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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개정판, 양장, 개정판 ]
리뷰 총점7.4 리뷰 9건 | 판매지수 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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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10g | 128*188*20mm
ISBN13 9788973817894
ISBN10 8973817892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Rosso
1. 인형의 발
2. 5월
3. 조용한 생활
4. 조용한 생활 2
5. 도쿄
6. 가을바람
7. 회색 그림자
8. 일상
9. 편지
10. 욕조
11. 있을 곳
12. 이야기
13. 햇살

저자 후기│에쿠니 가오리
역자 후기│김난주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Rosso

나는 일어나, 잠든 마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단단한 턱, 짧게 돋아 있는 수염, 긴 속눈썹,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마빈,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나를 꼭 껴안아주는 마빈. 잠자는 마빈의 몸에 다리를 휘감고, 움푹한 어깨에 얼굴을 부빈다. 마빈의 체온, 마빈의 냄새. 마빈은 사람의 마음속까지 파헤치고 들어오거나 모든 것을 알려 들지 않는다. 혼자서 점점 상처받아 흥분한 두더지처럼 몸을 사리지도 않는다. 이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슬픈 얼굴로 내게 말없는 비난을 하지도 않는다. 비는 내게 도쿄를 생각나게 한다. --- p.32~33

“아오이 씨는 이렇다 하게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아, 물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는 하지만 경력이 될 만한 일은 아니지. 논다고 해봐야 다니엘라만 만나는 정도잖아?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데도 미국인 모임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고, 그렇다고 일본 사람들과 사귀는 것 같지도 않고. 늘 책과 목욕뿐.”이라고 말했다. 목욕뿐, 이란 말에서 슬쩍 웃었다.
게을러서 그래요, 라고 대답했지만, 안젤라는 승복할 수 없다는 투였다. “결혼은 안 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한다. “결혼요?” “그래. 사랑하고 있잖아? 마빈을.” 나는 안젤라의 얼굴을 보았다. 갈색 머리를 돼지 꼬리처럼 묶고, 여전히 부실부실 튀어나와 있는 잔머리에 화장기는 없다. 군청색 레인코트에는 온통 빗방울이 맺혀 있다. --- p.66

나는 쥰세이의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강변길에서, 기념 강당 앞 돌계단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에 있는 찻집에서, 우리들의 방에서. 쥰세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누구에게든, 당황하리만큼 열정을 기울여 얘기했다. 항상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했고, 그 이상으로 이해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싶으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어버리곤 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느닷없이 나를 꼭 껴안곤 했다.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 없이. --- p.93

“제발 어디 멀리 가지 말아줘.” 우람한 팔에 더욱 힘을 주고 그렇게 말하는 마빈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감정적이고 몹시 불안하게 들렸다. 어디 멀리, 란 말이 안젤라와의 여행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빈이나 나나. “놔요.” 가능한 한 가볍게 말했다. 마빈은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그런 마빈이 견딜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를 안심시켜줄 수가 없다. 아무 데도 안 가니까 안심하라고, 늘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라고, 나는 마빈에게 말해줄 수가 없다. --- p.109~110

“아오이.” 페데리카의 방은 기묘하다. 방 전체가 페데리카 같다. “네?” 담배를 낀 손가락에, 오늘도 남편에게 선물 받은 묘안석 반지를 끼고 있다.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페데리카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거의 혼자 중얼거리듯. --- p.196~197

- 피렌체의 두오모? 왜 하필이면? 밀라노의 두오모는 안 돼?
쥰세이는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만나고 말았다, 고 생각했다. 교외의 조그만 대학에서, 도쿄란 불가사의한 도시에서. 영원히,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 아오이.
쥰세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그만큼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 사랑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젊고 진지한 눈길로, 조용히 그렇게 말한 쥰세이. --- p.210~211

아무런 주저도 없었다. 그때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알베르토의 공방에서, 아침 햇살 속에서, 나는 그저 인정하기만 하면 되었다. 피렌체에 간다는 것을. 두오모에 오른다는 것을. 쥰세이와 나눈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발차 벨이 울리고, 문이 닫혔다. 몹시 흥분해 있었지만, 동시에 아주 담담했다. 나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다. 전에 없이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감정이, 해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 시간 후, 기차는 피렌체에 도착했다. 약간 희미해진 햇살이, 그 때문에 한층 더 초여름 눈부신 빛으로 사방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역 앞 광장으로 나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와본 후로 처음인 도시의 공기를 마셨다. 피렌체.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인,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시. 그래서 관광업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걸머진 도시. 밀라노에서 불과 세 시간 거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전혀 분위기가 다른 도시다.
- 오고 말았어.
--- p.22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Rosso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저녁나절이면 기우는 햇살을 받으며 욕조에 목욕물을 받는 여자가 있다. 한적한 시간이면 엷은 칵테일을 마시며 책을 읽는 여자. 푸근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있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목욕물 앞에서 어깨를 주물러주는 애인의 손길은 듬직하기만 하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봉인된 젊은 시절 온 마음을 바쳐 사랑했던 사람과의 옛추억은 그녀를 어떤 가슴에도 안식할 수 없게 한다.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고독한 여자.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이해했던 8년 전 연인과의 과거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여자. 과거를 밀어내고 조용한 일상에 묻혀보려는 여자, 아오이의 이야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지구가 멸망하지 않은 한, 영원히 반복될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

