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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652g | 153*224*22mm
ISBN13 9788936464424
ISBN10 8936464426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성』은 현대인이 겪는 실존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카프카는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세편의 장편소설을 미완으로 남겼는데, 이들 중에서도 『성』은 작가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온전히 반영된 동시에 미로 같은 세계를 그려 여러 해석을 도발하는, 카프카가 남긴 작품들 중 가장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번 창비세계문학 42번으로 선보이는 『성』은 막스 브로트(Max Brod)가 편집한 초판 대신 카프카의 유고를 토대로 맬컴 패슬리(Malcolm Pasley)가 편집한 비평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카프카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권혁준 인천대 교수가 새로이 번역을 선보이며, 카프카가 구상한 결말과 개고 방향 등에 대해 충실한 주석과 해설을 담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장 도착
2장 바르나바스
3장 프리다
4장 여주인과의 첫 대화
5장 촌장의 집에서
6장 여주인과의 두번째 대화
7장 학교 선생
8장 클람을 기다리다
9장 심문에 대한 저항
10장 길거리에서
11장 학교에서
12장 조수들
13장 한스
14장 프리다의 비난
15장 아말리아의 집에서
16장
17장 아말리아의 비밀
18장 아말리아의 벌
19장 탄원
20장 올가의 계획
21장
22장
23장
24장
25장

작품해설 / “낯선 타향”?혼돈과 미망의 불가해한 세계 경험
작가연보
발간사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원하는 것은 성에서 베푸는 은총의 선물이 아니라 내 권리요.--- p.108

그 순간 K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연결이 모두 끊어진 것 같았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움을 느꼈으며, 평상시에는 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그곳에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는 이러한 자유를 쟁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대거나 쫓아낼 수 없음은 물론, 차마 그에게 말도 걸지 못하리라. 그러나 동시에-이 생각 또한 못지않게 강력했는데?이러한 자유, 이러한 기다림, 이러한 난공불락의 상태보다 더 무의미한 것, 더 절망적인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p.153

어서 가보세요. 저편에서 어떤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여기서는 모든 것이 기회로 가득하니까요. 물론 어떤 기회들은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좌절을 맛보기도 해요. 그래요, 정말 놀라운 일이죠.
--- p.38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을 향한 돌진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내 싸르트르와 까뮈로부터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추앙을 받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 내 소수 인구인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독일계 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오후 2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해 14년간 재직했다. 계속되는 파혼과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신경쇠약을 앓았고, 서른넷에 발병한 폐결핵이 점차로 악화되어 결국 1924년 마흔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러한 삶의 이력은 작가 카프카에게는 다만 자신의 “꿈 같은 내면세계”를 기록하는 작업의 이면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사건이었다.
카프카가 작가로서 돌파구를 마련한 때는 1912년 9월 22일에서 23일 밤사이에 단편소설 「선고」를 완성하고부터였다. 같은 해,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변신」을 집필하고, 첫 작품집 『관찰』을 출간하게 되면서 직장 생활과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써나간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되어 1920년부터 1년 정도 휴식기를 갖고는 새 소설 집필에 매진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성』이다. 당시 카프카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글쓰기를 일컬어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을 향한 돌진”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성』은 끝내 완성을 보지 못한다. 카프카는 평생의 지기였던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사후에 발견되는 모든 원고를 불태울 것을 요청하나, 브로트는 세편의 장편소설 『소송』(1925) 『성』(1926) 『실종자』(1927년 『아메리카』로 출간됨)를 직접 편집해 출간한다. ‘고독의 3부작’으로 불리는 이들 작품 중에서도 『성』은 카프카의 집필 의도와 구상이 온전히 반영된 동시에 해석이 불가해한 듯 보이는 미로 같은 세계를 그려 여러 해석을 도발하는 카프카의 대표작이 되었다. 즉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지만 어떤 문장도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말이 반증하듯 신학적·종교적 해석에서부터 실존주의적, 정신분석학적, 전기적, 사회적 해석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나 독자를 유혹하는 작품이다.

