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1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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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9쪽 | 299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2912989 |
ISBN10 | 8972912980 |
발행일 | 2001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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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9쪽 | 299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2912989 |
ISBN10 | 8972912980 |
양복 이야기 영양가가 높은 음악 리스토란테의 밤 불에 태우기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장어 로도스 섬 상공에서 홍당무 카키피 문제는 뿌리가 깊다 뛰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블래디 오블라다 파스타라도 삶아라! 사과의 마음 킨피라 뮤직 고양이의 자살 스키야키가 좋아 김밥과 야구장 30년 전에 일어난 일 세상은 중고 레코드 가게 코트 속의 강아지 버지니아 울프는 무서웠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도넛 판화 상당히 문제가 있다 성가신 비행기 크로켓과의 밀월 가르치는 데 서툴다 아, 안 돼! 사람들은 왜 지라시 스시를 좋아할까 와일드한 광경 넓은 들판 아래에서 작은 과자빵 이야기 포켓 트랜지스터 하늘 위의 블러디 메리 새하얀 거짓말 이상한 동물원 이걸로 됐어 원주율 아저씨 센트럴 파크의 매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식당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골동품 가게 기담 싸움을 하지 않는다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서 울어 주렴 체중계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길만 있으면 안녕을 말하는 것은 후기 |
사전적 정의로 수필(隨筆)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은 완벽한 수필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지만 재치 넘치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며, 그 때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처럼 가깝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잡지에 매주 한 편식 연재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하루키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뭐가 되었는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맘대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술술 글을 쓸 수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읽는 내내 하루키가 왠지 신나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즐거움 가운데에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읽는 내 기분도 약간 들뜬 느낌이었다. 마치 작은 탁구공 하나가 대리석 바닥 위에서 통통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랄까?
일정한 형식이 없다고는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일정한 패턴 같은게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다 보니 각 이야기들 전반에 흐르는 리듬이 느껴진다. 흥미 있는 소재를 소개하는 첫 부분에선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를 쓰고, 그에 이어서 그 소재에 얽힌 자신만의 경험을 쓴다. 그러다가 이전의 흐름을 살짝 뒤트는 듯한 전환부를 도입하고 자신만의 유머와 재치로 글을 마무리한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글이 흘러가는 분위기는 엇비슷하다. 하루키의 엉뚱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키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들 걱정을 하기도 하고, 인기 많은 가수를 시샘하기도 한다. 그는 음악을 참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한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많이 실려 있고 그에 대한 식견도 잘 세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하고,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해외의 식당들, 비행기 등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들기 좋아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한다. 그가 쓴 소설들에서보다 이 짧은 글들을 통해서 그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와 조금은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잡지에 연재할 때는 오하시 아유미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함께 실렸던 것 같은데 번역본에서 그 그림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루키의 엉뚱함과 재치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 주었을 것 같은데…원본을 구해서 그림이라도 봐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50편의 짧은 글들은 20대 전후의 젊은 여자들을 위한 잡지에 매주 한 편씩 1년 동안 연재된 에세이들이다. 딱히 그런 감성을 알수없기에 저자는 흥미있는 것만을 마음대로 쓰자고 생각하게 써냈다고 한다. 그래도 신경쓴 것은 젊은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글이었기에 안이한 단정같은 것만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당연히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하는 전제를 포함한 문장은 쓰지 않도록 하자고,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강요하는 듯한 것도 가능한 한 쓰지 않도록 하자고. (157쪽)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을수도 있으니 구지 한가지만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사를 한 다음 날 몇 백 개의 무거운 짐을 나른 다음 빔 벤더스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를 보러가게 보았다고 한다. 몹시 피곤한 끝에 영화관 의자에 앉으니 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버리는 상황. 그런지라 영화사 시작되고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영화 화면 곳곳에서 졸았다고 한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편안한 잠속으로 빠져들어버리는 상황. 그런 상황은 저자처럼 누구에겐 있을 것이다.
