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더 많다. 글쓰기도 그렇다. p.54”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씨가 파파이스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사기라고, 배울게 없다고.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이게 무슨 비법이냐는 말이다.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게 무슨 비법이란 말인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다 하는 말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하면 다르다. 비법을 실천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그 자체로도 자극제가 되어줄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결국은 실천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몸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써보지 않으면 모른다. 강원국의 글쓰기, 유시민의 글쓰기도 결국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질리도록 써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고, 그 노하우를 실험해 보지 않는 이상은 보기 좋은 약일 뿐이다. 내 몸에 맞는지, 내 병에 맞는지는 결국 먹어봐야 안다. 독서도 결국은 읽어봐야 아는 것이고. 애석하게도(?), 강원국 씨의 말과는 다르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비교적 나에게 맞는 책이다.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 타인에게(p.316)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p.317”
회사에서 보고서를 쓸 때 찰떡처럼 쓰기가 어렵다. 내 의도를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런저런 말로 포장하고 애써보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이다. 비문과 오타는 기본이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남기는 글들도 마찬가지다. 잊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자 글을 남긴다. 후에 다른 일에 필요할까 하여 요약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여기에 혼자 끄적이는 글조차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임을 말이다. 그래서 노력을 덜 한다. 최대한 쓰려고 애쓴다 믿지만, 오탈자도 보지 않는다. 그냥 남기는데 의의를 두고 있을 뿐이다. 배움이, 노력이 확실히 부족하다.
배움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항상 최소한 한 가지는 건지자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녀)의 방법’인 이상 ‘나의 방법’은 아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기를 택했다. 요즘 보고서를 쓰고서 중얼거리는 일이 늘었다. 확실하게 소리 내어 읽어보는 방법이 오탈자를 잡고, 문맥을 바로잡기에는 가장 좋았다. 보고서를 쓸때도,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p.323”
어용 지식인을 자청하는 유시민 작가의 글은 울림이 있다. 이런저런 논쟁에 휘말리고, 구설수에 자주 오르지만 그의 글을 보는 이유는 하나다. 그는 글을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쓴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 p.316”임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말이 바로 ‘공감’이다. 글이든, 삶이든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만큼 처량한 일이 없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지만, 글과 삶의 힘은 함께 하는데 있다. 그렇기에 그는 지식소매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젊은 날의 유시민의 삶은 ‘항소이유서’라는 짧은 글로 대변할 수 있다. “슬픔과 노여움”으로 살았고, 그만큼 고난의 길을 걸었다. 먼 길을 돌아온 그가 앞으로의 삶은 어떤 글을 더 쓸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보며, 어떤 노력을 여기에 남길 수 있을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게으른 노력으로 짧은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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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엄격한 논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논증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p.42
이상은 종종 철옹성처럼 보이던 현실을 흔들고 무너뜨린다. p.49
살다 보면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더 많다. 글쓰기도 그렇다. p.54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김형수 시인은 아주 어렸을 때 생활 글쓰기로 창작 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생활 글에는 논리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가 다 있으면 문자를 알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재미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기가 쉽지 않다. 공감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p.62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 할 수 있다. 발췌가 물리적 작업이라면 요약(p.74)은 화학적 작업이다. 그런데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요약하려면 정확하게 발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발췌 요약이라는 말은 요약이라고 줄일 수 있을 것이다. p.75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p.77) 하다. p.78
첫 문장을 자신 있게 쓰려면 먼저 글 전체를 대략이라도 구상해야 한다. 그런 구상 없이 첫 문장을 쓰려면 설계도와 조감도 없이 무작정 집 짓기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다. p.99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p.118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p.216
건강하다는 것은 단지 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가(p.220)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p.221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p.247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 타인에게(p.316)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p.317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