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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박연준·장석주 에세이

걸어본다-07 시드니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53건 | 판매지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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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28g | 138*210*20mm
ISBN13 9788954638999
ISBN10 895463899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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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끝에 ‘처음’이란 말에 닿았다. 단 한 번이라는 삶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매 순간 ‘처음 살아보는 삶’을 고집할 순 있을 것이다. 오늘, 지금이라는 순간은 처음 겪는 시간이다. 이 시간 이후는 겪어보지 못한 시간,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일상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우리 모두 처음인데!

‘처음 살아보는 삶’이 주어졌으니 무얼 시작해볼까? 호주에 가서 캥거루나 볼까? 누군가 우동 먹으러 일본 다녀오겠다는 소리처럼 배부르고, 얼빠진 소리 같다. 그러나 정말이다! 호주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게 되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긴 여행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물론 관광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살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살림을 하며 먹고 자고 생활하게 된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과 잠깐 바꿔 살아보기로 한 것처럼 설렌다! 이제 ‘단 한 번’이란 단어에 내포된 한정성은‘ 처음’이라는 말에 담긴 무궁무진함과 희망으로 대체되었다.

처음이란 열지 않은 판도라 상자다. 맨 앞이다. 출발 전이다. 아무것이거나 모든 것이다. 처음이란 시간 속에 웅크리고 있을 사건들, 나날의 함의! 삶의 저의! --- pp.17-18

우리가 싸울 때는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싸우는데, 아마도 다른 연인들과 비슷한 문제들일 것이다. 싸우려는 자는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봐요 당신. 내가 사랑하고 있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당신. 내가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당신이 이렇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이다. 그러므로 연인 간의 싸움이라면 특별히, 제대로 겪고 치러내야 한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일이니까. 문제가 있어도 싸우지 않는 커플이 위험하다. 싸우지 않는 커플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고 죽어가는 나무처럼 조용히, 조갈 속에서 칙칙하게 썩어갈 뿐이다. --- p.46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나는 그의 나쁜 점을 열 개 이상 말할 수 있지만(정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반면에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할 수 없고, 그냥 좋은 것이다. 좋은 이유는 말할 수 없고, 나쁜 점은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 비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사태. 그러니 누군가 연인의 뻐드렁니가 좋다느니, 손가락을 코에 넣어 코딱지를 파줄 수 있다느니, 심지어 (내 친구 중에 있는데) 그의 뚱뚱하고 머슴 같고 지저분한 몸이 좋다고 고백할 때 우리는 이해하려들면 안 된다. 이해란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게 사랑이니까.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 pp.52-53

시드니에 와서 나는 날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는데, 내가 걸으면 안에서 누군가는 멈춰 선다. 내가 멈춰 서면 안에서 누군가는 걷기 시작한다.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그것은 아마도‘ 나’라고 부르는 존재일 텐데, 나는 그 ‘나’를 다 알지 못한다‘. 나’를 구성하는 것이 살과 뼈만은 아닐 것이다. 몸은 분명 살과 뼈로 이루어지지만 오장육부 그 어딘가에 영혼이 있다. 영혼 안에는 한줌의 꿈, 한줌의 연민, 한줌의 외로움, 한줌의 욕망이 있다. 건각의 위용을 뽐내며 시드니 거리들을 걸을 때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인다. --- p.183

대체 낯선 곳에서 처음 살아보는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낯선 침실에서 잠자고, 낯선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고, 낯선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낯선 온도, 낯선 소리들, 낯선 분위기 속에서 깨어난다. 낯선 도시에서 쓸모를 향한 그악스러움을 애써 물리친 채 빈둥거리는 삶은 어떤 의미를 빚어내는가. 오직 느림으로만 채워진 삶, 심심함으로 충만한 삶이 가능하다면, 이 삶은 무슨 빛깔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가. 처음, 살아보는 삶은 우리 존재를 낯선 환경 속에 밀어넣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실험이고 모색이었다. --- pp.219-220

