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6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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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438g | 128*188*30mm |
ISBN13 | 9788956601618 |
ISBN10 | 8956601615 |
발행일 | 2006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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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438g | 128*188*30mm |
ISBN13 | 9788956601618 |
ISBN10 | 8956601615 |
솔직히. 저런 아버지 있으면 너무나 힘들거같은데요.
그리고 아마 큰 누나는 아버지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받아줘서
엄마가 그렇게 열심히 산것이 아닐까. 머 결국 성향이 맞았던것이겠죠.
어찌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요. 꼭 나라가 정한 그 법과 규제에 맞추어 살아야하는것인지.
그러기에 더욱 서울이나 도쿄가 안맞을 수도 있지요.
1권에서는 오키나와로 떠나는것으로 끝이 났으니 2권에서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기대해봅니다.
국가에 맞서 싸우지만 이상하게도 유쾌하다. 거대 개발업자와 의회권력을 상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족이 즐거워 보인다. 오쿠다 히데오(?田英朗)의 <남쪽으로 튀어!(원제:サウスバウンド)>는 독창적인 캐릭터가 판을 친다. 엄청나게 진지한 인물들이기에 독자는 너무나도 가볍게 웃음을 날릴 수 있는 묘한 모순을 가졌다.
열 한 살의 지로는 도쿄 나카노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보통의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사고뭉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 아래에서 사춘기를 향해 커가고 있는 소년이다. 콜라나 캔 커피는 우에하라 집안에서 금지 품목이다. "저건 미국의 음모이며 독"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로는 우유만 벌컥인다.
"오래 전부터 일본국민을 관둘 생각이었어.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우에하라 씨, 일본사람... 맞으시죠?"
"그래, 하지만 일본사람이 반드시 일본국민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
아버지는 오늘도 구청의 연금직원과 싸움을 벌인다. "체제에 빌붙어 사는 개 따위와 말을 섞을 마음이 없어. 나는 관청이 벌레보다 싫어. 저런 인간들은 착취자와 가장 악질적인 한편이야." 지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쯤부터 '관청'과 '착위'라는 단어를 듣고 자랐다. 아버지는 '과격파 운동권' 출신으로 지금도 '공안'의 특별경계대상으로 올라있는 인물. 운동권의 교조주의와 분파 이기주의에 환멸을 느껴 지금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 그래서 세금과 체제를 완강히 거부한다.
"내 이상향은 자급자족의 생활이야. 어느 누구에게도 착취당하지 않고 우리 가족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거야." 드디어 백수를 탈출할 기회를 잡은 아버지는 본인의 책이 출판되면 남쪽의 섬으로 이사할 계획을 당차게 발표한다. 말없는 어머니, 유부남과 사귀고 있는 누나 요코, 전학이 싫은 동생 모모코 등 각자 계산은 다르다.
<남쪽으로 튀어!>가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에만 맞춰져 있지는 않다. 그야말로 '특이한' 가족과 '보통의' 학교 사이에서 지로의 고민과 갈등도 주요 요소다. 친구들과 함께 중학생 폭력배에 굴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벌이는 장면이나, 아버지의 옛 동지를 돕는 모험 등 평탄치 않은 지로의 하루하루는 사춘기 성장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하나같이 무력한 것"이라는 지로의 정의가 그렇다.
학교폭력, 개발과 환경의 대립, 이혼 등 가정문제, 복지부동의 공직사회, 낡아빠진 이념 갈등 등 <남쪽으로 튀어!>는 엄청난 이슈를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의 눈, 그리고 천방지축 아버지의 눈을 통해 해결책을 경쾌하게 모색한다. "좌익운동이 슬슬 힘이 빠지니까 그 활로로서 찾아낸 게 환경이고 인권이지. 즉 운동을 위한 운동이란 거요." 환경을 부르짖으며 섬으로 몰려든 외지 운동가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니 믿었던 어머니도 간단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시절 '잔 다르크'라 불리던 굉장한 미모를 지닌 운동권 출신으로 '전설의 투사' 아버지의 절대적인 팬이자 동지였던 것. 우연찮은 사건-당연하게도 아버지가 원인이었지만-으로 인해 가족은 남쪽 섬으로 떠나게 되고, 트렁크 세 개가 전부인 짐을 안고 이시가키 섬으로 향한다.
'오야케 아카하치의 난(亂)'. 섬 사람들의 엄청난 환대는 지로를 당황하게 하지만 거의 신격화되다시피한 아버지의 조상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난 후에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자급자족'이라는 제 세상을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섬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나가지만, '착취'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섬을 개발하려는 리조트 업자, 그들과 이해관계로 얽힌 정치인의 등장은 가족을 다시 위기로 몰고 간다.
"지로,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삶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철없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고백은 지로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사욕이 없고 공유를 실천하는 섬 생활을 통해 '국가는 없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지로는 아버지가 꿈꾸던 섬 '파이파티로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긴다. 그곳이라면 아버지도 자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비밀스러운 낙원과도 같은 섬 말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꽉 막힌 세상에서 저 멀리 어딘가로 튀고 싶은 마음을 마구 자극한다. 그곳이 어디든 욕심과 악의가 없는 곳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