대학에서 만나 연인이 된 아오이와 쥰세이는 안타까운 오해로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둘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흘리듯 맺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간다. 각자의 옆에는 새로운 연인이 있지만 마음을 꽉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헤어진 지 8년,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한 두 남녀는 결국 모든 일을 제쳐두고 피렌체로 달려간다. 시종일관 평행선을 그리던 두 이야기는 이 지점에 이르러 한 점으로 모인다. 그리고 두 이야기를 모두 읽은 독자는 평행선이라고 생각했던 두 개의 삶이 사실 지그재그로 몇 번이고 서로 교차했음을 알게 된다.

혹자는 청승맞다거나 미련스럽다고 여길 법한 소설 속 두 남녀의 모습은, ‘연애의 종말’을 맞아본 사람에게는 눈물 날 만큼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로소Rosso’ 혹은 ‘블루Blu’ 한 권만 읽어도 좋지만 두 권을 연달아 읽거나 연재된 순서대로 한 장(章)씩 번갈아 읽으면 더욱 좋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출간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남자와 여자들에게 여전히 따스한 위안과 희망을 안겨준다. 영화와 영화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져 이제는 하나의 이미지로 우리의 가슴에 남은 『냉정과 열정 사이』.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낸 이 책은 우리 시대 연애소설의 새로운 클래식이다.

이번 개정판은, 1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기존 문장을 다듬고 오역을 바로잡았다. 새롭게 바뀐 표지 또한 한층 신선함을 더한다. 개정판 표지에는 작품 속 중요한 장소인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실루엣을 모티프로, 해가 떠오르고 저무는 찰나를 담아냈다. 제목 그대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알 수 없는 감정처럼 아스라한 빛깔이다.


회원리뷰 (9건) 리뷰 총점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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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냉정과 열정사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산*람 | 2020.10.31 | 추천12 | 댓글2 리뷰제목
냉정과 열정사이에쿠니 가오리/김난주소담출판사/2003.10.28.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
리뷰제목

냉정과 열정사이

에쿠니 가오리/김난주

소담출판사/2003.10.28.

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트타임으로 바꿨다. 마빈의 누나 안젤라는 여행을 하다 가끔 밀라노에 들러 한두 주일씩 묵어가기도 하였으며 아오이와 잘 어울렸다. 아오이는 일이 없는 오후에 느긋하게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목욕탕에서 지내고, 책을 좋아하여 도서관을 자주 들른다. 점심시간에도 개구리정원에서 책을 읽곤 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다니엘라와 자주 만난다. 다니엘라는 루카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마빈과 동거하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인 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다카시가 찾아왔다. 다카시와는 일본의 대학에 유학할 때도 다시 만났던 오래된 친구다. 도쿄에서 있었던 대학생활을 회상하다가 아오이가 사랑했던 쥰세이에 대한 이야길 한다. 그동안 기억 속에 봉인되었던 쥰세이와의 추억이 그 후로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다카시가 다녀간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쥰세이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밤에 전화를 하지만 통화를 하지 못한다.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마빈의 청혼에도 응하지 않고 동거하던 아파트를 나와 생활한다. 결국 아오이는 30번째 생일날, 친구와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파기한 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10년 후에 만나자고 한 쥰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급히 피렌체로 향하게 되는데…….

 

다카시한테서 도쿄 냄새가 났다. 딱히 어디가 어떻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과 발과 분위기와, 다카시의 동작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도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세 명이 외국에서 온 특별한 학생이었을 때, 또는 일본이란 나라의 불온한 평화로움에 젖어 아이덴티티를 잃어 가고 있을 때.(p.96)”

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오이와 같은 처지였던 다카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쥰세이는 도쿄의 대학에서 만났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같은 처지였기에 자주 어울렸다. 그러다 급기야 쥰세이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쥰세이와 다투고 헤어진 후 잊고 지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만난 다카시에게서 도쿄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쥰세이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델라웨어대학교 메지로대학 단기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3회 나오키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저서로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 <나비>, <개와 하모니카등 여러 권의 소설이 있고, 여러 편이 영화로 촬영되기도 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을 쓰면서 느꼈던 것을 후기에서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p.260)”라고 밝힌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엮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되며,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 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아오이의 마음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이 소설 이라고 한다.

 

 

댓글 2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파워문화리뷰 냉정과 열정사이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산*람 | 2020.08.21 | 추천15 | 댓글2 리뷰제목
냉정과 열정사이에쿠니 가오리/김난주소담출판사/2003.10.28.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
리뷰제목

냉정과 열정사이

에쿠니 가오리/김난주

소담출판사/2003.10.28.

