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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 이범선 단편선

동인문학상-05이동
리뷰 총점8.6 리뷰 6건 | 판매지수 2,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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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7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57쪽 | 359g | 135*207*30mm
ISBN13 9788932017938
ISBN10 89320179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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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문학과 지성사의 한국문학 전집 그 32번째 권, 이범선 단편선 『오발탄』. 수업 시간에 읽었던『학 마을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기억하고 있을까? 일제시대와 6.25라는 비극을 거치며 학과 학나무는 마치 우리의 운명처럼 변해갔었다. 손창섭, 장용학 등과 함께 대표적인 전후 작가로 꼽히는 이범선의 대표작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잃어버린 고향, 동양적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담았던 초기작들과 전후의 물질적 궁핍상을 전통적 사실주의에 기초해 그리면서 현실 비판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문제작들을 담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일러두기

일요일
학마을 사람들
사망 보류
몸 전체로
갈매기
오발탄
자살당한 개
살모사
천당 간 사나이
청대문집 개
표구된 휴지
고장난 문
두메의 어벙이
미친 녀석


작품해설
실낙원에 내던져진 근대적 주체의 살아남기/김외곤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저자 소개 (1명)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8.6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의미있는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화****맛 | 2019.09.2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소설 '오발탄'의 의미는 무엇인가?오발탄이란 잘못 쏜 총알이란 뜻으로, 철호로 대표되는 전후의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왜곡된 삶을 살아가다가 파탄을 맞이한 인생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된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리뷰제목

소설 '오발탄'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발탄이란 잘못 쏜 총알이란 뜻으로, 철호로 대표되는 전후의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왜곡된 삶을 살아가다가 파탄을 맞이한 인생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때문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된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곧 전쟁을 겪는 사회와 시대의 무질서하고 우울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의미있는책입니다 꼭한번읽어보세요 도움이 많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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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이범선, 「오발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9.03.19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 이범선, 「오발탄」       이범선의 「오발탄」에는 다섯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송철호를 비롯하여 송영호, 어머니, 송명숙, 송철호의 아내이다. 이 소설은 어떻게든 법을 지키며 살려고 하는 형 철호와 잘 살기 위해서는 법률을 어기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생 영호의 대립을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철호와 영호 중 누구의 입장을 선택;
리뷰제목

▣ 이범선, 「오발탄」

 

 

 

 

이범선의 「오발탄」에는 다섯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송철호를 비롯하여 송영호, 어머니, 송명숙, 송철호의 아내이다. 이 소설은 어떻게든 법을 지키며 살려고 하는 형 철호와 잘 살기 위해서는 법률을 어기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생 영호의 대립을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철호와 영호 중 누구의 입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설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꼭이 두 인물의 관점으로 이 소설을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어머니, 여동생, 철호의 아내 또한 저들 나름대로 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인물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섯 인물이 보는 세상을 하나로 뭉뚱그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전체적인 모습이 그려질 수 있을까?

 

1. 철호의 경우

 

철호는 계리사(計理士, 공인회계사) 사무실 서기로 일한다. 작가는 거울에 비친 철호의 얼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이마에 길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 밑에 우묵하니 파인 두 눈. 깎아진 볼 날카롭게 여윈 턱. 송장처럼 꺼멓고 윤기 없는 얼굴. 그것은 까마득한 원시인(原始人)의 한 사나이였다.” 누군가 숲속에 끌어내어 버린 짐승의 내장을 주워 오는 원시인. 이 소설에 나오는 철호는 한마디로 경제 능력도 없고, 열정도 없는 인물이다. 6.25 전쟁 때 북한에서 월남한 철호네 가족은 지금 해방촌에 살고 있다. 해방촌은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다. 산비탈을 도려낸 곳에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 해방촌이다. 이곳에서 철호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정신병이 든 어머니와 만삭인 아내, 동생들(영호, 명숙), 그리고 다섯 살 난 딸과 생활한다.

