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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7 제5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친절한 복희씨

친절한 복희씨

리뷰 총점8.7 리뷰 106건 | 판매지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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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374g | 146*210*30mm
ISBN13 9788932018140
ISBN10 893201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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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그리움을 위하여 (『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그 남자네 집 (『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마흔아홉 살 (『문학동네』, 2003년 봄호)
후남아, 밥 먹어라 (『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거저나 마찬가지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촛불 밝힌 식탁 (『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대범한 밥상 (『현대문학』, 2006년 1월호)
친절한 복희씨 (『창작과비평』 , 2006년 봄호) 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그래도 해피 엔드 (『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죽음의 상자를 주머니에서 꺼내 검은 강을 향해 힘껏 던진다. ... 허공에서 치마 두른 한 여자가 한 남자의 깍짓동만 한 허리를 껴안고 일단 하늘 높이 비상해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나서 곧장 강물로 추락하는 幻을, 인생 절정의 순간이 이러리라 싶게 터질 듯한 환희로 지켜본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그리움을 위하여(현대문학, 2001년 2월)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2001)
내게 환갑 진갑 다 지난 여덟 살 아래의 사촌동생이 있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 유년을 함께 보낸 사이지만, 나는 일찌감치 공부 잘하는 아이로 낙인 찍혀 학교 졸업 후 결혼을 해서도 집안 살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반면, 사촌동생은 어려서부터 얼굴값 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굴곡 진 삶을 살았다. 동생은 열두 살 연상의 유부남과 사귀어 결혼했고, 자식들 혼사를 모두 치른 후에도 남편의 빚보증과 병 수발을 홀로 감당해왔던 것. 어찌어찌하다가 살림 솜씨 야무진 그 동생 덕에 나는 여전히 집안일과 각종 대소사에서 자유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해의 ‘사량도’에 갔던 동생은 홀아비 선주를 만나 다 늙어 재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40)

그 남자네 집(문학과사회, 2002년 여름호)
후배가 이사해간 돈암동, 삼선교 일대를 찾아간 나는, 오래전 유년과 청년기를 보낸 옛 집터, 그리고 ‘그 남자네 집’을 떠올린다. 수십 년 전, 먼 친척 아주머니의 막내아들이었던 그를 전쟁의 화마가 쓸고 간 자리에서 재회했다. 홀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던 당시의 내 핍진한 삶 한복판으로 말쑥한 장교복 차림에 곱상한 외모를 한 그의 등장은 잔잔한 파문, 그 자체였다. 텅 빈 서울에서 나는 그해 구슬 같은 겨울을 그와 함께 보냈다. 그러나, 삼선교의 어둑시근한 포장마차의 카바이드 불빛 아래서 시 낭송을 타고 계속되던 연애는 휴전 후 내가 선을 본 남자와 서둘러 결혼을 하면서 끝나고 만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강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 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깊이 잠든 살아남은 식구들, 두 과부와 두 어린것들의 평화로운 숨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더는 나빠질 수 없는 밑바닥에 도착한 안도감과 평화는 같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보다는 평화가 얼마나 더 거룩한가. 나는 내 안에서 회오리치는 위험에의 갈망과 이렇게 맞섰다. (66~67)

쌍쌍이 붙어 앉아 서로를 진하게 애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하나가 들어가든 나가든 아랑곳없으련만 나는 마치 그들이 그 옛날의 내 외설스러운 순결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꼭지가 머쓱했다. 온 세상이 저 애들 놀아나라고 깔아놓은 멍석인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나는 젊은이한테 삐지려는 마음을 이렇게 다독거렸다. (77~78)

마흔아홉 살(문학동네, 2003년 봄호)
주인공 카타리나는 성당에서 만난 이들과 ‘효부회’를 결성,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어느 날,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들의 입방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엿듣게 된다. 그녀가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의 뒤처리를 하고서 그 팬티를 내팽개치는 모습이 한 회원의 눈에 발견됐던 것. 유일한 여학교 동기인 동숙과 마주친 카타리나는 동네 찻집으로 자리를 피한다. 사실인즉슨, 노후에 별거하여 각자 아들네와 딸네로 옮겨가 살게 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탓이었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거침없는 시어머니와 너무 과묵해서 숨통을 죄어오는 시아버지를 함께 겪으면서 시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이 시아버지에게로 향한다.

