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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리뷰 총점9.2 리뷰 105건 | 판매지수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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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10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94g | 148*215*21mm
ISBN13 9791130606248
ISBN10 1130606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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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한국소설의 새로운 방향!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가 출간됐다. 혼불문학상은 우리시대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됐고, 1회 『난설헌』, 2회『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혼불문학상은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장르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한국소설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에는 총 156편이 응모되었다. “올해는 급격하게 퇴행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 탓인지 우여곡절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담달랐다.” 이 가운데 동학농민혁명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현재적인 사건”으로 재구성하고, “기존 소설은 물론 역사서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은 새로운 역사적 상황이나 역사적 존재들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전혀 새로운 역사상을 제시”한 『나라 없는 나라』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평론가 류보선, 소설가 성석제, 이병천, 하성란이 참여했으며 심사위원장은 소설가 현기영이 맡았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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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하나이다.
무거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면 그대가 꿈꾸는 부국강병책이 따로 있단 말인가
대원군의 음성이 절로 떨었다. 힐난하듯 사내가 되물었다.
-부국강병이라 하셨나이까
-그러하다.
-백성이 가난한 부국이 무슨 소용이며, 이역만리 약소국을 치는 전장에 제 나라 백성을 내모는 강병이 무슨 소용이겠나이까?
한번 말이 트이자 거리낌이 없었다. --- p.11

널브러진 조선 병사의 시신을 피해 관문각 뒤로 돌아가자 건물에 등을 붙인 병사들이 나타났다. 궁을 사수하기 위해 외병의 침입에 맞서 싸우는 병사들은 평안감영 소속의 기영병(箕營兵)이었다. 안경수가 총을 놓고 물러나라는 임금의 분부를 낭송하였다.
-임금께서 어찌 그런 명을 내린단 말이오?
낭송이 끝나자 병사 하나가 외쳤다. 안경수가 말을 잇지 못하자,
-함화당이 점령당했다더니 왜놈들에게 협박을 당하는 게요
또 다른 병사가 물었다. 안경수가 답하였다.
-내가 아는 것은 성상께서 직접 명하셨다는 것이오.
-직접 뵈었으면 협박을 당하는지 아닌지 왜 모른단 말이오? 명을 전하는 그쪽은 뉘시오
-전환국방판 안경수요.
-왜놈이 궁을 터는 일에 편역을 드니 개화당이로구만.
대오의 뒤편에서 비아냥대는 소리가 날아왔다.
-말이 과하다. 나는 어명을 따를 뿐이다. 어명을 거역할 셈인가 잠시 말이 끊기고 추녀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사 하나가 일어나 들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내리쳐 두 쪽을 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총을 동강 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자는 입고 있던 군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평양으로 가서 왜놈과 싸우자! 왜국을 싸고돌면 너희도 우리의 적이다.
못 하는 말이 없었다. 병사들이 한 마디씩 뱉으며 총을 부수고 옷을 찢을 무렵 어디선가 새어나온 불빛이 그들의 눈물에 반사되었다. 병사들이 하나둘 신무문 쪽으로 움직일 즈음 이철래의 얼굴로도 눈물이 내려와 비에 섞였다. --- p.195

갑례가 상을 들어내려 하자 그가 손을 들어 말렸다. 손수 상을 구석에 놓더니 딸을 보았다.
-갑례야.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하였다.
-네.
-아비가 미안하다.
갑례가 고개를 숙이는데 방에 깔린 삿자리 위로 눈물방울이 툭 떨어진다. 전봉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다. 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
말이 끊어졌다. 갑례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살아남아라.
갑례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묵묵히 앉아 딸이 절을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전봉준이 벌떡 일어나 문을 차고 나섰다. --- p.267쪽

-내일은 큰 싸움이 날 텐데…… 선생님은 안 무서우세요?
전봉준이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무서우냐
-무섭습니다. 무섭고말고요.
바람에 바닥의 눈이 송진 가루처럼 쓸려 다녔다. 어디선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나무가 와지끈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고, 추위를 참지 못해 지르는 군사들의 신음이 꼭뒤에 닿았다.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
--- p.30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에게 나라는 없다”

“이 소설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단언컨대, 세상은 지금 안전하지 않다.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_‘작가의 말’에서

