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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밀라

카르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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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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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94g | 128*188*20mm
ISBN13 9791186087008
ISBN10 118608700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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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조셉 토마스 셰리던 르 파뉴
“유령 이야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일랜드계 작가, 조셉 셰리던 르 파뉴는 고딕 문학의 틀에 사실적인 묘사를 잘 접목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심리학적인 관점과 초자연적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작품에 잘 녹여내는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교회 묘지 옆에 있는 집], [사일러스 아저씨],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가 있다. 그중에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1872)는 단연 독보적이다.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는 괴기스러운 단편들을 모아 둔 단편집으로, 최초의 여성 뱀파이어 소설인 [카르밀라]와 아일랜드 문학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그린티]가 실려 있다. [카르밀라]는 훗날 같은 아일랜드계 작가인 브람 스토커에게 영감을 주어 [드라큘라]의 탄생을 예고한다.

역자 : 최윤영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영어학을 전공하고, 꾸준히 해외 문학 발굴과 번역에 힘쓰고 있다. 2012년부터, 낯설고 독특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도서출판 초록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옮긴 작품으로는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 [벽에 난 문], [기적을 일으켰던 한 사람], [마술 가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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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머리 위로 급하게 경사진 거친 천장이 보였고, 그 천장 아래에는 삼백 년은 묶은 낡은 가구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 어둑한 방에 서서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노사제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방에 있던 작은 격자 창문을 통과한 희미한 빛이 어두운 방 안 공기를 관통하던 장면도 기억난다. 성직자가 무릎을 꿇자, 다른 여자 세 명도 그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한참 동안 진심을 다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 높여 기도를 올렸다. 그때의 일이 내 기억의 시작이고 그전의 기억은 없다. 그 사건 이후로도 한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흐릿하기만 한데, 지금 묘사한 장면들만큼은 어둠 속에 휩싸인 주마등 행렬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등불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 p.19

침대 옆에 촛불이 켜져 있었고, 침대 위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소녀는 가냘픈 어깨에 부드러운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꽃을 수놓은 가운에는 두툼하게 솜을 넣어 바느질한 줄무늬가 보였다. 소녀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발치에 던지고 간 옷이었다.
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두어 걸음 물러서야 했다. 무엇을 보고 그랬는지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p.42

창밖에선 외로이 서 있는 나무들이 서쪽으로 희미해지던 빛을 받아 장관을 뽐냈지만, 저택 안에는 어둠뿐이었습니다. 고통스러워하며 돌처럼 굳은 얼굴은 여전히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전과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어둑하고 기괴한 빛이 그의 얼굴에 닿을 듯하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차츰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요. 그러고 나서 완전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나 개 짖는 소리 혹은 호루라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부의 집은 우울한 적막감에 잠겨 있었습니다.
--- p.210

시종은 계단 중간에 멈춰 서서, 왜 이제야 나타났냐는 듯 책망하는 시선과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시종이 손수건에 손을 문지르자, 시뻘건 피가 묻어났습니다.

“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렇게 묻고는 있었지만 불길하고 역겨운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안으로 올라오라는 시종의 말을 듣고 곧바로 다가갔습니다. 저는 파리하게 질린 얼굴에 힘을 잔뜩 주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시종이 그런 제게 이미 반쯤은 짐작하고 있었던 끔찍한 상황을 전하더군요. - [그린티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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