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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7.0 리뷰 57건 | 판매지수 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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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1997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5쪽 | 250g | 153*195*20mm
ISBN13 9788937402852
ISBN10 893740285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섬'은 남프랑스 지중해의 쏟아지는 햇빛 아래 점점이 떠있는 섬과 사람들의 일상을 지극히 담담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는 책으로 '섬'은 다분히 철학적인 에세이로 채워져 있다.작가이자 철학자인 그르니에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반짝이는 시적 영감에 담아냈다.철학적 사유라 해서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개 한마리의 죽음에서 떠 올린 일상적 추억,튀니지의 작은 해변도시에서 발견한 꽃 핀 테라스,그리고 지중해 해안가의 무덤 같은 것들이 글의 소재다.평범한 소재에서 발견한 삶의 비밀을 섬세하면서도 꿈꾸는듯한 어조로 음악처럼 들려준다.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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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있다. ...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 p.25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 없이 읽고 싶은 한 두 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수맣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 하는 고독한 밤을 어떤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식을 넓히거나 지혜를 얻거나 교훈을 찾는 따위의 목적들마저 잠재워지는 고요한 시간, 우리가 막연히 읽고 싶은 글, 천천히 되풀이하여, 그리고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몇 페이지란 어떤 것일까?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 보내고 그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거나, 무.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 그 뒤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는 어둠, 혹은 무, 그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산문집을 번역했다. 그러나 전혀 결이 다른 언어로 씌어진 말만이 아니라 그 말들이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옮기면 좋단 말인가?
--- p. 13
사람이 자기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어떤 중립적인 영역 속에 담을 쌓고 들어 앉아서 고립되거나 보호받을 수 는 있다. 그것은 즉 자신을 몹시 사랑한다는 뜻이며 이기주의를 통해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략)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바로 그 삶으로 부터 자신을 벙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절대로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싶었던 감정들 속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중략)입을다물고 무시해 버리지는 않고 나는 마음 속에 소용돌이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
--- p.33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 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 p.95
바람에 퍼덕이는 저 깃발을 보아라, 하고 入門하려는 제자에게 티베트의 僧은 말한다. 펄럭이는 것은 그 깃발인가, 바람인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그것은 깃발도 아니고 바람도 아닙니다. 그것은 정신입니다.
--- 본문 중에서
물루는 행복하다. 세계가 저 혼자서 끝없이 벌이는 싸움에 끼여들면서도 그는 제 행동의 동기가 한갖 환상일 뿐임을 깨달으려 하지 않는다. 놀이를 하되 놀고 있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볼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그를 바라보는 것은 나다. 조그만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순간 그는 제 행동속에 흠뻑 몰두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그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접시에서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그의 눈에 가득 찬 욕망은 치열하다 못해 벌써 음식위로 튀어 올라가 앉는 것만 같다. 그가 무릎위에 몸을 옹크릴 때도 제가 가진 모든 애정을 남김없이 쏟아가며 옹크린다. 행동에 빈틈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도리가 없다. 그의 행위는 몸놀림과 일치하고 몸놀림은 식욕과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야말로 끝없는 연쇄 조직처럼 일사불란하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것은 다리를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다리를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 p.44
때는 사월이나 오월쯤이었다. 내가 그 골목의 직각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를 때면 강렬한 재스민과 리라꽃 냄새가 내 머리 위로 밀어닥치곤 했다. 꽃들은 담장 너머에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꽃 내음을 맡기 위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서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 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 pp. 83-84

회원리뷰 (57건) 리뷰 총점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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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섬], 장 그르니에: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는 방법에 대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케이K | 2018.06.0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가와 번역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생각만 하고 있다가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지면서 바로 주문했다. 적절한 두께에 깨끗한 새 책을 택배로 받을 때면 언제나 기분 좋다. 이번엔 그 기쁨이 얼마 가지 않았다. 아기가 커피를 쏟아 같이 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이 책에 얼룩이 졌다ㅜㅜ 졸지에 헌 책이 되어버렸다. 별 거 없는
리뷰제목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가와 번역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생각만 하고 있다가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지면서 바로 주문했다. 적절한 두께에 깨끗한 새 책을 택배로 받을 때면 언제나 기분 좋다. 이번엔 그 기쁨이 얼마 가지 않았다. 아기가 커피를 쏟아 같이 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이 책에 얼룩이 졌다ㅜㅜ 졸지에 헌 책이 되어버렸다.

