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미리보기 사이즈비교 공유하기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6건 | 판매지수 1,314
베스트
인문 top20 3주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얼리리더를 위한 3월의 책 : WOOF! WOOF! 책멍이 마그넷 증정
3월의 굿즈 : 산리오캐릭터즈 타포린백/물병파우치/3단우산/미니 토트백/마티스 접시&테이블매트 세트
소장가치 100% YES24 단독 판매 상품
3월 쇼핑혜택
현대카드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962쪽 | 1482g | 153*224*40mm
ISBN13 9788990247353
ISBN10 8990247357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옮긴이의 글
들어가는 글

1장. 표준 설비
2장. 생각하는 기계
3장. 얼간이들의 복수
4장. 마음의 눈
5장. 좋은 생각
6장. 다혈질
7장. 가족의 소중함
8장. 인생의 의미


참고문헌
찾아보기
한/영 인명 대조표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김한영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언어본능》, 《빈 서판》, 《칼 세이건의 에필로그》, 《본성과 양육》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마음은 연산 체계다

마음에 관한 많은 담론들이 주위에 떠돌고 있다. 개별 종교에서 수행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마음 공부’, ‘피정’ 등을 포함해, 마음을 주제로 한 TV 다큐멘터리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시기에 왜 마음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는가? 왜 마음을 알고 싶을까? 이 질문들을 제기하는 마음의 저 뒤편에는 ‘마음이 곧 나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마음을 쓰고,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정리하고, 마음이 떠날 때, 나의 실존적 존재가 총체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 결국 내가 나를 알고 싶기 때문에, 내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이라는 주제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심리학에서 다루었으며, 그 분석 대상이 너무도 복잡하고 미묘해서 과학이라는 엄밀한 학문이 다룰 만한 것이 아니라고 간주했다. 20세기의 3대 회의주의자 중의 한 명인 프로이트, 미국의 심리학과 실용주의를 철학으로 끌어올린 윌리엄 제임스가 다루었던 마음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 사이버네틱스, 정보이론, 뇌과학, 진화생물학이 새로운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마음이라는 주제는 과학적 연구 주제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MRI를 이용해 뇌 사진을 찍고,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르몬 작동을 탐색하고, 티벳 고승들이 명상에 들었을 때 뇌파를 측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마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핑커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서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본문 48쪽)

마음을 이렇게 연산 체계로 정의한 핑커는, 역설계라는 방법을 통해 마음이 어떻게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정상적인 설계에서는 기계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하는 반면, 역설계에서는 거꾸로 특정한 기계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알아낸다. 예를 들어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신기한 물건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장치가 올리브 씨를 빼는 기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금속 고리가 올리브를 고정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고 작은 지레는 X자 형태의 날을 눌러서 올리브 씨를 반대쪽 끝으로 빼내기 위해 설계된 것임을 알고서 ‘아하, 그렇군!’을 말한다. 결국 스프링, 연결부, 날, 지레, 고리로 이루어진 그 구조와 형태가 전체적으로 이해된다. 심지어는 왜 통조림에 담긴 올리브의 한 쪽 끝에 X자 모양의 자국이 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계산주의로 마음을 설명하다

마음을 추상적인 심리적인 현상이 아닌, 과학적인 방법?추론?실험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 도입된 이론이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다. 이 이론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정보처리장치로 설명한다. 입력장치,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출력장치 등으로 구성된 기계(예를 들어 컴퓨터)처럼, 인간의 마음도 이러한 기관들의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과 컴퓨터를 일대일 대응시켜 마음 또는 뇌에서 그런 장치들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를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뇌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그 뉴런들 사이의 틈을 가리키는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과학자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과 제리 포더가 최초로 계산주의 마음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컴퓨터 속의 칩이나 뇌 속의 뉴런처럼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들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하고, 일단 촉발된 기호는 존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이 적절히 배열되어 다른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과 충돌을 일으키면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고, 그것은 또 다른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결국 한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이 근육과 연결된 물질 조각들과 충돌을 일으켜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함시킨다. 그로 인해 의미는 원인이자 결과가 될 수 있다. (본문 53~54쪽)