나여시 예전에는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요즘은 가끔 영화를 보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잠이 들어버릴때가 있다.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놓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나서 피곤이 모두 사라진듯한 그 느낌. 저자는 그 느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화관을 나왔을 때 내 몸은 몇가지의 꿈을 통과하여 중고 레코드 등급으로 말하면 '거의 신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이 영화를 정당하게 이해했고 평가했다는 느낌이다. 몸의 저 깊은 곳에까지 영화가 배어들어 영양분을 쭉죽 빨아들였다는 실감이었다. (11쪽)
그러고보니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던 얼바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생각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영화속에 흐르던 음악이 참 좋았다.
어떤 특별한 밤에 어떤 특별한 남녀가 저녁을 먹던 상황을 섬세한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한 이야기 또한 아주 재미있다. 물론 그 연인에게는 슬픈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아주 분위기 있게 저녁식사를 먹으며 멋진 데이트를 하던 남자가 갑자기 '츠르릅 츠르르릅!'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먹는다.
계절이 바뀔 때 한번, 지옥의 대문이 열렸다 닫혀질 때 한번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리. 그 소리에 나도 얼어붙었고, 아내도 얼어붙었고,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얼어붙었다. 맞은편 여자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삼키고, 모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인 남자만은 무심하게, '츠르릅, 츠르르릅'하고 너무나도 행복한 듯이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15쪽)
그런 장면이 연출된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작가는 그 상황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걱정이 된다는 말과 함께. 정말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옥의 티가 가끔 이제까지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제대로 콕 찝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섬세한 글은 섬세한 관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난 왜 이 책이 남자의 행복한듯 무심하게 먹는 '츠르릅, 츠르르릅' 같지?
어떤 책이야?
수필집이야. 자전적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는것으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가 소소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동생이 무라카미 책을 읽고 싶은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길래 제일 먼저 권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야.
술술 읽히지만 결코 슬슬 읽기만 한 책은 아니야. 얇고 밋밋해 보이기까지한 이 아담한 책 속에는 하루키의 이갸기가 가득하거든.
왜 <무라카미 라디오>라고 이름 붙였을까?
글쎄? 책안에서 어딘가에서 그 이유가 언급된 적이 있었던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나질 않아. "라디오"라는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거잖아. 그게 첫번째 이유라고 생각해. 지금은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을 잃어 가지만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독특함은 분명하다고. 그런 와중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것이 나온거야. 누구나 이 라디오를 틀어볼 수 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 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무라카미 라디오 뿐이야. 그가 혼자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어야 한단말이지. 단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라카미는 꽤나 매끄러운 진행을 해 낼 유능한 진행자라는 점이야.
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 이름도 처음 들어 봤는걸?
그렇다면 더 좋아. 무라카미의 소설을 읽고 그의 팬이 된 사람들만 그의 에세이를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 아니 꼭 그래야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된건 <코끼리 공장의 해피 앤드>라는 에세이 집을 통해서 였거든. 내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댄스 댄스 댄스>같은 책을 처음으로 무라카미를 접하게 되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읽어 낼 수 없었을 거야. 그의 소설들과 에세이들을 적당히 버무려 읽는게 큰 즐거움을 주니까.
적당히 버무려서 읽는다고?
무라카미는 소설의 숫자만큼 에세이를 많이 썻어. 소설은 마라톤 같이 에세이는 단거리 스프린트처럼 읽을 수 있거든. 그 긴 호흥과 짧은 호흡을 번갈아 가며 읽으면 꽉찬 느낌이 들어. 그의 소설이 잘 일히지 않으면 에세이만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거야.
<세라복을 입은 연필>이나<코끼리 공장의 해피 앤드>같은 책들도 재미있어. 내가 에세이 집을 한권 낸다면 이 책 <무라카미 라디오>같은 책을 쓸거야.
왜?
그 말투가 좋거든. 그 담백한 말투가 정말 좋아.
이 책 읽어볼까?
이 책의 이름처럼 라디오를 기대해봐. TV는 확실히 아니야. TV는 직관적으로만 해석될, 그러니까 조금의 여백도 없이 다음 장면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니까 지친다구. 근데 이 책은 적당한 여유가 있어.
무라카미를 읽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거나, 이 사람은 뭔가?라는 호기심이 들었을 때는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봐.
한번에 스트레이트로 읽어 버려도 좋고, 몇장씩 읽고 쉬어도 좋아.
뭐, 분명히 재미가 있어 금방 읽어 버릴거라고 생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