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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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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29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912989
ISBN10 897291298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양복 이야기
영양가가 높은 음악
리스토란테의 밤
불에 태우기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장어
로도스 섬 상공에서
홍당무
카키피 문제는 뿌리가 깊다
뛰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블래디 오블라다
파스타라도 삶아라!
사과의 마음
킨피라 뮤직
고양이의 자살
스키야키가 좋아
김밥과 야구장
30년 전에 일어난 일
세상은 중고 레코드 가게
코트 속의 강아지
버지니아 울프는 무서웠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도넛
판화
상당히 문제가 있다
성가신 비행기
크로켓과의 밀월
가르치는 데 서툴다
아, 안 돼!
사람들은 왜 지라시 스시를 좋아할까
와일드한 광경
넓은 들판 아래에서
작은 과자빵 이야기
포켓 트랜지스터
하늘 위의 블러디 메리
새하얀 거짓말
이상한 동물원
이걸로 됐어
원주율 아저씨
센트럴 파크의 매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식당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골동품 가게 기담
싸움을 하지 않는다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서 울어 주렴
체중계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길만 있으면
안녕을 말하는 것은

후기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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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피라 뮤직
음악에는 참으로 시추에이션이라는 것이 중요해서, 주방에서 아내가 혼자 킨피라를 만들 때의 백뮤직으로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스카이 파일럿'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때는 뭐니뭐니 해도 닐 영이다. 딱 맞는 음악이 등 뒤에서 흐르고 있으면, 작업도 순조롭고 노동 의욕도 솟는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백뮤직을 골라야 하니, 그것은 그것대로 힘들지도 모른다.
--- p.47
지금은 비교적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지만, 한창 건방졌던 젊은 시절에는 인터뷰에서도 나는 종종 엉터리 대답을 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하고 묻는 일이 있으면, '글쎄요, 최근에는 메이지 시대의 소설을 자주 읽습니다. 초기 언문일치 운동에 관련된 마이너 작가들을 좋아하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와다 마사오라던가, 오자카 고헤이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몹시 자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실존하지 않는 작가다. 완전히 꾸며 낸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얼렁뚱땅 만들어 내어 대답하는 데에 의외로 능하다. 특기라고 할까, 장기라고 할까.
--- p.113
이상한 일이지만 이탈리아 파스타는 진정 맛이 있다. '당연하잖아, 그게 어째서 이상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탈리아와 이웃한 나라들에서 먹는 파스타가 하나같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기만 하면 파스타가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국경이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돌아오면 그때마다 '오, 이탈리아는 파스타가 맛있구나.'하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생각건대, 그런 '새삼 절감하는' 하나하나가 우리 인생의 골격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 p.41
음악이란 좋은 것이다. 음악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와 함께 엮여진 깊고 아름다운 개인적인 정경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인생은(즉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되었을 것이다.
--- p.108
우리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조금 떨어진 자리에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아직 밤이 되기는 일러, 손님은 우리와 그 사람들 뿐이었다. 아마 남자는 이십대 후반, 여자는 이십대 중반쯤, 둘 다 인물도 괜찮고, 도회적이며 깔끔한 옷차림을 한, 아주 스마트한 분위기의 커플이었다. 와인을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그것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두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들었다기보다는 저절로 들려 왔지만), 이 두사람은 깊은 사이가 되기 직전이구나'하는 것을 알았다. 내용적으로는 극히 평범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목소리의 톤으로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나도 일단은 명색이 소설가이니, 그쯤의 남녀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남자는 '슬슬 꼬셔볼까'하고 생각하고 있고, 여자도 '그냥 넘어가 줄까'하고 생각하고 있다.
--- pp. 13-14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나중에 아내가 야단쳤다.

'그렇지만 말이야, 그건 염력이야.' 하고 나는 변명했다.

'그 할머니가 찌릿찌릿 전파를 보내 내 손이 미끄러워지도록 했단 말이야.'

