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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명랑한 밤길

공선옥 | 창비 | 2007년 1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25건 | 판매지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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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9쪽 | 388g | 153*224*20mm
ISBN13 9788936437022
ISBN10 893643702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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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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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가 그때, 맹수가 물어뜯는 것만 같은 궁핍 속에서 꾸었던 꿈은 엉뚱하게도 포마이카 장롱이었다. 큰 것도 필요없었다. 그냥 옷장 한칸, 이불장 한칸이면 되었다. 그걸 놓고 살면 문희는 아주아주 행복할 것 같았다. 젊다기보다 아직 어린 문희는 갓 태어난 아기를 업고 살림살이라고는 옷을 넣어둔 사과궤짝 하나 덩그마니 놓여 있는 셋집 문간방을 나섰다. […] 포마이카 장롱으로 촉발된 문희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꿈은 그러나 부엌 없는 셋방 문을 여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포마이카 장롱과 에나멜 문갑과 모란꽃 이불과 매화꽃 그리고 개다리소반에서 책을 읽는 남편은 백열등 불빛 아래 온데간데없었다.
--- 「도넛과 토마토」중에서

“내가 죄인이니까.” / “엄마가 무슨 죄졌어?” / “애 낳은 죄.” / “애 낳는 게 죄야?” / “결혼하지 않고 애 낳는 게 죄야.” / “애는 결혼해서만 낳아야 해?” / “그렇대.” / “엄만 결혼하지 않고 애 낳았어?” / “응.” / “그앤 어딨어?” / “몰라.” / “그애 있으면 좋겠다.” / “그앤 그애가 아니라 니 오빠야.” / “엄마, 또 오빠 한명 낳아주세요.”
--- 「79년의 아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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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작가의 말</b>
내가 썼던 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놓고 보니 웬일인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뭘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쑥스러워서일 것이다. 손님에게 내 남루한 살림살이를 들킨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작가의 운명이라는 것이 결국 이런 것이리라.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 살아내야 하는 운명 말이다. 부끄러워서 몸을 감추고는 싶지만 끝내는 그가 썼던 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고야 마는 작가의 삶은 그래서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글은 말하자면 불안정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는 작가인 내가 바라본 세상의 풍경에 관한 것이다. 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내 흔들리는 초상을 본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들과 나는 지난 몇년 동안도 늘 생의 ‘변방’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나는 확실히 화려한 정원에서 보호받고 주목받는 꽃과는 인연이 먼 사람임이 분명하다. 나는 내 글 속의 사람들이 비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아무렇게나 대접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다만 그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람 부는 길가에서나마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만이 부를 수 있는 작고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그들 옆 한귀퉁이에 사는 작가인 나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귀기울이며 조금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처럼 나 또한 작고 고운 노래 한번 부를 용기를 내지 않을까. 이 책을 만들기까지 내 곁에 있어준 많은 사람들, 늘 마음으로만 고마워하고 인사를 챙기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시길.

2007년 12월
마흔다섯 공선옥 씀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공선옥 소설이 응시하는 낭만적 연애의 상실은 전략적이고 매혹적인 서사의 산물이다. 소설이 보여주듯이 제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은 타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된다. 소설 인물들은 사랑의 환상이 사라진 냉엄한 현실을 날카롭게 자각하면서도 그 속에서 삶을 지속하는 근본적 활기와 낙천성을 잊지 않는다. 유머러스하고도 생생한 화법으로 전달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 속에 숨은 삶의 비의를 새롭게 건져올리게 한다. 마르지 않는 체험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이 활달한 입담의 세계는 공선옥 소설의 고유한 개성과 상상력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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