 

서기 일을 해서 버는 돈으로 철호는 여섯 식구를 책임져야 한다. 북한에서 철호네는 꽤 큰 지주로서 제법 풍족하게 살았다. 토지 개혁이 일어나면서 철호네는 반동으로 몰렸고, 6.25 전쟁 도중에 월남을 했다. 남한에서 그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대신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를 배불리 먹이지 못하면서도 철호는 양심을 지키며 살려고 한다. 양심은 법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 법을 어기면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철호는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물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 생각이 없다. 동생 영호의 말마따나 가난하더라도 깨끗이 살자는 게 철호의 신념이라면 신념이다. 몇 개월 째 이가 아프면서도 돈이 아까워 치과에 들르지도 못하는 철호는 잘 살기 위해서는 법률도 어길 수 있다는 동생 영호와 대립한다.

 

철호는 양심과 법을 지키며 이 사회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싶지만, 그런 그를 가족들이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는 양공주인 누이동생 명숙이의 신원 보증을 여러 차례 서야 했다. 양심을 지키며 살려는 철호가 미군에게 몸을 파는 여동생을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남동생 영호는 권총을 들고 은행 현금 수송차를 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법률선(法律線)을 넘은 영호는 면회를 간 철호 앞에서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어머니의 소망을 들어줄 수 없듯, 철호는 두 동생이 원하는 삶을 이루게 할 수도 없다. 그는 그저 묵묵하게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양심을 떠벌리며 동생들을 다그치기에는 자신이 처한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간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명숙이 주는 돈을 받아들고 철호는 병원으로 향한다. 동생이 몸을 팔아 번 돈이다. 병원에 간 철호는 이내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북한에서 대학까지 나온 아내는 남한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생의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죽었다.

 

병원을 나온 철호는 참을 수 없이 이가 아파 치과에 간다. 그는 어금니 한 개를 뺀다. 두 개를 빼고 싶었지만, 빈혈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의사는 거부한다. 다른 치과로 가서 어금니 한 개를 마저 뺀 철호는 길거리를 헤맨다. 이를 뺀 자리가 쑤시는가 싶더니, 관자놀이까지 아프다. 그는 택시를 잡는다. 운전수에게 해방촌을 얘기한 철호는 잠시 뒤 S병원을 외친다. 병원에는 죽은 아내가 있다. 택시가 한국은행 앞 로터리를 도는 순간 철호는 경찰서로 목적지를 바꾼다. 경찰서에는 권총강도를 한 영호가 있다. 택시가 경찰서에 도착하자 철호는 그저 가자라고 외친다. 해방촌도 아니고, 병원도 아니고, 경찰서도 아니라면 철호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남부럽지 않게 살던 고향 마을일까? 고향 마을은 북한에 있으니 갈 수 없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보다 못한 운전수가 오발탄(誤發彈) 같은 손님이 걸렸어.”라고 한탄하듯 한마디 한다.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아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造物主)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철호는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비이고 형이고 오빠이다. 계리사 사무실에서는 서기로 불린다. 그는 아들이면서 아들 노릇을 못하고, 남편이면서 남편 노릇을 못한다. 아비면서 아비 노릇을 못하고, 형이고 오빠면서 형과 오빠 노릇을 못한다.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사는 그는 지금까지 양심을 지키며 살아왔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현실은 참으로 처참하다. 잘 살던 고향으로 돌아갈 가망은 전혀 없다. 어머니는 정신을 놓았고, 남동생은 권총강도가 되었다. 아내는 아이를 낳다 죽었고, 여동생은 앞으로도 미군에게 몸을 팔며 살 것이다. 토지 개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목적지가 없는 인물은 목적지를 모르는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흘러간다. 택시가 멈추는 곳에서 철호는 과연 목적지를 찾게 될까?

 

2. 영호의 경우

 

