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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45g | 128*188*20mm
ISBN13 9788932903330
ISBN10 89329033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6시가 지나 있었다. 생긴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한 사람의 발자국이우리 집 무 앞까지 나 있었고, 이어 이웃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 특히 속절없이 한동안을 기다렸음을 증명하는 현관문 앞의 발자국을 보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발자국은 그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외출한 우리를 정말 돼먹지 않은 것들이라고 여겼을 베르나르댕 씨의 불퉁스러운 태도를 우리는 그 발자국 속에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쥘리에트는 들떠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았다. 동화 같은 그 산책에 이어 의사가 낙담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흥분한 것 같았다. 아내의 생활은 너무나도 단조로운 것이었으므로, 대단한 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강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날 밤 아내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기침을 했다. 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눈을 맞으며 뛰어다니도록 내버려두다니, 수백 개의 눈송이를 삼키도록 내버려 두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p. 41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무슨 일이냐고? 그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러니까, 베르나르댕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마땅히 이상하게 느꼈어야 할 그런 일을 아직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그 사건이 시작된 것이 언제인지 자문해 본다. 어림잡아 열 가지의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백년 전쟁의 발발 연도에 관한 것처럼 말이다.

그 사건은 1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말해야 옳겠지만,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내가 결혼할 무렵, 그러니까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이 사건의 시작은 내가 태어났을 때, 그러니까 6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 편이 가장 사실과 가까울 것이다.나는 그 중에서 첫번째 안을 따르기로 한다. 즉 모든 것은 1년 전부터 시작되었다.사람을 굴복시키는 집들이 있는 법이다. 그런 집들은 운명 이상으로 거역 못할 존재들이다. 첫눈에 사람을 함락시키고 마니까. 그곳에 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p.8-9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랬더니 당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팔라메드 씨. 이제 나는 그게 당신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나로서는 그것을 인정하기가 힘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내가 교육받아 온 것과는 정반대였으니까. 선생도 알 겁니다. <삶이란 지고의 가치이고 인생에 대한 경의는....> 하는 식의 교육 말이죠. 당신 덕택에 나는 그게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세상 모든 것들처럼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걸 말이에요. 삶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그건 분명해요. 정말이지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요. 당신을 차고에서 끌어낸 일이 후회스럽단 말이에요.'
--- p.17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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