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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 SET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과 죽음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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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516g | 128*190*3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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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 마음산책
시한부 삶을 안 뒤 더욱 명랑해진 일상 『100만 번 산 고양이』 작가 사노 요코의 ‘음울’하면서 ‘통쾌’한 일기 전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는 2003년부터 2008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까지 쓴 꼼꼼한 생활 기록이다. 간결하고 독특한 문체가 시원시원한, 한 편의 소설 같은 예술가의 내밀한 삶을 읽는다.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독거 작가 ‘까칠한 언니’의 일상을 살펴본다.

[도서] 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 마음산책
암 재발 이후 새롭게 마주한 삶 『사는 게 뭐라고』 작가의 외침 “훌륭하게 죽고 싶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 삶에 관한 시크함을 보여준 그녀가 암 재발 이후 세상을 뜨기 두 해 전까지의 기록을 남겼다. 『죽는 게 뭐라고』는 사노 요코가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라는 신념을 지키며 죽음을 당연한 수순이자 삶의 일부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이루는 산문들과 대담, 작가 세키카와 나쓰오의 회고록에도 이러한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노 요코는 시종일관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라고 초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아무래도 좋은 일
아, 일 안 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성격 나쁜 인간
특별한 건 필요 없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괜찮을까, 돈도 드는데
살아 있는 인간의 생활은 고되다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
요코가 또 저런다
정말로 터무니없는 녀석
누구냐!
늙은이의 보고서
생활의 발견

해설 사카이 준코
옮긴이의 말
죽는 게 뭐라고
11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
28 비겁함이 가장 나쁘다
40 끊임없는 불꽃놀이
53 성격이 나쁜 사람은 자기 성격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른다
64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77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 피우지 말길

내가 몰랐던 것들
122 아파서 죽습니다
131 호기심이란 천박하다
144 거기에는 누구의 이름도 붙어 있지 않았다
158 내년에 피는 벚꽃
168 모두들 일정한 방향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듯

179 사노 요코 씨에 대하여

197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6시 반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는데 믿을 수 없다. 일어나서 대체 무얼 하는 것일까? --- p.11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p.14

세상에는 대범한 요리와 좀스러운 요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량스푼으로 정확하게 재어 만들어도 찔끔찔끔 옹졸한 맛이 나게 요리하는 사람이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맛에 깊이가 없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는 나도 모른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격차가 커서 나조차도 내가 만든 음식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버린 적도 있으니까, 불안정한 인격이 요리에 그대로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 pp.18-19

예전에 본 요리 방송에서, 그런 방송이 하도 많아서 어떤 프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보다가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라는 요리였다.
물 대신 사각 종이 팩에 든 오렌지 주스를 콸콸 붓고, 꽁치 한 마리를 넣어 전기밥솥 스위치를 켠다. 완성된 오렌지색 밥 위에 꽁치 살을 발라내어 섞는다.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속이 메슥거린다. 아, 메슥거린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얼마나 끔찍한 요리인지 어디 한번 먹어나 보자고. --- p.31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 p.45

어린애였던 나는 그때, 가장 비참한 것 속에 익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51

나는 공공 기관에 가면 반드시 싸움을 벌인다. 아니, 공공 기관 현관부터 시비 거는 태도로 들어간다. --- p.80

살인자가 반드시 나쁜 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도 있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은 10엔짜리 땜통 정도로 끝난 것에 감지덕지해야 한다.
-96쪽

나는 한 치 앞은 암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되도록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하는 성질 급한 인간이다. --- p.96

암은 좋은 병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멜론 같은 걸 사 온다. 나는 또 굴뚝이 되어 있다. 모두들 얼굴을 찌푸리며 “요코 씨……” 하고 아연실색한다.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 --- p.113

아아 당신도 잘 살아냈구나. 이 체온으로, 이 뼈로, 이 피부로. 사람은 사랑스럽고 그리운 존재구나. --- p.193

사람은 무력하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좋을 대로 살아가고 있다. --- p.212

