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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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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64g | 131*189*20mm
ISBN13 9788970639468
ISBN10 8970639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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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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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액을 묻자 차루는 또 손을 흔들며 허풍을 떨었다.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정색을 하면서, 그럼 1루피(30원)만 줘도 되겠느냐고 묻자 차루는 외쳤다.
“노 프라블럼!”
그러면서 차루는 당당하게 덧붙였다. 1루피만 줘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이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만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내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달라고 했다.
영리한 차루, 얄미운 차루, 못난 차루……. 첸나이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차루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을 살면서도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뿌웅뿌웅 고무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 「30쪽 빈자의 행복」중에서

나는 부서지기 직전인 나무 침대에 누워 천장에 뚫린 큼지막한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구멍으로 별들이 유성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우주 전체가 쿠리 마을과 바니안나무와 5루피를 떼어먹은 노인의 집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 「43쪽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중에서

“그대에게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시켜 주기 위해서 왔다. 이 세 가지 만트라를 기억한다면 그대는 다른 누구도 스승으로 섬길 필요가 없다. 그대의 가장 완벽한 스승은 그대 자신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기는 차창 너머로 손을 뻗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세 개의 만트라를 전했다.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 「61쪽 세 가지 만트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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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적인 행위를 위해 류시화가 해 오고 있는 작업은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궁극에서는 사랑의 세상을 이룩하고자 하는 우리들 모두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이상한 일은, 그가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스승이 그를 찾아낸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히말라야 북쪽이건 그 남쪽이건 한결같다. “그렇습니다. 우린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서둘러 어딘가로 가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힌두인의 말을 들은 류시화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 고은 (시인)

마음이 답답할 때 아무 데나 펼쳐 놓고 읽어도 위안이 되는 책들이 있다. 이렇게 틀에 박힌 일상생활로부터 훌쩍 빠져나가기 위한 읽을거리로 가까이 두고 있는 책 중에 류시화의 책들도 포함돼 있다. 그의 책들로부터 받은 위안은 단순히 기분 전환 이상의 것이다. 홀로 천천히 숲을 거닐 때처럼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단순해진다. - 박완서 (소설가)

사월의 어느 밤, 별 사이로 헤엄치는 혜성의 신비한 꼬리를 지켜보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어 가던 나는 끝내 혜성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젊은 시절 류시화의 삶과 사랑과 지혜에 대한 갈증과 꿈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 여행기에는 오늘날 인도에 사는 모든 산과 강과 개와 성자들의 이야기가 봄밤의 별자리처럼 새록새록 새겨져 있다. 책을 덮고, 언젠가 바라나시의 갠지스 식당에 들러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어 주는 노인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가슴속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커다란 혜성의 꼬리가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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