이번 창비세계문학 42번으로 선보이는 『성』은 브로트가 편집한 초판 대신 카프카의 유고를 토대로 맬컴 패슬리가 편집한 비평판을 저본으로 삼았다.『카프카 단편집』『소송』등 카프카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권혁준 인천대 교수가 새로이 번역을 선보이며, 미완성인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카프카가 브로트에게 남긴 의견과 카프카의 개고 방향에 대한 설명 등을 담은 충실한 주석과 해설로, 이토록 여러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독자가 저마다의 독법으로 이해를 구해볼 수 있도록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


성의 권위에 종속된 기형적인 다수에 맞선 이방인 K 그리고 카프카

눈이 내린 늦은 밤, 한 남자가 성에 딸린 마을에 도착한다. 토지 측량사라 자처하는 K는 묵을 곳을 찾아 여관에 들어 마을 사람들을 대면하게 되면서 줄곧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게 되는데 이때부터 한주 동안 K가 성을 드나들며 성의 관청으로부터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마을 처녀와의 결혼을 통해 이 마을 공동체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절망적인 투쟁이 『성』의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K는 자신이 백작의 초빙을 받은 토지 측량사이고, 성에 대해 자신이 잠정적으로 아는 바란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토지 측량사를 찾아낼 줄 안다는 것뿐”이라고 자신만만해하나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전혀 토지 측량사 같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는 천박한 부랑자, 아니 더 악질”로 보이는 행색이 몹시도 남루한 삼십대 남자, 마을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르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K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장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먼 길을 여행해왔으나, 정작 성은 규모나 외관 면에서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다가서려 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듯 혼미한 인상을 준다. 또 학대를 당한 듯한 외모의 마을 사람들 역시 성의 관료들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성에 진입하려는 K의 시도를 방해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불가해한 사건에 그를 연루시키거나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암시만을 늘어놓는다.

K는 이방인이자 아웃사이더로서 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대응한다. K는 특히 성의 고위 관리인 클람과의 대면을 요구하면서 계속 금기와 맞서며,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사로잡힌 마을 공동체에 상식과 계몽의 힘을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K의 연인인 프리다의 비난처럼 “분명히 모든 것을 반박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어떤 것도 반박된 것이 없”는 상황만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반복으로 미로 같은 세계가 형성되고, 수많은 물음이 빚어진다. K의 노력은 결국 실패하고야 마는가? K는 누구이며, 왜 그토록 성에 닿으려 하는가? 성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정작 소설은 너무도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자들을 유혹한다. 혹자는 ‘성’을 가부장적 권위로, K의 투쟁을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투쟁으로 이해하며 20세기에 나타난 전체주의 체제의 권력구조를 그린 작품이자 현대 관료제에 대한 풍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이 무의식의 영역 혹은 친밀한 가정의 영역과 대립하는 서류, 기록 등의 기호체계로 점철된 남성적 세계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다. 카프카라는 개인을 유대민족으로 확장해 서구사회에서 인정을 얻기 위해 헛되이 노력하는 유대민족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으로도 읽힌다. 심지어 혼인에 거듭 실패한 독신자 신세로 결핵을 앓으며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작가 자신의 실패한 삶에 대한 기술이자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삶을 고립시킨 예외적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록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해석을 아울러 결국 『성』은 작가로서의 삶을 산 카프카라는 한 인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려 했던 ‘지상의 마지막 경계선’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토마스 만의 표현대로 ‘전적으로 자전적인 소설’로 체현되었다.

