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3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962쪽 | 1482g | 153*224*40mm |
ISBN13 | 9788990247353 |
ISBN10 | 8990247357 |
발행일 | 2007년 03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962쪽 | 1482g | 153*224*40mm |
ISBN13 | 9788990247353 |
ISBN10 | 8990247357 |
옮긴이의 글 들어가는 글 1장. 표준 설비 2장. 생각하는 기계 3장. 얼간이들의 복수 4장. 마음의 눈 5장. 좋은 생각 6장. 다혈질 7장. 가족의 소중함 8장. 인생의 의미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한/영 인명 대조표 |
너어무나 두꺼운 관계로 관심 없거나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1주일 가까이 걸리더라.
사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성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 밖의 모든 직업은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 스타이넘, 92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 96
자유의지는 윤리 게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화된 인간상이다. 실제로 무한 직선이나 완전한 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기하학으로부터 나온 추론은 안정적이고 유용하다. 이 세계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리들이 유용할 만큼 이상적 상태에 충분히 가깝다.
과학과 도덕은 서로 다른 추론 영역이다. 우리는 양자를 분리해야 둘 다를 가질 수 있다. -- 100
중력이 이상한 것 같으면 독소에 중독된 것이므로, 즉시 몸 밖으로 배출하라. (멀미 시 구토의 원인) -- 412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좋은 방법은 상대가 보는 앞에서 핸들을 뽑아 버리는 것이다. 철로 위에 시위대가 누운면 기관사는 열차를 느리게 맞춰 놓고 기차에서 내린다음 천천히 걸어간다. -- 633
사회적인 미소는 진짜 미소와는 다른 근육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위대한 배우들은 모든 근육을 통제하기 위해 끈기 있게 연습한
운동선수다. 그렇지 않은 배우들은 메소드 연기법을 익힌다. 배우들은 주어진 경험을 기억하거나 상상함으로써 실제 감정을 되살리면
얼굴에 반사적으로 표정이 떠오른다. -- 637
사람들은 거짓 감정을 부단히 경계하고 불수의적인 생리적 표현에 가장 큰 신뢰를 보낸다. 상대방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원격회의는 신뢰를 가지기 힘들다. -- 640
성격은 적응특성이다. 첫째 아이들이 덜 개방적이고, 더 성실하고, 더 적대적이고, 더 신경증적이고, 더 외향적이다. -- 699
성은 기생충과 병원균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710
많이 투자하는 성이 선택을 하고, 적게 투자하는 성이 경쟁을 한다. -- 714
한 콜걸이 친구에게, 잘생긴 손님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친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손님들은 섹스 때문에 돈을 주는 게 아니야. 섹스한 후에 말없이 떠나 주니까 돈을 주는 거지." -- 729
오랜 세월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 즉 단어와 문장, 이론과 방정식, 시와 선율, 농담과 이야기의 세계를 열었던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한 비용일 것이다. -- 865
쉽지 않은 주제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책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당당히 말하는 판국에 과학으로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스티븐 핑커는 현재의(이 책을 쓸 당시까지) 과학으로 이 마음을 파악해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를 정말 자세하게 쓰고 있다.
그가 동원하고 있는 과학의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학,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그리고 문학 등등.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의 과학(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분야)를 동원해서 ‘마음’, 그것도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그가 파악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연산 기관”
사실 이 말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거의 절반을 다 읽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결코 쉽지는 않다.
우선 자연선택.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바로 자연선택이라고 하는 메커니즘 때문인데,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생존과 자손 번식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어찌 보면 단 하나의 목적으로 위해서 만들어졌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설계. 설계라는 말은 어찌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누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 여기서 말하는 ‘설계’란 그저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척 정교하며, 대부분의 일을 어느 정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과 ‘어느 정도’란 말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선택, 혹은 진화의 메커니즘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정교한 설계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연산 기관. 이게 스티븐 핑커의 고유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 ‘모듈(module)'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역시 쉽지 않은 개념이지만, 마음을 이루는 모든 것이 직렬적으로 배열되어 있거나, 서로 서로 위계가 있어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위로, 각각의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모듈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들이 켜지고, 꺼지는 관계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판단하고 행동에 대한 지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은 일종의 컴퓨터와 같은 것이고, 즉 연산 기관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는 마음이 일종의 컴퓨터와 같은 것이라고 하고 있지, 컴퓨터와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컴퓨터의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원리상으로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음이라는 것을 정의내리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책의 절반 넘는 뒷부분의 얘기가 그것인데, 그건 바로 ‘진화심리학’의 분야에 해당하는 얘기들이다.