“난 왜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가짜인지 나도 모르겠는 거 있지.” “모든 인관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105, 107)

명치가 등에 붙을 듯이 날씬하다가도 생명만 잉태했다 하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던 배는 이제 두꺼운 비계 층으로 낙타 등처럼 확실한 두 개의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의 후크를 풀자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자신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면서 메마른 설움이 복받쳤다. 위선도 용기도 둘 다 자신이 없었다. 울고 싶은 갈망과는 동떨어진, 여자들이 찧고 까불고 비웃는 소리가 귓전에서 잉잉댔다. (108)

후남아, 밥 먹어라(창작과비평, 2003년 여름호)
빠듯한 살림의 오남매 가운데 셋째 딸인 후남은 재미교포 남자 존과 결혼한다. 피붙이들의 착각과 선망 속에 앤이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타국에서의 결혼생활을 시작한 후남은, 처음엔 물질적 풍요에 들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이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처지에 이르렀을 때 남편의 힘겨운 배려로 한국에 들어온 후남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드디어 마주한다.

남의 무관심에 익숙해왔기 때문에 남이 나를 부러워하기를 바라는 이렇게도 강력한 욕망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줄을 미처 몰랐다. (120)

후남이는 알맞게 부숭부숭하고 따끈한 아랫목에 편안히 다리 뻗고 누웠다. 그리고 평생 움켜쥐고 있던 세월을 스르르 놓았다. 밥 뜸 드는 냄새와 연기 냄새와 흙냄새가 어우러진 기막힌 냄새가 콧구멍뿐 아니라 온몸의 갈라진 틈새로 쾌적하게 스며들었다. 잠깐만, 어머니가 후남아 밥 먹어라, 다시 한 번 불러줄 때까지 잠깐만 눈 붙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지리라. (141)


거저나 마찬가지(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사십대 초반의 나이에 유독 건망증이 심한 나, 김영숙은 고등학교 선배가 집주인인 서울 근교의 아담한 집에 세 들어 있다. 나와 선배언니는 한때 같은 봉제공장에서 사무원 노동자와 위장취업자로 만났다. 현재 선배언니는 운동권 출신이나 지금은 어엿한 대학강사인 남편과 잘살고 있는 데 반해, 나는 공장 기술자를 거쳐 지금은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는 기남과 동거 중이며 번역물 교정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일감이 늘어 작업공간이 필요해지자 선배 소유의 빈집을 오백 만원, 그녀의 표현대로면 ‘거저나 마찬가지’의 전세로 들어가 살게 된다. 집을 살뜰하게 가꾸고 주변 땅값도 오르자 선배 부부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무시로 사람들과 들이닥치며 나를 별장지기 대하듯 마구 부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전세 든 사람에게 이렇게 일을 시켜도 되냐고 묻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괜찮아, 괜찮다니까. 거저나 마찬가지로 차지하고 있는 집이니까. 나는 언니가 뻔질나게 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거저나 마찬가지란 소리도 그만큼 자주 듣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그 말에 길들게 되었다. 그런 게 체념이라는 것일 것이다. 언니가 남편까지 데려오기 시작하면서 내 호칭은 별장지기로 바뀌었다. 나는 비로소 ‘거저나 마찬가지’를 심각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거저면 거저고 아니면 아니지 마찬가지란 무엇일까. 그러나 내가 이런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혔을 때는 이미 나의 오백만 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176~178)


촛불 밝힌 식탁(『촛불 밝힌 식탁』, 동아일보사, 2005)
시골초등학교 교장에서 정년퇴임한 나는 서울의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당초 아들 내외와 함께 살기 위한 결단이었으나, 중학교 사회선생인 며느리의 다부진 훈계조의 말대답과 줏대 없이 맞장구만 쳐대는 아들놈의 머리 굴림에 간신히 같은 단지 앞뒤 동으로 타협하고 이사를 왔다. 매일 아들네로 음식을 해 나르는 아내가 딱했지만 부러 말리지는 않았다. 베란다 창밖으로 새나오는 불빛에 의지하여 아들내외의 출입을 짐작하던 나는 차츰 그 불빛에서 수상한 낌새를 챈다.