철호가 양심과 법을 지키는 삶을 살려고 한다면, 영호는 부자가 되려면 법을 어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대한 지 이 년이 넘은 영호는 일확천금을 꿈꾼다. 고학으로 삼 학년까지 대학을 다니기는 했지만, 별다른 기술이 없는 영호는 지금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게 일과다. 영호는 철호처럼 전차 값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기는 싫다. 그러면서 그는 남처럼 용기만 있으면이라는 말을 늘 입에 붙이고 다닌다. “양심이고 윤리고 관습이고 법률이고 다 벗어던지고 말입니다.”라는 말에 그가 말하는 용기의 의미가 들어 있다. 영호는 철호가 얘기하는 양심을 손끝의 가시라고 생각한다. 빼어버리면 아무렇지 않은 것인데, 사람들은 그 가시를 그냥 둔 채 건드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손끝의 가시를 빼는 용기만 있으면 그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인생이 어디 자기 주머니 속의 돈액수만치 살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 있는 요지경인가요 어디. 돈만치만 먹고 말을 수 있는 그런 편리한 목구멍인가요 어디. 싫어도 살아야 하니까 문제지요. 사실이지 자살을 할만치 소중한 인생도 아니구요. 살자니까 돈이 필요하구요. 필요한 돈이니까 구해야죠. 왜 우리라고 좀더 넓은 테두리, 법률선(法律線)까지 못 나가란 법이 어디 있어요. 아니 남들은 다 벗어던지구 법률선까지도 넘나들며 사는데, 왜 우리만이 옹색한 양심의 울타리 안에서 숨이 막혀야 해요. 법률이란 뭐야요. 우리들이 피차 약속한 선이 아니야요?”

 

영호는 철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양심에 따라 사는 삶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양심을 지키면 제대로 살 수 없는 사회에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굶어죽는 게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법률을 어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돈을 번 사람들은 어김없이 법률선을 넘었다. 남들은 용기 있게법률선을 넘어 떵떵거리며 산다. 철호가 말하는 양심은 용기 없는사람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권총을 들고 은행 현금 수송차를 턴다. 법률선을 가뿐히 넘은 결과로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감옥에 갇혔다.

 

면회를 온 철호에게 영호는 법률선까지는 무사히 뛰어넘었는데, 그만 인정선(人情線)에 걸려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인정선이라고? “쏘아 버렸어야 하는 건데.”라는 말을 참고하면, 그는 차마 총으로 사람을 쏘지는 못한 모양이다. 총으로 사람을 쐈으면 성공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그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법률선과 인정선이라는 말로 작가는 1950년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물질만능주의를 그려낸다. 더 많은 물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법을 어기고 인정을 어긴다. 사람보다 돈이 더 가치가 있는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며 사는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영호는 양심을 지키며 산 철호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다. 이가 아픈데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철호를 보며 그는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양심이란 전혀 쓸모없는 누더기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누더기를 쓰고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버텨낼까?

 

영호는 자신이 한 일을 뉘우치지 않는다. 법과 인정을 어긴 사람만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도 법과 인정을 지키면서도 잘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건 인정한다. 즉 양심껏 살아가면서 잘 살 수도 있기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적다. 거기에 비겨서 그 시시한 것들을 벗어던지기만 하면 누구나 틀림없이 잘 살 수 있다.”는 영호의 말에 주목해 보라. 작가는 영호를 통해 개인의 양심은 결국 사회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양심을 지키는 철호는 택시에서 가야 할 길을 잃었고, 양심을 어긴 영호는 감옥에 갇혔다. 양심을 지킨 사람과 양심을 어긴 사람의 결과가 같다면, 우리는 과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철호나 영호와 같은 인물들은 끊임없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도 우리는 이런 사회를 살고 있지 않은가. 법률선을 넘어서야 잘 살 수 있다는 영호의 말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정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3. 명숙의 경우

       

세상 사람들이 온통 잠에 빠진 시간에 명숙은 집으로 돌아온다. “싱싱한 몸매에 까만 투피스가 제법 어느 회사의 여사무원 같았다.”라고 작가는 쓰고 있지만, 명숙은 미군에게 몸을 파는 양공주이다. 철호나 명숙이나 서로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양심을 중시하는 철호는 양공주가 된 명숙이 못마땅하고, 명숙은 명숙대로 세상 물정 모르고 양심만 따지는 철호가 못마땅하다. 철호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미군 지프차에 탄 명숙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색안경을 쓰고 미군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철호 곁에 서 있던 청년들이 명숙을 향해 비아냥거린다. 그날 이후 철호는 명숙과 정말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명숙 또한 철호를 본체만체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온 명숙은 아랫목에 누워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눈물이 난다.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된 것일까?

