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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리뷰 총점8.7 리뷰 60건 | 판매지수 2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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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7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510g | 145*210*30mm
ISBN13 9788954641500
ISBN10 895464150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날것의 죽음이 있는 그곳
죽으려고 했던 자가
죽음 안에서 뛰어다닌 38편의 기록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과 삶을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죽음을 제 손으로 받아내기도 놓치기도 하는 곳. 각 과를 순환하는 인턴들에게 지옥의 코스라고 알려진 응급의학과. 그곳을 평생 자신의 전문 분야로 선택한 의사가 있다.

그는 하루 한편, 혹은 일주일에 두세 편씩 마치 독백을 하듯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긴 글로 페이스북에 써내려갔다. 죽음을 마주한 이야기와, 죽음 직전에 삶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의 이야기와 때로는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었다. 그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이들은 스크롤을 끝없이 내리면서도 그가 써내려간 긴 글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응급의학과 의사인 남궁인이 마주했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이다. 마지막 순간 그의 손을 잡고 생의 길로 돌아왔거나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의 모습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숨결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해낸 지독한 진실 앞에서 의사 남궁인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01 만약은 없다는 말: 죽음에 관하여
죽고자 하는 열망 _ 012
불행의 시작은 평범했다 _ 023
죽음에 관하여 _ 036
고요한 흑黑 _ 044
8월 초하루의 살기殺氣 _ 048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_ 056
죽음을 마주하는 의식 _ 065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 _ 070
실과 바늘 그리고 지독한 진실 _ 076
치밀하고 압도적인 스위치 _ 084
붉은 지옥 _ 103
12층에서 온 자유 _ 107
칼에 맞은 중국인 _ 116
허공에 떠 있던 사람 _ 126
그 노숙자의 새해 _ 134
수고하셨습니다 _ 142
철로 위의 두 다리 _ 145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부쳐 _ 153
흉부외과의 진실 _ 165

02 알지 못하는 세계: 삶에 관하여
일몰을 얻어오는 시간 _ 176
이불이 배가 아프다고 주장해요 _ 181
과장님과 서류와 나 _ 191
비오는 날 _ 195
어떤 골절 _ 202
내과와 외과 _ 214
기묘한 진료실 _ 218
군부대의 기묘한 교육 _ 223
100명의 위인들 _ 229
말할 수 없는 곳 _ 235
선택적 청각 장애 _ 243
소화계는 한 줄로 되어 있습니다 _ 251
병원 A의 영웅 _ 256
고요한 출근길 _ 266
월드컵 16강 _ 268
말이 어눌해져서 왔습니다 _ 275
고요하면서 안온한 하루 _ 279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고독 _ 283
성탄절, 그 하루의 일기 _ 295

