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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동인문학상-47이동
권여선 | 창비 | 2016년 05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59건 | 판매지수 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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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5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84g | 145*210*20mm
ISBN13 9788936437381
ISBN10 893643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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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인생이 던지는 잔혹한 농담,
그 비극을 견디는 자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생의 무늬

2007년 제15회 오영수문학상,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2012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그리고 2014년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상찬을 받으며 장편소설 『토우의 집』으로 제18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여선이 다섯번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선보인다.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까지 바지런히 발표한 일곱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한국문학의 특출한 성취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권여선의 이번 소설집은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려낸다. 인생이 던지는 지독한 농담이 인간을 벼랑 끝까지 밀어뜨릴 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세한 균열로도 생은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권여선은 그럼에도 그 비극을 견뎌내는 자들의 숭고함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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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농담을 하면 인간은 병들거나 술을 마신다…
지독한 생에 거꾸러진 주정뱅이에게 건네는 쓸쓸한 인사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8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봄밤」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스무살에 쇳일을 시작해 서른셋에 일으킨 사업으로 제법 돈을 벌지만 곧 부도를 맞아 아내에게 버림받고 서른아홉에 신용불량자가 돼 노숙생활까지 하게 된 수환, 교사생활을 하다 결혼하지만 곧 이혼하고 아들을 빼앗긴 뒤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영경. 술 때문에 생활이 마비돼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영경 앞에 수환이 나타났을 때, 영경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가 조용히 등을 내밀어 그녀를 업었을 때 그녀는 취한 와중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행운의 몫이 아직 남아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의아해했다.(28면)

더한 불행이 있을까 싶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병까지 찾아오고, 오로지 서로에게 서로만 남은 상태로 그들은 죽음 앞에 예정된 이별과 가차없는 삶을 사랑의 형식으로 견뎌낸다.
인생에 결코 지지 않은 인물은 「이모」에도 등장한다. 안산 외곽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모’의 집에는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다. 착취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가족 곁을 완전히 떠나기 전 5년간 악착같이 모은 1억 5천만원에서 1억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남은 5천만원으로는 그 돈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 결심한 ‘이모’가 췌장암으로 죽기 전까지 살아간 2년의 삶은 이런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만들어 먹고 씻고 열시쯤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 간다. 필기도구와 지갑, 열쇠가 든 가방에 보리차를 담은 물병을 챙긴다. (…) 도서관에 가면 일단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그 책만 읽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 오후 두시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만들어 먹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문을 닫는 여섯시까지 책을 읽는다. 책을 다 못 읽으면 대출해 가지고 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잠들기 전까지 마저 읽는다.(83~84면)

‘이모’가 처음부터 이렇듯 고독하고도 자유로운 삶을 누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시작부터 이상한 날이었다”(90면)는 말을 기점으로 이모는 인생을 바꿔놓은 겨울밤의 한 장면에 대해 말한다. ‘이모’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눈앞에 드리워진 장막을 슬쩍 들추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단편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찰나의 진실을 예민한 관찰자의 언어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찰자적 면모는 세사람의 짧은 여행을 다룬 「삼인행」에서도 잘 드러난다. ‘규’와 ‘주란’ 부부의 하룻밤 이별여행에 친구 ‘훈’이 가세하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들이 맞닥뜨리는 에피소드와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세사람의 언쟁을 고스란히 중계한다. 맛있는 밥을 먹는 것만이 지상목표라는 듯 먼 길을 돌고 돌며 끝을 유예하는 듯한 그들 여행을 초점화자 ‘훈’을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진실의 얼굴을 슬쩍 맞닥뜨릴 수 있다.
권여선은 또한 신경증자를 그려내는 데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역광」에는 식사 후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로서 불안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신예소설가 ‘그녀’가 등장한다. 이야기를 끌고 오던 인물과 사건이 모두 애초 없었던 일이라는 듯 소설은 끝을 맺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의 이름(‘위현僞現’)처럼 ‘모든 것이 거짓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듯 이 소설의 결말은 ‘그녀’의 불안정한 내면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습관적으로 혹은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신다. 아이를 빼앗기고 술을 마시다 알코올중독이 되어버린 「봄밤」의 영경이 술에 취한 채 김수영의 시를 큰 소리로 외는 장면은 그중 단연 압권이다. 바닥을 맞닥뜨린 자의 절망을 고통스럽게 보여주며 취기 어린 인물의 행동을 복기해내는 권여선의 언어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주정뱅이’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서늘하게 포착한다.