마음은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 여러 기관들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 각 기관은 심리적 기능 또는 마음 모듈로 간주할 수 있다.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되는 것들, 예를 들어 일반지능?문화형성 능력?범용 학습 전략들은 생물학에서의 원형질이나 물리학에서의 흙?공기?물?불과 동일한 길을 걸으며 사라질 것이다. 마음을 설명하는 이러한 고전적인 실체들에서 벗어나, 마음 역시 진화한다는 것이 핑커의 주장이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없으면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성인들은 인간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진화의 과정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 생각에 진화는 단지 저급한 본능과 고정된 행동 패턴들, 예를 들어 성 충동, 공격성, 영토 확보 충동, 알 위에 앉는 암탉의 본능, 어미를 쫓아다니는 새끼 오리의 본능 같은 것들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인간의 행동은 너무나 섬세하고 융통성이 커서 진화의 산물일 수 없으며, ‘문화’와 같은 다른 어떤 것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화가 우리에게 불가항력적인 충동들과 융통성 없는 반사행동들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컴퓨터를 구비해 준 것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날씨를 모의실험 화면을 보여 주는 매킨토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부터 영어로 된 말을 인식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연산이 수행할 수 있는 교묘한 기술과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암시적으로 보여 준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도 아무리 섬세하고 융통성이 크다 해도 대단히 복잡한 프로그램의 산물일 수 있으며, 또한 그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일 수 있다. (본문 56~57쪽)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시각기관

21세기 초 한국에서 디지털카메라와 폰카메라가 널리 유통되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이 사람들의 주요한 놀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카메라가 작동되는 방식을 통해, 우리의 눈과 시각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역설계해 보자. 정상적인 광학은 특정한 형태, 물질, 조명을 가진 물체가 어떻게 망막상이라고 불리는 색채 모자이크로 투사되는가를 예측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다. 그러나 뇌는 역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입력물이 망막상이라면 출력물은 외부 세계의 사물들과 그 사물을 구성하는 것, 즉 우리가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명세표다. 역광학을 가리켜 공학자들은 ‘잘못 설정된 문제’(ill-posed problems)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해가 없다는 뜻이다. 몇 개의 수를 곱해 그 결과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어떤 결과를 보면서 그것이 어떤 수들의 곱인지 말하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광학은 쉽지만 역광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뇌는 우리가 냉장고를 열고 우유를 꺼낼 때 마다 그 일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뇌는 부족한 정보를 보충한다’는 것이 그 답이다. 부족한 정보란 인간이 진화해 온 이 세계와, 이 세계가 어떻게 빛을 반사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말한다. 만약 시각적 뇌가 자신이 일정한 세계, 즉 빛이 균일하게 비치고, 대부분의 사물들이 매끄럽고 일정한 색깔의 표면을 갖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유효한 추측을 해낼 것이다. 예를 들어, 망막에 투사된 상의 밝기를 조사하는 것으로는 밝은 햇빛을 받고 있는 석탄과 어두운 그늘에 있는 흰 눈을 구별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표면의 특성을 인지하는 모듈이 있고, 그 속에 다음과 같은 전제가 구축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세계는 고르고 균일하게 빛을 받는다.” 그러면 그 모듈은 3단계로 석탄-눈 문제를 해결한다. (1) 해당 장면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밝기의 변화도를 계산한다. (2) 전체 장면으로부터 밝기의 평균 수치를 추산한다. (3) 평균 밝기에서 각 조각의 밝기를 빼는 방법으로 각 조각의 명암을 계산한다. 평균과의 편차가 +쪽으로 크면 하얀 물체로 보이고, -쪽으로 크면 검은 물체로 보인다. 조명이 정말로 고르고 균일하다면 지각의 결과에는 이 세계의 표면들이 정확히 나타날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은 무한히 긴 시간 동안 빛이 고르게 퍼진다는 가정에 잘 들어맞았으므로, 자연선택은 그 가정을 모듈 속에 구축하는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성공했을 것이다. (본문 58~59쪽)