젊은 시절, 남자가 있는 자리에서는 꼭 교태를 부리던 그 여자는 할머니가 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직도 아양을 떨며 남자를 밝힐까. 만약 그렇다면 이 눈으로 보고 싶다.
--- p.231
사람은 삶이 되고 암은 앎이 된다

이 책의 일본어 원제가 ‘죽을 의욕 가득’이라는 걸 알고 나서 문득, 풍경 하나가 떠올랐다. ‘침묵의 수도’로 유명한 트리피스수도원에서 단 한 가지 허용되는 말은 “형제여, 우리가 죽음을 기억합시다”라는 말이다. 왜일까? 지금 문화에서 죽음은 늘 닥치거나 선고되거나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암 선고를 받은 후 사노 요코가 줄기차게 말하는 죽음은 도리 없이 동전의 양면처럼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극렬한 통증이 살아 있음의 증거인 것처럼 죽을 의욕 역시 삶의 가장 강렬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 가장 유명한 암 환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삶의 최고의 발명품”이라 말한 아이러니는 이렇게 이해해야 마땅하다. ‘사람’을 빠르게 치려다 오타가 생기면 종종 ‘삶’이 된다는 걸 아시는지. 이 책은 암에 걸렸지만 담배 따위 끊지 않고,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죽고 싶어 하던 박력 있는 할머니가 ‘암’에 대해 적어 내려가다가 문득 ‘앎’에 이르게 된 사려 깊은 오타 같다.
백영옥 (소설가)
나 역시 가장 소중한 건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 p.40

물건이 다 뭔가. 돈이 다 뭔가.
--- p.48

입버릇이 나쁜 인간은 고릴라보다도, 소보다도 못하다.
--- p.50

가난해도 좋다. 나는 품격과 긍지를 지닌 채 죽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 p.52p

살아 있으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 p.54p

다시 태어난다면 ‘멍청한 미인’이 되고 싶다. 얼마 전 거울로 얼굴을 보며 “너도 참 이 얼굴로 용케 살아왔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대견하기도 하지”라고 말했더니 스스로가 갸륵해서 눈물이 나왔다.
--- p.56~57

나는 인사치레를 못한다. 인사치레를 하려 들면 입이 썩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하는 칭찬은 진심이다.
--- p.62

나는 모든 것을 가난으로부터 배웠다.
--- p.63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고통에서 해방되려면 죽는 게 가장 좋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아무래도 억울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억울했다. 억울해서 신음을 내뱉었다.
--- p.130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돈을 잘 쓰는 게 자랑이다.
--- p.135

이 세상의 모든 천국과 지옥은 고타쓰 위에 있다.
--- p.17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괴상하면서 웃긴, 짠하면서 박력 있는 글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의 몹시도 ‘부정적인’ 일상 철학


『사는 게 뭐라고』는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등 아름답게 꾸민 단어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 ‘밥이나 지어 먹자’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질긴 개개의 삶, 찬란과 황홀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 그녀의 거침없는 문장을 떠올리면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상쾌하게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도대체 모르겠다. (27쪽)
늙은이는 공격적이고 언제나 저기압이다. (81쪽)
성격은 병이다. (88쪽)
아, 지구는 망해가고 있다. (196쪽)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110쪽)
좁은 집구석에서 남자한테 홀딱 반하기도 하고 미친 듯이 화를 내기도 하며 행복하다. (196쪽)
사람은 무력하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좋을 대로 살아가고 있다. (212쪽)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젊고 예쁜 여자 앞에는 반드시 할아버지가 서 있다. (230쪽)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240쪽)