별 거 없는 인생사에서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섬>을 넘겼다. 첫장을 넘기니 까뮈의 추천사가 등장한다. 까뮈는 이 책을 알제에서 스물 살 때 읽었는데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버금간다고 칭송한다. 장 그르니에의 작품 가운데 <알베르 까뮈를 추모하며>라는 책도 있다. 둘의 관계도 상당히 궁금하다.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이 책은 8편의 단편들로 엮여 있다. 하지만 모두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분위기의 나른함이 있어서 그럴까?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몽상하라'고 말했다. 심심함 속에 창조의 영감이 찾아온다고 말이다. 저자의 삶이 바로 그렇다. 창밖의 이웃집 나무를 보는 것 외에 그의 생활은 은둔이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 속에서 그는 해탈과 초월을 경험한다.

난 인생을 살면서 감사해하는 것 중 하나가 시골에서 자란 유년 시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은연중에 외로움을 깔고 살지 않나 싶다. 저녁이 될 무렵 하늘의 변화무쌍한 구름 모양과 새벽녁 밤하늘을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넋을 잃고 바라보며 우주 안에서 내가 작아지는 경험 말이다.

장 그르니에는 바닷가에서 산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29쪽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은 동물과의 접촉이다. 그에게는 바로 고양이다.
"어렸을 적에 짐승들과 가까이 지내며 자란 사람에게는 커서 또다시 그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다." 55쪽
고양이 물루는 단순히 반려동물이 아니라 철학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사하면서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수의사에게 3프랑을 주고 안락사시키는 결말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갑자기 현실적인 존재로 변한 것 같다. 아이의 탄생에 경이로워하다가 생활고로 보육원에 보내버리는 결말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제 섬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풍경 속에서 충만감을 느낀다. 그의 표현은 충격적이다. '나 자신의 탄생을 목격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물아일체를 넘어선 그 어떤 것을 획득한 걸까?
그는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으면서도 한순간에 획득했다고 말한다. 마치 복권처럼 말이다.
다른 얘기지만 행복도 그런 게 아닐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순간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몽상적이다. 두개의 반대되는 측면이 다 들어있다. 인도를 찬양하는 것 같으면서도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인간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몫은 바로 인간을 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그것이니까... 폭력에 의하여, 힘에 의하여, 터무니없는 제도에 의하여,  견딜 수 없는 속박에 의하여 인간으로부터 신성이 분출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155쪽

여행을 찬양하던 그는 마지막에 여행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 결국 절대로 끝이 없을 터이고  나는 끝내 나의 둘시네를 찾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말했듯이 이 짤막한 공간 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보자. 176쪽

초여름 바람이 창문에서 불어와 얇은 커텐이 펄럭거린다. 근처에 바다도 산도 없지만 마치 때이른 피서를 온 것 같다. 밖은 아주 뜨거워보인다. 이럴 때는 집에 있는 것도 좋다. 맥주 한잔 하고 이 책을 읽으며 몽상에 빠지다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구매 나만의 '섬'을 찾아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oongoeul | 2018.01.03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알베르 카뮈- 이 책은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이다. 이 책을 난 카뮈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몇
리뷰제목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알베르 카뮈-

 

이 책은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이다. 이 책을 난 카뮈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몇 달 전 카뮈의 이방인과, 전락을 읽으면서 조금은 난해하고 힘든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 카뮈를 쫓다 그에게 정신적인 스승이 되어줬다는 장 그르니에를 만났다. 하지만 몇 페이지 읽다 도저히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그르니에의 철학적 사유에 몇 번이고 책을 만지다 놓아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병원에 입원한 엄마에게 병실에서 읽을 책을 가져다주려고 책장을 뒤적거리다 다시 이 책이 눈에  들어와 꺼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난 후에도 여러번 책을 들춰봐야 했고, 그때마다 모든 문장은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치 새벽공기 같은 고요한 언어로 써내려간 그르니에의 문장은 나에게 침묵과 정적 그리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 올리게 한다.  그것이 쉽지는 않치만 삶의 중간중간 우리가 거쳐가면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섬' 이란 무엇일까? 카뮈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탐욕으로부터 먼 곳, 야성적 행복으로부터 깨어나 만날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삶의 피난처 같은 곳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론 '나' 와 만나게 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섬은 특별한 공간이나 순간이라기 보다 내가 존재하는 현실, 그 안에 있는 일상 속에 있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요동치게 한뒤 무의 세계에서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만 사물일 수도 있고, 소리일 수도 있으며, 눈에 비친 어떠한 모습일 수도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료 혹은 친구일 수도 있으며 고요한 침묵 일수도 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것, 그로 인해 내 삶의 풍경이 되어주는 일상 속에 나만의 '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할까. 무언가 특별한 순간과 시간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위안이 얻으려 할 때, 잃어버린 나를 찾으려 할 때, 우리는 항상 일상을 벗어난 무엇을 꿈꾸는 것이다. 정작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존재에는 무심한 채 내 삶이 존재하지 않는, 나의 환상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나만의 섬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거기에 주어져 있었지만 그는 어느 것 하나 가질 수 없었다. p99"

" 한 달 동안 즐거운 여행 끝에 시에나에 당도하여 오후 두시에 자신에게 배정된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열린 덧문 사이로 나무들, 하늘, 포도밭, 성당 등이 소용돌이치는 저 거대한 공간이 보이자 그는 마치 어떤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 눈물이 쏟아져 나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찬미의 눈물이 아니라 무력함의 눈물이었다. p99 "

나는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력함의 눈물이 흐르는 동안 아마도 그는 꼼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짧았지만 강렬한 순간이 지나고 난 뒤 그는 더 이상 '섬'을 찾아 헤매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는 곳,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섬'이라면 그것은 끝내 닿을 수 없는 '환상의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가공의 섬.