‘중국어 방’을 둘러싼 논쟁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대한 반론과 논쟁은 존 설(John Searle)이 제안한 ‘중국어 방chinese room’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 일어났다. 먼저 사고실험을 세팅해 보자.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방안에 있다. 구불구불 갈겨쓴 종이들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방안에 있는 사람은 “[구불구불]이 나오면 그때마다 [고불고불]을 적어라”같이 복잡한 지시 사항들이 적힌 긴 목록을 갖고 있다. 몇몇 규칙에는 그가 쓴 종이를 다시 문밖으로 내놓으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 그는 그 지시사항들을 능숙하게 수행한다. 그는 모르지만, 구불구불한 말들과 고불고불한 말들은 중국어 문자이고, 그 지시문들은 중국어로 된 이야기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본문 158쪽)

그렇다면 그 방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을까? 물론 문밖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방안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알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남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기호를 조작할 뿐인데, 이해는 기호 조작이나 연산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은 이 사고실험을 통해 그 중국어 방 안에 있는 사람에 없는 것은 기호와 기호가 의미하는 것의 관계인 지향성이라고 지적한다. 지향성, 의식, 그리고 그 밖의 마음 현상들은 정보처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제 인간 뇌의 실제적인 물리-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야기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이 사고실험에 대해 100편 이상의 논문이 출판되었고, 인터넷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그 방 전체(남자+규칙표)’가 중국어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설은 이렇게 응답했다. “좋아요, 그 남자가 규칙을 기억하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 일을 한다고 해봅시다. 그 방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기호 조작자는 여전히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남자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전혀 없음을 지적하면서 그것은 치명적인 결손 요소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설은 이렇게 응수했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구불구불한 글씨가 텔레비전 카메라의 출력물이고 밖으로 나오는 고불고불한 글씨가 로봇 팔에게 내리는 명령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 남자는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도 중국어를 말하지 못합니다.” 그의 프로그램이 뇌의 활동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설은 중국어 방에 해당하는 블록의 병렬 분산 체계인 중국어 체육관을 예로 들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체육관에 모여 마치 뉴런처럼 서로에게 휴대용 무선전화기로 신호를 외치고 중국어 이야기에 대한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하나의 신경망처럼 활동한다. 그러나 그 ‘체육관’은 방 안의 남자처럼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본문 159쪽)

결국 설은 이해와 관련된 사실들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어의 규칙들이 빠르고 무의식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언어의 내용이 사용자의 믿음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람들이 이해라는 현상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것에 위배되는 조건들에 이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꺼려한다고 해도 과학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결국 과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떤 단어의 현실적인 예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대상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어떤 과학자가 팔꿈치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팔꿈치는 제2형 지레라고 말할 때, 그에 대한 반박으로 강철로 만든 제2형 지레를 들고 있는 사람을 설명하면서, ‘이 남자가 3개의 팔꿈치를 갖고 있지 않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착시현상에 대한 마음의 역설계

매직아이나 만화경, 또는 ‘윌리를 찾아라’ 같은 게임은 우리의 시각을 혼란시키면서 시각 기관의 능력을 시험한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물속에 있는 막대가 꺾여 보이는 것, 한곳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평행선, 균일하지 않게 보이는 균일한 선, 길이가 같은데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직선 등을 말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서양 사상가들의 주된 철학적 논쟁점이었다. 특히 인식론에서는 착시 현상을 통해 인간의 감각 능력과 인식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지식에 대해 많은 회의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인지과학자들은 더 가벼운 눈으로 착시 현상을 다룬다.