『사는 게 뭐라고』에는 화장실에 붙여놓고 싶은 인생의 한 줄 명언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불쾌하면서 유쾌하고, 음울하면서 통쾌한 다층적인 매력을 뽐내는 사노 요코. 그녀는 좁게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넓게는 천하를 논하며 속 시원하게 독설을 퍼붓는다. 작가가 역설하는 ‘삶이란 생각처럼 멀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어서 읽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부끄러운 과거, 자기 성격의 어둡고 나쁜 부분을 보기 싫어서 앞만 바라보려고 하는 ‘긍정적인’ 사람들과 달리 사노 요코에게는 뒤쪽을 직시하는 강인함이 있다. 자신의 바닥까지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확실하게’ 추궁하다 벌컥 화를 낸다. 그러고는 밥을 지어 먹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고 다시 벌떡 일어난다.
사노 요코는 건망증이 심해지고 자기혐오에 빠지며 암에 걸리는 등 책 전편에 걸쳐 심신의 상태가 나쁘다고 호소한다. 말하자면 몹시도 부정적인 일기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가 우울해지는가 하면, 아니다. (사자마자 까마귀 똥으로 뒤덮인) “너덜너덜해진 재규어를 타고 힘차게 후진해 나가는 듯한” 두근거림이 남을 것이다.

정말로 다들 훌륭하다. 화창한 날씨에 읽고 있자니 우울해졌다. 어째서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우울해하는 것도 질려서 참았던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갔다. 도저히 멈추지 않는, 정말로 기나긴 오줌이 나온다. 졸졸졸졸, 끊임없이 나온다. 이제 끝났나 싶어 배에 힘을 주면 또다시 졸졸졸졸. 졸졸졸졸이라도 오줌이 나오니 다행이다. 한 번에 어느 정도 나오는지 재보고 싶다.
-61쪽

시크한 독거노인 작가의 마음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따뜻해지는 순간들


암은 좋은 병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멜론 같은 걸 사 온다. 나는 또 굴뚝이 되어 있다. 모두들 얼굴을 찌푸리며 “요코 씨……” 하고 아연실색한다.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
-113쪽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243쪽

아무래도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 사사코, 성깔 있는 장애인 노노코, 온화한 고집쟁이 페페오, 욘사마에 흠뻑 빠져 남이섬에 동행한 편집자, 착실한 주정뱅이 토토코, 껑충한 시체가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모양새인 싱글벙글 씨, 심약한 인격자의 탈을 쓴 요지부동 옹고집쟁이 남동생, 치매 걸린 외계인 천사 엄마,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 모모 언니…. 까탈스러운 자신의 주변에 ‘남아준’ 친구들을 사노 요코는 한 명 한 명 정성껏 소개한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먼저 가서 터 좀 닦아놓으라는 싱글벙글 씨를 바라보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는 절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며 “그럴 때면 죽을 자신이 없어져서 곤란하다”고 이야기한다. 내로라하는 독설가 사노 요코의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말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은 이런 나와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요코가 또 저런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휙 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상 열을 올려 말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게 어른의 태도겠지. 나는 어른이 덜 된 것일까. 나는 일평생 같은 실수를 반복해온 듯하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186쪽
암 재발 이후 새롭게 마주한 삶
『사는 게 뭐라고』 작가의 외침 “훌륭하게 죽고 싶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 삶에 관한 시크함을 보여준 그녀가 암 재발 이후 세상을 뜨기 두 해 전까지의 기록을 남겼다. 『죽는 게 뭐라고』는 사노 요코가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라는 신념을 지키며 죽음을 당연한 수순이자 삶의 일부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이루는 산문들과 대담, 작가 세키카와 나쓰오의 회고록에도 이러한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노 요코는 시종일관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라고 초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그러니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죽으면 내 세계도 죽겠지만, 우주가 소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았으면 해요.
-119쪽

신경과 클리닉 이사장 히라이 다쓰오는 이런 태도가 “작가라는 직업 때문인지 ‘인생이란, 나 자신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스스로 잘 정리해둔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했던 사노 요코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통증이다.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픈 건 싫다.
아픈 건 무섭다.
멍해진 머리로 침을 흘려도 상관없으니 아픈 것만은 피하고 싶다.
-72쪽

