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7년 07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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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2g | 146*216*30mm |
ISBN13 | 9788932017983 |
ISBN10 | 8932017980 |
출간일 | 2007년 07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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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442g | 146*216*30mm |
ISBN13 | 9788932017983 |
ISBN10 | 8932017980 |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의 단편소설집. 이효석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수상한「타인의 고독」「삼풍백화점」「오늘의 거짓말」 등을 비롯한 총 열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서른네 살의 이혼남이 전처와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누가 맡아 기를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시작되는 「타인의 고독」,이 시대 중상류층의 삶을 대변하는 지역에서 성장한 여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는 「삼풍백화점」, 어린 시절 화려한 보이소프라노였으나 현재는 별 볼일 없는 지방 합창단에서 일하는 남자의 하루를 다룬 「그 남자의 리허설」, 1991년에서 기억이 멈춰버린 동창과의 당황스러운 재회를 그린 「위험한 독신녀」등 우리의 지극한 일상을 정이현 특유의 경쾌한 문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타인의 고독 삼풍백화점 어금니 오늘의 거짓말 그 남자의 리허설 비밀과외 빛의 제국 위험한 독신녀 어두워지기 전에 익명의 당신에게 해설|당신은 파국으로부터 안전한가? 박혜경 작가의 말 |
<져니님 나눔으로 받은 책>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왠지 모르게 감각적인 느낌이 가득한 세련된 느낌의 트렌디한 소설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글자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런 기대감이 가득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 작가를 알아보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책은 대기중이다.
표제작을 포함해서 총 10개의 단편들이 빼곡히 들어찬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움을 더한다. 아쉽다 싶을만큼 후속 이야기들이 그려지길 바라게 되는 작품도 물론 존재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로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 작가만의 스타일에 대한 부러움이 살포시 들면서 약간의 질투가 생긴다.
<타인의 고독>
잘 만났고 잘 결혼을 했고 잘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자의 엄마는 또다른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정보회사에 아들을 등록시켰다. 그런 그에게 전부인이 전화를 해서 강아지를 맡긴다. 아이도 없어서 잘 헤어졌다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이 시간에 강아지가 등장을 하게 된것인지, 이 강아지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언쟁. 작가는 왜 타인의 고독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삼풍백화점>
친구와 들렀던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오래전 동기를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얼굴만 알던 사이였던 나에게 그 친구는 아는 척을 한다. 세일정보를 알려준다며 연락처를 남기라고 했고 그 이후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같이 밥을 먹고 그녀의 집으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친해진 둘이었다. 그 백화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금니>
생일. 마흔 넘은 사람의 생일은 언제나 별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한 가정의 엄마의 생일은 더욱 그러하다. 치과를 간다. 생일날 치과라니. 심각하게 임플란트를 의논하고 있을 때 아들이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것일까.
<오늘의 거짓말>
인터넷 홍보회사. 이름만 그럴 듯 할 뿐 결국은 후기로 메꿔넣는 인생. 자신이 사용해 보지도 않은 상품에 대한 후기를 작성한다. 무조건 근사하게, 무조건 좋게, 별점은 많이. 자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가.
<그 남자의 리허설>
아침 일찍 일어나 담배를 한대 문다. 그것이 루틴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담배가 없다. 여분이 있을까 책상을 뒤진다. 없다. 그저 단순히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려고 문을 나섰다. 도착을 한다. 지갑이 없다. 하. 난감하다. 다시 돌아간다. 아뿔사. 카드키를 두고 왔다. 이 특수한 아파트는 키가 없으면 들어갈 수조차 없다. 어떡해야 하나.
<비밀과외>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에게 엄마는 과외를 붙였다. 처음엔 미술선생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냥 좋았지만 선생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보다는 정권 투쟁에 더 관심이 있었나 보다. 어느날 텔레비젼에 그녀의 얼굴이 나왔다. 내가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불법과외가 성행하던 무렵 나는 다시 과외선생님이 생겼다. 내 성적은 올랐다. 정말 과외 덕분이었을까.
