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5년 12월 1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42g | 130*225*20mm |
ISBN13 | 9788954638968 |
ISBN10 | 8954638961 |
출간일 | 2015년 12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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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42g | 130*225*20mm |
ISBN13 | 9788954638968 |
ISBN10 | 8954638961 |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엄마. 나야.』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아이들의 추움을 껴안아주세요.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엄마. 나야. 라고. 이 책은 아이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의 형식을 갖고있다. ‘생일시’는 당일에 먼저 화면을 통해서 눈으로 한 번 읽은 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낭송하는 형식이며 참여 인원은 아이 친구를 중심으로 대략 40명 정도로 구성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와동에 거주하며 치유공간 ‘이웃’의 이웃 치유자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과 매일을 함께하는 두 사람, 정신과의사 정혜신 선생님과 심리기획가 이명수 선생님이 시인들에게 보내는 ‘생일시’ 청탁 메시지도 함께 포함 되어있다. |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중에 운전을 배우면 어머니와 효진이를 태우고
달릴 거예요
언젠가 우리가 약속했던 대로 부산엘 갈 거예요
그 길에 어머니 꼭 동행해주세요
어머니의 아들임을 숨차게 느껴보고 싶어요
차창으로 오는 바람결에 어머니 웃음소리를 듣고
어머니 향기를 맡으면
전 어디라도 갈 수가 있을 거예요
-「우리들의 시간은 꽃이었어요」中에서 그리운 목소리로 우진이가 말하고, 시인 이규리가 받아 적다-
그런데 엄마, 나 요즘 살 쪘어.
뜨거운 밥에 참기름이랑 고추장 넣고 비벼 먹는 거
내가 좋아하잖아.
너무 많이 먹었나봐. 이제 정말 돼지가 된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 나 수학여행 가는 날
밥 못 차려준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하지 마.
나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
엄마, 엄마, 내가 책상에 두고 온 만 원 찾았지?
내가 그 만 원에 행운을 불어넣었어.
엄마가 찾았으니까 우리집은 이제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야. 엄마 나 믿지? 정말 믿어야 돼. 믿어야 이루어진다니까.
-「내가 다 지켜보고 있어」中에서 그리운 목소리로 말하고, 시인 이우성이 받아 적다-
어제는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다들 그러했겠지. 책 한 권을 꺼내 놓고 오며 가며 들여다 보았다. 그리운 목소리로 말하면 시인이 적었다
잊을 수 없는 봄의 시간
4월 16일에
다시 읽다
어느 봄날에
노란 종이배에 적어 보낸 수없이 많은 소망들이
별이 되어 빛나는 우주의 한끝에
그리움이 연둣빛 새순처럼 자라나는 곳
사시사철 분홍 꽃 피는 봄날의
우주 한끝에 저는 살고 있어요
함께 지내던 친구들과
이제는 아프지 않은 이모와
더없이 좋은 날들 보내고 있어요
재능이는 여전히 제가 입도
뻥긋하기 전에 웃음을 터뜨리고
재영이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가르쳐주고
봉석이랑 세호도 함께하니
늘 즐거울 수밖에요
그래도 가끔 명치끝이 아려오는 건
정인이의 스무 살 생일에
엄마 아빠의 스무번째 결혼기념일에
사랑해요 고마워요
함께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별빛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별빛이 눈이 시리게 빛나면
제가 우리 가족에게 사랑해요
멀 건네는 거예요
머리 위에 두 손을 얹어
하트 별빛도 만들어 보낼게요
전 키가 크고 팔이 길어
커다란 하트도 빛나겠지요
.
.
.
사랑해요
눈이 내리면 박효신의 <눈의 꽃>을
흥얼거리며 하늘 위를 바라볼 나의 친구들
사랑해요
신록이 눈부신 4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언제나 나와 함께해줄 소중한 사람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으며
사랑해요 더 씩씩하게
이 막막한 슬픔의 바다를 건너
봄날뿐인 우주에서 우리
다시 만나
꼬옥 끌어안고
사랑해요 고마워요
반짝이는 별빛이 될 때까지
사랑해요
-그리운 목소리로 수인이가 말하고, 시인 성미정이 받아 적다
일 년에 하루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에 초를 꽂고
입을 모아
불을 끈다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좋을 그날
아이 둘을 가진 엄마이기에 이 책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겨우 펼쳤을 땐 읽는 것도, 슬픔을 분출하는 것도, 분노를 삭이는 것 모두 힘이 들었다. 느낌을 남긴다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이 책을 읽고 오랫동안 묵혀뒀다. 그리고 다시 꺼냈는데 제목만 봐도 가슴 언저리가 아파온다. 이런 고통스런 책을 왜 읽느냐고, 왜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하며 힘들게 이런 기분이 들었노라 말하는 거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록해야 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힐 것 같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눈동자에 별이 하나씩 더 많아서/ 빛이 되어주라고 조금 일찍 가족과 친구들 곁을 떠났다는 것을 // 우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에요/우리는 곁에 있어요
어떠한 이유로라도 살아서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 말해 무엇할까. ‘가만히 있으라’라 말 때문에 사라져버린 아이들. 구조도 못해주고 어떠한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 유족들을 가해자 취급하며 피곤하다 몰아세우는 여론과 사람들.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때 온 나라가 슬픔과 절망과 상실감과 분노에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터라 단지 그런 감정소모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 또한 피로하게 바라봤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가해자 취급하는 실정을 제대로 알고 나자 이 나라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자식을 잃고도 왜 거리로 나가야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하고 절망적인 상황들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땅과 바다의 경찰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서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고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거든요.
그럼에도 피로감에 외면하지 않게,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시를 읽는 건 더 답답했다. 너무 쉽게 사라져버린 생명 뒤에 남겨져 있는 슬픔과 그리움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시인들이 받아 적은 이 시에는 죽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목소리가 모두 쏟아져 나와 나를 덮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살아 있을 적에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곳에 남겨진 이들에게 하는 것 같은 이야기는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말하고 있었다. 하지 못한 말, 하고 싶었던 것들, 이뤄보지 못한 것들. 오히려 희생당한 건 아이들인데 온통 미안해 하는 마음 뿐이었다. 아이들을 잃은 남겨진 가족들에겐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그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그럴 수 없어서 이 시들은 애통하기만 했다.
지금 태어나는 애기들, 어린 친구들,/ 그 애들이 또 이런 일 당하지 않게/세상이 바뀌길 여기서 우리도 함께 기도하고 있어요./여긴요, 기도가 일이에요. 사랑하니까, 힘내세요!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미안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세월호 사건(박민규 작가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통감하고 대처하고 유가족의 손이라도 잡아줘야 할 사람들은 정작 외면하고 있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기억하는 것밖에 할 게 없는 나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게 꼭 지켜보겠노란 힘없는 다짐을 건네 본다. 적어도 남겨진 가족들이 가해자를 만드는 세상이 되지 않게 나 역시 기도하겠다고 말이다.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걸 다 하루아침에 할 수가 없어서 가족이 되는 거지요.
기억할게. 사랑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너희들에게 수줍은 고백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