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경찰, 민보단원들이 굴 안으로 들어오자 난 숨어버렸어요. 그 사람들이 “살려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나와라” 해서 다들 밖으로 나갔어요. 그 사람덜이 굴 밖으로 나가자마자 굴 입구에서 바로 죽였어요. 경찰은 어린아이의 다리를 잡아 바위에 거꾸로 메쳐 죽여버렸습니다. --- p.27
“제일 처음엔 아기 안은 여자가 나오더라” 하는 거라. 그건 우리 외삼촌이라. 애기는 한 일곱 달쯤 됐을 거라. 그 굴이 그냥 걸어 나오지 못해. 이렇게 올라와야 나오는 데라. 게난 경찰관 보고 “아일 맡아줍서” 헌 모양이라. 경찰관은 납읍 사람이여, 납읍. 그 사람이 아일 맡아가지고 애기를 돌에 내부쳐서 죽여버렸어. 그러니깐 그 꼴을 보면서 이젠 나와가지고 어멍이(엄마가) 꼭 같이 달라붙은 것 같애. 그러니깐 어멍을 개머리판으로 부숴버린 것 닮아. 이 해골 박세기가 바싹 부숴져버렸어. 거 내 추측인데, 애기는 순경이 내부쳐서 죽인 건 맞아. 돌에.
세상에, 애기를 돌에 내부쳐서 죽였다는 거라. 글쎄, 일곱 달 된 애기라. 참 애기도 잘 났데. 지금 살아시민 육십일 거여. 그 애기를 돌로 내부쳐서 죽여버렸어. --- p.40
어쩌면 제주4·3사건에 연루가 안 됐어도 그 당시에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던 사름덜도 무더기로 같이 거기서 희생됐지 않느냐, 저희덜은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것을 우리 유족덜이 찾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이제 4·3 위령공원(4·3 평화공원)이 조성되었고,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이 도민에게, 그리고 유족에게 사과를 했었고, 또 위령제 참석을 했고, 이런 시점에서 이제 정부가 숨길 것이 뭐가 있겠느냐 이겁니다.
한 줌 숨김없이 빨리 털어 놓고 말이지요. 지금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있지만 여기서도 보면 이런 것을 구체적인 것들을 지금 찾지를 못하고 밝히지 못하는 단계에 있어요. 유족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 80세에서 90세 난, 제일 나이 많은 그 유족, 아닌 도민덜이 생존해 있을 때, 정부가 또 미국이 이런 숨겨둔 자료가 있다 허면 숨김없이 빨리 털어놔줬으면 하는 게 아니냐 허는 겁니다. --- pp.102-103
음력 동짓달. 14일 저녁부터 15일 종일 취조를 받았어요. 우리 할망(아내)도 형편없이 맞았어. 그때는 뭐 매도 아니고, 소도 그것처럼 때리진 않지. 그러니 우리 할망 두드리는(때리는) 사람은 뭐라고 허면서 두드리냐면, “씨전정도 못허게 멘들아불켜(아이도 못 낳게 만들어버리겠다)” 허멍 두드렸어요.
그땐 뭐 말 할 수가 없어요. 안 본 사람은 말로만 해선 몰라. 때리는 것도 뭐 죽으라고 때리는 건데 뭐. 아프라고 때리는 게 아니고, 죽으라고 때리는 거야. 나는 전기 취조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내가 죽었다가 살았죠.