모닥불의 잔광 같은 희미한 빛을 보았다기보다는 느낀 어느 날 저녁, 그날은 마누라가 아들을 위한 별식 같은 걸 한 날도 아닌데 나는 슬쩍 산책 나가는 척 혼자 나가 맞은편 아들네 아파트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연거푸 두 번 세 번까지 눌러보았다.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느낌으로 안에서 웅성대는 인기척과 현관문에 달린 동그란 렌즈가 비정한 외눈으로 변하는 걸 알았다. (195)

대범한 밥상(현대문학, 2006년 1월호)
남편을 췌장암으로 잃은 지 삼 년, 나 역시 삼 개월 판정을 받아놓고 있다. 돈의 치사한 맛도 뜨거운 맛도 모르고 살아온 자신이 마치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이로 느껴지면서 무심결에 여고동창 경실이가 보고싶다.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비행기 사고로 잃고 어린 손자손녀와 남은 그녀를 만나러 간 날, 나는 마치 늦둥이를 낳은 중년부부마냥 틈새 없이 다정한 안팎의 그들, 두 사돈을 목격한다. 풍문은 더더욱 험해져서 시골로 내려간 경실과 사돈영감이 살림을 차렸다고도 했다. 그 사돈영감이 죽고 난 어느 가을날, 나는 경실을 찾아 C군에 내려간다.

남편의 마지막 나날도 그러했겠지만 나도 끝까지 걸리는 게 자식들인데 돈이 걸린 문제는 자식들과 터놓고 의논을 할 수 없다는 게 나를 꼬이고 꼬이다가 종영 시기를 놓친 티브이 연속극처럼 구제 불능 상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207)

전화로 듣는 경실이의 참한 목소리는 소문으로 듣던 그녀의 인상을 서서히 밀어내고 한동네의 오래 같이 살던 여고 동창의 친밀감을 회복시켜주었다. 말수가 적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녀에게 돈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돈 때문에 인면수심이 되는 것도 마다한 경실이의 말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돈에 관한 한 도사가 다 돼 있을 그녀로부터 자문이나 하다못해 암시라고 받고 싶다. (215)

친절한 복희씨(창작과비평, 2006년 봄호)문인 100인 선정 ‘2006 가장 좋은 소설’
‘나’는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서울 와서 처음 취직한 가게의 주인과, 그러니까 서른 넘은 애까지 딸린 홀아비와 결혼했고, 어린 외손자를 걱정하여 딸이 죽고 없는 사위집의 안방을 버젓이 차지한 장모와 남편 가게의 군식구들까지 복잡한 가족 구성원의 일원이 됐다. 전처소생과 내가 낳아 기른 아이까지 오남매를 모두 결혼시켜 손자손녀까지 보게 된 이 나이에도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남편이 중풍에 걸려 오른쪽 반신이 흐느적대고, 제 입 안의 침도 수습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뭐라고 말을 하지만 웅얼웅얼 버벌거릴 따름이다. 그런 그가 온전했을 때와 여전한 것은 왕성한 성욕이다.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해줄 때의 내 손길에 쾌감을 느끼는 건 물론이고 약사에게 내 핑계를 대며 비아그라를 달라고 떼를 쓰는 그에게서 치욕감과 소름을 동시에 느낀다.

나를 ‘복희야’라고 부르고 싶을 때는 입가에 심한 경련이 인다. 나는 그게 불쌍하지 않고 고소하다. 처녀 적 그의 집에서 식모살이할 때부터 함부로 부르던 이름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그의 마누라가 된 후에도 기분이 좋을 때나 화가 날 때는 연달아 불러대곤 했다. 반신이 무력해진 후에도 속에서 뻗치는 기운은 여전한 듯 말이 잘 안 돼 고함으로 변할 때는 유리창이 다 들들댄다. 원래 기운이 넘치는 장대한 남자였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이상인 단순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썩은 포대자루처럼 처져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측은하단 생각이 들기보다는 기괴한 환상에 시달린다. 저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거침없이 말할 때도 그의 생각은 주로 욕망에 관해서였다. 물욕, 식욕, 성욕이 남보다 강하고 표현하는 데 망설임도 수치심도 없었다 말로도 행동으로도 그런 욕망을 채울 길이 막혀버린 지금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은 무슨, 그의 속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도 불안하고, 텅 비었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다 자꾸자꾸 쑤셔 넣고 싶어 하는 나는 더 불안하다. 내가 불안한 건 그가 아니라 나다. (238)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내가 죽기도 억울하고, 누굴 죽일 용기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너 죽고 나 죽기를 선택한다. 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죽음의 상자를 주머니에서 꺼내 검은 강을 향해 힘껏 던진다. 그 갑은 너무 작아서 허공에 어떤 선을 그었는지, 한강에 무슨 파문을 일으켰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죽고 내가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엔 그만한 흔적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허공에서 치마 두른 한 여자가 한 남자의 깍짓동만 한 허리를 껴안고 일단 하늘 높이 비상해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나서 곧장 강물로 추락하는 환(幻)을, 인생 절정의 순간이 이러리라 싶게 터질 듯한 환희로 지켜본다. (264)

