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미리보기 공유하기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346이동
리뷰 총점8.7 리뷰 31건 | 판매지수 4,080
베스트
국내도서 top20 2주
정가
9,000
판매가
8,100 (10% 할인)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영화 〈시 읽는 시간〉에 등장한 책
  • tvN <비밀독서단> 추천도서
소중한 당신에게 5월의 선물 - 산리오 3단 우산/디즈니 우산 파우치/간식 접시 머그/하트 이중 머그컵
MD의 구매리스트
문학과지성사 브랜드전 - 2022 문지 달력 증정!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5월 전사
5월 쇼핑혜택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8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73쪽 | 264g | 128*205*20mm
ISBN13 9788932018508
ISBN10 8932018502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며 등단한 심보선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펼쳐 낸 첫 시집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 땅에서 혹은 바다 건너 도시에서 쓰고 발표해 온 총 58편의 시를 담아내었다.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내와 연인에게서 멀어진 남자, 세상의 환멸과 우울한 미래를 흘낏 보아버린 ‘아이어른,’ 절대적 진리와 종교의 불확실성, 진실보다 더 진실다운 거짓, 뒤집힌 추억 속 새카만 추문으로 상처 입은 자, ‘노동과 여가를 오가는 성실한 인생의 주기’를 회의하고 포기한 자, 폭력과 자본을 숭배하는 사회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 해서 어쩔 수 없이 운명 앞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는 자의 목소리의 지배 속에 담긴, 사소한 인간의 사랑과 지독한 이별 후의 시간에 대한 노래들이 중독성 있는 리듬을 타고 흘러 독자들의 가슴 한가운데까지 다다르고 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부
슬픔의 진화
식후에 이별하다
오늘 나는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슬픔이 없는 십오 초
Rubber Soul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피할 수 없는 길
풍경
장 보러 가는 길
아내의 마술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명상
빵, 외투, 심장
착각
미망 Bus
전락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웃는다, 웃어야 하기에
휴일의 평화


제2부
노래가 아니었다면
구름과 안개의 곡예사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아이의 신화
먼지 혹은 폐허
배고픈 아비
나의 댄싱 퀸
여, 자로 끝나는 시
천 년 묵은 형이상학자
평범해지는 손
종교에 관하여
최후의 후식
한때 황금 전봇대의 生을 질투하였다
목가풍으로 깊어가는 밤
그것의 바깥
불어라 바람아
18세기 이후 자연과 나의 관계

제3부
청춘
삼십대
금빛 소매의 노래
이곳을 지날 때마다
즐거운 생일
세계는 맛있다
성장기
狂人行路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그때, 그날, 산책
대물림
아버지, 옛집을 생각하며
도주로
멀어지는 집
실향(失鄕)
편지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그녀와의 마지막 테니스
떠다니는 말
나는 발자국을 짓밟으며 미래로 간다

해설 | 꿈과 피의 미술관·허윤진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어둠의 몸’과 ‘달의 입’을 빌려 부르는 도시의 비가
-“찰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시집은 그가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다.” (허윤진/문학평론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며 등단한 심보선이 데뷔 14년 만에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 2008)를 펴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황동규, 김주연이 평한 바, “기성 시단의 어떤 흐름과도 무관하며, 시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곧잘 사용하는 상투어들이나 빈말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온 심보선은 등단작 「풍경」을 비롯, 14년간 이 땅에서 혹은 바다 건너 도시에서 쓰고 발표해온 총 58편의 시를 이번 시집에 묶었다. 심보선의 시는,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는 투시력, 그 현실 가운데를 스스로 지나가는 푹 젖은 체험, 그러면서도 거기에 이른바 시적 거리를 만들어 놓는 객관화의 힘, 번뜩이지 않으면서도 눅눅히 녹아 있는 달관의 표현력, 때로는 미소를 흐르게 하는 유머” 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와 긴장감으로 조응하며 이제껏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적 공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근대 자본주의의 도래기에 한없는 도시의 우울과 그늘을 산책자로 관찰자로 부유했던 보들레르나 벤야민의 사유가 그러했듯이, 이제 더 이상의 극단을 예단하기도 두려운 후기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심보선의 철학적 사유와 삶의 노래 또한 전범 없는 독창성을 띤다.

