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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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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36g | 140*200*17mm
ISBN13 9788934973621
ISBN10 893497362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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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한 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이렇게 이렇게 살다간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중에서

스무 살 무렵, 나도 그런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 중에 지금은 연락조차 안 되는 친구도 있다.
물론 그 시절 친구 중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 또한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은 다른 관계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연락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지금과 같은 관계로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 맞다.

사람은 변하니까. 상황은 달라지니까. 그렇게 관계 또한 달라지니까. ---「친구의 연애」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타인의 것들 중,
굳이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딱 집어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핑계 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잘 못하는 건 다 그래서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우니까.
다른 길은 못 본 척,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도
그쪽은 왠지 힘들어 보여 못 본 척.
그러곤 굳이 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길만을 바라보며
‘좋겠다, 너희들은. 통행증이 있어서. 나도 그 통행증만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정과 핑계를 늘어놨던 건 아닐까.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내일은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어야겠다.
나에겐 이제 조금 다른 부러움이 생겼으니까.

이번엔 어쩌면 나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
그래서 어쩌면 지금부터가 더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싸움에선, 더 이상의 핑계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참 평범하구나」중에서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나쁜 건,
‘위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데 안 좋은 척, 안 나쁜 데 나쁜 척, 약하면서 독한 척.

결국 나는 상대에게
더 어려운 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 좋아하는 척해도, 사실은 좋아하는 걸 알아주길.
내가 나쁜 척해도, 사실은 안 나쁜 사람인 걸 알아주길.
내가 독한 척해도, 사실은 안 독한 사람인 걸 알아주길.

그게 왠지 더 ‘간지’나는 것 같아서.
실은 그게 정말 ‘촌스러운 것’인 줄도 모르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고 여전히 난 생각한다.
하지만 부러 ‘위악’을 떨어댈 필요도 없는 거다.

계속계속 위악을 떨다 보면,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사실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쁜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나쁜 사람’.
모두에게, 아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위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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