그래도 해피 엔드(『문학관』 통권32호, 한국현대문학관, 2006)
정년퇴임한 남편과 함께 서울 근교로 낙향한 ‘나’는 전원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꿈꾸는 중이다. 서울에서 동창 모임이 있어 나가는 날, 뾰족구두에 정장을 차려입고 나선 내가 낯선 버스에 오르면서부터 ‘나’는 곤혹스러운 지경에 처한다. 승하차문과 요금납부 등 모두 설기만 한 나를 되바라져 보이는 젊은 운전기사와 한통속으로 보이는 시골사람들 모두가 우스갯거리로 삼는다. 급기야 약속장소와 반대노선 전철을 타는 등 백주의 악몽은 계속된다.

좀 전에 혹독한 교육을 받은 걸 복습하려 했지만 혼란만 점점 더해갔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좀 낳을 것 같은데 너무 창피해서 아무 말이나 막 하던 맏딸한테도 차마 그 얘기만은 못할 것 같았다. 겨우 그까짓 일이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이 되다니. 가당찮게도 내가 살아온 비교적 평탄한 일생까지 무가치하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27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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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온 박완서 문학 37년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길어낸 진솔한 이야기의 감동

우리네 삶을 ‘가장 밀도 있게 형상화’하는 데 천부적인 작가 박완서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이후 무려 9년 만에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2007)로 우리 곁에 왔다. 올해로 일흔일곱을 맞은 작가는 알다시피 1970년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창작의 열정을 발산해왔다. 이는 그간 펴낸 9권의 소설집과 15권의 장편소설 외에도 다수의 문학전집과 산문집, 그리고 그의 문학세계를 분석해놓은 각종 연구서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더군다나 박완서의 빛나는 문학적 성과는 특정 시기에 집중해 있지 않고 40여 년에 가까운 작품 활동 기간에 두루 걸쳐져 있는 데다, 고희로 접어든 2000년을 기점으로 1권의 소설집과 2권의 장편소설을 거푸 쏟아냈다는 사실에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미 다수의 평론가들이 말해주었듯,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 과정과 겹치는 작가 자신의 체험을 글로 형상화하는 작업(역사의 기억, 개인사의 복원: 『나목』 「엄마의 말뚝」연작), 중산층의 속물화된 일상과 극단적인 물신 숭배로 치닫는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품(세태 비판: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그리고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 혹은 모성이 겪는 불합리함과 그들이 자아를 발견해가는 신산한 삶의 전경들을 핍진하게 그린 작품(여성 문제: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들까지, 박완서 문학이 그러안고 있는 세계는 그 소재와 주제 면에서 넓고 다채롭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첨예한 작가의 동시대적 관심사는, 노련한 필력에 세월에 빚진 원숙한 삶의 지혜가 더해져 우리에게 “제 태어난 본래 자리에 돌아온 듯한 안도감”은 물론이요, 삶의 세목에 주목하고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겸손함마저 일깨운다.