시각은 항상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보통 때 우리는 벽에 부딪히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과일을 베어 물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를 못 알아보지 않는다. 로봇 제작은 이것이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님을 보여준다. 눈으로 세계를 볼 때 유기체들은 사물에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온 다음 양쪽 망막 위에 흔들리고 고동치는 2차원의 만화경을 만들어 내는 빛을 이용해야만 한다. 뇌는 그 움직이는 콜라주를 분석해서 그것을 만들어 낸 외부 물체를 정확하게 감지한다.
그 정확성이 놀라운 것은 뇌가 해결하는 문제들이 말 그대로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망막에 맺힌 타원 형태는 정면으로 본 타원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비스듬히 본 원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회색 조각은 그늘 속에 있는 눈덩이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고, 햇빛을 받는 석탄 덩어리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시각은 여러 전제들을 첨가함으로써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 전제들은 진화의 환경인 이 세계가 평균적으로 어떻게 결합해 있는가에 대한 전제들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시각 기관은, 물질은 응집력이 있고, 표면은 균일한 색을 갖고 있으며, 사물들은 함부로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배열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시각기관은 예쁜 무늬와 색을 보여 주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각기관은 이 세계의 실제 형태와 재료에 대한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선택의 이점은 명백하다. 음식, 포식자, 벼랑 등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동물은 그 음식을 위장에 넣을 수 있고, 자신의 몸을 포식자로부터 피신시킬 수 있고, 벼랑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본문 335~336쪽)

세계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를 보는 사람은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세계와 협상하거나, 물리적 또는 심리적으로 조작하거나, 미래를 위해 기억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기술은 세계를 망막에 비친 환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물체로 해석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한 정의를 인공지능 과학자인 데이비드 마르가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시각은 외부 세계의 이미지들로부터 보는 사람에게 유용한 동시에 부적절한 정보와 뒤섞이지 않는 설명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책은 망막에 사다리꼴 형태를 투사하지만, 우리는 책이 사다리꼴이 아니라 직사각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들 때도 손가락을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책을 진열할 책장을 만들 때도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다리가 부러진 소파 밑을 괼 때도 직사각형의 공간을 차지할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처럼 시각이 설명을 전달해 주지 않는다면 각각의 마음 기능은 망막에 맺힌 사다리꼴이 사실은 직사각형이라는 사실을 추론하기 위해 특정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직사각형을 ‘직사각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직사각형으로 받아들이는 법, 직사각형의 공간에 들어맞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법 등을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시각이 일단 망막 위에 상으로 맺힌 물체의 형태를 추론하면, 마음의 모든 부분이 그 발견을 이용할 수 있다. 비록 마음의 부분들이 정보를 운동신경 회로로 돌려서 움직이는 표적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체계가 한 종류의 행동에만 몰두하는 일은 없다. 전체적인 체계는 망막상이 아니라, 사물과 3차원 좌표로 표현된 세계에 대한 설명 또는 묘사를 만들고 그것을 모든 마음 모듈들이 읽을 수 있도록 게시판에 새긴다. (본문 337~338쪽)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너어무 두꺼운 계산주의 마음 이론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k****9 | 2016.08.28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너어무나 두꺼운 관계로 관심 없거나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1주일 가까이 걸리더라.사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성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 밖의 모든 직업은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 스타이넘, 92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 96자유의지는 윤리 게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화된 인간상이다. 실제로 무한 직선이나 완전한 원 같은 것은;
리뷰제목

너어무나 두꺼운 관계로 관심 없거나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1주일 가까이 걸리더라.


사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성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 밖의 모든 직업은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 스타이넘, 92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 96
자유의지는 윤리 게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화된 인간상이다. 실제로 무한 직선이나 완전한 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기하학으로부터 나온 추론은 안정적이고 유용하다. 이 세계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리들이 유용할 만큼 이상적 상태에 충분히 가깝다. 과학과 도덕은 서로 다른 추론 영역이다. 우리는 양자를 분리해야 둘 다를 가질 수 있다. -- 100
중력이 이상한 것 같으면 독소에 중독된 것이므로, 즉시 몸 밖으로 배출하라. (멀미 시 구토의 원인) -- 412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좋은 방법은 상대가 보는 앞에서 핸들을 뽑아 버리는 것이다. 철로 위에 시위대가 누운면 기관사는 열차를 느리게 맞춰 놓고 기차에서 내린다음 천천히 걸어간다. -- 633
사회적인 미소는 진짜 미소와는 다른 근육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위대한 배우들은 모든 근육을 통제하기 위해 끈기 있게 연습한 운동선수다. 그렇지 않은 배우들은 메소드 연기법을 익힌다. 배우들은 주어진 경험을 기억하거나 상상함으로써 실제 감정을 되살리면 얼굴에 반사적으로 표정이 떠오른다. -- 637