권여선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 기품

「카메라」에는 우연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이 등장한다. ‘문정’은 연인과 사소하게 다투고 헤어진 이후 그(‘관주’)와 연락이 끊어져 당연히 연애가 끝났다고 받아들인 채 2년을 살았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의 누나(‘관희’)를 통해 전모를 알게 되지만 문정과 관주, 관희를 둘러싼 그 불행은 부당하게 느껴진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조차 없는 우연한 사고일 뿐이다.
인간은 그 누구라도 벼락처럼 떨어지는 불행에 대비할 수 없다. 인생에는 누구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 산재한다. 그래서 어떤 비극은 마치 인생이 던지는 악의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층」에는 “이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224면)라고 묻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물음에 대구를 이루듯 이 작품은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242면)라는 말로 끝을 맺지만 소설은, 그리고 문학은 분명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마치 「봄밤」의 영경과 수환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꽉 쥐지 말아요, 문정씨. 놓아야 살 수 있어요.”(135면)라는 말로 상대를 위로할 때, 그 위로는 이 소설을 펼치는 우리에게도 건네진다. 마치 “안녕 주정뱅이” 하고 담담한 듯 건네는 쓸쓸한 인사처럼 말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젊음은 스러지고 몸은 늙어간다. 다시 술을 마신다. 기억은 믿을 수 없고 몸이 아프다. 죽음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어른거린다. 어둡고 불길하며, 때론 눈물이 난다. 그녀는 마른 팔이 부러져라,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긴다. 아득히 먼 과거에서 지금 여기를 향해. 스러져가는 한 세대의 진혼곡은 그렇게 우리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힌다. 이토록 생생한 아픔이라니! 이토록 지독한 순수라니!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은 한국문학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화살촉처럼 선연한 언어들은 여전히 푸르게 살아 있고 그녀는 아무도 가닿은 적 없는 기억의 심연으로 우리를 잡아 이끈다. 그 경이로운 소명의식이 피 흘리는 예수처럼 숭고하다. 그래서 오래오래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잊지 마라. 제발 잊지 마라!
천명관 (소설가)
주류(酒類)문학의 위엄을 보라,고 어느새 속으로 외치고 있다. 술을 적대해온 나는 『안녕 주정뱅이』를 읽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때로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셔도 좋은, 아니 마셔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취한 감각에 기록되는 다른 질감의 세계, 삶과 인간을 재는 다른 방식의 산술, 기만과 연민의 경계를 지워가며 구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서늘하게 포착하며 권여선의 화자는 결코 독자의 짐작을 놓치는 법이 없다. 주정뱅이들의 세계에서 그 맨정신은 한층 뚜렷하고, 일그러짐으로써 더 선명해진 그 풍경이 권여선만의 고유함이다. 그녀의 소설이 어떤 근본적인 사람됨과 세상됨의 배치를 보여준다면 그 배치는 뼈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장기(臟器)처럼 뭉클하게 잡히는 어떤 것이다. 알코올중독이 그렇듯이 좋은 소설이 만들어내는 “모든 신체적 감정적 반응들이 거짓”이라 해도 이 거짓보다 나은 진실의 존재형태가 있을까. 술 마시는 자들을 이야기하는 권여선의 소설, 이 두겹의 거짓이 전달하는 위태하고도 매혹적인 서사, 그리고 한층 깊어진 이해와 연민에 나는 그만 설득되고 만다.
황정아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59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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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 | 2021.03.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맘먹고 실제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을 처음 본 건 미용실에 읽었던 한 잡지에 실린 이달의 책, 뭐 이런거였을 것이다.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사진을 찍어 놓았다. 그 이후로 이 책은 내 휴대폰 속에서 고이 잠들어 있다가 얼마 전에야 나의 눈에 띄는 기특한 능력을 발휘했다. 아..맞다, 이 책을 까먹고 있었네. 바로 주문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리뷰제목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맘먹고 실제 읽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을 처음 본 건 미용실에 읽었던 한 잡지에 실린 이달의 책, 뭐 이런거였을 것이다.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사진을 찍어 놓았다. 그 이후로 이 책은 내 휴대폰 속에서 고이 잠들어 있다가 얼마 전에야 나의 눈에 띄는 기특한 능력을 발휘했다. 아..맞다, 이 책을 까먹고 있었네. 바로 주문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안녕 주정뱅이'라니, 술꾼들이 읽으면 뭔가 자석처럼 착 달라붙는 운명의 기운을 느끼는 제목이 아닌가. 주정뱅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가라니, 본인도 술꾼임에 틀림없다. (책 뒤에 작가의 후기를 읽어보니 술꾼 맞다 ㅎㅎ) 보통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라면 단편 중 대표작이라 할만한 이야기의 제목을 소설집의 제목으로 내세우기 마련인데 이 소설집은 단편 7편의 제목 중 '안녕 주정뱅이'라는 글이 없다. 그냥 모든 이야기에 주정뱅이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술을 미화한다거나 반대로 혐오한다거나 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는 않다.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인생에 술이 필요한 사람들, 술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상황들,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상화되지 않은 인물들의 조금은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순간적인 숭고함 같은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삶에 칼로 잘라낸 듯한 완벽한 경계를 지닌 흑백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술이라는 것 역시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그 경계가 모호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여기 실린 일곱편의 단편들은 그 경계 언저리에서부터 좀 더 어두운 쪽을 향해 있는 이들에 대해 저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하는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작품 <봄밤>이 나는 그렇게 좋았다. 특히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는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 이 부분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해서 마음을 추스려야 했을 정도로. 왜 그랬을까 지금도 모를 일이지만 나는 이게 문학이 던지는 예고없는 돌팔매질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술로 인한 희로애락의 도돌이표는 글을 쓸 때의 그것과 닮았다'라고 말하면서 '술'을 마시던 이가 '설'을 푸는 소설가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작가. '술'판이건 '설'판이건 결코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하지 않는 이 작가의 작품들을 좀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든 '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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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안녕 주정뱅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s*********s | 2021.01.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권여선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안녕 주정뱅이>(창비 출판, 2016년 05월 출간) 리뷰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봄밤>, <삼인행>, <이모>, <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층>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권여선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라 합니다. 어쩐지 처연하고 아픈 인생을 담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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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안녕 주정뱅이>(창비 출판, 2016년 05월 출간) 리뷰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봄밤>, <삼인행>, <이모>, <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층>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권여선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라 합니다. 어쩐지 처연하고 아픈 인생을 담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리 없이 저를 울게 합니다. 하여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소설집이었습니다. 특히 <봄밤>이 제게는 가장 좋았습니다. 올해 봄이 오면 한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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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주사는 ○○○입니다_『안녕 주정뱅이』 독서후담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m******6 | 2020.11.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https://blog.naver.com/mate3416/222134445271<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공무원에게도 비즈니스 술자리가 있다. 맡은 업무에 따라, 동료나 비즈니스 상대의 음주 성향에 따라 그 꼴이 갖가지겠지만 아무리 좋은 술과 안주여도 비즈니스 술자리는 정말이지 노땡큐다. 하나같이 노땡큐다. 땡땡땡!!! 분노의 땡, 경멸의 땡을 날린다. 악다구니를 담아 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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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ate3416/222134445271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공무원에게도 비즈니스 술자리가 있다. 맡은 업무에 따라, 동료나 비즈니스 상대의 음주 성향에 따라 그 꼴이 갖가지겠지만 아무리 좋은 술과 안주여도 비즈니스 술자리는 정말이지 노땡큐다. 하나같이 노땡큐다. 땡땡땡!!! 분노의 땡, 경멸의 땡을 날린다. 악다구니를 담아 땡이다!