결국 그녀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호스피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자신처럼 세상사와 고통을 피해 도망 온 사람, 하루가 다르게 죽음을 향해 미끄러져가는 사람, 그들의 가족을 만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전작 『사는 게 뭐라고』와 다르게 자기 자신과 지인의 사적 관계를 넘어 생면부지의 타자들과 만나고 그들의 소멸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의 작은 우주에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은 소중한 물건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깨닫는 쓸쓸함이었다.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제는 결코 투명한 모습으로 고요히 내 앞을 스쳐 갈 일이 없어진 것이다.
-152~153쪽

호스피스에 입원한 사노 요코는 다소 객관적인 거리에서 죽음을 관찰하게 된다. 그건 너무 멀지도 비통에 젖을 만큼 가깝지도 않은 이(2.5인칭)의 시선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투정을 부리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게 된다. 다만 쓸쓸함을 느낀다. 이 순간 우리는 “훌륭하게 죽고 싶다”는 사노 요코의 개인적인 바람이 보편적인 죽음 준비교육의 일환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작가가 자신이 아닌 타자의 소멸에 애틋한 마음을 술회하는 모습에서, 사람은 역시 다른 사람에 의해서만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신랄하고 박력 있는 목소리
생의 끝자락에서 한껏 예리해진 투덜거림

전작과 마찬가지로『죽는 게 뭐라고』에서도 사노 요코 특유의 명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가장 소중한 건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40쪽)
인간에게 언어란 매우 중요하다. 언어만이 인간을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다.(50쪽)
사람은 제각각이다. 그렇다, 사람은 제각각이다.(55쪽)
내가 생각하기로 사람은 집에서 죽어야 한다.(70쪽)
자연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패해서 찢어버리고 싶은 그림처럼 되는 법이 없다.(151쪽)
묻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된다.(174쪽)

생의 끝자락에서 선 작가에게는 단조로운 일상조차 낯선 이미지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사노 요코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대화나 사소한 현상에 대해서도 예리한 사유를 발휘한다. 그것은 자신의 처지에 얽힌 불만이나 신경질일 때가 많지만 우리가 무감하게 받아들이던 삶의 의문들과 얽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사노 요코의 투덜거림은 더 이상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일상성에 파묻힌 모순을 들추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물들은 고독을 견디는 강인하고도 적막한 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은 고독한 눈을 잃어버렸다.
그런 눈은 온갖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탐욕스럽게 번들거린다.
우리 인간은 숙명적으로 그렇게 변해버렸다.
-50쪽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사노 요코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익숙했다. 그녀는 세 살일 때 태어난 지 33일 된 남동생이 쌍코피를 흘리며 죽는 걸 목격했고, 여덟 살에는 아들처럼 보살피던 네 살 난 동생이 주인 없는 무덤에 묻히는 것을 무덤덤하게 지켜보았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다. 이듬해 일심동체와 같던 오빠가 죽어버렸을 때에야 사노 요코는 처음으로 죽음을 실감하며 울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큰 상실감”을 느꼈다. 이후 그녀는 “분할 때만 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또한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에 목격한 죽음들이 남아 있는 삶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게 만든 것이다. 그런 사노 요코가 더는 피할 수 없게 된 제 몫의 죽음 앞에서 새삼 발견하게 된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죽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잡초가 자라고
작은 꽃이 피며 비가 오고 태양이 빛날 것이다.
갓난아기가 태어나고 양로원에서 아흔넷의 미라 같은 노인이 죽는 매일매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다.
똥에 진흙을 섞은 듯 거무죽죽하고 독충 같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157쪽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175쪽

이 책에서 사노 요코는 결코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족적으로 삶을 반추하거나 아쉬움 없이 살라고 함부로 충고하지도 않는다.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으므로 그저 남은 동안 제대로 살고(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 예의바른 초연함. 암이라는 고통으로 앎을 얻은 이의 너그러운 포용. 이처럼 『죽는 게 뭐라고』에서 사노 요코는 자신이 느낀 삶에 대한 경의를 가감 없이 토로한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어쩌면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100만 번 산 고양이』 『하늘을 나는 사자』 등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사노 요코.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요리 방송을 보면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을 만들어보고, 투병 중에도 원고 마감을 하고, 똑바르게 걸으려고 신경 쓰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자동차를 재규어로 바꾼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애써 우아하게 미화하지도 않는다.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개탄하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은 사람들이 없어지게끔 내가 변했기 때문임을 직시하는 용기도 가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처럼 끝까지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싶다. 죽음에 초연하고 건전하지 않고 싶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고 싶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회원리뷰 (91건) 리뷰 총점8.3

