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2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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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94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6836080 |
ISBN10 | 8986836084 |
발행일 | 2002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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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94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6836080 |
ISBN10 | 8986836084 |
1. 낭만적 운명론 2. 이상화 3. 이면의 의미 4. 진정성 5. 정신과 육체 6. 마르크스주의 7. 틀린 음정 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9. 아름다움 10. 사랑을 말하기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12. 회의주의와 신앙 13. 친밀성 14. '나'의 확인 15. 마음의 동요 16. 행복에 대한 두려움 17. 수축 18. 낭만적 테러리즘 19. 선악을 넘어서 20. 심리적 운명론 21. 자살 22. 예수 콤플렉스 23. 생략 24. 사랑의 교훈 역자 후기 |
이 책은 ‘나’라는 존재를 통해 사랑의 시작, 과정, 결말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다룬 작품이다. 시작은 주인공이 클로이라는 여인과 만나며 시작된다. 두 남녀는 6대의 비행기 중 서로 같은 것을 타서 극악의 확률을 뚫고 만났다는 운명적인 만남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어 진행되다가 윌이라는 친구에게 클로이는 떠나고 주인공은 그렇게 실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줄거리는 정말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평범한 내용이지만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 그 상황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과 묘사가 대단하다. 줄거리만 보면 정말 지루하고 예상되는 흔한 내용이지만 주인공의 생각이 이를 흥미롭게 해준다. 사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곳도 많았으나 대체로 공감되었고 이 진부한 내용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책의 내용 중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사람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라는 부분은 정말 잘 표현한 부분인 것 같다. 짝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는 나로선, 다른 누가 뭐라고 하든 그 사람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웠고 최고였다. 그렇기에 이 구절은 정말 공감이 되었다. 또한, 흔히 콩깍지가 쓰였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끝없이 이상화할 수 있다는 표현도 공감되었다. 나에게도 짝사랑의 대상은 마음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존재가 되었고 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클로이가 주인공에게 ‘내가 너에게 약해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해?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가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해?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불구가 되어버린다면, 나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정말 이 책은 사랑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생각을 하게 해준다. 평소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 책은 흔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하게 해주며 쉽사리 해답을 내놓기 어렵게 해준다. 진정한 사랑은 뭘까, 나는 저런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 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고민하게 되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사랑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인생이나 사람살이 등 여러 가지 공감할 내용 또한 많았다. ‘전화기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이 부분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도 언급했지만 그 당시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카톡 메시지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상대가 읽지 않거나 읽고 무시하는 경우에는 정말 고문이 따로 없다. 꼭 상대가 연인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요즘처럼 수없이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시대에서는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침묵은 저주스러웠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이 부분이 가장 공감되고 인상 깊었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당혹스러워 했던 상황이고 아직도 힘들어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하고 있는 것인데, 나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지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종종 침묵이 찾아온다. 이럴 때마다 나는 어찌할지 모르고 침묵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거나 관심 있어 하는 것에 대해 말을 하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더라도 관련된 많은 고민들과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읽으면서 참으로 쉴 틈이 없었던 책이었다. 고민거리가 하나 생겨 그걸 이해하고 해결하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기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생각해보고 공감했던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여러 철학적 의견들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질 법한 고민들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사람이 참 대단해보였다.
인상깊은 구절
21.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역설적으로 외친다. "나에게 도전하면 너를 사랑하겠다. 나한테 제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면 너에게 키스해주겠다. 나와 함께 자지 않으면 너를 사모해주겠다."
6장 마르크스주의-中
15. 마르크스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줄 클럽에는 머리를 조아리며 가입시켜달라고 빌 생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이 농담은 클럽 회원권과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우리는 그 터무니없는 모순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의 입장에 대해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
클럽에 가입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그 소망을 잃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클로이가 나를 사랑하기를 바랐으면서, 막상 그녀가 나를 사랑하자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 은 어떻게 된 일인가??
21.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역설적으로 외친다. "나에게 도전하면 너를 사랑하겠다. 나한테 제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면 너에게 키스해주겠다. 나와 함께 자지 않으면 너를 사모해주겠다."
처음에 집중하기가 조금(정말 아주 조금)힘들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까 즐겁게 읽힌다.
(그렇다고 눈을 못땔 정도는 아니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이 않은 책이다.
사랑에 대한 심리책 읽는 듯한 기분?!
인문과학을 즐겨하는 사람은 편하게 읽을수 있겠다.
하지만 그닥 관심 없거나 그저그런 사람은 조금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약간의 집중력으로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사랑에 대한 통찰력을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책.^^
사랑에 빠지다
우리나라 말이나 영어로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때 ‘사랑에 빠진다’라는 말을 쓴다. 물에 빠지거나, 수렁에 빠지거나, 도박에 빠지는 등, 어디에 빠진다는 것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잠깐 발담그거나, 뭐가 묻으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뭔가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은 그림이 그려진다. 따라서 사랑도 ‘빠진다’는 것의 특성상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 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깊숙이 들어가버리게 되는 것이고, 평소의 감정이나 일상의 자연스러운 평화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멀리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면 마치 코미디처럼 보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유체이탈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면 미래로 간다거나, 2미터 정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좀 더 그럴 듯 하게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나 책에서의 관찰자 시점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몸소 경험하는 사랑은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이 서툴다.
사랑이란 그런 건가?
사랑이란 단어는 처음 연애를 경험하는 서투른 연인에서부터 수십 권의 소설을 쓴 이야기 꾼과 천상의 아름다움을 글로 엮어내는 시인까지도 두루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말은 자신이 경험하는 범위 내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사랑이라는 말을 가장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소설가가 내가 언젠가 느꼈던, 그러나 말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미세한 감정까지 언어로 그려낼 때 가끔 머리가 쭈뼛해지는 흥분에 떨며, 바로 그게 내가 생각해왔던 사랑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표현력에 한계를 느끼는 대부분의 경우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는 경우에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내가 원래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느낌이 희미해지고, 본래의 높은데 있던 가치가 그것을 표현해 버림으로 인해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주인공이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말 대신 ‘나는 너를 마시멜로우한다’라는 말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뭔가 일반적인 보통의 사랑과는 다르게 특별하니까.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나 그리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만 보자면, 남녀간의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다. 운명처럼 만나서 첫눈에 빠져들고, 갈등하고, 식어가며, 헤어진다. 반전이 있다면, 처음에 만나서 사랑에 빠져들 때쯤 마치 주인공 남자가 여자에게 마음이 먼저 식어 여자를 차버릴 것 같았으나, 반대의 결말이었다는 것 정도가 예상에서 어긋났다고나 할까? 일생에서 경험하는 사랑이 여러 번 있다면, 대개 젊은 시절의 풋사랑의 느낌과 많이 닮아있는 연인들이다. 나이대도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저자도 20대 초반에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실제 경험상으로 다양한 사랑의 경험은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주인공들이 갖는 생각들과 묘사들 그리고 철학적 설명들이 너무 단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화가 다르거나, 연령이 다를 경우 또는, 연애의 경험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도 공감도와 감정이입의 정도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뒤에서 좀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이나, 성숙과 풋사랑의 중간 정도 아니면 그 사이 어느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사랑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 책의 여러 담론들이 그대로 들어맞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20대 초반의 철학과 인간의 심리를 많이 공부한 작가, 그러나 다양한 실제 사랑은 경험해보지 못한 작가의 글 같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철학적 경구의 인용과, 심리의 묘사, 어느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깃거리로 풀어내는 능력은 내가 읽은 어느 작가보다도 뛰어난 듯 하다.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형식의 소설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