등단 후 열네 해 동안이나 시집의 침묵을 지켜온 데는, 물론 그의 한쪽 삶은 오롯이 대학에서 문화?예술사회학과 관련한 공부와 강의를 하는 데 할애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현기증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심과 고뇌를 ‘밥알’ 삼아 언어의 “불완전성 속을 배회하며 불안과 슬픔만을 완벽하게 중얼거”(「아이의 신화」)릴 수밖에 없었던, 그리하여 그에게 허락된 단어, ‘분열’과 ‘명멸’을 거듭하며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만의 사정이 있었노라고 짐작해본다. 의자 위에서 “환상과 지식이 만나면 고통뿐”이라는, “심하게 훼손된 인생”(「천 년 묵은 형이상학자」)에 미혹된 이상 누구라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내향적이고 감정적인 기질로 속으로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내리면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먼지 혹은 폐허」)해지는 시인은, 늘 “폐허의 가면”을 벗지 못한 채로 시간과 기억이 겹치고 훼절하며 만들어내는 “주름과 울림과 빛깔”에 골몰한다. 이 골몰과 상념의 시간이 오랜 꿈에서 막 깨어난 시인의 말/언어를 낳고 노래와 시로 거듭난다. 때문에 심보선의 시는 “생의 균형을 찾을 때까지 족히 수십 번은 흔들”(「대물림」)리고 나서야 얻은 울음 같은 것이다.

총 3부로 나뉜 시집의 전반부에는 세계와 나, 타자와의 관계 혹은 거리에 대해 “볕 좋은 이른 봄”(「장 보러 가는 길」) 풍경을 읽듯 짐짓 가볍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가 중반부로 넘어오면 이내, 냉혹하고 복잡한 이 거리에서 나-시인은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견딜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그리하여 나는 전락했고/이 순간에도 한없이 전락”(「전락」)한다. 이쯤에서 시의 모습은 보다 내면 고백적이고 격정적이며 시인의 꺾이는 무릎을 감추기 위한 흥얼거림도 군데군데 한몫한다.

때로는 우울과 슬픔, 절망과 냉소에 붙들린 시인의 그것으로는 적이 낯선, ‘장르화된 삶의 고통’을 꼬집는 짓궂은 유머가 정색의 고백과 명명보다 더 크게 우리의 마음을 휘젓는다. 그와 더불어 “씨익, 웃을 운명을 타고난”(「편지」) “유일무이한 시인이요 심장이 큰 소리로 뛰는 가수”(「너」)인 그와 함께 흥얼거리고 엉거주춤 춤춰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추동한다.

심보선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이렇게 우리 앞에 멈춰 있다. “오랜 세월 간직한 일기장”에서 나옴 직한 “무수하고 미세하고 사소한 말들”(「떠다니는 말」)이, 또 가장 구체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경험 ―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사랑과 이별, 찰나의 환희와 영원의 불안, 유한성과 무한성, 거짓과 진실 ― 들이 나와 너,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멍울로 점증화하는 과정 속에서 태어난 심보선의 ‘시(쓰기)-말(하기)-노래(하기)’가 우리 앞에 와 있다.
“치욕에 관한 한 멸망한 지 오래인 세상”(「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오늘 나는」) 숨은 시인은 “누추하게 구겨진 생”(「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을 앞에 두고 꺾인 허리로 슬픔을 곱씹고 몸에 새긴다. 그에게 각인된 슬픔의 무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그림자로 목덜미에 딱 붙어 그만 떨어지지 않는다. 심보선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담긴 총 쉰여덟 개의 독한 바이러스가 이렇게 우리 몸에 감염된다. 그 감염의 속도는 “봄날이 등 뒤에서 산불처럼 크게 웃으며”(「18세기 이후 자연과 나의 관계」) 덮치듯 가히 전복적이다.