혜택 및 유의사항?
세트 낱권에 등록된 리뷰 포함
초연하게 죽음을 맞은 사람은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1.06.29 | 추천9 | 댓글2 리뷰제목
예로부터 내려오는 3대 거짓말이 있습니다. 1. 노인이 ‘죽어야지!’하는 말, 2. 처녀가 ‘시집 안간다!’라고 하는 말, 3.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만, 잡아놓은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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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내려오는 3대 거짓말이 있습니다. 1. 노인이 죽어야지!’하는 말, 2. 처녀가 시집 안간다!’라고 하는 말, 3.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만, 잡아놓은 죽을 날을 초연하게 기다리는 사람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일본 작가 사노 요코씨입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하여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70살이 되던 해에 두개골로 전이된 상태로 재발을 했습니다. 주치의는 여명이 2년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리하여 사노씨는 남아있는 2년의 기간에 맞추어 삶을 정리하기로 했답니다. 문제는 2년이 되어도 죽음이 찾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장 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는 유방암이 재발된 다음의 삶을 정리한 것입니다. 투병과정이라기보다는 죽음을 맞는 과정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죽음에 대한 요코씨의 생각을 담은 죽는 게 뭐라고입니다. 이어서 방사선종양학을 전공하는 히라이 다쓰오 박사와의 대담을 담은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을 피우지 말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요양병원에서의 생활을 담은 내가 몰랐던 것들입니다.

 

요코씨는 어렸을 적에 여동생과 오빠의 죽음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도. 일찍이 죽음을 마주한 까닭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유방암이 재발했을 때 여명이 2년 정도 될 것이라는 주치의의 말에 따라서 삶의 시계바늘을 2년으로 맞추로 살았던 것인데, 2년이 지나도록 죽음이 다가올 기척이 보이지 않아 당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유자금이 바닥나가고 있었던 것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여명을 알려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씨는 주치의를 비롯한 의사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관한 감상에도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낌이 있었습니다. ‘, 그녀(3인칭)의 죽음은 아, 죽었구나 정도로 별로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2인칭인 당신의 죽음(부모, 자식, 형제 등)’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답니다. 그래도 그건 자신의 죽음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1인칭의 죽음, 나의 죽음은 아무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인 데다 남들한테 물을 수도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결국 나의 죽음은 혼자서 결정하고 겪어야 할 일인 셈입니다.

 