“삶이란 거, 여전히 살아볼 만하다”
―신산한 삶을 ‘감칠맛 나게’ 메마른 현실을 ‘따뜻하게’ 끌어안기
2001년 벽두에 발표하여 그해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그리움을 위하여」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의 제목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2006년 ‘문인 100명이 선정한 가장 좋은 소설’로 뽑힌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하여, 총 9편의 길고 짧은 단편이 이번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 묶였다.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작품 속 화자들은 ‘그리움’이란 말과 통어하는 회고에 젖어 있다. 본디 그리움이란 오랫동안 곰삭은 한(恨)이나 상처와 별개일 수 없는 법. 더구나 스멀스멀 육체에 기어든 병까지 감수해야 하는 노년의 그들이다. 여기서 박완서의 치밀한 서사적 구성력과 거침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문장, 균형감을 잃지 않은 반듯한 도덕적 성찰은 평범하고 보잘것없을 수 있는 그들의 일상을 재조명한다. 퇴색한 기억을 반질반질 윤을 내어 활력을 불어넣고, 이야기의 소재와 향유의 대상을 실버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장시켜 절실한 공감을 형성하는 한편, 인간적인 삶,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철학적 궁구를 억지스럽지 않게 이끌어낸다.

마술처럼, 읽는 이가 미처 눈치 챌 틈을 주지 않고 한달음에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아차 싶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것, 한결같은 박완서 문학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이들을 괴롭히는 암(「대범한 밥상』), 중풍(「친절한 복희씨」), 노인성 치매(「후남아, 밥 먹어라」 「그 남자네 집」), 관절염(「그리움을 위하여」), 잦은 건망증(「거저나 마찬가지」) 등은 척박했던 전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데 따른 화인(火印)일 뿐, 현재 그들의 정신을 잠식하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무력하고 불행한 파국으로 이끄는 패스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단단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노년의 덕성―지혜와 관용과 이해―과 삶에 대한 진한 감수성─사람다운 삶에 대한 갈망, 열패감에 젖어 있는 속인을 바라보는 연민―을 농익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따름이다.

중년의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거저나 마찬가지」나 「마흔아홉 살」에서 부각되는 인간의 위선과 갈등도 그 흔한 풍자와 야유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가로 세로로 교차하는 톱니바퀴들을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만드는 필요악으로 해석된다. 인간의 내밀한 속사정―은밀하고도 편협한 이기심, 세속적 탐욕, 허위의식―을 가차 없이 까발리고, 복잡 미묘하게 뒤얽힌 인간사의 미세한 갈등들을 명쾌하고도 시원스러운 어조로 풀어나가는 박완서, 그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고개 숙일 수밖에 없게 한다. 여기에 소시민적 삶의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묘파(「거저나 마찬가지」 「촛불 밝힌 식탁」)하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반전(「대범한 밥상」)을 꾀하게 하는 적재적소의 유머와 재치(「그래도 해피 엔드」)는 물길처럼 자연스럽게, 억지스럽지 않은 인생을 향한 예찬이며 동시에 매끄러운 서사의 표면을 닦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냉철한 사실주의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의 파편에서 재발견해낸 수다한 이야기와 경쾌한 재미, 속악한 인간사에 대한 씁쓸한 비애, 그리고 생과 죽음의 섭리에 대한 겸허하고 평온한 각성. 이 모두가 허울뿐인 관념의 더께를 거부하고, 복잡하고 진한 살내로 가득한 ‘육체의 문학’을 좇아온 박완서 소설이 갖춘 미덕이며 동시에 우리가 누리는 축복이다. 그야말로 삶의 무게로 빚은 우리 소설 문학의 높고 깊은 경지라 할 것이다.

회원리뷰 (106건) 리뷰 총점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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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나의 그리움엔 마침표를 찍지 않겠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w****p | 2017.09.04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그리움을 위하여‘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p40)갖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한번 쯤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다.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그리움을 현실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책 제목이 ‘그리움을 위하여’가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책에서는 질투와 바램의 또;
리뷰제목

그리움을 위하여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p40)
갖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한번 쯤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다.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그리움을 현실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책 제목이 ‘그리움을 위하여’가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책에서는 질투와 바램의 또 다른 이름으로 그리움을 내놓고 있다. 유복한 노년을 살아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유복한 공간이 갖지 못했던 무엇이 있음을 통감하게 만든다.

책에서 손을 뗐는데도 귓가에 동생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종이에 잉크를 묻혀 소리를 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작가 박완서 그녀는 누구인가? 황해도 출생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유년시절은 개성에서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6.25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갔다가 불구가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여덟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 후 그의 가족은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런 그녀가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1970년 40살 적잖은 나이에 <여성동아>에서 「나목」이란 장편소설로 등단한다. 그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장치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하게 만든 단편집이다.