■ 옮긴이의 글
『성』 역시 카프카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전후 맥락이 분명하지 않은 갇힌 상황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지 측량사임을 자처하는 K라는 인물이 한 마을에 도착해 그 마을이 속한 성과 성의 관청으로부터 자신의 직업 활동과 개인적 삶을 인정받기 위해 절망적으로 벌이는 투쟁이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개인이 어떤 대상을 두고 투쟁을 벌이는 구도는 카프카의 여러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데, 『성』에서는 개인의 투쟁이 생존 차원의 투쟁으로 보다 확장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K의 노력은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 성에 진입해보려는 한주 동안의 시도는 물론 마을에 정착하려는 시도 역시 실패하고 만다. K는 성에 들어가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기대하지만, 주민들은 특이하고 비극적인 존재들로서 통찰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K를 연루시키며 또 그가 해독할 수 없는 모순적인 암시들만 제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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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서평] 성- 해소하지 못하는 모호함을 아끼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책**개 | 2022.08.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란츠 카프카의 『성(권혁준 옮김, 창비, 1926)』은 “실종자”, “소송”과 함께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세 작품 중 마지막 미완성 장편이다. 또한 미완성임에도 "작가의 집필의도와 구상이 훼손되지 않은 작품"(p.447)으로 평가된다. 카프카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하고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 14년 동안 상해보험공사 직장생활과 글쓰;
리뷰제목

프란츠 카프카의 『성(권혁준 옮김, 창비, 1926)』은 “실종자”, “소송”과 함께 고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세 작품 중 마지막 미완성 장편이다. 또한 미완성임에도 "작가의 집필의도와 구상이 훼손되지 않은 작품"(p.447)으로 평가된다. 카프카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하고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 14년 동안 상해보험공사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한다. 그는 1904년 「어느 투쟁의 기록」을 시작으로 「변신」 「유형지에서」 등의 단편과 『실종자』 『소송』 『성』등 장편을 비롯해 일기, 편지 등 많은 글을 남겼다. 헤르만 헤세는 1935년 바젤의 투고 글에서 “마침내 나오고 있는 아름다운 카프카 전집의 제3권은 소설 <성>이다. 약 10년 전에 막스 브로트가 작가의 유고에서 찾아낸 작품이다.”라며 “대부분의 독자들이 가장 좋아할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또한 “저 두려운 <소송>”과는 다른, 차라리 “대작 동화라 할 만한 작품”(p.31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김영사)이라고 평한다. 시간을 거슬러 작품이 막 출간되던 순간의 황홀함이 전해진다. 또한 독일의 저명한 평론가, 학자들이 꼽은 “20세기 10대 독일 소설”에서 『소송』과 『성』은 두 번째와 아홉 번째 순서에 이름을 올린다.

 

“K가 도착한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p.7) 평이한 첫 문장은 이후 예측 불가능한 지점으로 독자를 데려갈 것이다. 초빙을 받고 마을에 도착한 토지측량사 K는 날이 밝고 나면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거나 최소한 그를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성에서 맡기려는 일을 파악하고 성에, 혹은 환경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성 아래 마을에 머물기를 선택하고자 한다. 첫 날, 그는 성을 향해서 길을 나선다. 성의 외관을 살피고 방향을 감지하며 나아가지만 길은 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의도를 갖고 주인공을 내치는 듯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결국 도달하지 못한 채 성은 다시 멀어져간다. 책은 총 25장으로 16장을 제외하고 20장까지는 소제목이 있고 21장부터 마지막까지는 장 번호로만 표기하고 있다. 막스 브로트가 편집한 초판과 달리 비평판은 35년의 두 번째 판 이후 1982년 발간되었다.

 

K는 조력자여야 하나 훼방꾼과 진배없는 두 명의 조수를 만난다. 조수로 삼고 싶은 성의 심부름꾼 바르나바스를 통해 성에 도달코자 한다. 바르나바스는 안내자로 다가왔을까? 그는 곧 간파한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위장한 조력자는 “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그의 힘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p.49)음을. 헤렌호프에서 만난 프리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클람에게 가는 여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인물이다. K는 그녀를 선택한다. K는 멈추지 않고 모색하며 전진한다. 입장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분노를 제어하기 어려운 순간에도 희생자인양 하기보다는 돌파하고자 한다. 허들 넘기에 초점을 맞추는 K, 주도면밀한 그임에도 접근을 허용치않는 공략은 전방위적이고 다차원적이다. 그는 결국 어디에 닿는가.

