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5년 0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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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2쪽 | 73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9247387 |
ISBN10 | 8959247383 |
발행일 | 2005년 0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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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2쪽 | 73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9247387 |
ISBN10 | 8959247383 |
1부 서문 프롤로그 - 무대를 떠나며 제1부 제5공화국 전반기 : 1980~1985년 청와대 비서관 시절 01 새 공화국 준비 1980년 02 제5공화국 출발 1981년 03 격동의 1982년 04 새로운 출발 1983년 05 자신감에 찬 국가운영 1984년 06 1985년 2·12 총선 전후의 바람들 제2부 제5공화국 후반기 : 1985~1988년 안기부장 특보 시절 07 혼란스러운 1985년 봄 08 정상 회담 추진을 위한 남북 비밀 회담 09 북한 특사의 서울 방문 전모 10 분단의 벽을 넘어 평양으로 11 역풍과 반전을 위한 시도 12 위기의 1986년 13 벼랑 끝에 선 1987년 16 6·29 민주화 선언의 진실 15 월계수회와 12·16 대통령 선거 16 보통 사람의 시대를 열며 제3부 제6공화국 전반기 : 1988~1990년 민자당 출범 17 4·26 총선과 여소야대 정국 18 5공 청산과 전 前대통령의 백담사행 19 정계 개편을 위한 물밑 대화 20 중간 평가의 유보 21 정계 개편 추진과 공안 정국 22 정무장관으로 정계 개편 본격 추진 23 정계 개편의 마지막 걸림돌, 정호용·이원조 24 3당 합당을 향한 카운트다운 박철언 누구인가? - 한반도통일문화재단 사무처 박철언 약력 |
박철언씨가 이 책을 내었을 당시 화제가 대단했다. 이 사람은 5공 시절에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코스만 거쳐 그 연배의 누구보다도 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이고, 최근 건강 악화와 침구학의 새로운 용법 개척(침을 먹기도 한다는 말은 화타 이래 첨 듣는 소리겠다...)으로 화제에 오르는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황태자 소리 듣던 사람이니, 그저 소개의 두 마디라도 번거로울 뿐이다. 내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책에서 진솔함을 기대하면 안 된다. 첫째 정치인이란 본래 정직과는 담을 쌓은 인간들이고, 둘째로 정치인 아니라도 사람은 다 자기 입장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뿐이며, 셋째로 아무리 무력화, 거세된 사람이라고 하나 한번 정치인이 영원한 정치인이라는 건 제대군인 해병대의 케이스보다 더 진실이란 측면에서, 그는 여하간 아직도 약하게나마 제 나름 정치를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언사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일 뿐이고, 그 정치는 심지어 사후에도 그 회고록이나 유훈(?)을 통해 지속되는 법이라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무렵 서점에서 일별했고, 그 후에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꽤 정독을 해 가며 보았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런 책은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캐어가며 읽어야 하지, 쓴 그 말하나하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거나 혹은 정반대로 "이 말은 악마의 말이니 누가 믿는대?" 라며 몸부림치거나, 어느 쪽이라고 해도 그건 어리석고 못난 태도일 뿐이다. 혹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을 10대 청소년이라면 모를까, 세상일이 겉으로 뭘 내세우건 액면 그대로를 믿고 산다는 건 사기꾼의 가면이거나 백치의 게거품이거나 둘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인의 언사는 어디까지나, 그 자의 입장에 서서 다른 변수를 대입도 해 보고, 해가 맞지 않으면 모델을 재구성해서 다른 가설을 구축하고,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정치인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크로스레퍼런싱을 시도하는 식의 퍼즐풀이의 연속이 되어야, 그게 독서를 통한 자기발전의 의의가 있는 법이다.
이 기록, 증언집에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빼곡히 나온다. 여성들만 해도 박씨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세간에 알려졌던 홍 모 여인, 심지어 김 모 배우가 있겠으며, 박씨는 자신의 책에서 나름 자신의 입장을 옹호, 합리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되지만, 후계 구도를 놓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혼란이 지속될 때, 지금 신도 앞에 무릎을 꿇었니뭐니 해서 다시 화제에 오르는 조 아무개 목사와, 박씨의 고종 사촌 누나인 김옥숙씨 사이에 있었던 대화는 유명하다.
"김영삼은 안 됩니다. 인물이 그렇게 없습니까? 아 우리 철언이도 있고..."
"(소릴 빽 지르며)그래 따지면 아예 사모님이 (대선에)나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안 된다는 걸 알았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설마 우릴 죽이기야 할까 하는 안이한 생각에, 양보할 게 있고 죽어도 못할 게 있음을 분간하지 못한 어리석은 선택을 한 자들은, 세상의 냉혹하면서도 뜨거운 맛을 늙은 나이에 뼈에 사무치도록 아마 느꼈을 것이다. 그 잘나가던 한국 1세대 귀족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이제 'SK 사모님' 한 분밖에 없다(ㅋ). 그리 귀하게 살다가 지금 그 꼴이 되었으니 사는 게 대체 사는 것이겠으며, 제 실수로 그런 운명을 자초했으니 그게 대체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들인가. 배신의 응보는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다는 세상의 철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영삼 패거리 역시 지금 풍비박산되어 거의 똥 친 막대기나 마찬가지 신세다.
분당을 재보선에서 강재섭 후보가 거의 압도적 표차로 패배했다는 게 현재 나오고 있는 출구조사 결과인가 보다. 하회는 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글쎄. 강재섭씨는 경북고-서울법대-판검사 라인의 거의 첫손을 꼽던 5공 성골 귀족이었으나, 김영삼이가 박철언 라인을 숙청할 때 거의 첫번 스타트를 끊어 TK를 버리고 상도동에 가서 붙은 배신자, 기회주의자의 악명을 들었던 사람 중 하나다. 인상이야 세상에 그런 호인이 다시 없어 보이겠지만, 그가 배신한 박철언은 자신의 고등학교-대학 선배일 뿐더러 13대 총선에서 그를 대구에 공천한 은인이기도 했다는 점은, 이번 선거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참 씁쓸한(고소한?) 입맛을 다시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이 유리한 선거구에서 생환이 이토록 버거운 처지라면, 적지 않은 강씨의 연령을 감안할 때 재기가 더 이상 힘들지 않나 하는 예상을 해 본다. 陽地만 좇고 경우에 따라 배신도 마다않는 출세주의자의 행로라는 게 다 그런 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