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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청년백수, 선원이 되어 전 세계를 유랑하다

김연식 | 예담 | 2015년 06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22건 | 판매지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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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84g | 128*188*20mm
ISBN13 9788959139200
ISBN10 895913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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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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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것 같아 좀처럼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외딴 바다에 홀로 버려졌다. 나이 스물아홉, 그리고 백수. 내가 영영 방구석에 처박혀 총각귀신이 되어도 세상은 눈 하나 껌뻑 안 할 것 같았다. 초조했다. 누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데, 마음을 비우면 비로소 뭐가 보인다는데, 내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더 늦으면 이대로 영영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았다.
---「여는 글」중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징검다리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은 다음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좋은 초, 중, 고교에 진학해서 명문대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반려자를 잘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리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고, 다시 아이를 잘 기르는 끝없는 ‘좋은’ 것들의 연속. 우리는 끊임없이 좋아야 할 의무를 지고 산다.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패자가 된다.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하면 다음 징검다리로 못 갈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니 개울에 빠지더라도 징검다리를 버리고 옆길로 갈 생각은 하지 못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중에서

나는 꿈이 있다. 아무도 내 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내 결심은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과 어긋난다. 사람들이 만들고 강요하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꿈과 다르다. 그렇다고 내 꿈이 남에게 방해받도록 놔둘 수는 없다. 세상에 나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의 의견을 존중하되 선택과 결과는 오직 내 몫이다.
---「무모해도 괜찮아. 진심만 있다면」중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수많은 낙제와 실수, 좌절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해기사로 단련되고 있었던 것이다. 생소한 지식을 배우는 과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패와 오답은 우리를 다그치는 게 아니다. 모르는 것과 고쳐야 할 부분을 명확히 짚어내는 과정이다. 고통 속에 조금씩 성장해 마침내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바닷사람으로 변모해갔다.
---「넘어지면 더 큰 내가 일어선다」중에서

배는 정신없이 바빴다.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건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저기 인사했지만 저마다 일에 정신이 팔려 건성으로 대꾸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실습항해사에게 시간을 쪼개 응대할 사람은 없다. 싱가포르에서 연료나 음식, 각종 부품을 싣는 일은 배에서 손에 꼽을 만큼 바쁜 순간이다. 나는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니 그 난리 통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쭈뼛 쭈뼛 서 있었다. 아무도 나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아 서러웠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중에서

선원들은 넘쳐나는 시간 속에서 날짜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풋내기인 나는 장마철 강물처럼 갑자기 불어난 시간이 벅찼다. 되찾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몰랐다. 나름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지만 전에 겪어보지 못한 시간의 흐름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졸부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시간 잘 쓰는 법을 몰라서 자주 무료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빼앗긴 시간을 되찾다」중에서

얼어붙은 바다만큼 놀라운 건 없었다. 몇 마디 짧은 영어로 세운 내 계획표는 아무 감동도 부르지 못했다. 진짜 세상은 내 계획 밖에 있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추운 곳에 온다고 했을 때는 마뜩찮았다. 알렉세이가 유적지가 아닌 곳에 간다고 했을 때도 나는 내 계획표를 고집했다. 만날 다니는 따뜻한 지역을 벗어나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명승지를 비켜가서야 비로소 놀라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아마 이때부터일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바보같이 상륙에 나서기 시작한 건.
---「진짜 감동은 계획 밖에 있다」중에서

선교에서 혼자 항해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정녕 항해사다운 항해사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칭찬을 받은 것도 아닌데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말과 행동 중 진실은 행동이라고 했던가. 선장이 말로는 칭찬을 하면서 선교를 지켰더라면 나는 허무했을 것이다. 오히려 말없이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나는 천 마디 칭찬을 받은 것 같았다. 저만치서 기다리는 어선 무리를 향해 나아가는데 떨리기보다 설렜다. 평범한 회사원 클라크가 파란 슈트를 입은 슈퍼맨이 된 것처럼 잔뜩 힘이 났다.
---「항해자는 비바람과 폭풍우 속에서 명성을 쌓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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