흥선대원군 앞에 한 사내가 슬며시 나타난다. 나라에서 철통같이 에워싼 운현궁 노안당을 제집 들듯이 들어온 사내는 “백성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하며, “반도 상도 없이 두루 공평한 세상”(11쪽)에 대해 논한다. 초목마저 떨게 하던 흥선대원군 앞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김봉집이라 했다. 대원군이 재차 본명을 묻자, 사내는 “전봉준이라 쓰기도 하고, 김봉집이며 김봉균이 모두 이름이요, 자는 명숙이라 하며 동무들은 녹두”(13쪽)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전봉준이 돌아간 후 대원군은 끙끙 앓는다. 그해 정월, 전봉준 송두호 정종혁 김도삼 송대화 황홍모 김응칠 최경선 등의 이름이 적힌 통문이 돌았다. 그들은 군사를 모아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낸다. “조선의 명운”이 달린, “조선의 마지막 기회”(25쪽)였던 농학농민혁명이 시작되었다.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 살아남아라.”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문체의 전아한 아름다움이다. 예스러우면서도 현실에 약동하는 고전 문체의 창조적 재발견이다. _현기영(소설가)

『나라 없는 나라』는 동학농민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의 장군들과 흥선대원군과 이철래, 김교진 등의 젊은 관리 그리고 을개, 갑례, 더팔이 같은 주변인 들이 겪는 시대적 상황과 사랑, 아픔을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가장 현재적 의미가 충만한 사건”으로 그려낸다.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 작가는 2012년에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에 관한 평전을 쓴 적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안락을 꿈꾸지만 당장은 안전해 보여도 제도화된 위태로움으로부터 조만간에는 포위”될 게 뻔하기에, “단언컨대, 세상은 지금 안전”하지 않기에,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갑오년에 쏜 총알이 지금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작가는 “기존의 동학농민혁명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몇 개의 역사적 실재 혹은 실재를 덧씌우고 그것을 누빔점으로 동학농민혁명을 재구성”했다. 그런데 “하, 이거, 참, 흥미롭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사건에 관해서라면 이미 많은 대작들이 씌어져 더 이상 덧붙여질 것조차 없어 보였던 동학농민혁명이 기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역사상으로 환생하여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현재적인 사건으로 육박해온다.”(‘심사평’에서)

허투루 넘어갈 문장이 없다
오랜만에 공들여 읽을 소설을 만났다 _하성란(소설가)

『나라 없는 나라』의 가장 큰 강점은 동학농민혁명, 그날의 현재성과 이야기에 담긴 농도 짙은 감동이다. “공경 이하 방백과 수령은 국가가 처한 위험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살찌우고 집안을 윤택하게 하는 계책을 꾀할 뿐”(143쪽)인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이 마침내 일어서 승리를 하고, 결국 무능한 나라 앞에서 하나둘 쓰려져가기까지의 과정에서 오늘날의 현실을 대입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주요 장군들과 더불어 소설을 완성시키는 이름 없는 농민군들의 서사는 마음을 울린다. “롤러코스터처럼 어지럽던” 시대를 살아야 했던 “농민군과 선비, 정치가, 심지어 이름 없는 백성들이 밤하늘 별처럼 찬연히 빛나는 소설”(이병천) 『나라 없는 나라』는 그들 모두의 삶이 얼마나 진지하고 절절했는지를 의미 있게 그려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역사 속 큰 인물을 현재성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로 재창조해낸 역작. 긴 시간과 고투의 공력이 느껴진다.
- 성석제(소설가)

롤러코스터처럼 어지럽던 조선조 말기를 살아야 했던 농민군과 선비, 정치가, 심지어 이름 없는 백성들이 밤하늘 별처럼 찬연히 빛난다. 그들 모두의 삶이 얼마나 진지하고 절절했는지 깨닫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 이병천(소설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문체의 전아한 아름다움이다. 예스러우면서도 현실에 약동하는 고전 문체의 창조적 재발견이다.
- 현기영(소설가)

허투루 넘어갈 문장이 없다. 의고체의 문장은 소설의 문학적인 장치이면서도 작가 자신을 끊임없이 한계로 몰아붙이는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 오랜만에 공들여 읽을 소설을 만났다. 오랜만에 공들여 읽을 작가를 만났다.
하성란 (소설가)

회원리뷰 (105건) 리뷰 총점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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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나라없는 나라를 읽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 | 2019.03.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019.3.1. 오늘은 3.1 만세운동이 일어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나라없는 나라에서 민초들이 목숨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세 운동을 펼친 날이다. 민족 대표 33인은 국가에서 임명해 준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 민족 대표로 불렀고 기독교 대표 16인, 천도교 대표 15인, 불교 대표 2인 총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백성들은 그들을 민족 대표로 여겼고, 누구나 할 것 없이;
리뷰제목

