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던데. 아무래도 그놈 같아."
"제 귀에는 들리지 않던데요." 휴런 족 인디오도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인디오가 상체를 꼿꼿이 일으켜 세운 채 귀를 곤두세웠다. 이때, 갑자기 밤바다의 정적을 깨는 나팔 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지고, 뒤이어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휴런 족 인디오가 허리를 곱작 구부렸다. 흡사 날아오는 가죽 채찍을 피하려는 사람의 몸놀림 같다.---p.16
갑자기 암벽 뒤에서 돌고래가 나타나는 광경이 인부들의 눈에 띄었다. 돌고래의 등에 이상한 생명체가 말을 탄 자세로 앉아 있었다 ― 좀 전에 잠수부가 이야기하고 있던 바로 그 『악마』였다. 괴물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옛날의 회중시계만큼이나 큰 왕방울 눈이 달려 있다. 두 눈이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햇빛에 번쩍거렸다. 괴물의 피부는 푸른빛이 감도는 부드러운 은빛을 발하고, 손은 개구리 발을 연상케 했다 ― 손의 색깔이 검푸르고, 길쭉한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형성되어 있다. ---p.31
마침내 바다 수면 위로 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몸뚱이가 그물 속에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거대한 두 눈과 은비늘이 달빛에 반사되어 번득였다. 『악마』가 그물에 뒤엉킨 팔을 빼려고 버둥거렸다. 그물에서 팔을 빼낸 괴물이 허벅지의 가느다란 끈에 달린 칼을 뽑아 그물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게 어디 잘라지는 그물인가, 마음대로 해 보라고!" 사냥에 몰두한 발타자르가 조용히 혼잣말을 주절거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쇠 그물이 칼에 절단되었다. 『악마』가 민첩한 동작으로 그물의 잘린 곳을 벌리려고 하자, 인디오 인부들이 서둘러 그물을 바닷가로 끌어올리려고 했다.
"더 세게! 당겨, 당기라고!" 발타자르가 애를 태우며 부르짖었다.
그러나 포획물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 순간, 『악마』의 몸이 그물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가 바닷물 위로 떨어졌다.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폭포수가 바위에 부딪쳐 뽀얗게 일어나는 물보라처럼 무수한 물방울들이 튀어 올라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고 있었다. 『악마』는 달빛에 번쩍이는 물방울들을 뒤로 한 채 바다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pp.41∼42
오솔길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이면서 내리막길로 되어 있다. 공기가 점점 서늘해지고 습기를 머금은 축축한 기운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흐티안드르는 단단한 판석을 딛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걷는 속도를 서서히 줄여 걸음을 멈춘다. 두꺼운 유리가 달린 큼지막한 물안경, 물갈퀴장갑과 오리발을 천천히 착용한 뒤, 허파에 남은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저수지로 뛰어든다. 물이 온몸을 뒤덮자 기분이 상쾌해지고 아가미에 서늘한 기운이 스며든다. 아가미에 벌어진 틈이 율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인간이 물고기로 바뀌고 있다.---p.87
젊은이는 이미 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 바로 이때, 입에 재갈이 물린 듯 낑낑거리는 구티에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리타가 거짓말을 한 거야! 빨리 도망쳐, 이흐티안드르!"
젊은이는 재빨리 몸을 돌려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헤엄쳐 나가, 수면 위로 떠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번쩍 띄는 게 있었다: 바닷가에서 뭔가 하얀 것이 언뜻 보였다.
구티에레가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 이흐티안드르의 탈출을 축하해 준 것 같았다. 이제 언제쯤에나 그녀를 만나게 될까?…
이흐티안드르는 빠르게 헤엄쳐 망망대해로 나아갔다. 멀리 작은 배 하나가 보였다. 하얗게 이는 물거품에 둘러싸인 배가 선체 맨 앞의 뾰족한 끝으로 바닷물을 파헤치며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pp.236-237
검사는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다.
성직자 앞에서 그는 저도 모르게 피고인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검사는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창세기 1장 26절에 나오는 성경 말씀을 당신이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이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다음, 27절 말씀도 늘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런데 살바토르는 감히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일그러뜨리는 죄악을 저지르고, 당신은 ― 당신까지도! ― 그걸 합목적적 행위로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 이 말이오!"
"죄송합니다, 신부님…" 검사는 사죄 이외의 다른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p.258
"아니, 뭐라고! 그게 정말이오? 말을 계속 해 보시오!"
"정말예요. 이흐티안드르를 죽여 없애기로 했어요 ― 가톨릭 대성당의 주교는 《살해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배후에서 은밀히 조종하고 주도한 일이래요. 제가 무슨 독극물을 받았는데, 그게 아무래도 청산가리 같아요. 오늘 밤 제가 이흐티안드르의 물탱크에 든 물에 그 독극물을 타도록 예정되어 있거든요. 형무소 의사는 이미 매수되어 있고요. 교수님이 물고기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행한 기관 이식 수술의 부작용 때문에 이흐티안드르가 죽었다고 그 의사가 사망 진단을 내릴 거래요. …"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