우리는 저마다 시간이라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간다. 나날의 삶은 실은 거센 바람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대항해다. 시드니에서 시드니의 시간을 살았다면 서울 서교동으로 돌아가서는 서교동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 시드니에서의 시간을 탕진하고 여행 가방을 꾸린다. 내일 아침, 서울로 돌아간다. 동트기 전 시드니 공항으로 나갈 것이다. 인천공항행 대한항공 비행기편은 시드니 공항에서 오전 7시 40분에 이륙한다. 새벽 2시, 짐을 챙기면서, 안녕, 시드니, 하고 무심히 발음해본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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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우리 연준이. 피를 나눈 것도 아닌데 내 동생이야, 건드리지 마, 누가 말도 못하고 누가 욕도 못하게 두 팔 벌려 막아서며 언니 노릇 해온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 됩니다. 당연했어요. 예뻐하면 예뻐할 짓만 골라 한다더니 연준이가 딱 그랬습니다. 일단 연준이가 써대는 글이 원초이자 태초였어요. 그 누구도 쓰지 못하는 스타일의 상상력이 연준이를 휘감고 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질투가 아니었어요. 대견함이었어요. 식물성의 원시림과 동물성의 아마존, 그 냉수와 온수를 넘나드는 데 주저함이 없어 그런지 나날이 연준이의 피부는 하얘져갔고 탱탱해져갔으며 그 흔한 나이듦의 헛발인 모공 하나 보이질 않았어요. 그랬어요. 그랬는데 어느 날 연준이가 검은 한복을 입고 머리에는 흰 핀을 꽂은 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저를 맞았어요. 그때 언니라는 제 입에서 철없이 툭 튀어나온 말이 뭔지 아세요? 이것도 소복의 일종이지? 너 근데 진짜 검은 한복 잘 어울린다, 야…… 위로의 방법을 잘 몰랐으니깐요. 죽음에 대해서는 천진무구가 딱 저였으니깐요. 그래요, 언니? 연준이는 대파 쪼개지듯 가늘게 웃었어요. 족히 백오십은 살아낸 여자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여유롭게 넘나드는 찰나에 지을 수 있는 웃음이었어요. 딸을 ‘처제’라고 잘못 부를 만큼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두고 보면서 연준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요 망할년, 요 다 아는 년, 요 안쓰러운 년, 년, 년, 그래왔는데 이제 더는 연준이를 ‘년’이라 하기에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네요. 결혼을 하면 흔히들 어른이라 하는데 글쎄 연준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겠다잖아요. 대번에 단박에 한방에 그 신랑자리를 맞춰버린 건 으쓱해도 좋을 일, 그러나 좀 심술을 부려봐도 좋을 일, 어린 내 동생 아깝다고 3박 4일 지랄해대도 마땅할 일, 연준이의 신랑이자 나의 제부가 될 그를 보자마자 특유의 제 말법대로 말을 딱 깔았어요. 이제부터 장제부라 부를래요. 동생 남편더러 제부라고 하는 거 맞잖아요. 그날 이후 연준이는 제 남편 욕이라도 좀 할라치면 언니 장제부가요, 하면서 그의 순진함과 그의 순정함과 그의 사랑스러움을 낱낱이 고하고는 해요. 사랑하는구나, 아주 그냥 미치게들 사랑해 죽는구나. 닭살을 넘어 갓 튀긴 닭튀김처럼 바삭바삭 입천장을 까지게 만드는 독한 사랑의 현장을 목격한 기분이라지만 사실 저는 장제부를 잘 몰라요. 시인이자 저술가이자 한때 청하라는 이름의, 지금도 내가 헌책방에 가면 책 제목이 아니라 저자 이름이 아니라 검색어에 출판사 ‘청하’를 쳐서 일단 다 사들여버리는 책들의 주인이던 그는 알아요. 언제나 우와, 하고 감탄했던 그에게 에걔, 하고 내가 혀를 차는 날이 올 줄 그 누가 알았겠어요. 내리는 눈은 모두 희듯, 흰 눈은 애초에 하나이듯,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줄 이 둘도 알았겠냐고요. 음, 알았을까나요. 연준이 울리면 장제부는 나한테 혼날 거고요, 연준이 웃기면 장제부는 나한테 칭찬 받을 겁니다. 10년 동안 지독한 사랑으로 서로를 결박해온 두 사람의 인내에 박수를 보냅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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