작가는 기존 작품에서 개인사와 가족사를 사회와 연결하여 솔직하게 그려냈다. 그러한 그녀가 이번 작품으로 유년시절에서 벗어나 현재 노년의 심리를 묘사한 것은 독자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녀의 장점대로 엄청난 스토리 없이 인생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 모든 인간사를 이 짧은 단편으로 담아냈다. 다만 나이가 들어버린 문맥과 세상을 보는 깊이 있는 시선이 젊은 층에게 공감을 받을 것인가는 그녀가 벗어나야 할 한계인 듯하다.

눈이 많이 왔단다. 갑자기 스키캠프 간 손자이야기로 시작하더니 뜬금없이 친정엄마가 눈에서 미끄러져서 엉치뼈가 망가진 이야기가 된다. 노후에 보행의 자유를 잃기싫어 겨울이면 집안에 갇혀 지낸다는 주인공 이야기로 한참을 떠든다. 그리고 슬그머니 사촌 동생을 꺼낸다. 굳이 억지로 연결고리를 찾자면 날씨밖에 없다.
문단이 보기 좋게 나눠진 것도 아니고 개연성 있는 문장도 아니어서 읽기가 조금 어려웠다. 어떤 경험과 생각을 빼곡이 나열만 하다보니 중간에 자칫 길을 잃기도 한 것 같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상황을 쉼없이 재잘거림으로 느끼게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작가의 선택인 듯하다.

환갑 진갑 다 넘은 사촌자매가 주인공이다. 같은 집에서 태어났고 한 집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둘은 너무 달랐다. 사촌언니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집안일을 조금도 안 거들고 공부만 하다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다. 하지만 공부에 별 취미가 없던 동생은 중학교도 낙방을 해 초등학교만 나오고 어린 나이에 열 살 차이도 더 나는 유부남과 정분이 나 끝내 살림도 차렸다. 빡빡한 노년을 보내는 동생에게 유일하게 언니의 우월감이 납작해지는 건 환갑이 지났음에도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와 똑뿌러지는 음식 솜씨다.

작가는 동생의 모습을 무척이나 구차하게 묘사한다. 아마도 그 나이때쯤 사촌언니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정작 언니가 행복이라는 말을 꺼내면 딱히 할말이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언니는 언니라는 명목과 용돈이며 먹을 것을 챙겨준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늘 윗사람 행세를 한다. 하지만 사실 동생의 처지를 걱정하고 선뜻 함께 살자고 제안하진 못한다. 그저 그 탓을 저살 궁리만 하는 자식들에게 돌린다.
그런 그들에게 무더웠던 여름이라는 날씨가 도화선이 된다. 사촌동생은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지인이 운영한다는 사량도의 민박집으로 피서를 가게 된다. 사량도는 ‘사랑도’랑 이름이 비슷하다. 섬 이름 탓일까 그곳에서 다른 연인을 만나 떠나는 동생의 부재속에서 언니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뭔지 모를 메마름을 경험한다.
동생은 조금 철이 없다. 유부남과 살림을 차린 것도 그렇지만 평생 착하기만하고 경제적으론 무능력했던 남편에게 죽기 전 ‘사랑해’를 들었다며 그녀는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닌다. 그리고 불과 몇 번 만나지 않았던 섬의 남자와 다시 살림을 차리겠다고 난리니 사촌언니라고 왜 도끼눈을 뜨지 않겠나?
동생은 그런 인물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할게 없다고 여겼지만 자신의 선택에서만큼은 후회하지 않았다. 언니는 아마도 그것이 부러웠을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로 화려했던 언니의 삶이 갑자기 색을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

삶을 쉼없이 살아오면서 한번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부족함은 무엇이었나? 그것을 너무 갖겠다고 바둥바둥 살아온 것은 아닌가? 부족함을 채웠을 때 오는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허무함보다는 인생의 여백을 그대로 남겨두고 채움을 그리워하는 것도 의미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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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a********9 | 2015.03.0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아픈 몸의 노구를 이끌고 이 글들을 하나 하나 진주처럼 써 내려갔을 박완서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그러면서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박완서 선생님의 자전적인 모습을 굉장히 많이 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또 코끝이 찡해졌다.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은 자신의 삶을 많이 드러낸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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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의 노구를 이끌고 이 글들을 하나 하나 진주처럼 써 내려갔을 박완서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그러면서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박완서 선생님의

자전적인 모습을 굉장히 많이 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또 코끝이 찡해졌다.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은 자신의 삶을 많이 드러낸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인간다운 매력이 많이 묻어난다.