물론 아내는 그따위 말은 상대도 해 주지 않았다. 지금도 그 아홉 장의 접시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뭐, 그렇게 나쁘지 않은 접시이긴 하지만.
--- p.138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서 사과를 하나 들고 서재로 가서 사과 마크의 '애플' 스위치를 누르고, 나는 새벽 빛 속에서 화면 준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빨갛고 신맛 나는 사과를 한 입 가득 깨물어 먹는다. 그리고 자, 오늘도 열심히 소설을 써야지 하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계속해왔다. 절대 윈도즈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 윈도즈에는 사과 마크가 붙어 있지 않으니까.
--- pp.44-45
생각건대, 인간의 실체란 것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인가의 계기로, '자,오늘부터 달라지자!'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없어져 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 기억 합금처럼 혹은 거북이가 뒷걸음질 쳐서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처럼 엉거주춤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가 버린다. 결심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 p. 8
모든 것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조용하며 아득히 멀리 있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의 형태로 묶고 있던 띠 같은 것이 무엇인가의 힘이 가해지자 풀어져서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때 나는 내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세계는 이미 다 풀어져서 지금부터 세계는 나와 무관하게 진행되어 가겠구나 하고.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다가 결국 육체를 잃고 오감만이 나중에 남아 처리해야 할 업무처럼 세계를 나의 눈 속에 담아둔 것 같았다. 아주 신기하고 은밀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엔진이 걸려 주위에 다시 굉음이 돌아왔다. 비행기는 크게 공중을 선회하다가 활주로를 향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육체를 되찾은 한 사람의 여행자로서 로도스섬에 내렸다. 그리고 계속 살아 있는 자로서 레스토랑에서 생선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호텔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죽음의 감촉은 아직도 내 속에 선명한 실감을 동반한 채 남아있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그 작은 비행기 안에서 본 풍경이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아니 , 실제로 그 때 나의 일부는 죽어 버렸다고조차 생각한다. 맑은 로도스섬 상공에서, 아주 조용히..
--- p.26-27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당신은 정말 뻔뻔스럽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성격인지 몰라.' 하고 어이없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절대로 나는 뻔뻔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특별히 뭔가 불편했던 기억도 없고, 부자유스러움을 느낀 적도 없었기 때문에, '대충 이 정도면 됐어.'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뿐이지, 절대 '이 상태로도 충분히 핸섬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 p. 119
나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롤 캐비지를 만들 때는 예전에 프린스라고 불렸던 아티스트가 좋을 듯한 생각이 든다. 에릭 크랩튼은 버섯 우동을 만들 때에 좋고, 돈까스는 마빈 게이가 좋을 것 같다.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몹시 곤혹스럽지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 p.47-48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식품인 카키피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하나는 '타인이 개입하면 감씨와 땅콩이 줄어드는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내는 땅콩을 좋아해서 나와 같이 먹으면 카키피 속의 땅콩만 일방적으로 먹어 버려, 결국 감씨만 남게 된다. 내가 투덜거리면, '당신은 어차피 콩 종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감씨가 많은 쪽이 더 좋죠?'라고 한다.
확실히 나는 땅콩보다는 감씨 쪽을 더 좋아한다. 그것을 기꺼이 인정한다(나는 대체로 냄새를 맡아보고 단 것보다 매운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카키피를 먹을 때, 나는 자신의 내재된 욕망을 최대한 억누르며 감씨와 땅콩을 가능한 한 공평하게 다루도록 애쓰고 있다. 자신의 속에 반강제적으로 '카키피 배분 시스템'을 확립하여 그 특별한 시스템 속에서 삐뚤어지고 보잘것없는 개인적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단 것과 매운 것이 있어서 양자는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세계관을 새삼 확인한다. 그러나 그런 까다로운 정신 작업을 다른 사람이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몹시 귀찮다. 그래서 '뭐, 그건 그렇지만......'하고 궁시렁거리면서, 주뼛주뼛 남겨진 감씨만 먹고 있다. 음, 일부일처제란 어려운 제도이다. 오늘도 카키피를 먹으면서 나는 새삼 절감한다.
--- p.32-33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여기 수록된 50편의 짧은 글들은 잡지 「anan」에 매주 한 편씩 1년 동안 연재한 것입니다. 「anan」을 손에 들고 읽는 사람들은 대개 20세 전후의 젊은 여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대체 어떤 읽을거리를 원하는지--아니, 읽을거리 자체를 원하기는 하는지--나는 전혀 짐작할 수 없어, 그럼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뭐든 좋으니까 내가 흥미있는 것만을 맘대로 쓰도록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단지, 젊은 독자를 대상으로 해서 쓰는 만큼, 한 가지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안이한 단정 같은 것만은 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당연히 모두들 알고 있을 테니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하는 전제를 포함한 문장은 쓰지 않도록 하자고.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강요하는 듯한 것도 가능한 한 쓰지 않도록 하자고.
--- "후기"에서