사람들은 거짓 감정을 부단히 경계하고 불수의적인 생리적 표현에 가장 큰 신뢰를 보낸다. 상대방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원격회의는 신뢰를 가지기 힘들다. -- 640

성격은 적응특성이다. 첫째 아이들이 덜 개방적이고, 더 성실하고, 더 적대적이고, 더 신경증적이고, 더 외향적이다. -- 699

성은 기생충과 병원균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710

많이 투자하는 성이 선택을 하고, 적게 투자하는 성이 경쟁을 한다. -- 714

한 콜걸이 친구에게, 잘생긴 손님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친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손님들은 섹스 때문에 돈을 주는 게 아니야. 섹스한 후에 말없이 떠나 주니까 돈을 주는 거지." -- 729

오랜 세월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 즉 단어와 문장, 이론과 방정식, 시와 선율, 농담과 이야기의 세계를 열었던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한 비용일 것이다. -- 865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파워문화리뷰 마음은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연산 기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e*a | 2015.11.11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쉽지 않은 주제이다.그래서 쉽지 않은 책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당당히 말하는 판국에 과학으로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스티븐 핑커는 현재의(이 책을 쓸 당시까지) 과학으로 이 마음을 파악해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를 정말 자세하게 쓰고 있다. 그가 동원하고 있는 과학의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신경;
리뷰제목

쉽지 않은 주제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책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당당히 말하는 판국에 과학으로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스티븐 핑커는 현재의(이 책을 쓸 당시까지) 과학으로 이 마음을 파악해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를 정말 자세하게 쓰고 있다.

그가 동원하고 있는 과학의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학,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그리고 문학 등등.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의 과학(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분야)를 동원해서 마음’, 그것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그가 파악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연산 기관

 

사실 이 말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거의 절반을 다 읽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결코 쉽지는 않다.

우선 자연선택.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바로 자연선택이라고 하는 메커니즘 때문인데,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생존과 자손 번식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어찌 보면 단 하나의 목적으로 위해서 만들어졌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설계. 설계라는 말은 어찌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누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 여기서 말하는 설계란 그저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척 정교하며, 대부분의 일을 어느 정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어느 정도란 말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선택, 혹은 진화의 메커니즘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정교한 설계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연산 기관. 이게 스티븐 핑커의 고유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 모듈(module)'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역시 쉽지 않은 개념이지만, 마음을 이루는 모든 것이 직렬적으로 배열되어 있거나, 서로 서로 위계가 있어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위로, 각각의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모듈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들이 켜지고, 꺼지는 관계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판단하고 행동에 대한 지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은 일종의 컴퓨터와 같은 것이고, 즉 연산 기관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는 마음이 일종의 컴퓨터와 같은 것이라고 하고 있지, 컴퓨터와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컴퓨터의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원리상으로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음이라는 것을 정의내리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책의 절반 넘는 뒷부분의 얘기가 그것인데, 그건 바로 진화심리학의 분야에 해당하는 얘기들이다.

1990년대에 씌여진 책이니까 아주 최근의 진화심리학의 여러 가지 발견들을 넣지는 못했지만, 가장 방대하게 진화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성격, 가족, 사랑, 부모-자식 갈등, 인생의 의미 등등.

겨우겨우 앞 부분을 이해하고 온(설령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이 뒤 부분은 정말 다채로운 성찬과도 같은 느낌이다. 진화심리학의 주장(또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학으로 이런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려 애를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나아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 즉 진화라는 대단히 포괄적인 진실 하나를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스티븐 핑커는 결코 진화심리학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의식, 자아, 자유의지, 의미, 지식, 도덕성. 이 여섯 가지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는 이것들을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건 인간의 마음은 그것들을 해결할 인지적 장비를 갖추도록 진화해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작 그것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남의 마음일 뿐, 나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지, 정확함을 벗삼기 위해서나 온갖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한 것은 아니다.” (859)

 

그런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해오지 않았음에도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 인간이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독특하고, 또 어쩌면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위대한지도 모른다.



