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1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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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72쪽 | 799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7424762 |
ISBN10 | 8937424762 |
발행일 | 2001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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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72쪽 | 799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7424762 |
ISBN10 | 8937424762 |
1 이윤기. 이다희 /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너희 아버지 어디갔니? 최재천. 최승호 / 태양의 아이들. 진흙소를 타고 개미 제국에 가다 최창조. 탁석산 / 사람은 땅을 닮고. 땅은 사람을 닮는다 최인호. 윤윤수 /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쓸 수 있다 2 김화영. 이문열 / 90점이 아닌 70점짜리 문학은 가라 이강숙. 김병종 / 예술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 김춘수. 이승훈 / 한국 현대시. 트레이닝이 덜 되었다 3 함인희. 이숙경 / 그래. 우리는 여성이다 조유식. 노동환 / 헌책방 옆 인터넷 서점 정재서. 김주환 / 포켓몬스터와 <산해경> 양명수. 도법 스님 / 더 멀리 더 깊이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4 김우창. 김상환 / 오렌지 주스에 대한 명상 - 서양적인 것의 유혹과 반성 최장집. 강유원 / 그래도 이성은 진흙 속의 연꽃이다 |
인터뷰 글은 일반적인 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생각해보면 인터뷰는 적어도 두 사람이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나 화자가 자신의 생각을 시간적으로나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전개해 나가는 것과 달리, 인터뷰는 질문에 대해 답하고 다시 그 답이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만큼 미리 정해진 흐름을 준수하기가 어렵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런 질문을 하겠다 정도는 정하기 마련이므로 큰 흐름은 있겠지만 즉시적인 말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니, 그럼 여기서 일단락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라는 얘기가 자주 나올 수 밖에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흥미로운 인터뷰 글을 만나기는 참으로 드문 일이고,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좋은 인터뷰가 되기 위해서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 대해 80%의 호감과 20%의 공격적 성향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쓴 바 있다.
본서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는 총 13편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 제목이 좀 뜬금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인터뷰어 또는 인터뷰이들의 면면을 보면 만만치 않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윤기, 최재천, 최인호, 이문열, 김춘수, 도법 스님, 최장집 등, 과문한 처지에서도 한번씩 이름은 들어본 분들이다.
민음사 다운 기획인 것은 맞지만 과연 그 결과물이 빼어나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견식이 짧은 탓이겠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일단 내용이 어렵고, 전체 분량을 적당히 50 대 50으로 배분하여 각자의 이력과 생각을 설명하는 것에 그친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인터뷰라기보다는 나름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대담이고 서문에서 편집자도 밝혔듯이 아직 한국 문화에서 후배 연배가 선배에게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면도 작용한 것 같다. 최근 18대 대선을 하루 앞두고 김종인과 윤여준이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여 보기 드문 격조 높은 정치 토론을 벌인 것과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그나마 최창조와 탁석산의 대담이 '풍수'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흥미로운데, 탁석산이 80%의 호감과 20%의 공격성을 가지고 대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반면에 최창조가 풍수학이라는 학계에서 다소 이단적인 학문을 다루는 과정에서 핍박 받은 피해의식이 있다보니 탁석산의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에둘러 답하는 것이 아쉽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이만한 분들의 대담을 모아서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지라 조심스레 권해볼만 하다.
최창조 : 탁 선생님께서 풍수를 하셨더라면 좋은 동지를 하나 얻는 건데. (웃음)
탁석산 : 정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저는 우리나라 문화의 정신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 같은 경우 EBS 강의를 하고 계시잖아요.
최창조 : 그쪽에서도 자꾸 강하게 하라고 해요. 시청률 때문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명당자리 찾기, 이런 식으로 나가줬으면 하는데 전 처음부터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죠. 그리고 연기를 해달라는 부탁도 했어요. 그것도 못하겠다 얘기를 했는데도 자꾸 그래서,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 자꾸 그러면 병난다 했죠. 시청률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래, 진짜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쓸 자신이 없었다. 이윤기 김춘수 김우창 최장집...... 이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데, 내가 감히 여기다 무슨 말을 더 얹겠다고.
불현듯 이 책을 다시 집어든 이유가 있다. 정확히는 이유가 아니라 사건이다. 올해 8월 이윤기 선생이 별세했다(그래서 올해 안에 리뷰를 쓰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보통 이윤기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를 테지만 나는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때는 이 대담집을 보고 그저 재밌겠다, 읽어볼 만하겠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정작 읽지는 않았다. 그후 이 책은 쭈욱 풀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 줄곧 생각났고, 김우창의 글을 읽을 때도 종종 이 책이 떠올랐다. 최장집의 강의를 들을 때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을 때(이것도 결국 다 안 읽었다마는-_-;;) 역시 이 책은 나의 머리 한 켠을 차지했다. 그러다 이윤기 선생의 소식을 듣고 이제는 읽어야겠다, 지금이 적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황홀했다.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흥미로운 부분은 (키보드를 이용해) 필사해 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생각을 닮고 또 흉내 내고 싶었다.
이미 언급한 이윤기 김춘수 김우창 최장집의 이야기도 재밌고, 그전엔 크게 관심 없었거나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 가령 최재천 탁석산 김영화 김주환 등의 대담도 매우 흥미롭다. 이들이 있어 기쁘다. 마음이 든든하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는 그 든든함의 현물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이 느낌을 안겨주고 싶다. 그러므로, 재발간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