회원리뷰 (63건) 리뷰 총점7.0

혜택 및 유의사항?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해졌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나**기 | 2014.10.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전적 정의로 수필(隨筆)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은 완벽한 수필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지만 재치 넘치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며, 그 때 저자가 느낀 감;
리뷰제목

  사전적 정의로 수필(隨筆)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이 정의를 따르자면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은 완벽한 수필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지만 재치 넘치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며, 그 때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처럼 가깝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잡지에 매주 한 편식 연재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하루키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뭐가 되었는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것들에 대해 맘대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술술 글을 쓸 수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읽는 내내 하루키가 왠지 신나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즐거움 가운데에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읽는 내 기분도 약간 들뜬 느낌이었다. 마치 작은 탁구공 하나가 대리석 바닥 위에서 통통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랄까?


  일정한 형식이 없다고는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일정한 패턴 같은게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다 보니 각 이야기들 전반에 흐르는 리듬이 느껴진다. 흥미 있는 소재를 소개하는 첫 부분에선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를 쓰고, 그에 이어서 그 소재에 얽힌 자신만의 경험을 쓴다. 그러다가 이전의 흐름을 살짝 뒤트는 듯한 전환부를 도입하고 자신만의 유머와 재치로 글을 마무리한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글이 흘러가는 분위기는 엇비슷하다. 하루키의 엉뚱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키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그들 걱정을 하기도 하고, 인기 많은 가수를 시샘하기도 한다. 그는 음악을 참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한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많이 실려 있고 그에 대한 식견도 잘 세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하고,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해외의 식당들, 비행기 등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들기 좋아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한다. 그가 쓴 소설들에서보다 이 짧은 글들을 통해서 그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와 조금은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잡지에 연재할 때는 오하시 아유미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함께 실렸던 것 같은데 번역본에서 그 그림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루키의 엉뚱함과 재치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 주었을 것 같은데…원본을 구해서 그림이라도 봐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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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풀* | 2013.02.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에 수록된 50편의 짧은 글들은 20대 전후의 젊은 여자들을 위한 잡지에 매주 한 편씩 1년 동안 연재된 에세이들이다. 딱히 그런 감성을 알수없기에 저자는 흥미있는 것만을 마음대로 쓰자고 생각하게 써냈다고 한다. 그래도 신경쓴 것은 젊은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글이었기에 안이한 단정같은 것만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당연히 모두 알고 있을 테니;
리뷰제목

이 책에 수록된 50편의 짧은 글들은 20대 전후의 젊은 여자들을 위한 잡지에 매주 한 편씩 1년 동안 연재된 에세이들이다. 딱히 그런 감성을 알수없기에 저자는 흥미있는 것만을 마음대로 쓰자고 생각하게 써냈다고 한다. 그래도 신경쓴 것은 젊은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글이었기에 안이한 단정같은 것만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당연히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하는 전제를 포함한 문장은 쓰지 않도록 하자고,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강요하는 듯한 것도 가능한 한 쓰지 않도록 하자고. (157쪽)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을수도 있으니 구지 한가지만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사를 한 다음 날 몇 백 개의 무거운 짐을 나른 다음 빔 벤더스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를 보러가게 보았다고 한다. 몹시 피곤한 끝에 영화관 의자에 앉으니 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버리는 상황. 그런지라 영화사 시작되고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영화 화면 곳곳에서 졸았다고 한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편안한 잠속으로 빠져들어버리는 상황. 그런 상황은 저자처럼 누구에겐 있을 것이다.

 

 나여시 예전에는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요즘은 가끔 영화를 보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잠이 들어버릴때가 있다. 그 자체로 좋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놓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나서 피곤이 모두 사라진듯한 그 느낌. 저자는 그 느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화관을 나왔을 때 내 몸은 몇가지의 꿈을 통과하여 중고 레코드 등급으로 말하면 '거의 신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이 영화를 정당하게 이해했고 평가했다는 느낌이다. 몸의 저 깊은 곳에까지 영화가 배어들어 영양분을 쭉죽 빨아들였다는 실감이었다. (11쪽)

 

그러고보니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던 얼바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생각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영화속에 흐르던 음악이 참 좋았다.

