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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7 제5회 올해의 책 선정도서
바리데기

바리데기

[ 양장 ]
황석영 | 창비 | 2007년 07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250건 | 판매지수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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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37g | 148*210*30mm
ISBN13 9788936433581
ISBN10 89364335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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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정신차리라.
현이는 얼어붙은 듯이 쪼그려 있던 모양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움집 안에 들어가 이불 속에 넣고 셋이서 그애의 발과 손과 다리를 비벼주었다. 한참 만에 잠에서 부스스 깨어나듯 눈을 뜬 현이가 우리를 쳐다보았다. 할머니가 말을 시켰다.
거 추운데 왜 나가 있댄?
오줌 마레와서......
오줌 누군 들오지 거기 있다 얼어 죽을 뻔했구나.
현이는 스르르 눈을 감더니 다시 잠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현이의 손과 뺨을 비비다가 다급하게 말했다.
오마니, 이거 체온이 돌아오지 않소. 물이라두 데워 멕이기요.
할머니는 문간 아궁이에 나가서 냄비에 눈을 담아 끓였다.
더운물을 양은그릇에 담아 코끝에 내밀었지만 그애는 몇모금 혀를 적시는 시늉만 하고는 다시 늘어졌다. 우리는 윗목의 짐을 풀어 언제나 축축한 채로 뻣뻣하게 얼어 있는 옷가지들을 꺼내어 가슴에 품고 비비거나 깔고 앉아 체온을 담은 뒤에 현이의 몸에 덮어주고 이불로 감쌌다. 그동안에 지핀 아궁이로 불이 잘 들었는지 구들돌 위에 깐 골판지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현이의 몸 위에 검게 얹힌 아주 부드러운 연기 같은 것이 뭔지는 몰랐지만 그애에게 가까이 가서 그걸 떼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언니야, 너 떠나려고 하는 줄 내 다 안다.
우리는 이불 속에 하반신을 넣고 모두 앉은 채로 끄덕끄덕 졸다가 잠들었다. 그날밤 현이는 죽었다. 몸이 너무 쇠약해진데다 한기를 배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나 세 사람 누구도 정말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애를 옷가지와 비료포대 여러 장으로 둘둘 말아서 안고는 움집을 나서면서 눈을 사납게 부라렸다.
따라오지 말라!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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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 부근」 이후 45년간, 황석영 소설이 없었다면 한국문학은 얼마나 빈곤했을까. 소설가일뿐더러 시대의 풍운아며 어딜 가나 잔칫집의 책임광대 역을 마다 않는 황석영 그가 없었다면 문단과 문단 주변의 삶은 또 얼마나 적막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아직도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장편 『바리데기』에서 또 한번 무대를 넓히고 새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니 독자로서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
--- 백낙청 문학평론가
한국소설은 재미와 감동이 없다고, 영화에 밀려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황석영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앉은자리에서 『바리데기』를 읽고 나서 한동안 먹먹한 감동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박진감 있는 문장과 사건 전개, 거침없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장면전환은 영화 그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쟁과 테러, 이데올로기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분열된 21세기 지상의 고통과 상처를 온몸으로 앓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여자, 바리. 진정한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은 여린 듯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구원의 여신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 차승재 싸이더스 F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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