 

몇 년 전부터 재독이 시급한 작품들이 체증처럼 떠나지 않았다. 그 중 꼽히는 작품이 카프카의 『성』이었다. 『성』의 이미지와 주제, 힌트를 선명히 불러내는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K가 성을 갈급해하듯 나 또한 조급증이 들었다. 카프카 전작읽기에 참여한 이유도 『성』 때문이었다. 오래 전 두 권짜리 문고본 깨알 글씨로 읽었던 『성』, 어떤 페이지들은 확고한 인상으로 그 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박혀 있었다. 대표적인 세 장면과 재회하자 생각보다 지엽적이거나 스쳐 지나가는 장면임에 놀랍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반짝인다. 밑줄과 별을 그리고 몇 번을 다시 보태도 부족할, 나와 함께 나이 든 찰나이자 정신에 박제 돼버린 문장, 스러지지 않는 빛이다.

 

그 중 하나. “하지만 그를 직접 대면해본 적은 없어요. 그는 이곳에 내려올 수 없이 언제나 일에 파묻혀 지내거든요. 내가 들은 바로는 그의 사무실에는 차곡차곡 쌓인 서류 뭉치 기둥들이 사방벽을 가리며 가득 차 있는데, 그것들 모두 소르디니가 당장 처리중인 서류들이라는 거예요. 그 뭉치에서 서류들을 빼기도 하고 끼워넣기도 하는데 모든 일이 몹시 다급하게 이루어져 서류 뭉치 기둥들이 줄곧 무너진다고 해요. 기둥이 바닥으로 무너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는 것은 소르디니 사무실의 특징이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소르디니는 진정한 일꾼이고, 하찮은 일에도 중요한 일을 대할 때와 똑같은 세심함을 기울이는 사람입니다.”(p.97) 이토록 환상적일수가! 나도 이렇게 일하고 싶다고 청년일 때 선망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다정하면서도 차디찬 문체로 카프카는 진기한 장면과 상황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이미지는 유기체처럼 연결된다. 물론 분리시키고 떼어내도 훼손당하지 않을 에너지를 갖는다.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기이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는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1924)”에 꼭 맞는 세계다.

 

카프카의 다른 작품들처럼 『성』 역시 모순과 부조리, 부조화의 일상성을 치밀하게 구현한다. 우리는 도달하려는 목적지를 구체화함으로 대상에 근접하고, 베일을 거두고 싶다. 하지만 드러내고자 할수록 숨는 이치. -그런데 관청은, 그 대신 관청은, 이렇게 함으로써 관청은, 대신 관청과는, 따라서 관청이, 그렇게 되면 관청은...(p.86)-하고 이어지는 서술은 집중할수록 모호함만을 배가시킨다. 그렇다면 귀 기울여 보자. 『성』 읽기는 독자에게 듣기이면서 동시에 보기다.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시력보다 청력이다.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과 논지를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풀어낼 때 독자는 최대한 집중해서 그 목소리를 쫓는다. 그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연상 작용까지 놓치지 않으려 의지를 곧추세우는 일이 『성』 읽기다. 상징과 은유, 장치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별개다. 독자의 기억에 정돈되어가는 프리다가 있다면 예레미아스와 함께 있는 프리다는 낯설면서도 수용가능하다. 이에 더해 페피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프리다는 또 다른 인물이다. 인물들은 시작과 끝을 가진 작품 안에서 유동적이고 변신을 거듭하며 여전히 고정되기를 거부한다. 이번에도 좌절은 익숙하다.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읽기도 힘들다니, 정녕 너는 대리석이라는 말인가! 그래도 읽는 대리석 아니냐 편든다.