 

명숙이 왜 양공주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양공주가 아니고 다른 일을 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의미가 없다. 북한에서 지주의 딸로서 살았다면 명숙은 결코 양공주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미치지 않았을 것이고, 철호와 영호는 대학을 나와 자기 몫 정도는 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들을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철호 한 사람의 벌이로 여섯 식구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걸 명숙을 잘 알고 있다. 양공주 노릇을 하다가 경찰에 잡히면 철호가 신원 보증을 서야 명숙은 경찰서를 나올 수 있다. 신원 보증을 설 때마다 철호는 울었다. 우는 오빠를 보며 명숙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맥없이 걷는 철호의 뒤를 따르다가 명숙은 적당한 곳에서 딴 길로 빠졌다. 말로 서로를 이해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목숨이 붙어 있으니 사는 것이다. 양심이니 하는 말은 고통스런 생활 앞에서는 참으로 성가신 것이다.

 

철호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자 명숙은 철호에게 주저 없이 돈을 내민다. 그녀는 계란만치 구멍이 뚫린 나일론 양말을 신으면서도 말이다. “철호는 명숙의 그 구멍 뚫린 양말 뒤축에서 어떤 깨끗함을 느끼고 있었다.”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명숙이 가족을 위해 살고 있음을 작가는 은연중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철호는 이 상황에 이르러서야 명숙을 이해한다. 저마다의 사람마다 그렇게 사는 이유가 있다. 철호는 자기 양심을 기준으로 명숙을 판단하지만, 그것만으로 명숙의 본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영호가 법률선을 완전히 넘어섰다면, 명숙은 법률선의 경계에 서 있다. 영호와 명숙은 개인이면서도 동시에 사회구성원이다. 철호는 양심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정말 양심은 개인적인 문제일까? 양공주가 된 명숙을 탓하기 이전에, 그녀를 그리로 내몬 사회구조를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

 

4. 어머니의 경우

 

사실 이 소설의 우울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인물은 어머니이다. 남한에서 고달픈 삶을 사는 어머니는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녀는 고향으로 가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호는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어머니가 외치는 가자!”라는 소리를 먼저 듣는다. 어머니는 마음에 병이 들었다. 틈만 나면 그녀는 가자라는 말을 외친다. “가자는 것이었다.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정신 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철호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철호가 38선의 의미를 이야기해도 어머니는 도통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고향은 어떻게든 돌아가야 할 곳이다. 죽어도 고향에 돌아가서 죽고 싶다고 어머니는 외치지만, 이데올로기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신을 놓은 어머니는 이제 아들딸마저 알아보지 못한다. 늘 아랫목에 누워 가자라는 말만 외칠 뿐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로 하여 집안 분위기는 늘 우울하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어머니의 병은 더욱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머니에게 이 세상은 지옥도와 다르지 않다. 이데올로기가 만든 지옥도이다.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삶을 옥죄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데올로기를 이용하는 권력이 있고,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는 서민들이 있다.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기에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파탄 낸 것일까? 권력이 만든 이데올로기 앞에서 서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법을 지켜도, 법을 지키지 않아도 이데올로기가 만든 세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이데올로기를 만든 권력만이 이데올로기 밖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신을 놓는 일 외에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5. 아내의 경우

 

십여 년 전만 해도 철호의 아내는 흰 저고리 까만 치마를 입고 E여자대학에 다니는 여성이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철호 앞에 쭈그리고 앉은 아내는 무슨 둔한 동물처럼 되어버렸다. 만삭의 아내는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미래를 말하기에는 지금 현재 사는 삶이 너무 비참하다. ‘가자라는 말을 외치는 어머니의 삶이 미래가 될지 모르고, 양공주가 된 명숙의 삶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는 먹을거리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다. 의식주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미래를 꿈꾼단 말인가. 그녀 또한 어머니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꿈을 지속적으로 꾸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에게 희망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밖에 없다.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 것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어디 있을까. 가뜩이나 몸도 무거운 그녀는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삶의 무게까지 더하면 아내는 지금 인간으로서 삶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결국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죽음을 예감한 순간 아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차라리 목숨을 놓아버리는 게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산모가 아이 낳는 고통을 어떻게 견딜까. 거기다 삶에 대한 의욕도 없다. 둔한 동물처럼 그저 바깥 자극에 최소한의 반응을 보이며 살 뿐이다. 다섯 살짜리 딸을 살필 겨를도 없이 아내는 그렇게 목숨을 놓았다. 아내에게 이데올로기는, 전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타락한 권력은 언제나 역사라는 이름으로 개인들을 무참하게 죽임으로써 자기를 증명한다.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삶을 오발탄 인생으로 만든다. 이데올로기라는 추상 앞에서 개인은 한없이 무력하다. 양심을 지켜도 무력하고, 양심을 지키지 않아도 무력하다. 미쳐도 무력하고, 미치지 않아도 무력하다. 죽어서야 내려놓을 수 있는 이 끔찍한 가난, 이 끔찍한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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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오발탄 - 이범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곰 | 2019.02.07 | 추천7 | 댓글4 리뷰제목
이범선 소설가출생-사망1920년 12월 30일, 평안남도 안주 - 1982년 3월 13일데뷔1955년 현대문학 '암표' 등단학마을 사람들,  오발탄,  피해자, 분수령 등을 발표한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부대표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양심이란 손끝에 가시입니다. 빼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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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선 사진
이범선 
소설가
출생-사망
1920년 12월 30일, 평안남도 안주 - 1982년 3월 13일
데뷔
1955년 현대문학 '암표' 등단


