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1998년 02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335쪽 | 153*224*30mm |
ISBN13 | 9788982811067 |
ISBN10 | 8982811060 |
출간일 | 1998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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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5쪽 | 153*224*30mm |
ISBN13 | 9788982811067 |
ISBN10 | 8982811060 |
<예언의 도시>는 총탄과 붉은 피로 점철된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혁명과 사랑, 음 모와 배반이 뒤엉킨 장대한 비극적 대서사시이다. 메콩의 붉은 강과 욕망의 밀림인 캄보디아라는 이국의 풍경 속에서 다양한 등 장인물의 욕망과 관능의 에너지가 원색적인 아름다움과 비의적 색채 속에 녹아들면서 살아 있는 리얼리티를 창출하고 있다. |
나의 기억은 소설 ㅡ
[예언의 도시]
가보지도 못한 강을
어쩔것이냐 하겠지만,
1998년쯤..윤애순 이란 작가를
통해서 내게 기억되고 있는 ,
캄보디아.라오스.프놈펜을 길게 따라 흐르는
메콩 강이 주던 불길함과 주술적 기운을
그리고 시작부터 울어대는 까마귀들의 춤을 ...
잊을 수가 없어서
단지..그래서 그 강을 기억한다.
매년 우기에 한번씩 커다란 몸을 뒤척이며 역류하는 강.
그러면 온통..붉은 물이 되지 않을까...
가라앉혀 놓은 생의 비밀도 그곳에선 누군가에 의해
떠올려지고..
나른하게 늘쿼지던 삶도 비극적 예언과 함께
그럴 수 없는 무언가 ㅡ가 된다.
소설 속에서 메콩 강은 거대한 물 뱀 같이 살아있었다.
타인의 아내도..말 못하는 어린 여자아이도
그리고 불법체류신분의 남자도 그저 떠밀려
생의 강을 건너는 존재들 같이 무기력하다.
무기력 ㅡ저주나 주술에 속수무책..
우기에 역류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듯이
불어나는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
한껏 부풀렸다 펑 ㅡ터지는 아슬아슬함이..
그 강에..있었다고 느낀다.
메콩 강의 기억이란 ..볼온하게 짜릿한
비밀같은 것 ...
떠내려 가고 말 것이다.
비장스런 고대의 전설같이..
ㅡ까마귀떼의 저주가 캄보디아의 하늘을 덮으리 ㅡ
문학 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은 일단 재미가 보증 돼 있다.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98년도에 씌여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주 세련된 문체를 보여준다.
배경은 낯설다. 동남아의 저 끝 캄보디아다. 앙코르와트가 있다는 것을 빼고 캄보디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소설적 허구와 배경이지만 캄보디아의 아름다운 메콩강과 붉은 하늘과 적도의 소나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치 예언의 서를 쓴 듯한 도입부가 몰입에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장편은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예언의 도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뒤로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붉은 색과 푸른색, 그리고 새까만 색보다 더 까만 검은 색이 내가 직접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남상훈은 사기 죄로 수배를 당하던 중 캄보디아로 건너갔다. 캄보디아는 내전이 거듭되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 당시 캄보디아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소설에 나온다.
'여긴 캄보디아 에요'
타는 젊은 시절의 기억을 계속 역행하는 늙은이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을 직접 쏴 죽이고 그녀의 딸 스라이를 키운다. 타는 그 기억 속에서 한 발자국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남상훈은 스라이를 만나 메콩강처럼 다시 앞으로 흐르고 싶어 한다. 캄보디아의 혼돈기를 기회 삼아 몇몇의 한국인들이 한탕을 위해 땅에 집착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드물었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고아인 조지는 한국인들에게 복수의 수단으로 그들의 기회를 가로챈다. 남상훈 역시 조지에게 속아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고 추진 중이던 사업마저 거덜나게 된다.
예언의 도시는 한 인간이 가혹한 운명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타처럼 계속 역행을 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운명을 헤쳐나갈 수 없다. 메콩캉처럼 장엄하게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남상훈은 스라이를 통해 운명에 저항했다. 스라이는 남상훈을 통해 세상을 내다봤다. 결국엔 잔인하게 안배되어 있던 파국에 무력으로 저항해 보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묘사가 인상에 남았다. 언젠가 캄보디아에서 푸른색 옷을 입고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새까맣게 탄 그들과 같은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작렬하는 태양 속에서도 빛을 발하던 스라이가 얼마나 예쁜지 직접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