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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짱의 눈동자는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울까. 나는 그 눈을 볼 때마다 반한다. 모든 탐험가나 모험가가 온 세상을 빠짐없이 뒤져서 간신히 발견한 신비의 호수처럼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연한 하늘빛이 되기도 하고 연녹색이 되기도 하고, 군청색이 되기도 한다. (……)
거울 속의 스미레짱은 눈부신 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스미레짱이 화내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스미레짱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웃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양쪽 눈초리가 공원에 있는 미끄럼틀처럼 부드러운 커브를 그리는 탓일지도 모른다. ---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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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와 내가 열심히 꽁치 뼈를 바르는 것을 곁눈으로 보며, 스미레짱은 평온한 얼굴로 된장국을 먹었다. 스미레짱은 스푼을 사용하여 된장국을 먹는다. 미역이나 무도 스푼으로 능숙하게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그 우아한 움직임에 넋을 잃고 있다 보면, 내 식사 따위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아는 한, 스미레짱은 한 번도 식탁에 된장국을 흘린 적이 없다. 아빠처럼 후룩후룩 소리 내어 마신 적도 없다. 어쩜 저렇게 우아하게 된장국을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나는 매번 감탄한다. 게다가 스미레짱은 반드시 다른 가족이 식사를 마치는 것과 같은 타이밍에 수저를 내려놓는다. 자신만 빨리 먹어치우거나, 반대로 자신만 계속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식후에는 작은 잔에 따른 브랜디를 천천히 마시고, 쓴 초콜릿을 딱 한 조각 입에 넣어 혀 위에서 천천히 녹여 먹는다. 나는 스미레짱이 일본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 남은 귀부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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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정말 좋은 이름인걸요.”
그런데 실은 나는 나대로 이 아이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쇼콜라나 캐러멜이나 앙꼬, 캔디 같은 달콤하고 맛있어 보이는 이름만 떠올라, 도저히 정하지 못하고 난감해하던 참이었다.
그런 상황이어서 스미레짱의 아이디어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다른 곳으로 세계를 넓혀주었다. 귀엽고, 부르기 쉬워서 나도 대찬성이었다.
“나하고 히바리를 묶는 영원한 리본이야.”
스미레짱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마치 아주 소중한 맹세를 하는 것처럼.
분명 스미레짱의 눈동자에는 천장에 펼쳐진 얼룩이 은하수에 하얗게 빛나는 별들로 보일 것이다. 스미레짱은 천장에 펼쳐진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문득 모이를 먹을 때의 리본과 옆얼굴이 포개졌다. --- p.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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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누군가 한 번 더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내 어깨를 돌아보았다.
이것이 스에히로와의 만남. 스에히로와 나의 모든 시작. 그러나 설마 진짜 새였다니.
나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로, 여명 선고를 받은 직후였다. 뭔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져서 작은 어린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쉬려고 하던 참이었다.
나는 스에히로를 왼쪽 어깨에 앉힌 채 일어섰다. 스에히로가 어깨에 있는 것만으로 신기하게 힘이 났다. 만약 도중에 날아가 버린다면, 그래도 괜찮다. 모든 것은 스에히로가 결정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p.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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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보와의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안경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간신히 눈물을 얼버무렸을 때,
“앗, 아빠, 운다!”
입 안 가득 햄버그를 넣은 채, 쓰바사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아이들이란 인정사정없다.
“괜찮아?”
아내도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요즘 벌써 꽃가루가 날리나.”
나는 얼렁뚱땅 받아넘기고 눈가를 닦았다.
“아냐, 아냐. 아빠, 스보랑 헤어지는 게 슬퍼서 우는 거잖아.”
정답이었다. 스보를 보면 볼수록 눈물이 솟구쳤다.
처형이 병에 걸렸을 때의 안타까움과 세상을 떠났을 때의 슬픔, 허무함, 그리고 만 이 년을 스보와 함께 보낸 날들의 사소한 행복이 더해져서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맞아.”
나는 쓰바사를 보며 인정했다. 오랜만에 쓰바사가 착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화해할 절호의 기회다. 쓰바사에게는 되도록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나는 이제 안 울 거야. 우리가 다 울면 스보가 슬퍼하잖아.”
정말로 쓰바사의 말이 맞았다.
--- 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