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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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727g | 152*225*25mm |
ISBN13 | 9791186293287 |
ISBN10 | 1186293284 |
발행일 | 2015년 0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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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727g | 152*225*25mm |
ISBN13 | 9791186293287 |
ISBN10 | 1186293284 |
서문│민주주의의 눈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을 살피다 1장 인민 : 만민평등을 향한 해방의 길 1 노비 신분의 소멸 2 여성 해방의 서막 3 백정 해방을 위한 고투 2장 자치 : 종교가 꾸린 대안 공동체 1 천주교의 정착과 확산 2 동학의 탄생과 부흥 3 천도교, 식민권력 밖의 대안 공동체 3장 정의 :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향한 100년의 항쟁 1 예고된 항쟁 2 홍경래 난, 항쟁의 불씨를 댕기다 3 1862년 농민항쟁, 인민은 정의를 원한다 4 동학농민전쟁, 국가를 향해 정의를 요구한 무장투쟁 4장 문명 : 신문과 학교에서 익히는 시민성 1 문명을 받아들이는 법 2 문명화의 지름길, 신문 3 문명이 삶이 되는 곳, 학교 5장 도시 : 자발적 결사체와 시위·집회 공간의 탄생 1 권력의 도시에서 인민의 도시로 2 결사체 시대의 막이 오르다 3 인민의 비폭력 저항, 시위와 집회 6장 권리 : 인권과 민권의 자각 1 개인의 탄생 2 인권의 시대가 오다 3 민권의 등장과 갈등 7장 독립 : 민주공화정으로의 길 1 독립의 자각 2 입헌군주제의 꿈 3 민주공화정의 탄생 주 찾아보기 |
광장의 촛불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던 때,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시민 강좌가 열렸다. 김정인 교수의 책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는 숨이 멎을 듯 몰입하게 했던 그의 강의를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그의 강연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대중성과 전문성의 이상적인 결합을 보여 준다. ‘학술서가 갖추어야 하는 전문성을 짧고 쉽고 간결한 대중적 문체에 담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19세기를 주축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인민, 자치, 정의, 문명, 도시, 권리, 독립’의 7가지 개념으로 풀어 내는데, 각 개념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며 통사와 주제사를 넘나든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품었던 의문 하나. 일본의 개항은 조선보다 불과 20년 앞섰을 뿐인데,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하여 제국주의로 나아갔고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무엇이 두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을까. 메이지는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반면 고종은 입헌군주제를 거부하고 황제로 군림하고자 했다. 고종과 메이지는 동갑이었다. 고종은 민주주의를 향한 세계사의 흐름을 몰랐을까? 1857년에 최한기가 ‘지구전요’에서 입헌군주제와 공화정을 소개했다. 1881년에 일본에 다녀온 조사시찰단 보고에 입헌군주제가 등장했다. 고종은 신하들과 입헌군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화파는 물론 고종과 민씨 척족들도 입헌군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한 책임을 고종 혼자서 짊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군주권을 움켜 쥐고 놓지 않았던 고종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조약이 성립되려면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일 대한제국이 입헌군주제 국가였다면, 대한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약을 맺는 과정이 달라졌을까? 한일병합조약이 순종의 비준을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그때마다 대한제국이 전쟁이 아닌 조약이라는 외교’전(戰)’에 져서 망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중략- 이토 히로부미는 오로지 군주에 의해 조약이 성립되는 전제군주제 덕에 한국 침략이 더 수월했다고 회고했다. -책의 서문에서
시대의 흐름을 감지한 인민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다. 독립협회가 의회 개설 운동을 벌였고, 서울시민들이 만민공동회를 열어 의회 개설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인민들의 요구는 고종의 반동으로 무산되었다. 전봉준으로 상징되는 인민과 김옥균으로 상징되는 개화파가 손을 잡고 고종이 세계사의 흐름을 읽는 혜안이 있었다면, 우리의 근현대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도 모른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19세기를 ‘뜨거운 불과 차디찬 물이 만나는 것 같고’, ‘한 몸으로 두 인생을 겪는 것 같은’ 충격의 시대로 표현했다. 이 책에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한다. 홍경래, 전봉준, 김옥균, 최시형, 농민봉기, 동학,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역사는 인민이 일구어낸 광장의 역사라 할 수 있다. 19세기 조선의 인민은 평등과 자유와 정의를 지향했다. ‘민주주의’란 개념을 몰랐다 해도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때론 차디찬 물과 뜨거운 불이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하고, 두 인생을 겪는 한 몸이 모순과 갈등으로 분열되기도 했지만.
조선의 19세기는 공노비 해방과 함께 시작되었다. 엄혹한 신분제 사회는 해체되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은 1919년 민주공화제를 표방하는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진다. 독립운동가들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그들은 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인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꿈꿨다.
임시정부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명시되기까지의 여정은, 광장에서 인민이 피 흘리며 쟁취한 역사였음을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는 증언한다. ‘시대의 건널목, 19세기 한국사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미군정기에 미국에 의해 이식된 것이 아님을, ‘안으로부터 빚어낸 민주주의와 밖에서 들여온 민주주의를 버무려 하나의 민주주의 역사를 완성’해 가고자 고군분투한 19세기 한국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이 책은 ‘민족-반민족, 민중-반민중의 역사관’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는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새롭게 볼 것을 제안한다.
한편, 각성한
개화인에 의해 주도된 ‘민주주의’적 자각이 19세기 인민들에게 얼마나 전파되고 체화되었을지, 그리고 백여 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가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의문이다. 19세기에 싹을 틔운 민주주의는
20세기 식민지, 미군정,
전쟁, 분단, 독재, 쿠데타에 흔들렸다. 때로는 뿌리가 뽑힐 것 같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1세기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하게 자라고 있는 걸까. 훗날 사가들은
21세기의 민주주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저자가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대안의 민주주의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기를, ‘독립운동 속의 민주주의 운동 문화사’와 ‘민주주의 문화와 시민사회’ 결과물이
후속작으로 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