에필로그 _ 314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분명히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죽음을 막연하게 여겼던 의대생 시절, 죽고자 하는 생각은 갖가지로 변형되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시 나는 밤마다 강박적으로 글을 지어댔다. 그 글들은 벌판에서 던진 부메랑처럼 멀찍이 날아갔다가 죽고자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홀연히 귀결되었다. 그 글은 읽거나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어서 펼쳐보면 몇 가지 자해의 방법과 자살하려는 구체적인 계획, 죽음에 닿아야만 하는 부끄러운 이유만이 발견되었다. 그것들을 모아둔 까닭에 나는 ‘죽고자 했다’는 몇 백 편의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 되었다. 그 터널을 간신히 몇 번 빠져나오고 나니, 나는 의사가 되어 있었다. (…) 모든 과를 순환해야 하는 인턴생활 1년은 금방 지나가버렸다. 곧 내가 평생 몸담을 분야를 적어 내야 했다. 나는 죽음과 가까운 몇 개의 과 중에서 고민하다가, 별 망설임 없이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
그곳에는 날것의 죽음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나는 감정과 육체의 한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한 정신으로 근무해야 했고, 하루에도 새로운 환자 수백 명이 내 앞에 섰다. 그들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애처로웠으며, 절박했고, 실제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수백 명 환자의 보호자들도 같이 몰려들어 응급실은 언제나 아비규환이었다. 그 한계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야 했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내가 실제로 죽지 못할 거라면, 내가 어디까지 치열해질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나는 평생 해야 하는 일로 응급의학과 의사를 선택했고, 곧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했다.
(…)
죽고자 했던 사람들은 예정된 택배물처럼 도착했다. 하루에 대여섯 명씩, 1년이면 1천여 명쯤. 나처럼 죽으려고 했던 사람은 머리카락 수만큼 많았다. 그들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면 나는 경험자로서 차트가 아닌 그들의 손끝을 슬며시 잡아보고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위로나 격려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많은 환자를 보는데다 장기간의 치료와 무관한 응급의학과 의사였다. 업무의 몇 분쯤을 더 할애하는 것은 자기 위안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그 일’을 대부분 인생의 모난 자리로 여겼다. 자신의 삶에서 언급하고 싶지 않거나, 잠시 찾아온 삐뚤어진 상태로 기억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가면을 쓰고 자신의 원래 삶으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육체적인 과로에 시달리는, 섣부른 경험자나 상담자, 그 이상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계절이었다.
(…) 일은 점점 익숙해졌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많은 죽음과 비극에 감정은 아무것도 벨수 없는 칼처럼 둔탁해졌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무뎌지고 있다는 죄책감이었다. 마음속이 응어리져 풀어지지 않는 매듭으로 엉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한두 편씩 기록해갔다. 내가 목격한 사실이 있었고, 그 사실을 극적으로 구성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글들은 사실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 많은 비극을 목격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이 글들을 적어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 고민해야 했고, 자주 울었으며, 결국에는 쓰기 위해 나의 일부분을 헐어내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그 무엇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들을 써내려갔다는 것도. 이제부터 여러분은, 죽으려 했던 자가 죽음 안에서 뛰어다니는 기록을 보게 될 것이다.”
---「서문」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날것의 죽음이 있는 그곳
죽으려고 했던 자가
죽음 안에서 뛰어다닌 38편의 기록

긴박한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하고, 수없이 많은 ‘만약’이 가슴을 옥죈다. 순간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지병만 없었더라면, 수술방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곁을 지키던 나를 봐서 환자가 좀더 버텨주었다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 이 책은 그런 만약의 순간에 대한 ‘글쓰는 의사’의 기록이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응급실. 수만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자살자와, 수백 구의 시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이곳. 한때 죽으려고 했으나 곧 죽음에 맞서 제 손으로 죽음을 받아내기도 놓치기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응급의학과를 평생의 길로 선택한 한 의사가 있다. 그는 하루 한 편, 혹은 일주일에 두세 편씩 마치 독백하듯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페이스북에 써내려갔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이들의 이야기와 생사의 길목에서 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편의 희극과도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그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이들은 그가 써내려간 긴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나는 분명히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죽음을 막연하게 여겼던 의대생 시절, 죽고자 하는 생각은 갖가지로 변형되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시 나는 밤마다 강박적으로 글을 지어댔다. 그 글들은 벌판에서 던진 부메랑처럼 멀찍이 날아갔다가 죽고자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홀연히 귀결되었다.

그 터널을 간신히 몇 번 빠져나오고 나니, 나는 의사가 되어 있었다. 모든 과를 순환해야 하는 인턴생활 1년은 금방 지나가버렸다. 곧 내가 평생 몸담을 분야를 적어 내야 했다. 나는 죽음과 가까운 몇 개의 과 중에서 고민하다가, 별 망설임 없이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

(…) 일은 점점 익숙해졌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많은 죽음과 비극에 감정은 아무것도 벨 수 없는 칼처럼 둔탁해졌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무뎌지고 있다는 죄책감이었다. 마음속이 응어리져 풀어지지 않는 매듭으로 엉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한두 편씩 기록해갔다. 내가 목격한 사실이 있었고, 그 사실을 극적으로 구성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글들은 사실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 많은 비극을 목격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이 글들을 적어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 고민해야 했고, 자주 울었으며, 결국에는 쓰기 위해 나의 일부분을 헐어내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그 무엇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들을 써내려갔다는 것도. 이제부터 여러분은, 죽으려 했던 자가 죽음 안에서 뛰어다니는 기록을 보게 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죽음에 관해, 그리고 2부는 삶에 관해 쓰인 글들이다. 마치 두 권의 책을 읽듯 결을 달리하는 1부와 2부는 죽음을 마주하는 고통과 삶의 유머를 넘나든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의 세계가 있다.