2019.3.1. 오늘은 3.1 만세운동이 일어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나라없는 나라에서 민초들이 목숨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세 운동을 펼친 날이다. 민족 대표 33인은 국가에서 임명해 준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 민족 대표로 불렀고 기독교 대표 16인, 천도교 대표 15인, 불교 대표 2인 총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백성들은 그들을 민족 대표로 여겼고, 누구나 할 것 없이 태극기를 들고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내가 살고 있는 강릉에서도 3.1 은 아니지만 한 달 지난 뒤에 강릉읍 교회 목사님을 중심으로 기독교인들이 삼엄한 일본 경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장날을 맞이하여 만세 운동을 펼쳤다. 영동지역에서 일어난 최초의 만세운동이다. 그 결과 강릉읍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은 옥고를 치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 많은 기독교인들이 다시 일제에 항거했다. 강릉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은 근처 양양으로 번졌고 동해와 삼척지역에서는 보통학교 10대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교에서 조회 시간을 이용하여 만세 운동을 시작했다. 동해 천곡교회 최인규 권사님은 신사참배, 동방요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기독교인의 양심을 끝까지 지킨 결과 옥고를 치루고 결국 병으로 죽음에 이른다.

 

『나라없는 나라』는 3.1운동 이야기가 아니라 동학혁명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책이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수탈에 항거하여 일어난 운동이 일본의 국정간섭과 침략 의도가 분명해지자 농민들은 항일운동으로 운동의 성격을 바꾸고 투쟁한다. 신무기를 앞세운 일본군의 화력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동학정신은 끝까지 이어져 내려와 3.1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소설 속에서 흥선대원군은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부대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개화당 즉 일본당으로 수많은 관료들이 등을 돌렸지만 흥선대원군은 끝까지 일본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일본으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등 농민군 지도자들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반상의 엄격한 신분제도 속에서 숱한 고생을 해야 했던 백성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더 나아가 올바른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 그들의 행동은 우리가 배우고 본받아야 할 점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 결렬로 한반도의 평화가 오리무중이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꼭 평화를 끌어내야 한다. 100주년을 맞이하는 3.1절의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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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민초들이 만든 나라 그 언어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이 | 2018.04.26 | 추천4 | 댓글8 리뷰제목
글 속에서 문제가 되는 몇 구절을 찾아보았다. 읽어나가다 보니 마음에 와서 체크를 해놓은 부분이다. 책갈피를 넣어 두고 읽어나갔는데,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메모를 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 내용을 읽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아니랴 생각된다.   우리는 백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로 가려는 것입니다. 이 나라는 대;
리뷰제목

글 속에서 문제가 되는 몇 구절을 찾아보았다. 읽어나가다 보니 마음에 와서 체크를 해놓은 부분이다. 책갈피를 넣어 두고 읽어나갔는데,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메모를 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 내용을 읽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아니랴 생각된다.

 

우리는 백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로 가려는 것입니다. 이 나라는 대원위 한 사람의 힘이나 몇몇 개화당의 힘으로 구할 수 없을 것이요. 하물며 민씨 일족을 일러 무엇하리요. 호의호식하는 자들이야 배만 채워지면 나라가 넘어간 들 눈이나 깜짝하겠소? 하지만 백성들은 그로부터 더욱 험한 꼴을 겪을 것이매 어찌 싸우지 않는단 말이오. 그를 일러 역모라 하면 과연 그렇겠지요. (P67) 동학이 일어선 이유가 분명히 밝혀진 부분이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농민들이 왜 목숨을 걸고 무기도 변변치 않으면서 궐기했는가? 하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백성에게 주어진 길을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가 시대를 바꿔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백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동학이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혁명으로 인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장들을 통해 그들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농민혁명의 당위성이 제시된다. 비록 실력이 딸려 실패로 돌아간 아픔이 있지만 말이다.

 

