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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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406g | 153*215*13mm |
ISBN13 | 9788936472658 |
ISBN10 | 8936472658 |
발행일 | 2015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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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406g | 153*215*13mm |
ISBN13 | 9788936472658 |
ISBN10 | 8936472658 |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사회에 대한 통찰로 웹툰에서부터 유명한 <송곳>. JTBC 드라마 원작이기도 한 작품을 도서관에서 보았습니다.. 일단 1, 2권만 빌려서 읽었습니다.
점장의 선전포고 이후 공식적인 왕따가 된 이수인. 점장의 의도대로 그들은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듯 이수인을 공격하고 고립시켰습니다. 그러나 점장의 메시지는 이수인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고,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합니다. 사람들을 모아 노동상담가 구고신의 강의를 듣게 하지만, 사람들과 거리를 둔 행동 덕에 노동조합 가입이 힘이 듭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인기 있는 주강민이 동료 문제로 힘을 보태며 노동조합 가입에 발동이 걸립니다. 회사 간부들이 관리직들을 한 명씩 만나 감언이설로 그들을 회유하다 보니 그 말에 혹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는데, 이제 함께 힘을 합칩니다.
괜히 일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인 이수인에게 구고신은 자신이 무엇을 하면 회사가 쪼는지, 자신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싸우면서 확인하는 거라며, 싸우지 않으면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걸 넘을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회사들도 처음이고, 노동자들도 처음이며, 노동자들이 두려운 만큼 회사들도 두렵다는 것을 알라고 하지요.
이수인과 구고신, 주강민과 동료들이 힘을 합쳐 회사와 첫 번째 치른 전투는 그들의 승리로 끝나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자기 앞에 몇 명이나 있는지를 헤아리던 겁먹은 눈들이 옆이 아닌 앞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문 후유증으로 만성 신부전을 앓게 된 구고신의 과거와 치열하게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수인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을 부탁하지요. 구고신은 흔쾌히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듭니다. 힘들게 참고 일했는데 그것마저 뺏어간다고, 그래야 경제가 산다고 한다면서, 노동자들이 힘든 건 그들이 못나서 그렇다며 말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 이들은 숫자고, 시키는 대로 하다가 새끼나 낳아 길러서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가축이랍니다. 뺏어도 화내지 않고 때려도 반격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지요.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살아 있는 인간은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워야 한다고 그들에게 말합니다.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다른 섬의 존재입니다. '여러분 곁에 노동조합이 있습니다'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이수인의 존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든 안 하든 모든 노동자들의 의지가 됩니다. 첫 번째 싸움이 승리로 돌아가서 이제 좋은 일만 남았나 싶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지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하지요. 푸르매 식품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깨우쳐 진정한 노동자로 거듭나길 바라며, 3권이 기대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최규석 화백의『송곳 2』는 안흥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나는 만화를 읽을 때도 거친 그림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현실 생활도 각박한데 독서에서까지 험한 그림을 보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 작품은 노동 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 당연히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선이 날카로웠다. 나로서는 선호하는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난 것은 추천사를 통해서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1권에 이어 단숨에 2권까지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투사들도 보통 사람임을 느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 이수인이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이니 어찌 보면 기득권층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비리를 보고 참지 못하고 일어서곤 했다. 주위에서는 그를 반골 성향을 지닌 강렬한 투사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눈을 질끈 감았으면 되었는데 왜 나섰을까, 모두들 가만히 있는데 왜 하필 내가 나서야 했나, 라면서……. 타고난 투사가 어디 있겠는가?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도 모두 보통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 ‘왜 하필 나인가?’라는 갈등을 겪지는 않았을까? 투사나 초인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으로서 앞장을 선 분들에 대해서 사회에서는 다함없는 존경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문득 광주 망언을 되풀이하는 부류에게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투사들은 망언을 일삼는 무리에게 물병이라도 던지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진실에 눈을 뜨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독재자들은 악덕기업들은 그들 나름의 탄탄한 논리를 갖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환란 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금 모으기에 동참할 때 그것을 축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무리들도 있었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와해시키려는 부류들도 그들 나름의 논리는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민주나 인권은 경제를 살린 뒤에 해도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미국이나 선진 유럽과는 다르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과 경제는 선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것이고, 미국이나 선진 유럽도 각각의 사정이 있었지만 한국적 민주주의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말을 들을 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셋째,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전교조 합법화 초창기에 나는 일선 학교의 분회장이었다. 당시 도내 전교조 지부에서는 당직 근무로 교육청과 대립하고 있었고, 일선 학교에서는 사용자와 전교조 분회와의 갈등이 있었다. 당시 교감 선생이 나를 부르더니 이런 말을 했다.
“전교조 주장 중에 일부에 대해서는 심정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당직만은 아니다. 교직원이 학교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당직을 캡스에 의존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전교조 선생님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언즉시야(言則是也)다. 맞는 말이다. 교사가 학교를 지키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그 큰 학교를 교사가 어떻게 지킨단 말인가? 또한 숙직을 했다고 해서 다음날 수업을 제외하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에 도난사고가 발생하면 당직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나는 순진하게 교감선생의 말씀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한두 명의 교직원이 학교의 모든 시설을 지킨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은 생각하지 못한 채……. 주인공 이수인도 그랬다. 육사 생도 시절 부정 선거에 항의했던 그는 갖가지 핍박을 받았다. 그렇게 온갖 고생을 다 시킨 뒤에 졸업만은 시켜주겠다고 회유하는 훈육관에게 존경의 마음을 품었다. 그가 가장 교활한 형태의 체제 수호자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였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당시 나를 돕는 척하면서 만류하던 선배나 상사들은 ‘교활’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체제 수호자의 편에 선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출판사의 리뷰에서는 이 작품을‘웹툰의 품격을 높인 이 시대 최고의 명작, 월급생활자들의 필독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바이블’이라고 소개했다. 1권에서는 그 말을 어렴풋이 느꼈고, 2권에서는 상당부문 공감을 했다. 극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노동자들인 청소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한 필독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