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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

플라나리아

: 2001년 일본 나오키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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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44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9192858
ISBN10 897919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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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야마모토 후미오
1962년 요코하마 출생. 가나가와 대학 졸업. 1999년에 『연애중독』으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0년 『플라나리아』로 124회 나오키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일상으로부터 시대의 편린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정확한 관찰의 시선으로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군청색 밤』 『지혼식』 『낙하유수』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에세이집으로 『그리고 나는 혼자가되었다』『결혼하고 싶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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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스케와 깊은 사이가 되기 전에 유방암이 발견되었더라면?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운이라곤 없는 나에게도 그나마 한줄기 행운이 있었구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눈 앞에서 꼬리 치는 여자를 앞뒤 재지 않고 먹어버린 그의 젊음과, 좋게 말해서 타고난 호인인 그의 성품에 축복 있으라!
--- p.9
첫번째 수술때는 젖꼭지 바로 밑에 생긴 암과 그 주변의 지방을 떼어냈고, 그 다음 해에는 등쪽의 살을 오려다가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을 했다. 말로 하니 간단하지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믿을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복원수술이라더니 가슴이 옛모습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젖무덤을 빙 둘러 화려하기 짝이 없는 수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등에는 일본도로 도려낸 것 같은 15센티미터의 상흔이 생생하다. 게다가 젖꼭지 복원수술은 몸이 좀 회복된 뒤에 다시 하자고 해서 내 가짜 젖에는 젖꼭지가 없다. 전에는 한시라도 빨리 젖에 꼭지를 달아줘야 할텐데 싶어 애가 탔지만, 또다시 병원에 입원하고 마취주사를 맞고 수술할 일을 생각하면, 꼭지가 없으면 어때라는 자포자기의 기분이 든다.
--- p.16
작년에 나는 암으로 오른쪽 가슴을 들어냈다. 스물네살 생일을 맞이하기 한달전의 일이었다. 당시에는 청천벽력이라고 느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청천벽력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때까지 23년동안 내게는 청천이란 말에 어울릴 만한 날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운이 없던 내가 마땅히 당할 일을 당했다고 하는게 훨씬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재수없는 인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
--- p.15
사실은 내 아파트에 데려온 첫날부터 깎아주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여자 머리에 손을 대면 정이 들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아내와 딸. 그 네 사람의 머리카락의 촉감을 내 손바닥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손바닥에 손금이 새겨져 있듯 그들에 대한 애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미에의 머리를 깎아주는 게 두려웠다.
--- p.114
남과 살을 맞대본 건 정말로 오래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섹스를 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안핬다. 섹스는 커녕 나는 그 새 몇 년 동안 키스는 물론 이성에게도 동성에게도 손을 잡히거나 어깨나 등을 잡힌 적도 없었다. 그저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직 내게도 성욕이 있었구나 하며 엉뚱하게 감동하기도 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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