학마을 사람들,  오발탄,  피해자, 분수령 등을 발표한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부대표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양심이란 손끝에 가시입니다. 빼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두고 건들일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에요.

윤리요? 윤리! 거 나이롱빤스같은 거지요.

입으나마나 불알이 덜렁 비쳐보이기는 매한가지죠. 

관습이요? 그건 소녀의 머리 위에 달린 리본이라고나 할까?

있으면 예쁠수도 있어요. 그러나 없데서 뭐 별일도 없어요.

또 법률? 그건 마치 허수아비같은 것입니다. 허수아비!

덜 굳은 바가지에다가 되는데로 부어

눈과 코를 그리고 수염만 크게 그린 허수아비.

누더기를 걸치고 팔을 쫙 벌리고 서있는 허수아비.

참새들을 향해서는 그게 제법 공갈이 되지요.

그러나 까마귀쯤만 되도 벌써 무서워하지 않아요.

무서워하기는 커녕 그놈의 상투끝에 떡하니 올라앉아서

썩은 흙을 묻은 더러운 주둥이를 쓱쓱 문질러도 별일 없거든요.

 

 

 

어디 인생이 자기 주머니에 속의 돈 액수만치만 살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 있는 요지경인가요?

돈만치만 먹고 말을 수있는 그런 편리한 목구멍인가요 어디?

싫어도 살아야하니까 문제죠.

 

 

 

이쑤시는 걸 참고 견디는 그것이

돈을 치료비를 버는 것이기나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안쓰는 것은 혹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꼭 써야할때 못쓰는게 버는 셈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세상엔 이런 세층의 사람이 있다고 봅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필요이상의 돈을 버는 사람과

필요하니까 그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버는 사람과

또 하나는 꼭 필요한 돈도 채 못벌고서 세상을 졸이는 사람들.

신발에다 발을 맞추는 격으로.

 

 

 

 

학생이었던 시절, 사실 나는 오발탄 전문을 읽지않았다.

솔직히 여러번 시도는 했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가자~~~~~~~~~~~~"하는 표현이 껄끄러웠다.

암울한 분위기가, 온가족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가 싫었다.

 

어른이 되어 오디오북으로 다시 오발탄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나의 놀람은 두가지였다.

최민식님이 리얼하게 읽은 탓에 "가자~~~~~~" 소리에 놀라고

글의 군데군데 깔린 영호의 비판의식에 놀랐다.

왜 전에는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오지않았을까.
무엇때문에 이 글을 다 읽어내리지 못했던걸까.

 

어느새 내가 자란 탓인지 오발탄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영호의 외침이 더 아프게 들렸고,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철호가 안쓰러웠다.

또 나는 철호인가 영호인가 고민해보기도 했고.

 

어쩌면 우리모두는 순간순간,

사회의 오발탄같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을 모르고 길을 잃고 헤메기도 하고,

피를 흘리며 멍청히 서있는지도 모르기도 하는.

 

 

 

 

 

 

 

 

이제부터 우리문학을 제대로 읽어보려한다.

어쩌면 그동안,

재미있는 책,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책들에 밀려

정작 우리문학들을 제대로 읽지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근현대를 먼저 읽고, 고전까지 읽어보려한다.

물론 세계문학도 계속 읽어가겟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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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받았습니다 아주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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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맛 |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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