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7년 08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143쪽 | 264g | 138*208*20mm |
ISBN13 | 9788954603478 |
ISBN10 | 8954603475 |
출간일 | 2007년 08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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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3쪽 | 264g | 138*208*20mm |
ISBN13 | 9788954603478 |
ISBN10 | 8954603475 |
미국 잡지인 <인디스타임스 In These Times>에 연재되었던 커트 보네거트의 글을 엮은 책. 커트 보네커트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소설로 순문학 팬들과 SF 팬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으며, 60년대 반전운동과 히피의 카운터컬처를 대표했고, 파편적인 구성과 메타픽션적 글쓰기로 토머스 핀천, 저지 코진스키, 존 바스 등과 함께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흐름을 만들어낸 현대작가다. 보네거트 특유의 입담과 날카로운 필치가 살아 있는 에세이인 동시에 미국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정치 칼럼이자 예술가로서의 진심이 담긴 회고록, 『나라 없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그의 면모를 생생한 육성으로 공개한다. |
막내였던 어린 시절 어떤 사람이 얼간이인가? 문예창작을 위한 충고 뉴스를 발표하겠습니다 미국의 대가족 러다이트의 즐거운 나들이 당신도 알다시피 억측과 농담 예일대 C학점 입실란티에서 온 편지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사브과 폴크스바겐 레퀴엠 작가의 말 |
커트 보네거트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는데 학교 영어수업 시간에 강제로 원서로 읽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전혀 이해가 안 됐고 Welcome to the Monkey House 라는 단편집 모음이었는데 원어로 읽었던 탓에 ??? 하면서 봤는데 알고 보니 아주 유명한 작가였고 블랙코미디라 내가 이해를 다 못했던 것이었다...나라 없는 사람은 그냥 서점 지날 때 한 번 읽어보시고 이 책 보다는 커트 보니것의 다른 대표작들을 사서 보시길 권한다.
미국 진보의 양심에 두 분이 있다.
진지한 쪽에 파커 J. 파머가 있다면,
유쾌하고 시니컬한 쪽에 커트 보니것이 있다.
파머를 읽으면 진지하고 숙연해진다.
보니것을 읽으면 유쾌해진다(내용은 유쾌하지 않지만...).
그래서 파머를 읽다가 힘들어지면
보니것을 읽는다.
이 책은 보니것의 마지막 작품이다.
보니것과 나는 정신의 DNA가 싱크로율 99.9%다.
그의 수필이 나라는 개인에게 특별하지는 않다.
대신, 동지 또는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기분 좋다.
https://blog.naver.com/mate3416/222060660663
<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
“그렇게 일하고 월급 받아먹네. 그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
만만치 않았던 하루의 피날레로 참 적격이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죄인은 할 말이 없다. 찬물을 끼얹어 세수를 하고 거울 속 마른 얼굴에게 사과한다. ‘퇴근하자.’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다보면 나라꼴에 대한 항의와 분노와 질책을 고성과 욕설로 수렴할 수 있다. 우리가 취합한 국민의 의견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여직 그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나라에 대한 화를 좀 더 세련된 꾸지람으로 공감하고 싶다면 커트 보니것의 『나라 없는 사람』을 추천한다. 그가 잡지 <In These Times>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의 주제는 시종일관, 수미쌍관 미국잡기다.
미국의 지도자들을 ‘권력에 취한 침팬지’로, 중동에서 싸우다 죽어가는 미국 병사들을 ‘부잣집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 병사’로 정의한다. 적국의 무방비 민간인 공격을 승리로 아는 미국의 외교상징으로 산타클로스와 이tooth의 요정을 추천한다.
아무리 동의하는 내용이라도 반복되면 곤란하다. 무감해지거나 피로해진다.
이 사람, 왜 이렇게까지 자기 나라를 싫어할까 싶기도 하지만(보수성향의 폭스TV는 그의 사망 소식을 ‘빨갱이 작가가 죽었다’라는 표현으로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포로가 되어 드레스덴 폭격(공주시의 인구가 10만 여명이고 그만큼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에서 살아남은 그의 생을 기억한다면 경지에 닿은 블랙유머가 차라리 날 선 표창이 되어 침팬지의 권력욕망에 꽂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 그러나
‘이제는 안다, 우리의 한심한 미국이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나라로 변할 가능성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도저히 방법이 없는 개차반인 자식을 진심으로 단념하는 듯한 차가운 이 문장은 ‘그러나’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사랑했다는 말이다. 사랑하니까, 자식이니까,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기다리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하겠다는 말이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내가 네게 어떻게 했는데, 네가 감히 따위의 구구절절 원망을 삼켜주겠다는 것이다.