“완벽한 전락” 이후의 더 “완벽한 부활”을 꿈꾸는 “고독한 아크로바트”
-“그에게 종교란 궁극적으로 타인을 향한 동경, 곧 사랑이고, 사랑은 반복된다. […] 심보선의 시집은 그 자체로 슬픔을 저축해가는 과정이다. 언어의 광장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행위이다.” (허윤진/문학평론가)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내와 연인에게서 멀어진 남자, 세상의 환멸과 우울한 미래를 흘낏 보아버린 ‘아이어른,’ 절대적 진리와 종교의 불확실성, 진실보다 더 진실다운 거짓, 뒤집힌 추억 속 새카만 추문으로 상처 입은 자, ‘노동과 여가를 오가는 성실한 인생의 주기’를 회의하고 포기한 자, 폭력과 자본을 숭배하는 사회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 해서 어쩔 수 없이 운명 앞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는 자의 목소리가 이 시집을 지배한다.

피붙이의 그리움에 대해, 빗나간 화살과 함께 떠나버린 사랑에 대해, 미망처럼 맴도는 이별에 대해, 그리고 불확실한 운명과 이상에 대해 노래하는 그-시인은 현재 “어두운 침묵의 시간”과 “난해한 미래의 독법을 궁리하는 시간”(「빵, 외투, 심장」) 속에 있다. 이것은 비단 시인만의 처지가 아니다. 꿈꾸듯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결코 감상과 푸념에 매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어떤 종류의 가구로 진화할 것인가?” “밤새 고심”(「슬픔의 진화」)한다. 이것은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시대의 우울이자 도시문화의 병리적 현상으로 우리 모두에게 그 혐의를 묻는다.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의 책상 위에 놓인 벗들은 지식과 이념, 신화와 종교라고 이름 불리는 것들이고, 그는 기꺼이 이 시간을 “아무도 없는 고요한 평일의 성전”이라 부르며 그 속에서 "치유되고 고양”된다. 그리고 “유일무이해지는 동시에 비밀”(뒤표지 시인 산문)을 저축해간다. 시를 쓰게 된 동기, 계속해서 시를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이 모두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다.

밤거리마저 눈 시리게 빛나는 꽃들로 불 밝혀진 봄날이다. 시대의 우울과 암담한 미래는 잠시 내려놓고, 순간의 환희에 몸 맡긴다 한들 한 올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계절이 왔다.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사소한 인간의 사랑과 지독한 이별 후의 시간에 대한 노래들로 가득하다. 마른 바람이 휑한 시멘트 골목을 돌아나갈 때, 우리는 좀더 자주 이 구절구절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장 구체적이고 개인적이며 은밀한 지점으로 돌아감으로써 가장 노출증적이고 사회적이며 일반적인 지평을 맞닥뜨린다는 꿈-말하기의 역설은 바로 시 쓰기의 역설이다. 내가 가진 꿈의 퍼즐이 타인들이 잃어버린 꿈의 퍼즐 조각일 확률은 극히 미소하지만 시인은 그 확률에 자신을 걸고, 불가능성에 자신을 건다. [……] 자본도 사랑도 축적하지 못하는 유목민은 파산한 채 날아가는 새처럼 많은 것을 읽을 것이다. 불안 속에서 슬픔을 저축하는 삶,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유령에게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있는 미학적 불온분자의 삶일 것이다. 심보선은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사회적인 언어로 써내려가면서 사회 공동체에 흡수되지도 않으며 공동체를 억압하는 유령-이데올로기에 복무하지도 않는 중간계적 몽상을 실천하고 있다.
허윤진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8.7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진****심 | 2022.03.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심보선 시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 문장들이 콕콕 마음에 와 박히던 순간이 생각난다. 우연히 마주한 문장에 사로잡혀 당장 처음 구입한 시집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였다. 그때 내 마음에 박혔던 문장들. 시집에서 보석같은 시들을 하나하나 훑으며 그 다음 시집들도 구매했고 역시나 실망하지 않았다. 본래 시를 읽지 않던 나인데 무엇이 변한 걸까, 아니면 그저 심보선 시인의 시;
리뷰제목