1990년대에 씌여진 책이니까 아주 최근의 진화심리학의 여러 가지 발견들을 넣지는 못했지만, 가장 방대하게 진화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성격, 가족, 사랑, 부모-자식 갈등, 인생의 의미 등등.
겨우겨우 앞 부분을 이해하고 온(설령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이 뒤 부분은 정말 다채로운 성찬과도 같은 느낌이다. 진화심리학의 주장(또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학으로 이런 철학적 주제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려 애를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나아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 즉 진화라는 대단히 포괄적인 진실 하나를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스티븐 핑커는 결코 진화심리학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의식, 자아, 자유의지, 의미, 지식, 도덕성. 이 여섯 가지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는 이것들을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건 인간의 마음은 그것들을 해결할 인지적 장비를 갖추도록 진화해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작 그것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남의 마음일 뿐, 나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지, 정확함을 벗삼기 위해서나 온갖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한 것은 아니다.” (859쪽)
그런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해오지 않았음에도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 인간이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독특하고, 또 어쩌면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위대한지도 모른다.
인지과학자들은 마음이 소프트웨어 모듈들의 집합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녁, 2007)에서 마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려면 '연산'과 '진화'라는 두 개의 핵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은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어진 설계된 연산체제기 때문이다. 핑커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복제자의 자연선택설이란 두 이론을 토대로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상식, 감정, 사회적 관계, 유머, 예술을 설명한다.
"마음의 복잡한 구조가 이 책의 주제다. 우리는 그 핵심 개념을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47, 48쪽)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마음은 정보를 처리하는 연산 모듈의 집합체이고, 자연선택이론에 따르면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이 설계한 적응 체계이다. 계산주의 이론은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 과학자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과 제리 포더가 최초로 표명한 개념이다. 우리의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우리의 마음 기관들 혹은 마음 모듈들은 이런저런 복잡한 정보들을 처리하고 사고, 학습, 지각 같은 심적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 모듈은 이용 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수행하는 특별한 일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핑커는 마음 모듈이란 말보다는 노엄 촘스키의 '마음 기관'이란 표현을 더 선호한다.
우리 마음은 모듈들의 묶음이고 마음 기관들의 기본 설계는 우리의 유전 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 즉 우리 마음은 복잡한 선천적 구조물이다. 이 점이 핑커에게 가장 중요하다. 흔히 선천적 구조와 학습, 즉 유전과 환경, 본성과 양육, 생물학과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을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후천적인 학습보다는 여전히 선천적인 계산 구조를 더욱 중시한다.
"왜 우리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을 채택해야 하는가?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수천 년 묵은 철학적 문제들을 해결했고, 컴퓨터혁명에 불을 붙였으며, 신경과학에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고, 심리학에 대단히 유익한 연구 과제들을 제공했기 때문이다."(134쪽)
핑커를 비롯한 인지심리학자들은 인지과정이 계산이라고 생각한다. 심적 과정으로서의 계산은 굳이 언어적 유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통사론적 구조를 가진 심적 표상들에 대한 형식적 연산이다. 핑커의 표현대로, "컴퓨터를 이용한 마음 연구에 붙일 적당한 이름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연의 연산이다."(143쪽)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은 뇌의 기본 활동이 정보전달 및 처리라고 여기고 신호, 코드, 표상, 변환, 처리 같은 정보이론 용어들을 사용하거나 통사론, 의미망, 지식표상, 명제 데이터베이스 같은 언어학과 컴퓨터의 개념들을 차용해서 마음의 구조와 내적 표상 그리고 신경과학 등을 탐구하고 있다. 핑커가 전작 『언어본능』에서 눈에 보이는 문장이나 귀에 들리는 담화가 아닌 우리 마음 속에 깃든 사고언어language of thought)와 마음어(mentalese)에 주목한 것도 언어야말로 마음의 계산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표상이기 때문이다. 마음어는 우리의 개념적 지식을 담고 있는 사고언어의 유형으로, 내용 또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매개다.
고백하지만, 애초부터 나는 핑커의 계산주의 이론이 탐탁치 않았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철학자 존 설은 '중국어 방'의 문제를 통해 계산주의 이론에 대한 첫 번째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설은 지향성과 의식을 비롯한 다양한 마음 현상은 정보처리에 의해서가 아니고, 실제 인간 뇌의 실제적인 물리-화학적 특성들에 의해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핑커는 너무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진행된 조악한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의 『황제의 새마음』이 존 설의 뒤를 이었는데, 펜로즈는 논리학과 물리학에 의거해 우리 인간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나 역시 인간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록 마음의 모듈성과 언어적 표상에는 공감하지만, 마음이 선천적인 통사론적 연산 구조라는 전제에 대해서는 보류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