- 그래서
‘혹시나 알아채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자면’을 첫문장으로 하는 연이은 문단마다 전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미국의 못 참아주겠는 면면들을 친절히 설명한다. 전쟁광, 고의적 공포 유발, 종교박해와 인종차별… 그 다음 문장은 이렇다. ‘그래서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 되었다.’
- 그러니
소설가를 은퇴한 노작가가 계속해 조국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쓴 이유를 노인의 고집과 지난 시절에 대한 판타지적 향수라 단정 짓는다면 그것 참 곤란하다. 미국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식으로 심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내는 그의 부탁을 들어보자.
‘그들(권력자)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달라.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당신의 생명을 구하라.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달라.’
“한국 언론 인용 1위가 트럼프라니”
2020년 7월 29일자 <한겨레> 칼럼의 제목이다. 글을 쓴 전정윤 국제부장은 세계 곳곳의 소식을 다루는 국제면의 기사를 추리는 과정을 ‘트럼프 기사를 빼려고 무던히 애쓰는’ 것으로 설명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너무 많단다. 심지어 우리나라 언론이 2020년 상반기동안 가장 많이 인용한 인물이 트럼프(1만 4404번)란다. 문재인 대통령(1만 996번)이 패했다. 홈구장에서.
‘국제면=미국면’을 막아내 보려는 그의 노력이 짠하다. 설마 싶은 일들을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해내는 미국의 마초국력 소식들 중 베스트 쓰리를 가려낸다는 게 어디 쉽겠는가. 부장님, 응원합니다.
오늘(8월 14일) 아침 2면(종합면)의 대표기사 역시 미국 소식이었다. 민주당이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발표하자 미국의 보수 언론과 단체, 개인들이 그의 30년 전 연애사까지 끌어올려 인종과 성性을 망라하여 온갖 비방과 언어폭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기사였다. 내내 같은 그들의 소행일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악의적 퍼포먼스―대통령 선거 유세장에서 그녀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해 ‘뚱뚱한 허벅지’와 ‘너무 작은 가슴’으로 이름 붙인 치킨을 팔았다―를 읽으며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망나니 같은 나라가 지구의 패권자임을 자처하며 유럽도, 홍콩도, 대만도, 한국도 다 간섭하고 싶어 하니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할 일이 많아서 어쩌나, 밥은 먹고 간섭질인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니다. 대한민국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죄인이 주제넘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내게 그렇게 일하고 월급 받아먹느냐는 따끔한 말씀을 주신 민원인의 요구사항은 안마 바우처였다. 인근 지자체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다 안마를 받고 있는데 본인만 못 받고 있다며 소리 질렀다.
신체 질환이 있거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60세 이상의 자가 한 달에 1만 6천원을 부담하면 16만원까지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사업은 지역여건과 여러 요인을 참고해 보건복지부에서 지역별로 시행 여부를 승인한다. 전체 인구도 적고, 60세 이상 인구는 더 적고, 시각장애인은 그보다도 더 적은 우리 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을 설명했으나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다. 전국이 죄다 하고 있는데 너만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월급 얘기가 나온 거고.
민원인의 질책에도 ‘그러나, 그래서, 그러니’의 기저가 있기를 바란다.
커트 보니것이 아닌 이상 나라꼴에 대한 비판을 블랙유머에 담아 연재하거나 책으로 낼 수 없으니 면서기에게 삿대질과 고함과 거친 어휘를 쏟아내는 이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고민을 생략한 생떼와 억지와 상스러운 욕설은 사양하겠다. 업무적으로 잘못을 범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그런 식으로 공직자존심에 상해를 입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미미한 방식으로나마 부탁한다. 그러니 면서기에게 욕을 건네실 때는 한 번 더 고민해달라. 그렇게까지 개차반은 아닐 수도 있다.
덧붙임)
나도 모든 국민이 안마를 받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수화기를 붙잡고 있는 줄곧 내 뒷목도 민원인 못지않게 안마가 필요했다.
하지만 큰일 날 소망이다. 그러자면 국민 모두가 몸 아픈 수요자여야 하고 눈 불편한 공급자여야 한다. 싫다. 안마 받지 않아도 좋으니 국민 모두가 몸 안 아프고 편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 나랏일이 이렇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