심보선 시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 문장들이 콕콕 마음에 와 박히던 순간이 생각난다. 우연히 마주한 문장에 사로잡혀 당장 처음 구입한 시집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였다. 그때 내 마음에 박혔던 문장들. 시집에서 보석같은 시들을 하나하나 훑으며 그 다음 시집들도 구매했고 역시나 실망하지 않았다. 본래 시를 읽지 않던 나인데 무엇이 변한 걸까, 아니면 그저 심보선 시인의 시들이 특별했던 걸까. 이제는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선물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시라는 문학에서도 가장 짧은 문장 속에 그 많은 감정과 생각을 욱여넣어 넘실대는 마음 속을 헤엄치게 만드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심보선 시인의 시를 무척 좋아하고, 아낀다.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구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콩* | 2021.08.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에서 2008년 04월에 출간된 심보선 작가님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읽고 난 후 남기는 리뷰입니다 시집을 읽은 건 오랜만이기도 하고 잘 보지 않았던 장르라서 조금 내용이 어렵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습니다 완전한 이해를 하는 건 어렵겠지만 시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어요;
리뷰제목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에서 2008년 04월에 출간된 심보선 작가님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읽고 난 후 남기는 리뷰입니다 시집을 읽은 건 오랜만이기도 하고 잘 보지 않았던 장르라서 조금 내용이 어렵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습니다 완전한 이해를 하는 건 어렵겠지만 시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어요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포토리뷰 노래책시렁 175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21.01.2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5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2008.4.18.       여태까지 살며 가장 오래 앓은 적은 언제인가 하고 떠올리니 지난 한 달이지 싶다가, ‘아니야, 코고름(축농증)으로 마흔 해를 앓았잖아’ 하는 말이 속에서 흘러나옵니다.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코고름을 거의 잊고 삽니다. 큰고;
리뷰제목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5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2008.4.18.

 

 

  여태까지 살며 가장 오래 앓은 적은 언제인가 하고 떠올리니 지난 한 달이지 싶다가, ‘아니야, 코고름(축농증)으로 마흔 해를 앓았잖아’ 하는 말이 속에서 흘러나옵니다.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코고름을 거의 잊고 삽니다. 큰고장에 그대로 머물며 그곳 일터에서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하고 품삯을 받아 집삯을 내는 살림이었다면 아마 코고름을 떨치는 길을 스스로 못 찾았으리라 느낍니다. 문득 돌아보면, 코고름을 씻던 그즈음, 도깨비(귀신)를 맨눈으로 보아온 마흔 해를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둘이 나란히 제 둘레에서 빙빙 돌며 마음으로 억누르고 몸으로 짓누르던 지난날입니다. 더 아프거나 덜 아픈 몸앓이는 없습니다. 다 다르게 아프지만 다 똑같이 지겨우면서 고맙습니다. 지쳐 쓰러지거나 나가떨어지는 동안에 마음하고 몸을 새롭게 새기거든요. 앓아누우며, 숨이 막혀 어쩔 길을 모르며, 밤새 잠들지 못하며, 뜻밖에 아주 고요히 빛길을 따라 생각을 가누곤 합니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펴면 노래님 나름대로 뒤척이는 나날이 흐릅니다. 알쏭달쏭한 말 사이 불거지는 “늙은 창녀”에서 우뚝 멈춥니다. 노래님은 삶에서 “늙은 창녀”를 어떻게 마주했을까요. “잠자리에서 살을 섞다 떨군 거웃”은 사랑 아닌 살섞기일 테지요.

 

 

잿빛 담벽에 줄줄이 드리워졌다 밤이 오면 / 고대 종교처럼 그녀가 나타났다 곧 사라졌다 / 사랑을 나눈 침대 위에 몇 가닥 체모들 / 적절한 비유를 찾지 못하는 사물들 간혹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18쪽)

 

그저 막막한 하늘이라 치고 어여 잠이나 자거라 나는 아직도 슬픔에 남몰래 집착하여 자목련 고양이 명멸 등의 낱말들이 내 유아독존의 길을 늙은 창녀처럼 막아서네 그것 말고는 위풍당당 숭그리당당 유쾌하게 길을 걷지만 가끔 (그녀와의 마지막 테니스/140쪽)

 

ㅅㄴㄹ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한줄평 (64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시들이 마음이 콕콕 박힌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진****심 | 2022.03.30
구매 평점4점
잘 읽었어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골드 이**우 | 2021.11.07
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골드 g****i | 2021.10.05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8,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