 

댓글 0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계산과 진화가 마음의 비밀을 열어줄 열쇠?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자* | 2014.05.1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인지과학자들은 마음이 소프트웨어 모듈들의 집합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녁, 2007)에서 마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려면 '연산'과 '진화'라는 두 개의 핵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은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어진 설계된 연산체제기 때문이다. 핑커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리뷰제목

인지과학자들은 마음이 소프트웨어 모듈들의 집합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녁, 2007)에서 마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려면 '연산'과 '진화'라는 두 개의 핵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은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어진 설계된 연산체제기 때문이다. 핑커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복제자의 자연선택설이란 두 이론을 토대로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상식, 감정, 사회적 관계, 유머, 예술을 설명한다.

 

"마음의 복잡한 구조가 이 책의 주제다. 우리는 그 핵심 개념을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47, 48쪽)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마음은 정보를 처리하는 연산 모듈의 집합체이고, 자연선택이론에 따르면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이 설계한 적응 체계이다. 계산주의 이론은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 과학자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과 제리 포더가 최초로 표명한 개념이다. 우리의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우리의 마음 기관들 혹은 마음 모듈들은 이런저런 복잡한 정보들을 처리하고 사고, 학습, 지각 같은 심적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 모듈은 이용 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수행하는 특별한 일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핑커는 마음 모듈이란 말보다는 노엄 촘스키의 '마음 기관'이란 표현을 더 선호한다. 


우리 마음은 모듈들의 묶음이고 마음 기관들의 기본 설계는 우리의 유전 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 즉 우리 마음은 복잡한 선천적 구조물이다. 이 점이 핑커에게 가장 중요하다. 흔히 선천적 구조와 학습, 즉 유전과 환경, 본성과 양육, 생물학과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을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후천적인 학습보다는 여전히 선천적인 계산 구조를 더욱 중시한다. 


"왜 우리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을 채택해야 하는가?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수천 년 묵은 철학적 문제들을 해결했고, 컴퓨터혁명에 불을 붙였으며, 신경과학에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고, 심리학에 대단히 유익한 연구 과제들을 제공했기 때문이다."(134쪽)

 

핑커를 비롯한 인지심리학자들은 인지과정이 계산이라고 생각한다. 심적 과정으로서의 계산은 굳이 언어적 유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통사론적 구조를 가진 심적 표상들에 대한 형식적 연산이다. 핑커의 표현대로, "컴퓨터를 이용한 마음 연구에 붙일 적당한 이름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연의 연산이다."(143쪽)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은 뇌의 기본 활동이 정보전달 및 처리라고 여기고 신호, 코드, 표상, 변환, 처리 같은 정보이론 용어들을 사용하거나 통사론, 의미망, 지식표상, 명제 데이터베이스 같은 언어학과 컴퓨터의 개념들을 차용해서 마음의 구조와 내적 표상 그리고 신경과학 등을 탐구하고 있다. 핑커가 전작 『언어본능에서 눈에 보이는 문장이나 귀에 들리는 담화가 아닌 우리 마음 속에 깃든 사고언어language of thought)와 마음어(mentalese)에 주목한 것도 언어야말로 마음의 계산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표상이기 때문이다. 마음어는 우리의 개념적 지식을 담고 있는 사고언어의 유형으로, 내용 또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매개다. 


고백하지만, 애초부터 나는 핑커의 계산주의 이론이 탐탁치 않았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철학자 존 설은 '중국어 방'의 문제를 통해 계산주의 이론에 대한 첫 번째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설은 지향성과 의식을 비롯한 다양한 마음 현상은 정보처리에 의해서가 아니고, 실제 인간 뇌의 실제적인 물리-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핑커는 너무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진행된 조악한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의 『황제의 새마음』이 존 설의 뒤를 이었는데, 펜로즈는 논리학과 물리학에 의거해 우리 인간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나 역시 인간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록 마음의 모듈성과 언어적 표상에는 공감하지만, 마음이 선천적인 통사론적 연산 구조라는 전제에 대해서는 보류하는 편이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8.0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3점
배송은 빨랐지만 책이 약간 더러워져 있군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제***더 | 2022.05.25
구매 평점5점
지금 읽기 딱 좋은책이에요~ 추천합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김*연 | 2020.03.19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36,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