 

토지 측량 좀 하자고요, 토지 측량을 하려했을 뿐이고, 요청에 부응하려했을 뿐이고, 상식적이고 마땅한 최소한의 의무이자 권리를 원했을 뿐이다. 우리는 문제될 일이 없는 사항에 삐끗 잘못이 인지될 때 약간의 수고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여긴다. 없었으면 더 좋았을, 그러나 직면케 되버린 사건이기에 성실하게 절차를 따라가다보면 ‘문제 해결’이라는 해피 엔딩과 만날 것이다. 나, 원래 침착한 사람이야!라는 증명까지 부가적으로 따라오면 좋으련만 한 순간 폭풍의 눈 안에 갇혀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틈새로도 발을 내뻗을 수 없는 토네이도급 폭풍의 눈, 어쩌면 인생이라는 폭풍의 눈일까. 이런 일은 낯설지 않다. K의 비현실적인 고투가 우리 삶의 재현일 수 있고 수 많은 은유는 사소한 개인의 일상이 “평행이동”한 듯, 나아가 “합동”임이 증명되는 순간이 작품 안에서 연속된다. 이와 같은 확인이 『성』을 읽는 일, 성으로 향하는 K가 겪는 일, K의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독자가 경험을 나누고 무엇이 되었건 명명하고자 애쓰는 일이다. 『성』의 권위있는 해석들에 비교해 나의 해석은 부분집합으로 포함될지, 교집합에 방점을 둘지, 독립적인 서로소일지, 아니면 애초에 어긋난 오해, 잘못된 방향일수도 있겠다. ’명명하기‘는 그럼에도 중요하다. 그 후로 계속해서 다르게 읽힐 발견의 텍스트이기에 더 그렇다.

 

마크롤 가비에로(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나 조반니 드로고(타타르인의 사막), 요제프 K(소송)에게서도 확인했던 하나의 목표에 투신하는 인간상은 K와 동일한 결말을 맞는다. 카프카의 친구이자 유고를 세상에 내놓았던 막스 브로트에게 구두로 전했던 성의 결말(p.485)과 같다. 그 쓸쓸한 최후에 어떤 의미부여가 가능할까. 의미라는 단어에 해당하지 않는, 형식상 필요했던 그저 왜소한 온점만으로 기능하는가. 너무도 가차없었던 개고생 대(vs) 먼지처럼 녹아버리는, 쪼그라들며 흩어져버리는 죽음은 양적으로도 불균형 자체다. 아마도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모두에게 구원은 비밀하고 개별적으로 노크할 것이며 순간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비록 K만한 기개가 없을지라도 누구나 삶에서 최대한 분투한다. 그런 대결, 무익하고 쓸모없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울 안간힘에 책은 미완의 노래를 부른다. 작가 자신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른 노래, 시간을 뛰어넘어 바통은 이어지고 『성』은 지금껏 메아리치며 공명한다. 걸음에 힘이 실린다.

 

(중략) 당신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요? 성에서 온 사람도 아니고, 이곳 마을 사람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무엇이기는 하죠. 이방인, 즉 깍두기 신세로 어딜 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늘 신세를 끼치는 사람-왜, 하녀들이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잖아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 게다가 우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귀염둥이 프리다를 꾀어내는 바람에 속절없이 이 아이를 당신 아내로 내줘야만 하게 만든 사람이죠. 기본적으로 이런 이유들로 당신을 비난하지는 않아요.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한 인간이니까요.(p.73)

