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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

플라나리아

: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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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130*190*30mm
ISBN13 9788927416418
ISBN10 892741641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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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술 때도, 그다음 해의 복원 수술 때도, 가족이며 남자 친구며 친구들이 모두 다 정말 잘해 주었다. 마취제가 몸에 맞지 않아 사방에 토하고 몸 여기저기에 달린 관이 너무 아파 소리 죽여 흐느끼는 나에게 다들 최선을 다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지나고 나자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선량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한바탕 축제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는 건강해졌으니 자신이 암 환자라고 떠벌리지 말라고 남자 친구도 가족도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라면 어째서 나는 날이면 날마다 어지럼증과 울렁거림과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가. 내 안에서는 그건 아직 전혀 끝난 일이 아니었다. --- p.34~35

회사를 그만둔 것은 단순히 일할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 귀찮았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귀찮고 내 손으로 죽는 것도 귀찮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병원에 다닐 것도 없이 암이 재발해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솔직히 말해 그게 가장 무서웠다. 모순이다. 나는 모순된 나 자신에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 p.35

무직자가 된 지도 이제 슬슬 두 해째다. 처음에는 ‘34세, 무직’이라는 말이 풍기는 여운이 범죄자처럼 느껴져서 무서웠지만 그것도 금세 익숙해졌다. 내가 생각해도 적응력 하나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대단하다. 이제는 ‘36세, 무직’이 된 내 처지에 몸도 마음도 완전히 익숙해졌다. --- p.74

어린 시절부터 삼십 대까지의 기나긴 세월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딛고 서 있던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 온 대지가 그토록 간단히 무너질 살얼음판이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바닥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거기에는 ‘한가한 시간’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속에 누워 있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편안했고, 게다가 나는 그곳을 박차고 위로 떠오를 만한 어떤 동기나 목적을 찾을 수 없었다. --- p.82~83

십 대 때부터 오로지 앞으로 앞으로, 위로 위로 나아가고 싶었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나는 승자가 되고 싶었다. 무턱대고 이기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예전의 나는 이제 너무 지쳐 잠시 잠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태껏 억지를 쓰며 살아 왔을 뿐, 사실은 게을러빠진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인 걸까. 실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 p.86~87

나는 흔들리는 기차에 몸을 맡긴 채 지금까지 너무도 안이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뒤로 줄곧 남편의 수입이 안정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남편이 구조 조정을 당한 뒤에야 허겁지겁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서다니. 책도 별로 읽지 않고 먼 나라의 전쟁 같은 뉴스에도 깜깜하다. 텔레비전이나 여성지를 통해 가까스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마음을 놓았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어 그마저도 변변히 볼 수가 없다. 고민이라고는 아이들과 남편과 일가 친척들 일이고, 갖고 싶은 것이라야 돈과 잠잘 시간 정도니 안이한 것도 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 --- p.162~163

“난 이 집이 진짜 답답해. 아빠도 엄마도 나한테 잘해 주고 학교도 보내 주는 것도 고맙지만, 날마다 이 집에 돌아와야 한다는 게 진짜 싫어. 엄마 얼굴도 안 보고 싶어. 답답해 미치겠다고.”
히나 짱, 하고 낯선 여자가 옆에서 나무랐다. 하지만 딸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 하루빨리 취직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엄마처럼 사는 거, 진짜 싫단 말이야.” --- p.182~183

나는 베개를 집어 아사오카에게 힘껏 내던졌다.
“어떻게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넌 땡전 한 푼 못 벌면서!”
말을 뱉고 나서야 아차 했다. 그의 입가가 차갑게 일그러진 것이, 그리고 먹다 남긴 케이크가 베개와 함께 방바닥에 나동그라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미토, 네 전공은 젠더 아니었어?”
유난히 느릿느릿 내뱉은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너, 이제 보니 머리 빈 속물 여자들이랑 똑같구나. 만일 너하고 내가 성별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남자는 무조건 풀타임으로 일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만 결혼할 권리가 생기는 거야? 돈 많이 버는 인간이 그렇게 대단해? 우리 교수처럼 웃기지도 않는 자기계발서라도 써 내서 돈을 벌어야 나를 존중해 줄래?”
마구 퍼붓는 말에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런 말을 듣고 싶은 날이 아니다. 그런 문제로 고민하고 싶은 밤이 아니다. --- p.235~236

내 인생이 이럴 리 없다고 머릿속 깊은 곳에 씁쓸한 감각이 엷게 들러붙었지만, 거기엔 충족감과 체념 비슷한 감각이 두툼하고 달콤하게 얹혀 있다. 어쩌다 먹는 푸딩 같은 느낌이라고 매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리고 만다. --- p.258

자신이 온 곳과 갈 곳을 모르니 막연히 불안하고, 뭔가 잘못된 게 아닌지 누가 좀 가르쳐 주길 바라는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안개 속에 갇혀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때, 누구라도 좋으니 당신이 갈 길은 저쪽이라고 콕 집어 줬으면 했던 적은 나도 있었다. 네 마음대로 살아 보라는 말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일러 주는 대로 사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것을, 나는 샐러리맨 시절을 떠올리며 절절히 느낀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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