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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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8g | 153*224*20mm |
ISBN13 | 9788985304719 |
ISBN10 | 8985304712 |
발행일 | 200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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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8g | 153*224*20mm |
ISBN13 | 9788985304719 |
ISBN10 | 8985304712 |
지식인들, 록을 고르다     달콤 쌉쌀한 초콜릿 리얼리즘은 리얼하다       민들레 권 장로의 천국               도량 음악유전                       혁명은 안단테로 그들의 댄스를 막지 마라  조까 우리 안에 남은 파시즘     지성 폭주족을 위한 변명         좃선과 낙선 나의 월드컵 관전기         쾌도변명 사나이 한대수                공산품의 길 딸 키우기                      예수 조개구이                       너에게 수영을 권한다 교양                             캠페인 가르침은 계속된다          서준식을 지지한다 변태                             B급 좌파 교양 2                          광주 단상 교회                             파리를 떠나다 아들 키우기                   날라리들 고고하다 동물의왕국                    돌팔이 염치                             돌팔이 2 에덴의 왼쪽                   거북알 칭찬의 가족사                아웃사이더 영감과 빠가사리             꿈 개새끼들                       통일 오월                             첫사랑 교회2                           신분 톨레랑스                       돌팔이 3 썩은 고기                      이민 광수 생각                      건달의 2백자평 음모론                          어릿광대 어머니                          장진구에게 그 신문에 침을 뱉어라     프로 쪽의 거처                      염치 2 글쓰기 1.5년차의 단상     청년들, 영화로 도망가다 |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신이 묻는다.(저는 천당과 지옥이라는 기독교적 믿음을 신뢰하지 않습니다만) "사는 동안에 네 꿈은 무엇이었나?" "전 꿈이 없었습니다.. 그저 삶이 이끄는대로 걸어갔을 뿐..." "내가 너를 세상으로 보낸 이유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땀흘리다 오라는 것이었다. 꿈꾸지 않은 죄!! 너는 지옥으로 가서 참회하거라!!"
김규항의 책을 읽으면 내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그가 저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찌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살아가는 동안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느냐~는 질책이 마음에 닿기 때문이기도 하며, 저로서는 감히 따라하기 힘든 삶의 내공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의 책을 읽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은, 이미 신이 되어버린 '자본' 앞에 모두 바싹 엎드려 경배를 드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너는 가짜이고 당신들은 바보다!'라고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독재의 시절에는 그 모진 억압 속에서도 모두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모두가 새로운 권력자 '자본' 앞으로 서로를 밀치며 선착순으로 달려가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경쟁자일 뿐, 어느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며 누가 쓰러졌다고 일으켜주다가는 경쟁에서 저만치 밀려나고 패배자가 되어 버리는 시대 말입니다. '돈'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세상의 가치를 재지 못하고, 역으로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 내는 시대입니다. 너무 견고하여 그 어떤 것으로도 깨뜨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인해 숨이 턱~턱 막힙니다.
과거 독재의 시대엔 야만스러움이나 비열함, 비인간적인 것들이 모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기에 우리가 분노하고 싸우는 일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하지만, 자본의 시대엔 그 모든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어서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대상이 없으니 싸울 수조차 없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렴풋이나마 그 보이지 않는 실체를 실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싸우면 되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본의 힘은 제가 그런 걸 느끼는 순간 바로 저를 덥쳐서 싸울 힘을 빼놓습니다. 자본주의가 달리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이미 제 몸이.. 제 영혼이 자본에 꼼짝없이 잡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그냥 자본이 이끄는 길을 따라서 불편한 마음을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인지, 몸부림이라도 치며 그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것인지.. 답은 주어져 있고, '실천'만을 요구할 뿐입니다.
내 양심이나마 간수하며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기는 하지만 여전히 내 가진 걸 놓지 못하는 우파의 삶이 지금 내 삶이라면, 적어도 내 삶의 기준을 나보다 낮은 곳에다 두고 다른 사람의 양심마저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좌파적 삶은... 어쩌면 포기할 수 없는 '꿈'과도 같은 것입니다.
자신을 B급 좌파라고 규정짓는 저자의 말에.. 그래도 그게 어디요~ 라고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에겐 아직 그 삶이 포기할 수 없는 '꿈'입니다.
제 꿈이기도 합니다만,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길은, 모든 사람들이 '노동'을 멈추어 버리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내 마음에서 '자본'을 영원히 추방하는 그 날이거나...
한 때 사회주의 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적이 있었다.그 때 뭘 제대로 알고서 그랬던 것 같진 않다.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념에 대한 단순한 흥미 이상은 아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상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같은 게 배어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 때나마 가까이 했던 많은 것들에서 하나 둘씩 멀어지게 됐고,
솔직히 그런 가치들에 미련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기만 한 것 같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현실에, 시대상황이란 것에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무뎌져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성숙의 일부인냥,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적잖이 걱정이 됐다.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보수적인 소시민의 전형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괜히 기분만 상하게 되는 건 아닐지, 시간낭비만 하는 건 아닐는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책은 정말로 재밌게 읽었다.
제목처럼 '좌파'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글들일 거라는 예상은 당연히 했지만,
이렇게 즐겁게(?) 읽을 거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온 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이 글의 저자인 김규항 씨를 보고 얘기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하게 넘어가곤 했던,미처 두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예리하게 잡아내는 대목에선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을까 하며, 그런 생각의 깊이에 놀라기도 했다.
사회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던 부조리들을 꿰뚫어 보고 명쾌하게 표현해내는
통찰력과 설득력은 전반적으로 감탄스러울 정도였던 것 같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덕지덕지 포스트잍으로 도배하다시피했을 정도로,
한 군데라도 인상적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단순하게, 편하게,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규항 씨를 보고 단순히 피곤하게만 사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한 편이었고, 일부러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이나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너무 무심해지지 않도록, 내가 살아온 시대를 알고
앞으로 살아갈 시대를 제대로 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주의는 이론이나 사상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다.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레옹 블룸) |
16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