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덜 행복하다? 도시는 빈민을 양산한다?
편견 넘어 모색해야 할 새로운 관점
너무 과밀한 인구, 그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극심한 경쟁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각박한 도시보다 농촌이나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통계조사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본문 11쪽) 도시가 불행의 원인이라면 어려움을 감수하고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도시의 빈곤 문제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빈민 문제를 대도시 성장에 따른 그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도시에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고 믿는 가난한 사람들이 끊임 없이 모여들어 도시의 빈곤율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선진국과 대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막을 방법은 없으며, 막으려는 노력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한다.(“알고 보면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온 백인들도 난민이었던 것이다. …… 선진국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과 자유를 동반한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다.” ―15쪽, 16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상반된 도시 이론을 검토한다. 하나는 도시의 폐해와 문제점을 지적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의 저자 제인 제이콥스, 다른 하나로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일컫는 『도시의 승리』의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의 이론이다. 그리고 대안에 관한 저자의 논의를 시작한다.
“시대가 변화하듯이 도시 흐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제 인류는 도시를 빼놓고는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 여전히 제인 제이콥스의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관들이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제권의 빠른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화된 도시 이론의 등장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진화하는 현대 도시 탐사, 도시의 내일을 보는 생각의 여행
이 책은 우선 1부 ‘현대 도시 여행’을 통해 이 같은 도시에 관한 편견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볼 것을 권한다. 저자와 함께 현대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보면 특정 관점이나 한 가지 생각만으로는 절대로 도시를 이해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바르셀로나와 싱가포르를 한 자리에 놓고 살펴보는 저자의 의도가 바로 그렇다. 두 도시 모두 각광받는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손꼽히는데, 발전 과정은 상이하다. 100년 넘게 건축 중인 성당(가우디의 성가족 성당)과 첨단 친환경 빌딩(장 누벨의 토레 아그바르)이 공존하며 랜드마크를 형성한 바르셀로나, 압축적인 경제성장 로드맵으로 아시아 최고의 풍요도시로 거듭난 싱가포르, 이 책은 그 양극단의 사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다른 도시들의 변주를 하나하나 살펴나간다. 하지만 좋은 사례가 그대로 다른 도시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여러 도시가 경쟁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창의 도시’에 관한 저자의 지적은 날카롭다.
“현재 전 세계는 국가, 도시, 기업 모두가 창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먼저 이러한 창의의 본질을 꼭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나친 창의에 매달려 조직과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리더들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 지역경제 살리기를 목적으로 시작된 창의적인 관광 인프라 계획들은 오히려 일본을 장기적인 침체로 몰고 가는 원인을 제공하였는가 하면 기업 또한 무조건적인 창의에 집착하다가 기업 본연의 공유가치를 놓쳐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는 끊임없이 개선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파악했을 때에야 그 가치를 발할 것이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말 속에 함축된 창의의 의미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의를 말한다. 어쩌면 지식 정보화 사회는 오히려 넘쳐나는 아이디어(창의)가 문제일 수도 있다.” ― 1부 ‘현대 도시 여행’ 중에서
2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넘어’에서는 인류가 추구해온 이상적 도시의 모습과 그에 반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오늘의 도시를 검토하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독특한 페미니즘 미술운동을 전개한 게릴라걸스의 사례를 들며 중소도시의 생존/발전 전략을 모색한 부분은 전국적으로 도시화가 진행 중인 우리 현실에 비추어 주목할 만하다. 3부 ‘내일의 도시, 도시의 내일’은 우리나라 도시들을 포함해 건강한 발전을 추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검토하여 미래의 도시상을 그려 본다.
저자의 시선은 지난 100여 년의 시간과 국내외 장소의 경계를 넘어 부지런히 움직인다. 전문적인 내용도 상당히 담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은, 저자가 이론가이자 실무자이자 문화기획자로서 겪은 실천적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도시환경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회사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JSB도시환경)’ 대표로 일하며, ‘미래도시환경연구원’ 부원장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20대 청춘 시절엔 축제문화연구소 소장, 언더그라운드 길거리 문화운동가, 도시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지금도 정크아티스트, 설치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선』은 도시를 위해 일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 단 한 가지 발견되는 편견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의 도시와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살아가며, 도시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도시에서 생을 마감”(210쪽)하는 현대인과 함께 저자는 꿈꾸고 싶어 한다.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지속가능한 미래 또한 현재 안에 있으며 짧은 꿈속에 무한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도시, 미래의 도시는 그것을 꿈꾸는 오늘의 우리 안에 있지 않을까.” ― 3부 ‘내일의 도시, 도시의 내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