그런데 의사에게 환자의 죽음을 어떨까요? 3인칭으로 볼 수도 없고, 2인칭으로 볼 수도 없으니, 2.5인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였습니다자신을 치료하는 주치의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병을 치료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는 요코씨는 의사는 성직자다라고 믿는 분입니다. 한편으로는 교사도 성직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일교조가 등장하면서 이본의 교육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참교육을 내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선배들의 행태를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교육도 전교조가 등장하면서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을 초연하게 맞을 수 있다는 요코씨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세부사항에서는 다소 생각이 다른 점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죽음은 1인칭의 사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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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사노 요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부***주 | 2021.01.10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세상에서 가장 성격 나쁜 인간     2004년 여름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나는 매일 아침 몹시 겸허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지, 창문을 닫으면 또 다시 금방 겉도 속도 누추한 할머니로 되돌아와 일상을 살아간다. 수도국이었다. 나도 은행도 잘못이 없었다. 내 마음에는 분노와 기쁨의 거센 파도가 철썩철썩 격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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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성격 나쁜 인간
    2004년 여름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나는 매일 아침 몹시 겸허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지, 창문을 닫으면 또 다시 금방 겉도 속도 누추한 할머니로 되돌아와 일상을 살아간다. 수도국이었다.
나도 은행도 잘못이 없었다. 내 마음에는 분노와 기쁨의 거센 파도가 철썩철썩 격렬하게 부닥쳤다.     이봐요, 은행에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 했다 잖아요.     저희가 다시 전화드리겠니다.
10분도 안 되어 수도국에서 전화가 왔다.     저희 실수입니다.     ...... 참 나 하며 전화를 끊었다.     위임장 종이를 어딘가에서 파나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여기 위임장이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필적감정 같은 거 해요?    시청은 혼잡하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름대로 원칙이 있어서 윗사람 불러 라는 말은 절대하지 않는다.    수도국 직원은 재수가 없으려니까 갱년기 히스테리 할망구! 라며 내 험담을 늘어놓겠지.
 부엌에서 냉장고를 열어 보니 당근이랑 감자, 토마토가 어중간하게 남아 있었다.     샐러리 주세요.     남는 건 집에 들고 가서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안 들여놓는 거요.     별수 없이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세이유까지 가서 샐러리만 샀다.
도장을 사려고 하는데요, 안경을 안 가져와서요.     이 가게 영감은 언제든 기분 좋은 법이 없다.   왠지 어색하고도 비굴한 기분이 들어 멍청히 서 있었다.  
  이름을 인쇄하는 건 정말로 천박하다.     참, 만년필 카트리지 주세요.
만년필이 없으면 어느 카트리진지 모르잖소.     만년필은 청흑색이 당연하잖소.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는 왠지 영감이 좋아졌다. 84쪽
돈을 내고 가게를 나서다 보니 1080엔이라는 애미한 가격의 플라스틱 상자가 있었다. ... 아 늙은이는 정말로 항상 저기압이다. 마음속으로 영감니마, 힘내요 하고 응원했다. 나는 마조히스트인 걸까.
  집에 돌아온 다음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애매해서 냉동 바나나와 우유를 믹서에 갈아 마셨다. 어릴 때는 어째서 바나나 냄새가 천국의 향기라고 생각한걸까.     그 뒤로 바나나는 자꾸만 저렴해졌다.    멍하니 있다가 그러는 것도 지겨워서 짝퉁 포토푀를 만들었다.
  예전에 고기 힘줄 부위를 넉넉히 넣고 포토푀를 만들다가 국물에 떠오른 기름을 제거하는 게 귀찮아서, 채반에 냄비째 털어 넣어 고기랑 채소를 건져낸 적이 있다. 그 맛은 흡사 콩소메 수프였다.     너무도 의아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음식을 똑같이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갱년기는 이미 옛날에 끝났다.   벙에 걸리기 전에 노노코가 만들던 요리는 풍성하고도 여유로웠으며 대범했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을 추억하다 보면 마음이 아릴 정도로 슬퍼진다.    
  저기요, 난 세련된 거라면 전부 다 너무 싫다고요. 미안하네요.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이러다가 친구가 모조리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뭘 좋은 사람인 척 하는 거야. 난 말이야, 어릴 적부터 노노코처럼 제멋대로인 애는 없단 소릴 부모님한테도 선생님한테도 들었다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90쪽


  예산 어느 말을에 착한 할머니와 못된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어쩌면 먼저 후려갈겼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라도 말싸움을 할 바에야 식사를 나르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할머니였습니다.    죽어 마땅한 말을 했나 보지, 뭐. 마을 사람들은 살인마 권투 선수를 몹시 동정했습니다. 92쪽
  난 죽어 마땅한 못된 할머니가 될 게 틀림없어. 담배가 없어서 어슬렁어슬렁 편의점까지 걸어갔다. 왠지 낯익은 영감이 있었다. 아아. 곤란하다, 나는 저영감이 언제나 저기압이라서, 영감을 대할 때면 조시조심 힘껏 용기를 쥐어짜야 해서 좋았더 것이다.   내일부터 살아갈 용기가 없어진 듯한 기분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목욕을 하고 잠이 들었다.    77-93쪽
 