그뿐만 아니라 성에 이르는 길은 몇 개나 있어요. 어떤 때는 이 길이 유행이어서 대부분의 관리들이 그 길로 달려가고, 어떤 때는 다른 길이 유행이어서 모두들 그 길로 몰려가요. 어떤 규칙에 따라 이런 식으로 길이 바뀌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이를테면 아침 여덟시에 모두가 어떤 길로 가다가 삼십분이 지나면 다른 길로 가고, 또 십분 뒤에는 세 번째 길로, 또 반시간 뒤에는 아마도 다시 첫 번째 길로 돌아가 그날 내내 그 길로 달리는 거죠. 하지만 매 순간 길이 바뀔 수도 있어요.(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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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성]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n*****4 | 2022.05.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카프카는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거지 틀릴 수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시골의사] 등 단편 되게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김영하 작가의 책 <다다다>에도 이 책을 언급한 부분이 있어 호기심이 생겼는데, 친한 친구도 추천해줘서 구매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법 두께가 있던데 어떨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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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거지 틀릴 수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시골의사] 등 단편 되게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김영하 작가의 책 <다다다>에도 이 책을 언급한 부분이 있어 호기심이 생겼는데, 친한 친구도 추천해줘서 구매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법 두께가 있던데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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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해체되는 실존과 견고한 이데올로기의 미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p*****s | 2022.04.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카프카는 천재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잘 모르겠지만 <변신>은 천재가 쓴 글이라 믿게 되었다. 벌레가 된 이유도 없고 감금, 배척, 혐오를 당하다 죽는 기대 배반적인 전개가 엄청났다. 소독약을 뒤집어쓴 듯, 단식으로 내부에 음식물이라곤 안 남은 듯 초기화되는 느낌이었다. 악몽을 꾼 후 현실이 도리어 낯설어진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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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천재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잘 모르겠지만 변신은 천재가 쓴 글이라 믿게 되었다벌레가 된 이유도 없고 감금배척혐오를 당하다 죽는 기대 배반적인 전개가 엄청났다소독약을 뒤집어쓴 듯단식으로 내부에 음식물이라곤 안 남은 듯 초기화되는 느낌이었다악몽을 꾼 후 현실이 도리어 낯설어진 기분이었다.

 

실존주의자이면서 혹은 실존주의자라서존재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이토록 강박적으로 촘촘하게 완성된 자신의 세계에서 뒤흔들고 위협하고 무화시키는 작가라니현실에 억압된 수많은 욕망과 충동은 꿈속의 장면처럼 발현했다 깨어난 꿈처럼 사라진다몰입할 때는 쾌감이 지극하지만 바로 내동댕이쳐진다.

 

몇 작품을 더 읽었고 Das Schloss>는 읽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장편에 버금가는 분량에도 미완성 작품이다얼마나 안타깝고 궁금할 것인가천재적인 실존주의자가 바라 본 온갖 모순을 함께 목격하다가작품 속에서마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면 현실의 길을 잃은 듯 막막할 것이다.

 

창비출판사에서 골라 보내준 책을 보고 제목을 몇 번이나 읽었다. '성 The Schloss, 프란츠 카프카'내가 보는 것이 내가 보는 것이 맞는가운명주의자가 될 뻔한 순간을 간신히 넘겼다공들여 주창한 모든 변명과 합리화의 근거들을 그대로 안고서 기묘한 우연으로 닥친 기회를 펼쳤다.

 

저 멀리 뚜렷하게 보이는 성이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 K는 토지 측량사로서 일을 하러 왔으나 일을 청한 사람도 허가도 사라졌다그저 물리적으로라도 가보려 하지만 그마저 불가능하다성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더 멀어져만 가고뭐라도 시도 할 때마다 더 깊은 곤경에 빠진다결국에는 불법 체류자로 숨어 살게 된다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주인공의 이름이 K라는 것이 눈에 띈다마을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일반적인 이름이고 유래를 설명하는 각주도 있다 라제만 Lasemann <- lazen 목욕체코어그래서 K는 이방인인 것이다마을에 속하지 못하는이해 받지 못하는역할을 가지지 못한 자이다함께 할 수 있는 구성원이 아닌 것이다.

