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7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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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76쪽 | 크기확인중 |
발행일 | 2015년 07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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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76쪽 | 크기확인중 |
이미 오래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이다. 진작에 사놓았는데 여즉 읽지 못하다가, 2023년 2월에서야 겨우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책 앞표지와 뒷표지에 나온 두 오누이다. 두 오누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앞표지에 있는 여자이아이다. 젬이라 불리는 스카웃이다.
흑인 인권운동이 일어났던 지역에서 벌어지는 오누이의 눈을 통해 흑과 백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백인들의 사회에서 흑인을 변호했던 아버지,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을사람들에게 당하는 부당하고 위협적인 일들.
큰 축은 그 사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녀의 눈을 통해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오누이의 대화가 천진난만하게 펼쳐진다.
1890년에 '짐 크로우 법'이 생기는데, 흑인들은 백인이 사용하는 문으로 출입해서는 안 되고, 식당에서도 같은 방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화장실이나 물을 마시는 음료대도 구분해서 사용해야 했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하늘 아래 평등하는 성경 말씀이 있지만 그들은 같은 공간, 같은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없었고, 감옥에서도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 1955년 일을 하고 지친 몸으로 버스에 탄 흑인 여성은 뒤이어 백인이 올라 와 자리를 비키라고 했지만 비키지 않아 체포된다. 그런 여러 사건들이 영향을 미쳐 1960년대에 하러 리는, 성장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이 책을 집필한다.
<앵무새 죽이기>는 앵무새가 다른 새들과 다르게,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로 즐거움을 줄 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새를 죽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죄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연히 여기서 앵무새는 흑인들을 가리킨다.
백인들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흑인을 사사로이 죽였다. 자신들의 죄를 전가시키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책은 주인공 소녀인 스카웃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오누이는 아빠가 변호하는 흑인의 재판날, 아빠 몰래 재판정에 숨어 들어간다. 동네 사람 모두가 재판정에 가서 배심원 앞에서 증인들의 진술을 들었다.
사람들은 흑인을 변호하는 스카웃의 아버지를 못마땅해했고, 총으로 위협까지 했다. 오누이는 왜 아빠가 굳이 모든 동네사람이 싫어하는 그 일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스카웃, 변호사라는 일의 성격으로 보아 모든 변호사는 말이다. 적어도 평생에 한 번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맡게 마련이란다. 내겐 지금 이 사건이 바로 그래.
학교에서 이 문제에 관해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될 지도 몰라.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아래에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라고 말해도 성을 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를 가지고 싸우우도록 해봐.
...
배우기 쉽지 않겠지만 그건 좋은 거란다."
스카웃의 아빠는 스카웃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정의에 관해서, 정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스카웃에게 진지하게 설명한다.
스카웃은 묻는다.
"아빠, 우리가 이기게 될까요?"
하지만 아빠는 고개를 흔든다.
질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카웃은 이해할 수 없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할 까닭은 없어."
(147쪽에서 추려 옮김)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할 까닭은 없어
147쪽
참으로 용기를 주는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시작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어제 실패했다고
오늘 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나랑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우리 아빠는 학교 친구 아빠들이 보통 하는 것들은 하지 않으신다. 사냥도 하지 않으시고, 포커 게임도 하지 않으시고, 낚시도 하지 않으시고, 술도 마시지 않으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셨다. 그저 거실에 앉아 책만 읽으실 뿐이었다." (172쪽)
스카웃의 아빠는 안하고 못하는 것 투성이처럼 보이지만, 그는 변호사로서 정의를 지키는 일에 앞장 섰다. 그리고 일등 명사수였다. 그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겸손이 몸에 옷처럼 붙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음..... 정의를 지키는 것보단 정의와 관련된 책을 읽고, 노년을 걱정하며 소설이든 책방이든 뭐라도 돈 되는 일은 없을까 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릴 뿐이다. (음, 비교가 너무 되는구나. 돈 안 되는 일만 기웃거리고 있다는 게 갑자기 팍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 이렇게 멋진 아빠가 있을까 싶다.
"아빠, 아빠가 틀리셨는지도 모르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글쎄,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돼."
(200쪽)
너무 멋지다. 신사란 바로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총을 든 위협 앞에서도 결코 비난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용기.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214쪽
(선한리뷰)
이렇게 정의롭고, 사랑으로 가득 찬 책을 읽으면 나도 그렇게 될까.
이 책이 내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나도 조금은 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함은, 나를 만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될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나도 스카웃의 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비록 세상에선 바보같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렇게 내면이 멋진 아빠.
마음속으로 존경받는 이 땅의 아버지가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