가공의 섬은 나에게로 가는 길이 아니라 내게서 멀어지는 도피처 이다. 간혹 우리는 가공의 섬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곧 그러한 위안까지 집어삼키는 무력감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섬'은 내가 존재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고, 나는 환상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상의 장막으로 가려진 현실, 진실하지 못한 삶에 '섬'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항구가 된다. 환상은 강렬하다. 하지만 그 빛은 순간일 뿐이다. 반면에 존재가 실존하는 현실은 어떠한가?

그르니에의 말을 빌리자면 '빛나는 순간조차 퇴적되어 묻힌 시간들 속에서 금세 사라지지만(p25)' 그 빛은 보이지 않을뿐, 소멸하지 않고 아주 오랜 시간 우리의 삶을 물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휘청거리게 되는 순간 약하게나마 앞을 비춰주는 것은 내가 기댄 환상이 아니라, 나의 삶 속에서 금세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던 그 빛인 것이다. 가공의 삶이 아닌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서 얻었던 위안의 빛. - 내 삶에 비유하자면 그것은 나를 올려다 보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이나, 가지런히 정리된 나만의 공간에서 느끼는 따뜻함, 늦은밤 무언가 읽거나 끄적일때  느끼는 평온함, 사랑하는이의 손길 정도가 될것이다.


결국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시련 속에서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은 공허한 환상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속의 무엇이라는 것,

매일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어느날은 다르게 느껴질 때, 그로인해 깊은 감사와 삶의 충만함, 기쁨이 넘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잠시나마 나만의 섬을 만나게 되는것이 아닐까..그렇게 만난 섬을 하나씩  잇다 보면 가까운 곳, 그르니에의 말처럼 잔혹하게 가까운 곳에 섬이 존재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 속에서, 그것이 비록 문제투성이인 삶 일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진실한 나를 만날 수 있고, 그 순간 내 삶속에 존재하는 섬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투박한 사내의 눈길 아래서도 대지가 고동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듯이 (p117) 말이다...

 

-2018 .1.3 책읽는 엄마 -

댓글 0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구매 책=감성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2017.11.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이라는 존재는 배움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사회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가치를 배우게 되고 거기에 다다르지 못하는 책은 가십거리정도로 취급된다. 언제나 이성이 우선시되고, 이성에 의해 감성은 자제되도록 교육을 받는 환경에서 어쩌면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을 담당하
리뷰제목

책이라는 존재는 배움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사회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가치를 배우게 되고 거기에 다다르지 못하는 책은 가십거리정도로 취급된다. 언제나 이성이 우선시되고, 이성에 의해 감성은 자제되도록 교육을 받는 환경에서 어쩌면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의 존재는 어느 것이 더 우월 하느냐의 문제로는 설명되는지는 않는다. 생존의 필요에 의해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니 동등하게 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논리적인 사고와 정확한 분석을 통한 사고는 수학처럼 딱 떨어질지 모르지만 주위를 보지 못한다.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논리적으로 분석적으로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인간만이 존재하게 된다.

 

책이라는 존재는 배움만을 전제로 깔고 있지 않다. 활자로 된 세상은 우뇌를 자극해 감성이라는 안테나의 반경을 더욱 넓혀주며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해 준다. 그냥 스쳐지나갈 작은 세상들, 너무나 평범해서 존재조차 깨닫지 못하던 것들을 느끼게 해주며, 인지하게 해주며, 공감하게 해 준다. 따라서 책이 꼭 배움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는 책이라면 그 자체로 좋다.

 

하지만 =배움이라는 공식에 익숙한 나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글귀들은 풀리지 않는 난해한 수학문제처럼 이해되지 못하고 머리 속에서 맴돌기만 한다.

 

겨울 숲 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 그 뒤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 어둠, 혹은 무, 그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p.16-17”

 

이 책을 옮긴 김화영의 말처럼 글을 만져보고 냄새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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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4건) 한줄평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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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카뮈 스승 장 그르니에.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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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라빛달 | 2018.07.25
구매 평점4점
여행을 찬양하지만, 결국엔 여행이 필요없는 경지에 이르게 됨을 고백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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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K | 2018.06.03
구매 평점5점
기분이 좋아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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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마을 |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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