   자, 이제 심히 창피한 마음으로 나의 공무원 비즈니스 술자리를 적는다. 내가 겪은 범위라는 것, 모든 경우가 이렇지는 않다는 것, 많이 바뀌었고 그래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둔다.

1) 에피소드 1

지역단체 회장과의 저녁 자리. 공무원이니까, 비즈니스니까 즐거운 척 해야하는 자리. 그는 늙은 남자, 나는 스물넷 어린 여자. 술 따라봐, 나랑 나가서 자자, 너 나랑 자자, 자자 자자.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시발색이. 계속 자자는 미친놈과 초과근무. 근평에 꼭 쓰고 싶은 초과근무.

2) 에피소드 2

마을 이장님들 선진지 견학. 아침 일찍 관광버스 탑승. 착석했으면 모닝 소주 돌려. 자는 척 소용없음. 삼키고 자. (중간생략) 선진지 도착. 뭐가, 왜 선진? 아무도 모름. 우린 식당가니까. 착석했으면 애프터눈 소주 돌려. (중간생략) 우리동네로 돌아가자. 버스 탔으면 흔들어. 이박사 저박사 신나게 흔들어. 다 왔는데도 안 내려. 퇴근하고 싶은데 안 내려. 하루가 너무 길어. 얼마나 초과해야 할까. 이 초과근무는.

   15년 공직생활 동안 여러 차례 비즈니스 술자리 근무를 섰다. 단체들, 지역의원, 기자, 다른 기관 공무원, 내부 공무원… 대부분 잊었다. 기억할 아량도 이유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소독 알코올 맛 나던 술들.

