아는 나이지만, 이 작품이 집필된 1954년을 기준으로 하면 리더 역할을 하는 12세 소년이라고 해봐야 세상에 대해 이제 막 눈을 뜬 정도에 불과합니다. 어른 하나 없는 무인도에 고립된 그 또래 소년들이 원초적인 본능과 욕망 때문에 자연스레 권력투쟁을 벌이고 살인을 서슴지 않게 되는 과정은 도구와 불을 손에 넣은 원시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주장하며 전쟁과 살상을 일으킨 먼 고대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모르긴 해도 15세 혹은 그 이상의 소년들이었다면 이 작품이 안긴 충격과 의미는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랠프가 법과 규칙을 통해 집단을 조율하면서 분업과 협동으로 구조 계획을 세우는 인물이라면, 자신이 대장이 되지 못한 것에 분노한 잭은 멧돼지 사냥을 통해 식욕이라는 원초적인 욕망을 채워주며 야만성과 본능에 호소하는 인물입니다. 애초 합리적인 대장 랠프에게 기울었던 소년들은 무인도라는 무자비한 환경에 시달리면서 점차 구조 자체보다는 잭이 제공한 기름진 멧돼지 고기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결국 잭이 소년들을 손아귀에 넣을 무렵에는 통제 불가능한 광기가 무인도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자기편이 아닌 자는 단지 갈등의 상대가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배틀 로열’식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라, 아직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접하지 못한 무구한 소년들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무시무시한 괴물로 진화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섬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워낙 독하고 센 서사를 많이 접한 요즘 독자에겐 큰 감흥을 주기 어려운 이야기인 게 사실이고, 기대보다 다소 싱거운 엔딩 역시 무척 아쉽긴 했지만, 아마 1954년의 독자들에겐 꽤 큰 충격을 주고도 남았을 거란 생각입니다.
이 작품을 원작 삼아 제작된 영화가 있는 걸로 아는데, 소설의 깊이와 무게감이 제대로 구현됐을지는 미지수지만 번역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찾아볼 생각입니다. 언젠가 다른 번역가에 의해 새로운 판본이 출간된다면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