1부는 응급실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응급실은 복통이나 열상과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찾기도 하지만, 긴박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이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의 대화는 긴장감이 넘치고, 상황에 대한 묘사는 피를 솟구치게 하고 울음을 쏟게 만들며, 때로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멈추게 한다. 그것이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고통을 마주하는 고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죽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한 50대의 남성(「죽고자 하는 열망」), 1개월 시한부를 앞둔 담도암 말기 환자의 교통사고(「죽음에 관하여」36쪽)처럼 우연이라기엔 잔인한 죽음의 진실을 비롯해 의사에게 메스가 지닌 의미(「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와 소방대 구급대원이나 응급상황관리사의 상담을 수치로 평가하는 일(「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에 이르기까지 1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겪은 죽음의 편린들이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2부인 알지 못하는 세계는 의사로서 직업적으로 겪은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응급실에서 만난 재미난 사건들까지 유머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텔 가운을 입고 나타난 성기골절 환자(「어떤 골절」),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이불이 배가 아프다고 주장해요」), 2010년 월드컵 당시 응급실의 분위기(「월드컵 16강」)와 군부대 진료실의 이야기(「기묘한 진료실」) 등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응급실이란 곳이 희로애락이 담긴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은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이 마주했던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이다. 마지막 순간 그의 손을 잡고 생의 길로 돌아왔거나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 그리고 의사로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아이러니와 유머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숨결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해낸 글들은 ‘기록의 경이를 넘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인간극장’이다.

회원리뷰 (60건) 리뷰 총점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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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kandol32 | 2020.05.2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하얀 포를 훌쩍 걷었다. 두 다리의 발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고,그중 하나는 아예 침대 밖으로 '흘러내려' 있었다.누워 있는 그의 다리를 앞으로 들자, 관절인형처럼 흐물거리고 접혔다.나는 툭, 하고 다리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몸통을 누르자 오도독거리는 소리가 났고,왼팔도 세 조각이었다.피범벅인 얼굴은 왼쪽 두개골부터 안면까지 심하게 무너져 있었다.전체;
리뷰제목

나는 하얀 포를 훌쩍 걷었다. 두 다리의 발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고,그중 하나는 아예 침대 밖으로 '흘러내려' 있었다.누워 있는 그의 다리를 앞으로 들자, 관절인형처럼 흐물거리고 접혔다.나는 툭, 하고 다리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몸통을 누르자 오도독거리는 소리가 났고,왼팔도 세 조각이었다.피범벅인 얼굴은 왼쪽 두개골부터 안면까지 심하게 무너져 있었다.전체적으로 얼굴 왼쪽이 날아가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두부의 손상 상태를 확실히 판단하기 위해 물컹거리는 머리를 눌러보았고,안면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했다.그리고 나는,곧 훼손된 안면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였다.방금 내 손을 잡아주고 떠나간 그. (-18-)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일에 빠르게 적응한다.의사들도 마찬가지다.죽음을 마주하는 충격을 직업적인 사명감으로 몇 번 견뎌내고 나면, 어느 순간 왠만한 죽음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대부분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처음 해부용 시체를 마주했던 순간이나,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생명이 빠져나가 사체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한 순간은 똑똑히 기억할 수 있지만,어느덧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나도 점점 무뎌져 갔다.시신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주변 의로진도 마찬가지였다. (-66-)


그는 분명히 머릿속에서 그 한시간 반을 재연하고 복기하며,텔레비전을 보던 자신의 두 눈을 뽑고, 농담을 지껄이던 혓바닧을 잘라내던지는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고요히 죽어갔을 아버지,내가 편히 누워 있는 동안 옆방에서 아직 죽지 않아 매달려 계셨을 당신, 끝까지 혼자였던 당신.그는 그 한시간 반을 할 수 있는 만큼 세밀히 기억해 저주하며 평생 잊지 모하리라.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이 저지른 마지막 불효,불효보다는 자신에게 벌어진 참극, 참극보다는 지옥의 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마저 사라지자 나는 바닥부터 아묵덧도 남지 않은 채, 오직 저주의 암흑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숱한 죽음을 단정 짓는 내 혓바닥을 잘라 내던지고 싶었다. (-133-)