막 오줌 싸고, 똥 싸고…… 천장에 달아매고 하니까. 그래서 내가 취조 받을 때, 양쪽 다 아픈데 이 몸 가죽이 소 가죽 벗겨버린 것 같이 가죽 하나도 없었어요. 막 매로 두드려버리니까. --- p.116
4·3사건 당시에는 어떻게 됐느냐면, 그때 가족 중에 감옥에 갔다고 하면 직장에도 못 다녔어요. 근데 나쁜 형사들이 있어요. 우리 지금 작은 아들도 서른일곱인디, 다 합격했어도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할아버지가 뭐 징역 갔다고 해서……. 그래도 우리 큰아들은 이제 서울 갔고, 지금 손자가 경찰 경위예요. 우리 큰아들도 들어가고, 말젯아들(셋째아들)도 들어가고. 아들이 넷인데, 근데 제주도 사는 아이는 합격해도 그 형사가 와서 면접 떨어트려버렸어. 축협에도 합격됐는데 못 가고, 어디 어디 그때 한 세 군데 합격했었는데……. --- p.122
다른 건 다 잊어불어도 어떵 4·3 때 일을 잊어? 그건 잊지 못허주. 하도 고독헌 시절이라노난. 매 맞고, 나무허렌 허난 허고, 하귀에 모여난 건 잊어불지 않아. 바로 나 앞에서 같이 가던 사람도 죽어불고. 사람 목숨이라는 건, 그건 다 운명이주. 어느 사람이 그때에 특별히 죄를 더 지었다 덜 지었다 얘기도 못헐 형편인디, 같이 가다가도 죽어시난. 길 가던 사람도 잡히면 죽는 거라. 하나씩 이름 부르면서 이리 물러서라, 저리 물러서라 허면 어느 쪽에 간 사름을 살릴 건지 어떻게 알아. 어느 쪽에 간 사람을 죽일 건지도 모르니까. --- p.136
근데 우리 소개 내릴 때에 우리 누이동생이 양말 한 켤레를 오빠한테 주었노라고, 그 말을 벗한테 해놔두니까 벗은 자기네 외삼촌이 고성 김○○이라고…… 그 사람이 그때 신엄지서에 토벌대로 있었는데, 우리 누이동생이 소개 내릴 때 오라방한테 양말 줬다고, 자기네 외삼촌한테 말해버렸어요. 소개 올 때 오빠한테 양말을 짜 주고 왔다는 말이 경찰에 들어가서 잡혀간 겁니다.
그러니 우리 누이동생을 심어다가 무조건 두드려버렸어요. 지서에선 밥 한 직(한 숟갈)을 주지 않고. 가족이 있어서 갖다줘도 이틀 동안 밥도 안 주고 굶기멍 두드리기만 한 겁니다. 어떻게 하다가 누이동생이 배고프니까 도망쳐 하귀 바당으로 갔어요. 하귀 바닷가에 내려가서 톳도 주워 먹고, 하도 배고프니까. 한 이틀 바닷가에 있다가 밤중에 소개헌 집에 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신엄지서에서는 누이동생이 도망쳐부니까 우리 처를 심어다가 쳐 두드려버렸지요. 등으로 해서 천장에 달아매서 취조했습니다. 취조하다 하루 집에 보냈는데, 그날 저녁은 우리 처가 집에 오니까 누이동생은 다시 바닷가에 숨어들었지요. 우리가 살던 집을 밤중에 누가 올레를 지킨 모양입니다. 그러니 여동생을 심어단 그날 밝으니까 청년단덜(대한청년단)이 오라고 해서 철창으로 죽여버렸다고 합니다. --- pp.166-167
그러니깐 순경들한테 한 번 물어보면 더 잘 알 거야. 그 사람들 표창장을 다 탔을 것이여. 사람 많이 죽인 사람은 표창장 탔거든. 그때 사람 잘 죽인 사람은 표창장 여러 개 탔을 거여. 지금 순경헤난 사람들 중에 표창장 타났다고(탔었다고) 헌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사람 꽤나 많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거를 내가 생각허거든. 지금도 그때 순경했던 사람들이 많이 살아 있어.
내가 이렇게 다니면서 보면 다른 데선 순경 뎅겨났다고 허는 사람들이 있어. 경허고 내가 농담 비스듬히 해서 그때 표창장 타났구나 허면 표창장 탔다고. 그런 사람들은 확실히 사람으로 생각되질 안 허거든. 그러니까 그때 경찰했던 사람이라면 다 알아 봐야지. 지금은 다 잘 했다고 해. 그때 그렇게 했다고 해도 자기는 해변으로 내려가게 해서 다 살렸다고 허거든.
---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