   15년간 여러 차례 술자리에서 행복했다. 크게 웃고, 손을 잡고, 우쿨렐레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친구직원들과 함께 시청 앞 잔디밭에서, 면사무소 옆 치킨집에서, 퇴근 후 달려간 바닷가에서, 미친척 휴가를 내고 도착한 낯선 나라의 어느 언덕에서… 모두를 기억한다. 달콤했던 그 술들의 전부를 기억한다.

   중독의 시절도 있었다. 새벽일 하던 시절이었다. 태풍이 몰아치던 일요일, 아침부터 꼴깍꼴깍 넘긴 와인에 취해 꼬마들을 데리고 나갔다. 쏟아지는 비를 맞고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몸이 휘청였다. 중독자 엄마를 둔지도 모르는 꼬마들은 큰소리로 깔깔거렸다. 재밌다 했다. 나는 슬펐다. 아이들이 웃어도 나는 슬펐다.


 

  쓰면서 울었다 했다. 고쳐 쓰며 다시 울었다 했다. 이렇게 쓰인 소설이 괜찮은 것인지 고민이 컸노라고 작가 권여선은 후에 고백한다.

   하지만 그가 쓴 주류酒類 소설이라면 믿을 수 있다. 장인에게서 나온 마스터피스masterpiece랄까. 술 좋아하는 이가 술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으니 믿고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책에 실린 인물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이 딱딱한 세상, 이토록 습기 없는 세상에서 마음 이상해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장인의 마스터피스란 그런 일을 하는 것.

「봄밤」

여자와 남자의 손은 실패했다. 알코올 중독인 여자의 손은 안경을 들 수 없을 만큼 떨린다. 병이 든 남자의 손은 관절마다 괴상한 모양으로 굽어있다. 각자 실패한 후 만나 더 앙상히 남은 삶을 함께하는 중인 이들에게 봄밤이라는 예쁜 제목을 내준 까닭이 짐작되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영경과 수환의 이름이 잊히지 않아 한동안을 같이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삼인행」

헤어짐을 앞둔 부부가 결별여행에 친구를 초대한다. 여행길의 지점마다 점찍어둔 맛집에 들려 계획했던 식사를 하고 주전부리를 챙긴다. 이런 컨텐츠의 결별여행이라니, 친구는 이상히 여기지만 맛있다는 음식과 술, 그리고 삼인의 대화가 여행을 채워간다.

「이모」

작가의 마른 몸 때문일까. 이모의 깡마르고 검소한 이미지에 거리감이 없다. 가족 부양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마치 수도자의 것과 같이 몹시도 단촐하고 단순한 선으로 매일의 루틴을 긋는 이모. 김영하 작가의 낭독을 듣고 마음 어느 구석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던 「이모」가 독서를 통해 그 모양새가 더욱 단단해진, 견고해진 느낌이다.

「카메라」

가끔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던 여자는 그의 누나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술을 마신다. 누나는 어느 한 남자의 불행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부당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생각한다. 그 남자의 죽음은 10년 전 지자체 공무원의 책임일까, 2년 전 사진을 찍고 싶다 말했던 자신의 책임일까. 마치 미로를 타고 걸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걸은 길이 길어질수록 긴장이 높아졌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읽었다.

 


 

   작가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문학의 힘은 ‘마음을 조금 움직이는 것’일 거라 말한다. '마음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일 거라고.

   일곱 편의 소설 중 어느 것은 맥주를 마시며 읽었다. 소설 속 인물들을 기억하고 있자면 술생각이 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면 술의 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움직이는 마음, 이상해지는 마음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홀로 그것을 들여다볼 용기를 주는 것. 그렇게 설명해도 괜찮을까? 초면의 어린 여자에게 지금 당장 나가서 자자고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모닝 소주부터 나이트 소주까지 춤을 추며 마실 수 있는 광기의 기력을 준다는 것도 잊지 말자.

   아마도 나는, 술의 힘을 빌려 어쩐지 조금 이상한 마음을 불러내고 싶을 때 이 소설들을 다시 꺼내 읽을 것이다. 물론, 음주독서가 되겠다.

   오늘 밤도 비즈니스 술자리에 근무를 나가야 하는 그대에게, 오늘 밤은 달달한 누군가와 입에 착 감기는 술을 나누어 마실 행복한 그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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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4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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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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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로 | 2021.09.03
평점5점
아픔을 덤덤하게/유머러스하게 기술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작가님의 필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h******4 | 2021.08.24
구매 평점3점
그냥 무난하게 읽어지네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p*****8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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