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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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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22g | 125*205*10mm
ISBN13 9788970639499
ISBN10 8970639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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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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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별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어머니

시가 될 첫 음절, 첫 단어를
당신에게서 배웠다

감자의 아린 맛과
무의 밑동에서 묻은 몽고반점의 위치와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뽑아 먹는 기술을
그리고 갓난아기일 때부터
울음을 멈추기 위해 미소 짓는 법을
내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맞잡으면
기도가 된다는 것을

당신은 내게 봄 날씨처럼 변덕 많은 육체와
찔레꽃의 예민한 신경을 주었지만
강낭콩처럼 가난을 견디는 법과
서리를 녹이는 말들
질경이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시는 아직도
어린 시절 집 뒤에 일군 당신의 텃밭에서 온다
때로 우수에 잠겨 당신이 바라보던 무꽃에서 오고
비만 오면 쓰러져 운다면서
당신이 일으켜 세우던 해바라기에서 오고
내가 집을 떠날 때
당신의 눈이 던지던 슬픔의 그물에서 온다

당신은 날개를 준 것만이 아니라
채색된 날개를 주었다
더 아름답게 날 수 있도록

하지만 당신의 경사진 이마에
나는 아무것도 경작할 수 없다
삶이 파 놓은 깊은 이랑에
이미 허무의 작물이 자라고 있기에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낙타의 생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 보고서야
무릎 기도 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 날을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 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왔음을 알았다



직박구리의 죽음

오늘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령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으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가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추운 날이었다
겨울이었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늘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가 어디서
직박구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른다
새는 이미 굳어 있었고 얼어 있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뜰에다 새를 묻어 달라고
자기 집에는 그럴 만한 장소가 없다고

그리고 아이는 떠났다 경직된
새와 나를 남겨 두고 독백처럼
눈발이 날리고
아무리 작은 새라도 언 땅을
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흰 서리가
땅속까지 파고들어 가 있었다
호미가 돌을 쳐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인가
무표정에 갇힌 격렬함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진짜 얼굴이 되어 버린
가면
혹은, 날개가 아닌 팔이라서 날 수 없으나
껴안을 수 있음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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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가 더 필요하다. 풀과 나무, 새와 벌레, 달과 별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가 더 많아야 한다. 내가 나를, 내가 너를 만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외로워졌다. 시가 부족해지면서 가난해졌다. 시를 멀리하면서 작아졌다.
시인 류시화가 1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돌’과 ‘꽃’의 대화이다. 꽃에게 손을 내미는 돌, 돌에게 말을 거는 꽃. 돌과 꽃이 지구별의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미 시인이다. “새의 폐 속에 들어갔던 공기가 내 폐에 들어온다”는 사태를 수용한다면, 우리의 삶은 이미 시다.
류시화의 시는 ‘감응의 시’다. 그의 감응은 대상을 끌어안으면서 공감과 연대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큰 순환에 자신을 내맡기는 기술”을 터득한다. 그의 시는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거대한 세탁’을 하면서 폭력에 바탕 한 산업문명을 전복시킨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 뭇 생명의 아픔을 이해하는 시적 감수성을 회복한다면, 오늘의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를 것이다.
류시화의 시는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하는 한 개의 기쁨”이다. ‘한 개의 슬픔’이 ‘천 개의 기쁨’을 앗아 가는 외롭고 가난하고 어두운 시절, 여기 류시화가 돌과 꽃에 새긴 기도문이 있다. 두근거리는 시의 세계가 여기 있다. 잊지 말자. 우리는 모두 시인이었다. 그래서 시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우리는 시가 더 필요하다.


이문재 (시인)
우리가 시를 읽으면서 알 수 없는 설렘과 감동, 그리고 나만의 고독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치유 과정’이자 ‘정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순간적 몰입과 오랜 여운이 이 치유와 정화를 견인한다. 시가 나의 상처이면서 나의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이 오랜만에 세상에 내놓는 이번 시집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할 것이라 믿는다. 오랫동안 숙고한 언어, 명상으로부터 길어 올린 지혜, 그리고 진솔한 자기 고백이 그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이홍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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