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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 아시아 문학선 003
eBook

적절한 균형 - 아시아 문학선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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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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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손석주
동아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코리아타임스》, 《연합뉴스》 기자로 일했다. 제34회 한국현대문학번역상, 제4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받았고, 2007년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학번역 지원금을 수혜했다. 현재 자와할랄 네루 대학 대학원에서 탈식민지 영문학을 공부하며, 로힌턴 미스트리의 장편소설들과 김인숙의 단편소설집 등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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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매혹된 관객들로 들어찬 공연장의 연주회와도 같아서 완벽한 사생활이란 게 없었다. 때때로 그녀는 옛날처럼 공짜 연주회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옛날을 붙드는 듯한 그 어떤 행동도 그녀는 경계했다. 자립에 이르는 길은 과거를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었다. --- p.88

일꾼들은 넘치는 하수구를 막으려고 애를 썼다. 그때 한 소년이 밧줄 끝을 붙잡고 땅 밑에서 나왔다. 끈적끈적한 하수구 찌꺼기를 뒤집어 쓴 소년이 일어서자 그는 햇빛을 받아서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으로 빛이 났다. 오물로 뻣뻣해진 소년의 머리는 시커먼 불꽃으로 만든 왕관처럼 타올랐다. 소년의 뒤로는 빈민굴에서 나오는 연기가 하늘로 굽이쳐 올라가 완벽한 지옥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 p.104

“너한테 수수께끼를 하나 낼 테니까 맞춰 봐. 딱딱하고 곧게 세우기 위해서 여자는 이걸 문질러야 돼. 그리고 매끄럽게 안으로 집어넣기 위해서 여자는 이걸 핥아야 돼. 자, 그럼 여자가 하는 일이 뭔지 맞춰 봐.”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옴이 웃자, 마넥이 손가락을 그의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시켰다. “빨리, 여자가 뭘 하는지 맞춰 봐” “섹스지 뭐긴 뭐야!” “틀렸어. 모르겠어? 여자는 바늘에 실을 끼우고 있는 거야.” 옴이 우쭐대며 말하자 마넥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자, 이래도 내가 더러운 생각을 하는 거니?” --- p.612

“누가 우리를 비난할 수 있겠소? 우리의 시작과 끝이 이렇게 괴물 같은데 어쩌겠소? 출생과 사망, 이것보다 더 끔찍한 괴물이 대체 어디 있소? 우리는 자신을 속이며 그것을 놀랍고 아름답고 장엄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괴물 같은 거예요. 그걸 인정해야지." --- p.664

“그러면 희망이 없다는 건가요?” 그녀가 그의 말을 끊었다.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 p.803

“사실, 우리 삶이란 게 사고의 연속이죠. 우연한 일들이 쩽그렁하고 연속해서 일어나거든요.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선택의 연속이 바로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큰 불행으로 이어지죠.” 그녀는 또 시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말은 진짜처럼 들렸다. 그 말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보았다. 그녀가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우연한 사건들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 그리고 재봉사들의 인생을 보라. 마넥도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가 두바이로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넥이나 이시바와 옴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갑자기 그녀의 인생에 나타났다가 불현듯 사라졌다. --- p.804

석탄이 타오르는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이 숨을 쉬고 맥박이 뛰는 것처럼 보였다. 조그만 불씨로 시작해서 강력하고 벌건 불꽃으로 커져 딱딱 소리를 내며 불을 내뿜고, 온 힘과 열정을 다해 불길을 날름거리며 이글이글 타올라 변화를 일으키고 위협하고 집어삼킨다. 그런 다음 불길은 가라앉는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고분고분하다가, 마침내 완벽한 침묵으로…….
--- p.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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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로 인해서 당신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플 것이다.”
『적절한 균형』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이라 단언한다. 이 책을 처음 읽고 난 후로 몇 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숨을 멈추고서 신에게 제발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위대한 소설이 안겨주는 행복의 하나는 그 소설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많은 밤을 지새운 그가 눈물을 흘리며 찾아와 마치 우주를 여는 열쇠라도 얻은 것처럼 떨면서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이다. 여러분들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잊지 못할 깊은 감동을 맛보기를 희망한다.
- 피코 아이어 (소설가&평론가,「추천의 말」중에서)

로힌턴 미스트리는 독자를 감동시키고 울게 만든다.
- 존 업다이크 (소설가,《뉴요커》)
《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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