비오는 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역시 잘 구운 파전에 막걸리나 동동주 한잔인가요.아니면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에 소주 한잔이나 방금 튀겨나온 치킨에 청량한 맥주 한잔인가요.그것도 아니라면 기름기 줄줄 흐르는 곱창도 괜찮겠어요.치즈를 듬뿍 올린 피자나 윤기 흐르는 짜장면은 어떻고요.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욕망은 비슷합니다.물어보면 그런 것들을 먹었답니다.파전을 먹고 체한 사람,치킨을 먹다 넘어진 사람,매운탕을 먹다가 서로 드잡이 한사람,곱창을 먹다가 두드러기가 난 사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술 냄새가 어찌나 독하고 구수하게 나는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먹었던 음식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비오는 날 사람에게서 나는 체취와 함께요. (-196-)


감정이 폭발한 어머니와,폭발적으로 쪽팔린 아들의 말다툼은 상황을 알고 있는 우리가 듣기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대화가 계속되자 우리는 과장님 등 뒤에서 숨어 고개를 돌리고 이를 악다물고 키득대기 시작했다.아마 한 명만 못 참고 웃어버렸으면 다들 쓰러졌으리라. 하지만 엄숙한 회진 시간에 우리는 의료인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었다.나는 주치의였기 때문에 남들처럼 과장님 뒤에 숨을 수 없어 과장님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고 정신이 거의 몽롱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과장님은 아랑곳없이 아무 눈치 없는 복통환자의 진료를 보면서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그를 바라보았다.마침 응급실 창밖으로 햇살이 내리고,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과장님의 얼굴에 볕이 비쳤다.그 순간 나는 보았다. 근엄한 과장님의 번쩍이는 금테 안경 뒤로 씰룩거리는 눈주름과 맺힌 눈물을,이를 악물어 어긋나는 양측 턱을,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패인 볼살을 , 아, 언제나 진중했던 과장님도 지금 필사의 노력을 하고 계셨다. 그렇게 ,그 말할 수 없는 곳에 관한 이야기와 아침부터 벌어진 모자의 언쟁은 우리 전부를 니르바나 Nirvana 로 인도했다. (-242-)


발표를 다 마치자 과장님은 가정폭력 신고를 했느냐고 물었다.나는 워낙 빈번한 폭력이고, 아이가 거의 다 큰데다가,어머니도 같이 있어 언제든 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얼버무렸지만,결국 신고를 누락한 죄로 문책당했다.그리고 과장님은 마지막에 온 좀비들의 눈에 들어간 화학약품의 정확한 성분을 물었다.나는 그런 것까지 파악할 겨를이 없었기에 결국 다시 꾸중을 들었다.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지탄받아야 했다.이것이 지난 날 당직의 성적표였다.
나는 잠이 들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응급실 문밖을 나섰다.전날 내려 쌓인 눈이 사람들의 발길에 뒤섞여 검게 곤죽이 되어 있었다.그래서 온 거리가 진창이었다.'아 ,어제 눈이 내렸구나,성탄절의 하얀 눈....사람들은 눈을 맞으며 행복했겠구나.'나는 기절할 것 같은 정신에도, 내가 도저히 가질 수도, 알 수도 없었던 행복에 관해 생각하며 진창이 된 거리를 걸어나갔다. (-313-)


2019년 12월 4일, 영주 선비도서관에서 남궁인 특강을 저녘 7시부터 2시간동안 쉬는 타임 없이 끝까지 들었다.그때 당시 특강의 주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서였으며, 그의 대표 저서 두권을 들고 강연이 끝난 뒤 줄을 서서 사인을 요청하여 받아온 적이 있었다.그때 당시 느꼈던 그의 강연은 진솔하였고, 솔직하였다.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연은 사선에서 전쟁을 치루는 의사였고,하루에도 몇번씩 죽음과 사투하게 된다.그의 특강 중에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었었다. 자신의 집에 어두운 암실이 있어서,스스로를 가두어 놓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라 하였다.아무리 남의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하더라도,매일 그것을 본다는 것은 맨 정신으로 할 수 없는 일일게다,그럼에도 저자는 버티었고, 또 버티면서 살아가게 된다.