'나목'에서 박수근 화백과의 설렘있던 사랑이야기도 그렇고, 여타의 단편 소설에서도 딸이야기, 아들 이야기, 오빠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 등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친절한 복희씨]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들은 노년 문학의 정수라 불려진다.

우리 시대의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의 모습과, 그네들이 사회에서 겪고 느끼고 있는 솔직한 감정과 일상들이

박완서 선생님의 펜끝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져 있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다. 어딘가 불편하다.

자신들의 몫은 챙기지 않고 자식 걱정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

며느리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야 하는 노부부의 모습,

손자들과 아들네가 오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지만 그들의 사무적인 태도가 어딘가 불편한 노년들의 모습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 것이다.

나도 그랬다. 시대가 시대니까라는 말로 노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접을 당연시 치부해 버리기에는

소설 속에 그려진 그네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 똑같은 일들을 겪고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생각하니

벌써 부터 마음이 아파온다.

 

이 소설 속에 그려진 삶의 모습들이 고 박완서 선생님의 삶은 아니었기를 바라본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그립다는 느낌이 축복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g*******g | 2014.04.21 | 추천5 | 댓글4 리뷰제목
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해 박완서의 9편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70대 작가 자신의 경험이 스토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의 신산한 삶을 그린다. 한국전쟁과 가난에 따른 곰삭은 한이나 상처를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젖어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암이나 관절염, 치매와 같은 노인병을 앓고 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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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해 박완서의 9편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70대 작가 자신의 경험이 스토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의 신산한 삶을 그린다. 한국전쟁과 가난에 따른 곰삭은 한이나 상처를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젖어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암이나 관절염, 치매와 같은 노인병을 앓고 있다. 어찌 보면 보잘것 없는 그들의 삶을 작가는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나를 위로해 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한다.


이 책에 실려있는 몇몇작품들을 살펴보자. <그 남자의 집>은 6.25 동란과 관련된 작가의 경험이 뒷받침된 작품으로 보인다. 화자는 과거 불행을 겪고 슬픔도 경험하였지만 이제는 그 모두를 아스라한 경험으로 싸안고서 삶의 현장에서 물러나 은퇴의 여생을 즐기고 있다. <대범한 밥상>은 교통사고로 딸과 사위를 잃은 여인이 어린 외손자녀의 손에 붙들려 바깥사돈과 시골짐에서 행복하게 산다. <친절한 복희씨>의 주인공은 남편이 중풍으로 누워 있기는 하지만 생활은 넉넉하고 자식들도 주말마다 번갈아 방문하는 유복한 생활을 누린다. <촛불 밝힌 식탁>은 은퇴한 남편이 비록 자식내외와의 거리감을 씻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것을 섭섭해하기보다는 예쁜 장식의 양초를 사서 늙은 아내와의 식탁을 차릴 준비를 한다. 노년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쌓았을 통찰과 이해, 관점과 지혜가 녹아들어가 있다.

 

교포청년과 결혼해 웬만큼 성공한 미국댁의 삶을 그린 <후남아, 밥먹어라>라는 작품을 보면 박완서 작가에게서 우리는 노년의 덕성, 삶과의 화해, 자연스러운 운명의 수용 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후남이라는 이름은 딸부자인 부모의 사내아이를 바라는 마음을 그 시대의 부름을 대변하고 있는 용어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앤 아줌마로 변신해 외국생활을 하던 후남이도 말년에 한국을 찾아와 오래 떠나 잊고 있었던 고향의 냄새들을 한없이 편안함으로 받아들인다. 

 

작가의 재치와 유며, 노련한 필력은 옛 이야기를 통해 과거 우리가 겪어왔던 힘들고 궁상맞았던 옛날의 모습을 미소를 띠고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들리는 세월호의 안타까운 이야기들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우울증에 걸린 듯하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속에 담겨있는 비통함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인생경륜이 묻어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며 세월호로 인해 얼어붙은 가슴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찾아내려고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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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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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작가님이 그리워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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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독***식 | 2020.01.28
구매 평점4점
아이 독후감용으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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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 2019.08.19
평점5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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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 |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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