 

어떤 특별한 밤에 어떤 특별한 남녀가 저녁을 먹던 상황을 섬세한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한 이야기 또한 아주 재미있다. 물론 그 연인에게는 슬픈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아주 분위기 있게 저녁식사를 먹으며 멋진 데이트를 하던 남자가 갑자기 '츠르릅 츠르르릅!'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먹는다.

 

계절이 바뀔 때 한번, 지옥의 대문이 열렸다 닫혀질 때 한번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리. 그 소리에 나도 얼어붙었고, 아내도 얼어붙었고,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얼어붙었다. 맞은편 여자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삼키고, 모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인 남자만은 무심하게, '츠르릅, 츠르르릅'하고 너무나도 행복한 듯이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15쪽)

 

그런 장면이 연출된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작가는 그 상황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걱정이 된다는 말과 함께. 정말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옥의 티가 가끔 이제까지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제대로 콕 찝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섬세한 글은 섬세한 관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난 왜 이 책이 남자의 행복한듯 무심하게 먹는 '츠르릅, 츠르르릅'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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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무라카미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 _ 무라카미가 말을 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2012.03.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떤 책이야?수필집이야. 자전적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는것으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가 소소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동생이 무라카미 책을 읽고 싶은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길래 제일 먼저 권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야. 술술 읽히지만 결코 슬슬 읽기만 한 책은 아니야.  얇고 밋밋해 보이기까지한 이 아담한 책 속에는 하루키의 이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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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야?


수필집이야. 자전적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내는것으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가 소소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동생이 무라카미 책을 읽고 싶은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길래 제일 먼저 권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야. 

술술 읽히지만 결코 슬슬 읽기만 한 책은 아니야.  얇고 밋밋해 보이기까지한 이 아담한 책 속에는 하루키의 이갸기가 가득하거든.


왜 <무라카미 라디오>라고 이름 붙였을까?

글쎄? 책안에서 어딘가에서 그 이유가 언급된 적이 있었던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나질 않아. "라디오"라는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거잖아. 그게 첫번째 이유라고 생각해.  지금은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을 잃어 가지만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독특함은 분명하다고. 그런 와중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것이 나온거야. 누구나 이 라디오를 틀어볼 수 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 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무라카미 라디오 뿐이야.  그가 혼자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어야 한단말이지. 단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라카미는 꽤나 매끄러운 진행을 해 낼 유능한 진행자라는 점이야.


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 이름도 처음 들어 봤는걸?

그렇다면 더 좋아. 무라카미의 소설을 읽고 그의 팬이 된 사람들만 그의 에세이를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 아니 꼭 그래야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된건 <코끼리 공장의 해피 앤드>라는 에세이 집을 통해서 였거든. 내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댄스 댄스 댄스>같은 책을 처음으로 무라카미를 접하게 되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읽어 낼 수 없었을 거야. 그의 소설들과 에세이들을 적당히 버무려 읽는게 큰 즐거움을 주니까.


적당히 버무려서 읽는다고?

무라카미는 소설의 숫자만큼 에세이를 많이 썻어. 소설은 마라톤 같이 에세이는 단거리 스프린트처럼 읽을 수 있거든. 그 긴 호흥과 짧은 호흡을 번갈아 가며 읽으면 꽉찬 느낌이 들어.  그의 소설이 잘 일히지 않으면 에세이만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거야. 

<세라복을 입은 연필>이나<코끼리 공장의 해피 앤드>같은 책들도 재미있어. 내가 에세이 집을 한권 낸다면 이 책 <무라카미 라디오>같은 책을 쓸거야. 


왜?

그 말투가 좋거든. 그 담백한 말투가 정말 좋아. 


이 책 읽어볼까?

이 책의 이름처럼 라디오를 기대해봐. TV는 확실히 아니야. TV는 직관적으로만 해석될, 그러니까 조금의 여백도 없이 다음 장면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니까 지친다구. 근데 이 책은 적당한 여유가 있어. 


무라카미를 읽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거나, 이 사람은 뭔가?라는 호기심이 들었을 때는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봐.

한번에 스트레이트로 읽어 버려도 좋고, 몇장씩 읽고 쉬어도 좋아. 


뭐, 분명히 재미가 있어 금방 읽어 버릴거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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