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2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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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8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19012444 |
ISBN10 | 891901244X |
발행일 | 2002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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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8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19012444 |
ISBN10 | 891901244X |
1. 천부적인 기술자 2. 큰 꿈, 작은 능력 3. 모자를 먹는 남자 4. 예술가의 삶에서 기억되는 열두 가지 순간들 5. 컴퓨터 만세 6. 다이아먼드처럼 빛나는 내 동생 에이미 7. 수사관처럼 느껴졌던 나의 언어 치료 선생님 8. 루스터를 죽일 수는 없어 9. 우리 집을 거쳐간 애완견들 10. 학습곡선 11. 억울한 누명 12. 오늘의 메뉴 13. 약진 정책 14. 천사들의 도시 15. 아이 러브 파리 16. 플라스틱 바구니에 충성을 맹세하다 17. 소매치기 18. 나는 거의 죽을 뻔한 여자를 보았다 19. 어제 다시 보는군요 20. 좀 더 말해주세요, 더 21. 예수님 수염 22. 카세트 테입 벌레 23. 복수형 관사 24. 세로 21번 25. 아프리카 대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26. 아이큐 테스트 27. 최근에 한 공상 |
이거 정말 에세이 맞아?
에세이라는 사전 지식 없이 읽었던 책이었고 의례 그냥 그런 좀 웃긴 단편 소설인줄 로만 알았다. 얼씨구 에세이란다. 소설에 비해 감정이입하기가 더 좋은 것이 수필일진데 어째 나는 에세이에 감동하고 열광한 적이 없다. 어쩌면 에세이를 읽고 무한 감동을 바라는 내 심보가 고약한 것일지도 모르고 에세이의 잔잔함을 좀 쑤셔하는 나의 못된 천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색하는 인간이기 보다 욕망하고 싶어 하는 인간이길 바라는 나의 이기심이 수필을 멀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필이라는 사전지식 없이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수필인지 모르고 그저 그런 단편소설이라고만 생각을 했더랬다. 소설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주인공의 행적이 상당히 당황스럽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본 책을 소개할 때 수필임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까지 내가 읽어 본 몇 안 되는 수필들과는 너무 판이 하게 다르고 이런 이야기로 이런 수필집을 엮어내기도 하는 구나라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도 했다. 난 세상의 수필들은 모두 피천득의 인연 혹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혹은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같은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책은 데이빗 세다리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엮고 있는데 초반엔 세다리스의 가족들의 이야기 이고 중반은 세다리스가 프랑스와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와 본격적으로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려내고 후반부에서는 자신이 이런 글을 쓰면 어떤가에 대한 짤막한 단상들이 이어진다.
제목인 모자를 먹는 사람은 세다리스의 아버지를 지칭하는 말로 몇 년이 지난 음식을 먹을 만한데 라며 먹어치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모자 조각을 먹게 되는 사연에서 따온 제목이다.
모자마저 먹을만 한데 라며 먹는 억척스러운 고집쟁이 구두쇠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들, 아름답지만 자신의 아름다음을 경멸이라도 하 듯 추하고 불결하고 뚱뚱한 모습으로 자신을 변장시키기를 즐기는 여동생. 그리고 각성제를 사기위해 얼토당토 안하는 전위예술 행위를 해대는 세다리스 본인과 입만 열면 10원짜리 욕이 난무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남동생. 매우 독특한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세다리스 집안의 이야기는 나를 무척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뉴욕의 지하철에서 아름다운 그의 여동생 에이미는 헤어지는 인사로 “오빠 안녕, 그 강간 사건은 잘 해결되길 바래” 라고 큰 소리로 작별 인사를 하고 얼굴이 화끈거린 세다리스는 결국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견디다 못해 결국 다음 정거장에서 지하철을 쫓기 듯 내리고 만다. 물론 거짓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미인 대회에 출전시키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위해서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패드가 부착된 뚱보 바지를 입고 나타나서 다리에 뾰루지가 날 때 까지 뚱보바지를 입고 다니며 뚱보 행세를 하며 아버지를 경악시킨다. 한마디로 에이미는 좀 짱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에서 세다리스식 블랙유머가 돋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그의 첫 전공인 미술의 경우 행위예술을 하는 건지, 각성제 상태에서 쇼를 하는 건지, 예술을 위해 각성제를 하는 건지, 각성제를 위해 예술 혹은 쇼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생활을 그려내는 모습에서는 관념화된 그들만의 예술을 하는 이들에 대한 조소를 엿보는 듯 하여 사알작 통쾌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어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학원에 등록해서 자신을 경멸하는 선생과의 언쟁이나 부활절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구권 여성에게 3-4명이 웃지 못할 단어들을 나열하면서 설명에 애를 쓰는 모습들에서 외국어를 처음 접하면서 격게 되는 당황스러움을 재치 있게 풀어 나가기도 한다.
마치 내가 일본에서 되도 안는 영어와 일본어로 샵에서 물건값을 깍으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던 안쓰럽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마지막의 그의 생각의 단상들은 좀 일관성이 없고 마구잡이식으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집어넣은 건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 앞의 내용들과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으며, 책 전체가 일관성 없이 중국 난방식이로 묶여진 듯 한 인상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산만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을 예스블로거인 ‘행복한왕자’님과 빌브라이슨이라는 사람을 알기 전에 읽었다면 나름 꾀나 흥미진진하게 킬킬거리며 읽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빌 브라이슨 덕에 이런 비비꼬는 유머를 너무 한꺼번에 접해 버려 이런 유머에 내성이 생겨 버린 걸지도 모르겠고, 행복한왕자님의 함께라서 씨리즈 들의 이야기를 읽고 너무 심하게 공감해버린 후에 세다리스를 만난 듯하여 아쉽기도 하지만 머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