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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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쪽 | 192g | 190*250*15mm |
ISBN13 | 9788986565584 |
ISBN10 | 8986565587 |
발행일 | 2007년 0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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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쪽 | 192g | 190*250*15mm |
ISBN13 | 9788986565584 |
ISBN10 | 8986565587 |
지금이야 피아노쯤은 너나 할 것없이 특기개발 차원의 교육으로 행하지만 예전엔 특별한 것으로 취급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는 했었다. 그래서 혅정이가 승준이에 대한 은근한 경쟁에서 힘을 가할 수 있었던 대상이 바로 그 피아노였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데 피아노는 사치일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었기에 궁여지책으로 만든 종이 피아노를 가지고 열심히 연습을 하는 승준이. 종이 피아노의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그 무의미해 보이는 소리없는 피아노가 얼마나 무료했었는데......
항상 어느 것에도 꿇림이 없었던 승준이, 그런 당당한 아이를 어느 부모가 싫어하겠는가? 그래서 종종 아이들은 자기 주위에 있는 그런 친구들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자기와 견주어 비교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현정이에게도 컸기 때문에 승준이가 자신의 피아노를 같이 사용하는 했으면 하는 요구에 거부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의 껄꺼름함을 덜어내듯 승준이와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나란히서 연주하며, 그 흥겨운 반주처럼 둘의 가슴도 콩콩 뛰게 한다. 아마도 그 리듬속에는 그동안 편히 대하지 못했던 속 좁은 경쟁의 음표들이 튕겨져 나가지 않았을까...... 서로의 반주에 맞추어 점점 커져가는 그 소리처럼.....시,시,시작...딴딴딴....♬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 매일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아마도 집 주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집이 있나보다. 어떤 때는 굉장히 쉬운 곡이 들리고 어떤 때는 그런 대로 들을 만한 곡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 집의 아이가 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곡이 그냥 연상된다.
사실 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젓가락 행진곡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딸에게 물었다. 젓가락 행진곡이 어떤 것이냐고. 그랬더니 여러가지가 있다며 그 중 하나를 들려준다. 들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곡이었으며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올랐던 바로 그 곡인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난 이 곡을 모르는데... 그런데 며칠 후에 보니 바로 집 주변에서 이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또 한번 책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것과 연결짓는 일이 생겼다.
어느새 재미마주의 학급문고가 9번째 책으로 나왔다.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되다시피 한 책들을 보며 독특한 구성의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딱히 동화책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중간형이라고나 할까. 첫 장을 넘기자마자 덜렁 제목이 나온다. 대개는 간지만 있을 뿐인데... 그리고 다시 한 장을 넘기면 독특한 색감의 그림이 나온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써서 보질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 앞장과 똑같은 뒷장의 그림을 보니 본문에 나왔던 그림이다. 미술과 거리가 먼 나로서는 그저 참 특이한 그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럽지 않게 사는 현정이와 너무 궁핍하게 사는 승준이. 그렇지만 승준이는 뭐든지 잘하고 똑똑하며 성실하다. 그리고 승부욕도 강하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무색해져 가는 시대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승준이가 그 개천에서 나는 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완전히 책에 몰입을 못 하고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시키지 못한 것이. 하지만 현정이는 현실의 아이답다. 비록 친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못된 아이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니까... 이 책은 현정이가 주인공인 ''나''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즉 현정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승준이는 어떤 마음일까 내심 궁금했다. 승준이 엄마의 지나치리만치 지독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지원이 왠지 불편하다. 내가 세상을 너무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내 주변만 보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마지막에 현정이가 승준이에게 베푸는 인정은 무엇일까. 가진 자로서의 연민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승준이 모습이 더 애처로워 보인다. 하긴 현정이는 내내 승준이에게 연민이 아닌 우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누군가에게 베풀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어떤 것. 아마도 현정이는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은 말로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느니 도와주어야 한다느니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아나 보다. 현정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