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트타임으로 바꿨다. 마빈의 누나 안젤라는 여행을 하다 가끔 밀라노에 들러 한두 주일씩 묵어가기도 하였으며 아오이와 잘 어울렸다. 아오이는 일이 없는 오후에 느긋하게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목욕탕에서 지내고, 책을 좋아하여 도서관을 자주 들른다. 점심시간에도 개구리정원에서 책을 읽곤 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다니엘라와 자주 만난다. 다니엘라는 루카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마빈과 동거하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인 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다카시가 찾아왔다. 다카시와는 일본의 대학에 유학할 때도 다시 만났던 오래된 친구다. 도쿄에서 있었던 대학생활을 회상하다가 아오이가 사랑했던 쥰세이에 대한 이야길 한다. 그동안 기억 속에 봉인되었던 쥰세이와의 추억이 그 후로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다카시가 다녀간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쥰세이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밤에 전화를 하지만 통화를 하지 못한다.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마빈의 청혼에도 응하지 않고 동거하던 아파트를 나와 생활한다. 결국 아오이는 30번째 생일날, 친구와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파기한 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10년 후에 만나자고 한 쥰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급히 피렌체로 향하게 되는데…….

 

다카시한테서 도쿄 냄새가 났다. 딱히 어디가 어떻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과 발과 분위기와, 다카시의 동작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도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세 명이 외국에서 온 특별한 학생이었을 때, 또는 일본이란 나라의 불온한 평화로움에 젖어 아이덴티티를 잃어 가고 있을 때.(p.96)”

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오이와 같은 처지였던 다카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쥰세이는 도쿄의 대학에서 만났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같은 처지였기에 자주 어울렸다. 그러다 급기야 쥰세이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쥰세이와 다투고 헤어진 후 잊고 지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만난 다카시에게서 도쿄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쥰세이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밤이 되어서야 편지를 읽었다. 마빈이 침실로 들어가기를 기다려, 부엌에서 읽었다. 파란 볼펜으로 쓰여진 낯익은 쥰세이의 글씨, 쥰세이는 섬세하고 아주 예쁘고 꼼꼼하게 글씨를 쓴다. 다 읽는 데 노력이 필요했다. 편지지를 쥔 손가락에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읽는 도중에 기억이 밀려오기도 하고 숨이 갑갑하기도 하여 몇 번이나 중단하였다. 그 때마다 벽과 바닥과 천장을 쳐다보았다. 벽과 바닥과 천장, 냉장고와 식기 수납장과 전자레인지를, 숨을 들이쉬고, 숨을 토하고, 그럭저럭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긴 편지였다.(p.175)”

부족한 것 없이 여러 모로 완벽한 마빈과 함께 있어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추억은 아오이를 놓아주지 않는다. 옛날 애인의 편지를 읽기 위해 마빈이 잠든 밤 부엌에서 추억을 하나씩 음미해가면서 편지를 읽는 모습에서 아오이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 되어 있던 추억을 상기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아오이의 마음 갈등이 행동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페테리카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거의 혼자 중얼거리듯.(p.210)

어렸을 때부터 귀여워해주고 보살펴 주던, 이제는 할머니가 된 페테리카가 아오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라고 조언해 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아오이의 성격을 알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델라웨어대학교 메지로대학 단기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3회 나오키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저서로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 <나비>, <개와 하모니카등 여러 권의 소설이 있고, 여러 편이 영화로 촬영되기도 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을 쓰면서 느꼈던 것을 후기에서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p.260)”라고 밝힌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엮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되며,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 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아오이의 마음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이 소설 이라고 한다.

 

 

댓글 2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구매 피렌체를 가보고 사게 되었어요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w******e | 2019.08.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회사에 있길래 읽어봤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잡자마자 그날 다 읽었습니다.   사실 책보다도 영화로 먼저 접해서 그리고 책에 배경이 되는 피렌체 두오모성당에 방문이 먼저였고 영화를 접해서 영화를 보고 갔으면 더 좋았겠다 싶으면서도   영화를 보며 피렌체가 떠올라서 아 여기가 여기구나 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남자편 여자;
리뷰제목

회사에 있길래 읽어봤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잡자마자 그날 다 읽었습니다. 
  
사실 책보다도 영화로 먼저 접해서 
그리고 책에 배경이 되는 피렌체 두오모성당에 방문이 먼저였고 영화를 접해서 
영화를 보고 갔으면 더 좋았겠다 싶으면서도 
  
영화를 보며 피렌체가 떠올라서 아 여기가 여기구나 하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남자편 여자편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여자편이 제가 여자라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남자친구에게 여자편을 선물하고 
저는 남자편은 사서읽었는데 이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5년전에 방문했던 피렌체가 생각이 나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두오모에 올랐을 때 도시전체의 지붕색깔이 오렌지색이었던게 기억에 남네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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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6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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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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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쑥* | 2023.01.08
구매 평점5점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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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T*****E | 2021.12.15
구매 평점3점
blu를 먼저 읽고 나서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읽었지만.. 너무나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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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 20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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