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트위터Twitter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매체로든 설득력 있는 주장을 세우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각하기와 쓰기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들은 문자 메시지, 파워포인트, 이메일로 많이 쓰이지만, 그것으로 이 능력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는 것은 쉽지만, 회계나 공학의 바탕이 되는 수학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있든 없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 p.39
미국은 농업기술 덕분에 전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격 또한 저렴하다. 하지만 미국 내 500만 명의 아이들이 매년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식량이 충분한데도 배고픈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대략 여덟 명 중 한 명이 영양 결핍 상태이다. 약 8억4000만 명의 인구가 필요한 만큼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기술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모두 풍요로운 건 아니라는 점이다. --- p.52~53
아이들이 디지털 도구를 혼자 배우도록 내버려 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때는 아이들의 성향이 기술을 통해 증폭된다. 아이들은 배우고 놀면서 자라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단, 아이들에게는 생산적인 욕구도 있지만 흐트러지고 싶은 자연적인 욕구도 있다. 디지털 기술로 이런 욕구가 모두 증폭되는데, 대체로 어른의 지도가 없는 경우 흐트러지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진다. --- p.64
그러므로 비용 절감은 기술 그 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은 유지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2010년 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났을 당시, 회사는 자사의 IT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4000명이 넘은 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는 회사 전체 직원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다른 대형 기술 회사에서도 유사한 비율로 고용하고 있다.) --- p.82
기술의 증폭에 대한 논의는 보다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그중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건 단지 ‘패키지 개입packaged intervention’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극단적인 예일 뿐이다. 패키지 개입이란 사회문제 처리를 위해 기술, 사상, 정책 등에 계속 적용되는 하나의 묶인 해법으로서, 예로 법과 제도 등이 있다. 기술과 마찬가지로 패키지 개입 그 자체도 사회를 크게 바꿀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 p.103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든 아니든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해법은 모두 부모, 학생, 교사, 교장에 달려 있다. 또한 농업을 증진시키는 것은 모두 공급자, 농부, 농촌지도공무원, 농산물 구매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정부 제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모두 관료, 행정가, 리더, 시민에게 달려 있다. 이런 인적 요소에 집중하지 못하면 의료 장비 고장이나 관련 사무실 폐쇄 또는 사회적 대의명분에 오점을 남길 만한 민주주의의 붕괴가 일어나게 된다. --- p.119
1995년에 아틀란틱지는 “GDP가 오르는데 미국 경제는 왜 침체되는가?”라고 물었다. 2009년 미국에서는 이런 질문이 반복되었다. 경기 침체로부터 GDP는 회복되었지만, 고용은 회복되지 않았다. 좋은 측정지표란 한 나라의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참해지는 와중에 올라가는 측정지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p.147
기술이 사람의 영향력을 증폭할 때 결과가 좋지 않다면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이 문제가 된다면 그 기술은 100퍼센트 실패한다. --- p.182~183
노예제도에서 노예해방, 인종차별에서 인간평등, 일상적인 복지에서 일상적인 평화, 그리고 재산으로 인정되었던 여성에서 남녀평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회 변화는 사람의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 p.201
대체로 사람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을 때 목표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사회는 개인의 노력을 보상할 때 번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성과는 행운에 의한 것이든 노력에 의한 것이든 중요하지 않게 본다. 그럼에도 원인의 1퍼센트라도 노력은 여전히 좋은 것이다. 행운은 성과의 평균을 넘기겠지만, 1퍼센트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리처럼 쌓일 것이다. --- p.219
내면적 성장은 사회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반이면서 자신의 행복을 보장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이유가 된다. 내면적 성장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다. 즉, 더 넓은 범위의 의도, 더 예리한 안목, 더 위대한 자기통제다. 보다 내면적인 성장은 가난하든 넉넉하든, 억압받든 억압하든, 무력하든 강력하든 모든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다. --- p.231
인도의 변화는 선진국의 역사 발전 단계를 되풀이한다. 미국은 오늘날 인도처럼 기업가 정신으로 부양되었다. 19세기에는 사람들이 미국의 정치 부패에 맞서 싸웠다. 지금 인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비문화는 1920년경 미국에서 거의 다 나온 것이다. 그리고 화성 궤도 탐사선을 향한 인도인의 자부심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이룬 아폴로 11호를 향한 미국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 p.262
이집트 혁명과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 같은 가시적 사건들은 너무나 빨리 일어나는 바람에 페이스북이나 단일법 혹은 판결 하나로 가능해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들을 순간의 사건으로 보는 건 교향곡을 단지 일시적인 기분에 악기를 집어 들고 그대로 연주하기로 한 불특정 다수의 플래시몹flash mob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p.284~285
강력한 백신이 있었지만 소아마비를 퇴치하기 어려웠던 것은 세상이 디지털 장치로 가득하지만 우수한 품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과 같고, 이는 인권법이 있지만 뿌리 깊은 편견이 남아 있는 것과 같으며, 선거가 있지만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가 존재하고, 환경보호기술이 있지만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과 같다.
--- 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