 

이 마을에 도착한 순간부터 K는 필요 없는 측량사조수에게 무시당하는 상사약혼자를 빼앗기는 남자가 되었다. K가 뭘 하든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신분 추락을 경험한다추락한 깊이 만큼 성은 더 멀어져간다애초에 K는 성에 접근할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었는데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사람은 아무리 격려해 주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지천을 벗어야만 볼 수 있어.”

 

위계의 정점에 위치한 성과 철저하게 복종하는 마을 사람들의 관계는 불합리하고 불명확할수록 더욱 강화된다성에서 내려 온 명령은 무엇이든관리들의 모든 권위는 의심받는 법이 없다실체가 모호해 신적 권위를 갖춘다잠든 것과 깬 상태가 구분 되지도 않는 관리들의 직무란 관습의 존속과 스스로 관습 자체가 되는 것이다.


 

도중에 망상에 끌려 들어가기도 하고 꿈을 꾸듯 시간 한 단락을 잃기도 잊기도 했다성을 감싸고 성을 실존시키는 비대면 신비주의에 정신이 어지럽다아무 가능성도 없는 계층 상승을 꿈꾸는 이들이 색색의 풍선처럼 부풀다 찢어진다잠시 자유를 궁금해 하던 에로스는 아늑한 관습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우리를 멸시하기로 결심하면 그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속한 무리에 한몫 낀 셈이 되는 걸요.”

 

제가 만든 상상과 망상에 목숨을 걸고 목숨을 빼앗으며 복종하는 인간(스러움), 배경 음악과 비명이 난무하는 놀이동산에서 설탕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 어지러운 사람처럼 어지럽다질서는 올바른 판단이었던 적도 안전한 적도 없었으니이들처럼 전혀 모르거나 모른 척 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민원인은 잠자코 앉아 있는 것만으로 벌써 그의 가엾은 삶 속으로 들어와 달라고그 삶이 당신의 것인 양 여기고 노력하고 그의 쓸데없는 요구에 공감해달라고 요청하는 거죠. (...) 그러한 초대에 따르게 되고그렇게 되면 사실상 관리이기를 포기하는 거죠. (...) 엄밀히 말한다면 자포자기의 상태더욱 엄밀히 말한다면 무척 행복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타인을 대상화하기를 멈추는 순간실존이란 자포자기매혹적인 초대행복한 상태관료 시스템의 균열무결점으로 선전된 이데올로기의 거부이자 파괴이다. K의 추락하는 삶을 따라다니는 일은 무척 피곤했다온 세계가 협력해서 K를 노리고 있는 듯해 긴장이 팽팽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피로함이다환상 체계 속 K도 실재할 수만은 없을 터.


 

의미 없는 이니셜뿐인 이름을 가진 K의 직업은 거대한 의미를 내포할지 모른다토지 측량사 Landvermesser는 히브리어로 'maschoach'이며, ‘메시아 maschiasch'와 유사하다고 역자는 주석에 설명한다미완성이 아니었다면 결말의 K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어떤 역할이 맡겨졌을까환상에서 깨어나는 사람들실체를 드러내고 붕괴하는 성도 볼 수 있었을까.


 

내게는 도착하길 바랐던 이라는 구체적인 목적지가 있었던가도착을 하지 못한 이유는 구부러진 길이었나방향을 못 잡은 나인가혹은 잊고 만 다른 이유인가나는 마을 사람으로 정착한 걸까이방인이 되어 다른 길로 나섰던 것일까사회적 존재로서 소외감을 느끼는가실제로 소외되고 있는가그렇다면 고민할 것인가 모른척할 것인가가려고 했던 그 성을 그리워도 하는가.

 

어서 가보세요저편에서 어떤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여기서는 모든 것이 기회로 가득하니까요물론 어떤 기회들은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기도 하고어떤 경우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좌절을 맛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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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4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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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카프카~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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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s***7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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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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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 | 2022.01.22
구매 평점5점
카프카의 글은 언제나 옳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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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c****4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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