<빛의 제국>
자살문화센터 계약직 연구원인 그가 처음으로 받은 일은 예전 비원고등학교에서의 여고생 투신자살을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이름만 고등학교일 뿐 그 곳은 여성 전용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곳이었다. 고등학생 나이의 아이들만 모아놓은 곳. 그곳에서 벌어진 투신자살.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 되어 버린다. 그 자살은 진짜 자살이었을까.
<위험한 독신녀>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보고 얼굴이 많이 상했단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오래전 그 스타일대로 나타났다. 말이 많던 친구였다. 결혼을 해서 브라질로 갔다던 친구였다. 지금 고등생 시절 스타일대로 입고 나타난 이 친구는 누굴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야기하는 이 친구의 존재가 낯설다.
<어두워지기 전에>
가장 큰 침대의 양쪽 끝을 사용하는 부부. 윗집 아이가 죽었다. 엄마가 잠간 집을 비운 사이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아니는 독살을 당했다고 한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아이에게 독을 먹인걸까. 남편이 윗 집 아이가 뛸 때 쿵쿵거린다고 불평하던 일이 새삼 떠올른다. 남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간다.
<익명의 당신에게>
그저 평범한 병원. 일요일 아침 간호사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의사가 자신의 항문사진을 찍어갔다고 한다. 물론 이곳이 항문외과이기는 하나 사진을 찍을리는 없는 바 병원 전체가 왈칵 뒤집혔다. 환자의 보호자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나서고 병원 관계자들은 의사를 사칭해서 이런 짓을 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누구일까.
[서평] 『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著
시니컬한 여자 주인공과 심심하면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하는 브래지어와 팬티와 생리혈. 그리고 결혼제도에 대한 끝없는 부정적 의문. 독서 경험이 일천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이는 내가 지금껏 읽어 본 한국의 여성주의 문학으로부터 받은 단편적인 인상이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인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이현의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은 위에 언급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주목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소설집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테마, 즉 ‘거짓말’과 ‘시대’였다.
총 10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집에는 각각의 소설 마다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거짓말’들이 있다. 당사자의 시각으로 보면 대부분 불가피한 거짓말들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아들의 원조교제를 숨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독재에 맞서 시위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물론 이런 적극적인 거짓말뿐이 아니라 불륜이나 비밀과외같은 다소 수동적인 거짓말도 있다. 이렇게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면 새빨간 거짓말들이지만 당사자의 시각으로는 하얀 거짓말이라고 우기고 싶은 소설 속의 거짓말들은 뻔히 보이는 파국을 봉합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거짓말을 택하는 현대인들의 습성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말들은 결코 현대가 되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소설집의 배경이 70년대부터 2000년대라는 시대를 넘나드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거짓말은 축적되어 온 것이고 또 배운 것이다. 부실시공의 대명사로 알려진 삼풍백화점이 단편의 제목으로 쓰이거나, “박모씨”를 닮은 노인의 등장이나, 혹은 ‘미제 아줌마’인 정아의 어머니 등이 모두 ‘이미 존재하던’ 거짓말들의 상징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들을 핑계로 현대에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결코 옳은 행동이 되지는 못한다.
작고 불완전한 은색 열쇠를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에 넣어둔 채, 십 년을 보냈다. 스카치테이프나 물파스 같은 것을 급히 찾을 때 무심코 나는 그 서랍을 열곤 했다. R에게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R과 나의 삐삐번호는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호출기에서 핸드폰으로, 아이러브스쿨에서 미니홈피로 자주 장난감을 바꾸었다. p.66
작가 정이현은 1972년생으로, 90년생인 나보다 한두 세대 위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때 신문기사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X세대다. 내가 유년기의 텔레비전 화면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그녀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었을 것이고, 나의 아버지가 들고 다니던 삐삐를 그녀도 들고 다녔을 것이다. (나도 사실상 그런 것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X세대 작가의 시대관이 반영된 소설을 읽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