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6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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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90g | 145*210mm |
ISBN13 | 9788954640756 |
ISBN10 | 8954640753 |
출간일 | 2016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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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90g | 145*210mm |
ISBN13 | 9788954640756 |
ISBN10 | 8954640753 |
2015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조중균의 세계」,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너무 한낮의 연애」 수록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는 기억들 그로부터 흘러나온 미세한 파장이 건드리는 ‘보통의 시절’ 「너무 한낮의 연애」로 2016년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 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설가 김금희의 두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창비, 2014)로 제3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금희는, 이제 명실상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설집에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9편의 작품이 수록된바, 이 점에서 문학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소설쓰기의 왕성함에 더불어, 한국문단이 김금희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그 기대를 향한, 김금희의 수줍지만 당당한 응답이다.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너무 한낮의 연애」에 대한 젊은작가상 심사평에서, 당시 이슈가 되었던 ‘중력파’의 검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중력파가 십삼억 광년 전에 생성되어 지금의 우리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라고. 나아가 정홍수는 “우리 나날의 일상 역시 관계의 충돌이나 비껴감(그리고 기타 등등) 속에서 미세하게 시공간을 진동하고 왜곡하는 모종의 파波를 생성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파장의 “미세한 누적이 임계치를 넘길 때 우리의 몸을 기울이고, 삶의 좌표를 슬그머니 옮겨놓는다”고. 십육 년 전 종로의 맥도날드에서 ‘양희’와 마주앉아 있었던 ‘필용’의 추억이 의식 밑에 잠겨 있다가, 무언가를 계기로 도달되어 그를 눈물 흘리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김금희는 이번 소설집에서 ‘잠겨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건져올리는 데 몰두한다.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내심 잊고 싶어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미세해진 그 파장들을, 김금희는 기어이 현재로 끌어와 우리를 공명시킨다. |
너무 한낮의 연애 _007 조중균의 세계 _043 세실리아 _073 반월 _103 고기 _129 개를 기다리는 일 _153 우리가 어느 별에서 _179 보통의 시절 _205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_231 해설 | 강지희(문학평론가) 잔존의 파토스 _261 작가의 말 _285 |
누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그들 곁에 어떻게 서 있겠다고 다짐하고 있는가? [너무 한낮의 연애] 읽기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작품집에는 지극히 김금희스러운 얘기들로 빼곡하다. 아홉 편의 얘기는 한결 같이 위태위태하거나 이미 파국을 맞은 이들을 소환하고 있다. 궁지에 몰렸음에도 다들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 없이 잊혀져가고 있은 이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하고 더러는 이롭기까지 한 그들이 대책 없는 포즈로 견디고만 있는 것이다. “너무 한낮의 연애”의 필용과 양희가 그러하고 조중균 또한 같은 처지이다. “반월”의 이모와 나, “개를 기다리는 일”의 엄마와 나, “보통의 시절”의 형제자매들도 도무지 가망 없는 자들이다. 조중균은 자신이 쓴 시의 작가 지위마저 사양한다. 부재하거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그들이다.
그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봤지만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집이 라디오 방송국 뒤편을 돌아 몇번째 골목에 있었는지 생각했다. 골목 어귀의 작은 공터에서 얼마를 걸어야 나오던 곳이던가를. 그리고 그 집에 무엇이 있었던가를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뭐가 있었는가보다는 뭐가 없었는가가 더 세세히 떠올랐다. 거기에는 육 인용 테이블이 없었다. 복수를 잊어버린 조중균씨도 없고 빈 시험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조중균싸도 없었다. 나태한 조중균씨도 없고 내 사인이 적힌 수첩도 다행히, 아주 다행히 없었다. 문장과 시와 드라마는 있지만 이름은 없는 세계, 내가 간신히 기억하는 한, 그것이 바로 조중균씨의 세계였다. (71쪽) “조중균의 세계”
그러나 그들은 완전히 끝나버린 것이 아니다. 구제불능으로 망쳐버린 삶이라하기에는 아직 여지가 남아 있다. 그들 곁엔 그래도 간당간당한 애인이, 가치를 알아보는 친구가, 서로를 거울로 여기는 가족들이 있고 한없이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가끔 뒤집어지는 웃픈 상황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들을 아프게만, 가엾게만 바라볼 게 아니란 말이다.
밤바다가 우리를 자꾸 섬에서, 섬에서 멀어지게 했다. 힘이 드는지 이모가 내 튜브에 매달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이모 얼굴이 지워졌다가 나타났다. 이모의 얼굴은 섬을 향할 때는 우는 듯 보였고 바다를 향할 때는 웃는 듯 보였다. (중략) 어쨌든 우리는 떠 있었다. 견디고 있었다. 이모,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어요? 라고 물었을 때 해변 어딘가에서 불꽃이 터졌다. 마치 토끼 수염처럼 양옆으로 갈라진 불꽃들이 반달을 향했다. 그때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눈부신 해변의 불꽃놀이였다. (127~128쪽) -“반월”
사과하러 달려온 필용에게 양희는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그녀의 사심 없이 맑고 애정 어린 말에 필용은 한 단계를 정리하게 된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수피가 벗겨지고 벗겨져 저렇게 한없이 벗겨져도 더 벗겨질 수피가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느티나무였다.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필용은 양희 뒤에 서서 양희에게로 손을 뻗어보았다. 닿지는 않았다. (37) -“너무 한낮의 연애”
세상이 까맣고 진득진득한 것만은 아니며, 그들은 영원한 패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아니 더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너무 비감어린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양희는 얼핏 김금희 작가의 페르소나로 읽힌다. 작가는 힘든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와 자신의 책을 잡은 이들에게, 막막한 현실에 항변할 길도 막혀버린 이들에게 이렇게 들려준다.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으로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 육천 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286) -“작가의 말”
그래서 슬프고, 가망 없고 대책 없는 삶일지라도 곁을 내어주는 이가 있으니 진짜 끝난 건 아니라고, 어떻든 살아갈 여지는 있다고 넌지시 일러주며 손을 내밀고 있다. 따스한 손을 맞잡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얘기들이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 리뷰입니다.
인터넷에 이것저것 추천이 많아서 별 기대 없이 샀던 작품인데, 그 자리에서 한 편 뚝딱 다 읽었습니다. 무결점인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조금 걸리는 부분들도 있는데(바람이나,,,?) 한낮은 밝고 감출 수 없고,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그 생각을 바꿔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나서 한낮이라는 시간이 되면 가끔 생각이 납니다. 몇달 뒤 다시 한 번 펼쳐보게 될 것 같은 소설입니다. 망설이신다면 사는 것을 추천해요!
같은 책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읽은 시점이 언제였는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가 보다.
사실 처음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었을 때는 습습하고 조금은 음울한 이야기에 (그러면서도 어둡지도 않아서 그 초라함과 눅눅함을 다 들킬 것 같은 말그대로의 한낮의 텅 빈 낡은 상가에 서 있는 느낌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다시 읽은 한낮의 연애는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먹먹함을 넘어서서 가슴을 탁- 치고 가는 뭔가가 있었다.
찌질하고 짜증나던 필용이에게는 조금의 연민이 생겼고,
쿨하고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사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양희는 조금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더불어 한낮의 연애는 당연히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무엇보다 이번에 재발견한 것은 조중균의 세계이다.
이 글이 이런 느낌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와닿는 것이....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마모 되어 가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기 시작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