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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의 밥도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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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42위 | 국내도서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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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32g | 128*188*20mm
ISBN13 9788954639774
ISBN10 895463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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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쓴 글을 다시 정리하면서 근년에 와서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간 정겨웠던 벗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했던 맛의 추억을 덧붙였다. 나이가 들수록 맛있게 먹는 한끼 식사가 만들어내는 행복감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며, 진정한 밥도둑은 역시 약간의 모자람과, 누군가와 함께 나눠 먹는 맛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개정판 서문」중에서

“도둑질, 그거 부지런해야 먹구삽니다. 미리미리 털 집을 봐둬야죠, 시간 맞춰 현장 도착해 망봐야죠, 숨어서 기다려야죠, 직접 털어야지요. 무거운 짐 지고 도망가야죠, 장물아비 찾아서 처분해야지…… 한두 가집니까? 그애들 여기 오면 참 양순한 애들입니다. 부지런하고 순하고 아주 소지로 맞춤하지요.”---「법무부 한정식」중에서

문제는 단식을 끝내고 복식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바로 이때야말로 가장 어렵고 위험한 기간이다. 그리고 이 기간의 음식맛은 마법처럼 오묘하고 기가 막히다. 육식이 얼마나 사람에게 맞지 않는 음식인가는 이때의 냄새로 알 수가 있다. 거의 누린내 비슷한 썩은 냄새가 나고, 생선 비린내는 식사 때가 지나고 나서도 온 사동에 하루 온종일 배어 있는 것을 느낄 정도다. (…) 나는 본능적으로 냄새에 이끌려 관급 된장을 얻어다가 살짝 넣어 끓이도록 했는데, 된장에 끓인 보리죽의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여 아침에 속이 더부룩하거나 좀 굴풋한 밤중에 곧잘 끓여먹는다.---「범치기 요리」중에서

어느 먼 산골이나 바닷가 어촌에서 두 사람이 먹던 음식의 맛은, 지금 아무데서나 다시 찾아 먹을 수 있는 흔한 먹을거리라 할지라도 다시는 되살려낼 수가 없다. 또한 그녀가 가끔씩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준비하던 달그락거리는 그릇 부딪는 소리와, 식탁 맞은편에서 따뜻한 눈빛으로 이편을 건너다보던 날의 맛을 어디서 되살려낼 것인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물처럼 지나간 시간은 자취도 없지만 그 감각만은 생생하다.---「기억의 고리, 그 시작과 끝」중에서

나는 차와 파이를 먹으면서 어느 밤의 붉은 촛불이며 그녀를 생각했다. 객석은 물론 무대 위의 조명도 하나씩 꺼져가고 그녀는 이미 늙어 있을 것이다. 검은 비단 실타래처럼 베개 너머로 흐트러지던 머리도 희끗해졌을까.---「애플파이와 칵테일 두 잔」중에서

“우리가 두만강 연안에서 항일 투쟁할 때에 인민들이 많이 도와주었소. 화전하는 인민들도 저이 먹을 것이 없는데도 우리가 지나는 산길에다 표를 해두고 감자를 묻어놓군 합네다. 눈이 한 길이나 쌓이고 땅은 꽁꽁 얼어붙어 있디, 감자를 파내면 시꺼멓게 얼어서 돌덩이야. 근거지루 짊어지구 가두, 언 감자는 구워도 못 먹고 삶아도 못 먹어요. 그때 왜놈들 청야 작전이 철저해서 보급선을 멀리서 차단하고 있댔어. 얼어죽거나 굶어죽고 남은 빨치산들을 토벌하겠다는 소리요.”---「시커멓게 언 감자를 먹는 지혜」중에서

하여튼 음식이란 여럿이 함께 먹을 때와 노동을 한 뒤의 것이 훨씬 맛있고, 풍성한 자연 속에서 입맛이 더욱 살아나게 마련이다. (…) 장아찌는 장독대가 사라지면서 백화점의 반찬가게로 옮겨갔고, 서로 담 너머로 장을 빌리거나 찬을 나누고 들밥을 함께 먹던 문화는 식구끼리의 외식 문화로 바뀌었지만 실천하기에 따라서는 회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허리춤에 매달렸던 벤또」중에서

용태는 평소에 점심 반주로 소주 세 병을 마시는 날이 많았고 저녁에는 대여섯 병을 더 마셔야 직성이 풀렸다. 그를 ‘알중 삼기’라고 놀리던 여운의 별명도 ‘인사동 밤안개’였으니 그도 술 가지고 남을 탓할 처지가 못 되었다. 두 사람은 경상도와 전라도로 태어난 고향도 다르고 술과 음식 취향도 사뭇 다르다.---「떠나간 친구가 남긴 맛」중에서

그를 떠나보낸 후로 나는 그와 함께 즐기던 음식들의 맛을 잃었다. 밥상에 바지락을 넣은 아욱된장국이 올라올 때면 어쩐지 수저가 무겁다. 좀 잘해줄걸.
---「이별주나 한잔 할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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