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서 벌어지는 맘몬 숭배의 문제를 포괄적이면서도 심도 있게 다룬 책 《돈에서 해방된 교회》가 출판되었다. 한국 교회를 염려하며 치유와 갱신의 길을 제시하는 책들이 이미 여럿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한국 교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 맘몬 숭배가 있다는 점, 그리고 맘몬이 자본주의를 매개로 한국 교회에 파고들어왔다는 점을 천착하며 회생의 길을 모색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한 저자는 그동안 한국 교회개혁 운동의 선봉에 서서 교계와 사회의 주요한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실천해왔다. 특히 지난 2008년 종교인 과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MBC 〈100분 토론〉에 토론자로 나와, 개혁적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애끊는 사랑으로 한국 교회의 자기반성을 촉구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교회 개혁 운동의 최전선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직면해오면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치명적인 암세포 같은 맘몬이 자본주의의 등 뒤에 숨어 교회 안으로 잠입해 들어와 여기저기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이 같은 한국 교회의 비극적 실상을 직시하고 갱신과 치유의 길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오랜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다. 책에서는 자본주의 정신이 교회 안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신앙을 왜곡하는지, 나아가 교회를 어떻게 부패시키는지를 들여다보고, 교회가 맘몬, 즉 돈의 신에게서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돈의 본질과 정체를 확인하고, 참된 구원 없이는 맘몬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믿음 문제와 다르지 않은 경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어떠한 실천을 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돈과 자본주의의 정체를 밝히는 근원적 성찰
그리스도인 역시 돈, 그리고 경제 활동에 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그리스도를 따라 살고자 할 때 돈과 관련해 더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마련이지만, 이에 관한 속 시원한 대답을 얻기가 어렵다. 게다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기정사실’이자 ‘부동의 체제로서 우리에게 내면화’된 탓에,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렵다. 다만 정직하게 돈을 벌어서 가난한 자들과 나누는 것이 복된 삶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생활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돈과 교회, 부와 믿음,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 관하여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가 결코 성경과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낸다. ‘돈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부자가 되는 것은 축복인가? 성경이 부에 관하여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와 같은 고민을 가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공중의 권세 잡은 이가 자본주의를 매개로 어떻게 이 세상을 그 수하에 두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행동 방향도 가늠하게 될 것이다.
돈을 사랑한 교회에 던지는 예언자적 호소
이 책은 돈과 자본주의에 관한 근원적인 성찰을 토대로 한국 교회가 자본주의에 물들었을 때 나타난 병폐를 하나하나 점검한다. 자본주의의 배후세력인 맘몬은 성경해석을 교묘하게 뒤틀어 하나님을 순수하게 사랑하기보다는 하나님을 이용해 자기 탐욕을 충족시키는 기복신앙에 빠지게 했고, 이웃을 향한 진실한 사랑의 실천에서 떠나 값싼 은혜와 죽은 믿음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는 축복의 복음, 깨끗한 부자론, 개교회성장주의, 빗나간 정치 참여 등이 모두 “부의 축적을 탐하게 만드는 맘몬이 지배하는 자본주의가 교회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결과”이다(134쪽). 이렇게 이 책은 그동안 한국 교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온 성장주의, 번영신학 등이, 실은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교회가 자본주의와 결탁한 결과 나타난 현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따라서 교회 안에 파고든 자본주의 정신을 끊어내지 않는 한, 한국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도리가 없다. 겉으로 드러난 심각한 증상 자체를 누그러뜨리는 대증요법에도 일정한 의미가 있겠지만, 그 증상들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 원인요법이라야 진정한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경제윤리를 향한 논의의 첫걸음
경제학과 사회윤리를 전공한 저자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하나님나라의 경제윤리’를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하나님나라의 경제윤리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하나님나라의 경제윤리를 실천하기 위한 세밀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두고, 우선 이 책에서는 맘몬중독증에 걸린 한국 교회를 들여다보고 그 해독의 길을 개괄적으로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그리스도인이 지금 실행할 수 있는 경제적 실천 방안도 다루고, 자본주의를 대신할 대안경제체제의 밑그림, 그리고 이 같은 획기적인 대안경제체제가 정착하기까지 실천할 수 있는 과도기적 운동도 제시하고 있다. 추천자인 한완상 박사의 지적처럼, 맘몬의 살집에 눌린 한국 교회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지적한 것들을 마중물 삼아 논의와 실천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