38년생이면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조금 빨리 태어나신 거네요.
게다가 마조히스트인 사노 요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바나나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종갓집이 없는 집안의 장손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릴적에 할머니 댁에 가서 여러 손주들이 함께 잠들면 할머니께서 밤늦게 몰래 저를 깨워서 바나나를 주셨습니다. 하나밖에 없으니 지금 먹으라고요. 음 그래서 바나나는 참 귀한 건줄 알았지요.
  그리고 아마 1988년 전후일 겁니다. 올림픽이 열리고 여행과 무역이 자유화되더니 갑자기 물건들이 풍성해졌습니다. 바나나 가격이 급 하락해서 언제부터인지 싼 가격이 되었고요. 지금은 한 덩어리인 송이째 갖다 먹는 과일(?)이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왠지 할머니가 몰래 꺼내주시던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죽으면 집안 행사로 제사 지내느 것 그만둬라." 이 한 말씀으로 종손의 부인인 우리 세가아와님은 제사의 굴레에서 벗어났습니다. 몇 번 차리지도 못했는데 ... 사실 그래서 아마도 그래서 저와 와이프가 싸울 일이 꽤 많이 줄어들었지 싶습니다.
  할머니가 아니라 아버지 또래였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할머니인지라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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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게 뭐라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연*지 | 2020.08.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죽는게 뭐라고(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사노 요코     일본어 원제가 ‘죽을 의욕 가득’이란다.   독특하고 참신한 작가 사노 요코의 죽음을 앞두고 쓴 이야기 ... 다른 그녀의 이야기처럼 아니 그보다 더 담백하고 담담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죽음에 초연하다고 할까? 이 전의 작품에서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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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게 뭐라고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일본어 원제가 죽을 의욕 가득이란다.

 

독특하고 참신한 작가 사노 요코의 죽음을 앞두고 쓴 이야기 ... 다른 그녀의 이야기처럼 아니 그보다 더 담백하고 담담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처럼 죽음에 초연하다고 할까?

이 전의 작품에서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에도 나왔다. 예전 작품들에서 아련한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나곤 했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적은 이 책들은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 로 시작하는 글은 아주 짧아서 정말 금방 읽힌다. 전작에서 괴짜같던 그녀의 일상들이 적히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공감되고 좋은 글귀들이 많은 책이다. 암이 걸리고 2년 정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던 그녀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담담했다고 한다. 오히려 암은 주위 사람들의 친절 속에서 죽을 수 있어 좋다는 그녀... 우울증과 자율신경실조증이 훨씬 괴롭고 힘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차별 당한다고.(차별당하게 만든다는 그녀의 사이다 발언)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던 아버지 말씀을 가훈으로 삼았다는 그녀... 금방 죽을 줄 알고 돈을 다 쓴 그녀가 생각보다 좀 더 길게 살았다고 낄낄대던 그녀... 70은 죽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말하는 그녀... 쩨쩨한 구두쇠 친구의 뻔뻔함에 자신도 쩨쩨하게 나가가 돈 그게 뭐라고 다 주고가마 해방되는 그녀...저급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취향의 그녀....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라며 자신의 아버지, 어린 남동생, 오빠의 죽음을 말하던 그녀... 예전에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정말 눈물, 콧물 다 쏟아냈었던 기억이 나지만 왜 이번에는 그렇게 눈물이 나지 않을까... 정말 그녀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죽은 지금, 죽을 의욕 가득하게 죽은 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 세상을 정말 초연하게 가려는 그녀의 모습이 괜히 슬프고 아쉽다. 10년 전에 가신 작가 님은 지금 행복하실까? 사랑하는 모든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셨을까... 암튼, 좋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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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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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e | 2022.04.12
평점3점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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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청*냥 | 2022.03.18
평점5점
기대 되네요~~~ 잘 읽어 볼게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b********9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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