여세를 몰아 동장사 이복용이 미리 와 싸우던 둔사를 질러 깃발을 들고 용머리고개 북편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그곳은 홍계훈이 직접 진을 차린 곳이라 저항이 거셀 뿐 아니라 화력 또한 다른 곳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유연대와 다기봉에서 후퇴한 병사가 가세하여 방어벽은 더욱 튼튼해지고 화력 또한 확연히 두터워졌다. 고개를 오르는 군은 마침내 적에게 저지되어 총이 무디어지기를 바짝 엎드려 기다릴 따름이었다.(P167) 전쟁을 하는 장면이다. 농민군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싸웠는가를 보여준다. 그들이 열기 하나로 기세를 타고 자신들의 목숨을 내어놓은 처절함이 보여 진다. 무기도 싸움의 지혜도, 군사들의 단련도 부족한 상황에서 일어난 싸움 현장이다. 그들의 비극적인 결과를 예견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오늘의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정의보다는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지 못한 피지배층이 밀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고부의 호방을 자리에 꿇려 싹싹 빌게 하고 단칼에 베는 것을 살아갈 구실로 알았지만 이제 그것은 저 먼 어디로 물러나 티끌만 한 관심거리도 아니었다. 도리어 그 강렬하고 뜨겁던 삶의 원천이 세상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여 그런 생각으로 살았을까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무서워진 것일 수도 있고 사내다워진 것일 수도 있지만 둘 다이거나 또 다른 어떤 모양일 수도 있었다. 바다 같던 호수가 나중에 보았을 때는 작은 방죽이던 것처럼 거창해 보였던 것들이 개울의 조약돌처럼 실은 작고 하찮게 여겨졌다. 생각해 보니 달라진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살고 있는 세계인 것도 같았다. 초가집이 있고 꽃은 여전히 피고 지건만 그 모두가 실은 예전 그대로가 아니라 새것이었다.(P213)전봉준을 따르던 인물로 묘사된 을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지난 시간 묵묵히 기득권자들이 하자는 대로 맹종하면서 살았던 세월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경험은 그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준다. 착취와 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그것을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농민혁명의 위대한 힘이다. 이 힘이 그들을 조직으로 만들고, 거대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그게 아니라 집강소에 들 때부텀 마누라와는 벌써 싸움이 잦았소. 무슨 중뿔 났다고 그런 델 참여하느라구. 이러다 소작도 떨어진다구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습디다. 내미럴, 중뿔도 없으니 이런 일에 나서지 아니면 미쳤다고 나서겠수? 어찠거나 집강소 들어가서 잡세는 어떻게 하며 결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도 허고 큰 소리 내고 그맀는디아, 그것이 세상없이 재밌는 일이드란 말여. 우리 일을 우리가 결정하고 득 되는 일을 허는디 신이 안 나? 그렇게 이놈들이 지금까지 지들만 해먹었등개벼.(P282)당시 사회가 얼마나 부패해 있었던가를 잘 보여준다. 왜 농민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도 알 수 있게 해주고, 농민세력 지도부가 어떠한 해결책을 내어놓았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집강소 설치는 참 현명한 제시안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의 민주주의의 일단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사투리가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 준다.

 

 

내일은 큰 싸움이 날 텐데......선생님은 안 무서우세요?

전봉준이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무서우냐?

-무섭습니다. 무섭고말고요.

바람에 바닥의 눈이 송진 가루처럼 쓸려 다녔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나무가 와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주위는 참지 못해 지르는 군사들의 신음이 꼭뒤에 닿았다.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는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

다시 바람이 불고 눈가루가 날렸다. 전봉준이 물었다.

-지금도 무서우냐?(P301)

불리한 여건에서 전투를 앞두고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다. 결국 이 전투가 마지막 전투가 된다. 그들이 왜 능력이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전쟁에 물두할 수밖에 없는가를 잘 그려준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세상의 모습은 그들에게 옥쇄를 결심하게 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마 이 부분에서는 승리라는 것을 마음에서 접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농민의 우두머리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있다. 수많은 농민들이 일제의 총칼아래 쓰러져간 것이고, 일본이 한반도에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결국 나라의 수치로 만들어져 갔다. 그 과정에서 지각이 있었던 배운 자들의 민족의식 또한 가슴 아프게 한다.

 

참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들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삶이 무의미할 것이다. 그 삶을 목숨을 걸고 개척해 나가고 찾아가야 한다고 동학혁명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전봉준의 그 기상과 외로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이다. 지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은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 8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무명인 (無名人)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나* | 2016.04.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우리는 특정 인물만을 그린다. 김유신, 이순신, 그리고 을지문덕 장군 등 그들이 전쟁터에서 싸웠던 모습만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이름 없는 무명인(無名人)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이 피땀 흘려서 내는 세금, 전쟁터에서 그들이 흩뿌린 피, 그리고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역사를 이룬 원동력이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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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우리는 특정 인물만을 그린다. 김유신, 이순신, 그리고 을지문덕 장군 등 그들이 전쟁터에서 싸웠던 모습만을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이름 없는 무명인(無名人)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이 피땀 흘려서 내는 세금, 전쟁터에서 그들이 흩뿌린 피, 그리고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역사를 이룬 원동력이다. ‘나라 없는 나라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식들 안 굶기고 배불리 먹이고 덥고 추운 날,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던 평범한 이들이 낫과 쟁기를 들고 총기류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이야기이다. 그들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이며 그들이 곧 우리이다. 지금도 우리는 무명인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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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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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o*****e | 2022.05.18
평점5점
당시의 현장감이 돋보이며 동학농민혁명을 민중 중심의 거룩한 전쟁으로서 상당히 밀도있게 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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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 | 2020.05.06
평점5점
역사소설을 특히 좋아해서 읽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구*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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