사실 그렇다.우리가 생각하는 응급실은 자본의 논리에 길들여져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님에게는 메스를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곳이며, 항상 매일 매일 죽음과 사투하게 된다.책에서 자살, 낙상,심폐소생술,피범벅,수혈이 등장하는 것을 본다면,우리가 영화 킹덤에서 보았던 그 음울한 장면들의 실사가 그앞에 매일 매일 놓여지게 된 것이다.인간의 몸과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세균과 사투를 벌이는 공간 속에서 인간이 느껴야 하는 자괴감과 좌절, 포기하고 싶은 약해 빠진 내면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살아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이지 않기 위해서, 유혹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저자의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져서 연민의 정을 생각하게 된다. 한 권의 책에는 우리의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모여 있었다.대한민국 전역의 변사체 소식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님 앞에 모두 듣게 된다.어떤 장소에서든지,어느 장소에서든지 의사로서 본분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휴대폰 울림 속에 있었다.소방서에서 소방관은 환자의 사망 선고를 할 수 없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응급조치를 하게 된다.인간의 보편적인 몸의 각각의 부위들이 제각각 제자리에 있지 않고, 제각각 놀고 있을 때 ,그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죽이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하게 굳어버린 차가운 시체 덩어리였다.그러한 그의 모습,그의 인간적인 연민, 맨 정신으로는 결코 겪어보지 못하고,느껴보지 못했을 저자의 자괴감과 절망감은 우리가 쓰는 언어로는 표현하기가 힘들 것이다.다만 우리는 그 순간에 시간과 장소가 서로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 있는 상황들을 상상할 뿐이었다.그리고 우리는 삶과 죽음 앞에서 나약한 한 인간을 바라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나 스스로 겸손할 수 밖에 없음을 상기시켜주게 된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다가온다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나 스스로에게 해 보게 되었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구매 사은품에 이끌려 구입했어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me171717 | 2020.05.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은품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어요패브릭포스터가 좋아보여서요실제로도 예쁘고 인테리어 효과로 좋아요사진으로 봤을때보다 조금 작지만더 크면 별로일 것 같구쇼파 옆에 붙여놨더니 분위기있어요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골랐지만 왠지 슬플 것 같아요첫 이야기 읽고 충격ㅠㅠ 남은 이야기도 이렇게 절망스러울까요?ㅠㅠ 다 읽고나면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애요잘 읽을게요! 읽고;
리뷰제목
사은품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어요
패브릭포스터가 좋아보여서요
실제로도 예쁘고 인테리어 효과로 좋아요
사진으로 봤을때보다 조금 작지만
더 크면 별로일 것 같구
쇼파 옆에 붙여놨더니 분위기있어요
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골랐지만 왠지 슬플 것 같아요
첫 이야기 읽고 충격ㅠㅠ 남은 이야기도 이렇게 절망스러울까요?ㅠㅠ 다 읽고나면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애요
잘 읽을게요! 읽고나서 다시 리뷰 남겨야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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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생명과 죽음의 경계가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bijou1979 | 2020.04.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차를 못찾겠다. 주차장을 여러 번 돌아보았지만 내 차는 어디에도 없다. 고요히 눈을 감고 동선을 상기한다.한숨을 내쉬며 눈을 뜬다.꿈이다. 허탈하고도 다행인 꿈.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내 의식이 흐릿해지고 멈추게 되는 순간이준비없이 들이닥쳐 버릴까봐 두려웠던 것일까...죽음의 기록 앞에 내 두려움은 가벼운 것이리라하지만 메멘토 모리그래야 생명을 더 가치있게 아름답게;
리뷰제목
차를 못찾겠다.
주차장을 여러 번 돌아보았지만 내 차는 어디에도 없다.
고요히 눈을 감고 동선을 상기한다.
한숨을 내쉬며 눈을 뜬다.
꿈이다. 허탈하고도 다행인 꿈.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내 의식이 흐릿해지고 멈추게 되는 순간이
준비없이 들이닥쳐 버릴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죽음의 기록 앞에 내 두려움은 가벼운 것이리라
하지만 메멘토 모리
그래야 생명을 더 가치있게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잠시 일상에서 멀어지지만 삶은 더 견고해지는...
순간 순간 흔들리고 두렵지만 다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은근히 말하며 은밀한 비밀도 알려준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가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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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82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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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중3아들이 이 책에 푹빠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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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pere | 2020.03.30
구매 평점4점
처절한 현실 삶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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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huyoo | 2020.03.24
구매 평점5점
글을 잘 쓰시는 의사분이시군요..잘 읽었습니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kk2744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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